런던 도시재생 탐험기 ③ “주민들은 어떻게 ‘옥소 타워’의 주인이 되었나” _ 코인스트리트의 주민자산화 사례

2016년 5월 31일culturalaction

[편집자주] 이원재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이 런던의 도시재생 정책과 사례를 연속기획으로 소개합니다. 코인스트리트의 주민 대안개발 사례, 런던 최대의 도시재생 사업 킹스크로스 지역과 스킵가든, 예술가들의 도시재생을 살펴볼 수 있는 해크니위크 지역 등 런던의 주요 도시재생 사례들과 정책적 배경을 문화적 가치, 지역기반 주체 형성, 거버넌스와 주민 자산화 등의 관점에서 살펴봅니다.

* 런던 도시재생 탐험을 함께 해주었던 ‘스프레드 아이’ 멤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세계적인 미술관 ‘테이트 모던’과 인접해 있는 ‘옥소 타워’(OXO Tower)는 런던 템즈강의 오래된 랜드 마크 중 하나다. 영국의 유명한 조미료 회사인 옥소 브랜드의 소유였던 이 거대한 건물은 1930년대 런던의 호황을 상징했다. 하지만 옥소 타워는 1970년대부터 쇠락하기 시작하여 도심의 유휴공간으로 전락하였다. 옥소 타워가 위치했던 코인 스트리트 지역은 산업 구조의 쇠락과 함께 빠르게 낙후되어 갔다. 2016년 현재 옥소 타워는 지역 주민들이 소유하고 있는 건물로 다양한 스튜디오, 전시공간, 레스토랑, 주거 공간 등으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지난 40여년의 시간 동안 옥소 타워를 비롯하여 코인 스트리트 지역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난 것일까? 옥소 타워는 어떻게 주민들의 소유 공간이 되었을까?

옥소 타워는 정확하게 말하면 ‘코인 스트리트 커뮤니티 빌더스'(Coin Street Community Builders, CSCB)가 소유하고 있는 건물이다. 코인 스트리트 커뮤니티 빌더스는 런던 사우스 뱅크(South Bank) 지역을 개선하고 재생하기 위해 주민들이 주도해서 만들어 낸 사회적 기업이자 단체다. 1984년부터 지금까지 코인 스트리트 커뮤니티 빌더스는 대표적으로 약 13곳의 도심내 폐허 공간, 유휴 공간들을 주민 주도적인 과정에 따라 조화롭게 개발, 재생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코인 스트리트 커뮤니티 빌더스는 이 과정에서 옥소 타워뿐만이 아니라 코인 스트리트 일대에 주택, 공원, 주민센터 등을 조성하고 주민 자산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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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코인 스트리트 커뮤니티 빌더스의 대표적인 공간인 코인 스트리트 주민센터

코인 스트리트 지역은 산업기반시설이 집중된 지역으로 1950년대 인구가 5만 3천 명에 이르는 곳이었으나, 산업화가 끝나가면서 1970년에는 인구가 2만 명 수준으로 감소하는 등 빠른 속도로 쇠락한 지역이었다. 이 과정에서 1974년 이 지역 토지의 절반가량을 소유하고 있었던 자본가 ‘베스티 경(Sir)’은 유럽 최대 규모의 초고층 빌딩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지역내 커뮤니티를 전면적으로 해체하고 주민들을 축출하며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형적인 개발 계획이었다.

이에 코인 스트리트 지역의 주민들은 1976년 공영주택 임차인협회, 커뮤니티 센터, 보육 단체, 교회, 노동조합 등이 네트워킹하는 ‘워털루 활동 그룹 연합체’를 설립하여 개발에 반대하는 활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하였다. 1977년에는 40개의 단체와 500여명이 참여하는 ‘코인 스트리트 액션 그룹’을 결성하여 도시의 권리를 둘러 싼 사회운동으로 개발 반대 운동을 확산하였다. 코인 스트리트의 주민들은 1984년 개발 계획이 취소될 때까지 10여년 동안 개발에 반대하는 투쟁을 전개하고, 대안적인 개발 계획을 수립하였으며, 민간 주도의 ‘코인 스트리트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는 전환점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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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코인 스트리트 주민들의 개발 반대 운동 그리고 도시재생 사업 과정

이 과정에서 런던시는 1984년 개발업자가 사업을 포기하자 주민 주도적인 도시재생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런던시는 개발업자 소유의 27,000㎡의 토지를 매입하고, 런던시 소유의 토지를 합쳐 ‘코인 스트리트 도시재생 사업체’에 총 52,000㎡의 토지를 매각하였는데, 당시 주민들에게 매각된 토지 가격은 1㎡당 3만원에 불과했다. 이는 토지를 비영리로 사용할 경우, 토지를 교환가치가 아닌 사용가치로 매각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영국의 도시계획제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런던시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서 지역 주민과 민간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코인 스트리트 도시재생 사업체’가 구성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주민들의 거주를 위한 임대주택사업과 주차장, 상업시설을 포함한 수익창출 사업의 기반이 조성되었다. 그리고 커뮤니티 센터, 추가 임대주택사업 등 다양한 시설들이 확충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을 우선적으로 고용하는 정책이 동반되며 코인 스트리트 도시재생 사업은 지역 전체적으로 확장되었다. 주민들의 주도로 시작된 코인 스트리트 지역의 개발 반대 운동은 10년의 투쟁을 경유하며 지금까지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주민 주도형 도시재생 사업의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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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코인 스트리트 지역의 임대주택(위)과 상업시설 모습

코인 스트리트 지역의 도시재생은 주민 주도적인 도시재생 경과와 주민 자산화, 런던시의 능동적인 협치 등을 이유로 세계적인 도시재생 사례가 되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코인 스트리트의 경험들은 런던은 물론 영국의 도시재생 정책에 있어 주민 자산화와 협치의 권리를 제도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코인 스트리트 지역에서 시작된 도시재생을 둘러 싼 주민들의 권리는 ‘지역주권법’(Localism Act)와 ‘협치’(governance)로 제도화되어 영국 도시재생의 중요한 특징이 되었다.

특히 2011년 제정된 지역주권법은 “더 많은 권한과 예산을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나아가 지역사회 주체들에게 이양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이다. 지역주권법은 ‘지방정부의 새로운 권한’, ‘지역사회의 권한’, ‘이웃 지역 계획’, ‘지역사회자산’, ‘사회적 주택에 관한 새로운 규정’ 등 크게 다섯 가지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도시재생을 비롯하여 지역을 둘러 싼 개발 계획 수립에서부터 자산화에 이르기까지 주민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확장하는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코인 스트리트 지역의 도시재생 역사는 자율적인 주민 조직과 시민사회에 대한 형성 및 지원, 민주주의에 기반한 협치(거버넌스)와 파트너쉽 활성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자본주의의 전형적인 방식으로 개발될 예정지였던 코인 스트리트 지역은 주민들의 지역운동에서 시작하여 대안적인 도시재생 계획의 수립과 추진에 이르기까지, 주민 주도와 능동적인 협치를 통해서 실현되었다. 코인 스트리트 주민들 스스로의 권리 투쟁, 자율적 참여와 대안적 상상력, 다양한 주체들의 협력과 협치, 주민 커뮤니티의 자산화 등의 과정이 없었다면 코인 스트리트 도시재생의 결과물은 현재 런던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 이원재 _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 moleact@gmail.com

 

Comments (1)

  • 홍성용

    2016년 6월 1일 at 10:03 오전

    흥미롭네요.
    다만 언론? 여론의 이슈화는 누가 주도하는지 궁금…. 2009년 책의 한 대목에서도 그렇고 강연에서도 이를 설명했는데 좀처럼 관심들이 없더라구요. 요즘 접근하는 시각도 조금 의문이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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