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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센터 토론회리뷰04호]’게임문화의 올바른 정착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2018.03.09.)

2018년 3월 24일culturalaction

이제는 게임규제가 아니라 대안적 게임문화에 대한 상상이 필요하다

게임규제의 역사

한동안 잠잠했던 게임규제 담론이 또 다시 사회이슈가 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오는 5월 열리는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ICD-11)을 앞두고 ‘게임 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등재하는 건을 검토 중 이라는 소식 때문이다. WHO가 게임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게 될 경우, 한국표준질병분류(KDC)도 통상적으로 WHO의 분류를 따르고 있어 국내에서도 게임 장애가 정식 질병으로 규정될 수 있다. 동시에 게임문화에 대한 사회적인 부정적 인식 증대와 규제담론이 다시 힘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

게임에 대한 규제의 역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심야시간에 청소년들의 게임규제를 통제하기 위해서 만든 게임셧다운제는 2011년부터 시작되어 현재는 유명무실화 된 상태이고, 2013년에는 게임을 술, 마약, 도박과 함께 4대 중독물질로 규정하는 게임중독법(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을 발의해 통과시키려는 사건도 있었다. 이번 WHO의 게임장애 질병등록 문제도 이전 셧다운제나 게임중독법과 게임규제라는 측면에서 같은 맥락의 사건으로 볼 수 있다. 게임규제 담론은 그 논쟁 역사가 짧지 않다. 청소년과 관련된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원인을 은폐하거나 쉽게 해결하려는 권력과 청소년이라는 사회집단을 사회에 순응적인 통제 하에 두려는 욕망, 입시교육 중심의 교육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적의 존재의 필요성 등이 복잡하게 얽혀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게임은 질병의 원인될 수 있나?

이유야 어쨌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게임에 과몰입하는 사례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럼 게임이 질병의 원인으로 보는 것도 가능한 것일까? 3월9일에 진행된 <게임문화의 올바른 정착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에서 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한교수의 발제에 의하면 게임은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다른 정신질환이 가지고 있는 특징인 금단증상이나 내성이 게임에는 없기 때문이다. 같은 게임을 오래하면 오래할수록 흥미가 떨어지게 되고 이는 문화콘텐츠의 일반적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온라인 게임은 이용자들이 지루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 공세를 정기적으로 한다. 실제로 게임에 과몰입한 경험들이 있는 청소년의 경우에도 졸업 이후에 진학, 취업 등 생활환경이 변화되는 경우 대부분 게임과몰입 현상이 자연스럽게 없어졌다는 점도 이를 방증하는 사례이다.

그 동안 게임 중독과 관련한 연구는 무수히 많이 있어왔다. 하지만 게임과 정신병의 직접적 원인 간에 관계성을 설명하지 못했다. 우선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증명하기에는 우울증, 불안장애, 강박증, ADHD와 같은 정신질환 등과 중복되는 증상 등이 너무 많고, 연구의 기준 등이 자의적이어서 학문적 설득력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게임과몰입 현상이 게임 자체의 문제인가 또는 게임을 이용하는 사람의 환경 문제인가에 대한 설명부족도 게임을 질병의 원인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이유 중 하나이다.

 

누가 게임을 규제하려는가?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의 윤태진 교수는 게임규제의 원인을 ‘뉴미디어포비아’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뉴미디어포비아는 새로운 매체가 사회에 등장했을 때 기성매체와 기성세대는 새로운 매체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고, 새로운 매체에 저항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포를 이용한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과거에 텔레비전이 도입되던 시기에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라 칭하며 부정적 인식과 함께 사회문제의 원인으로 몰아간 적이 있었다. 1960년대에는 어린이날에 정기적으로 만화 화형식을 가짐으로서 만화가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해치는 원인으로 지목된 적이 있었고, 1970년대에는 가요계 정화운동으로 수많은 곡이 금지되고,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게임은 현재 젊은 세대들이 가장 쉽고 흔하게 접하는 매체 중에 하나이고, 자연스레 기성세대들에게는 적대적인 대상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리고 이제는 게임이 우리사회의 주류 문화산업이 된지 20년이 넘었기 때문에, 게임을 새로운 매체로만 보기에도 무리가 있을 수 있다. 만약, 게임을 대신한 새로운 매체가 등장할 경우, 포비아의 대상이 그 쪽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규제 담론이 잊을 만 하면 반복되는 이유는 게임에 대한 공포를 이용하여 이득을 보는 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회문제의 원인을 쉽게 찾고 싶어 하는 정치인과 언론인, 교육/건강의 분명한 적의 존재가 필요한 교사와 학부모, 지속적인 환자와 정당성이 필요한 의사들이다. 물론 이들 전체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 등을 통해서 이득을 보는 이은 분명히 존재하고, 의도적으로 이런 사건을 반복적으로 일으키는 자들이 있다는 사실은 과거의 사례 등을 통해 알 수 있다.

 

아직도 게임 규제? 게임문화에 대한 대안적 상상력이 필요한 시기

그 동안 게임규제를 둘러싼 투쟁의 장은 규제하려는 자와 규제를 반대하는 자로 갈라지는 이분법적 진영싸움이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소재만 바꿔가며 같은 내용의 싸움을 반복해왔다. 그러는 과정에서도 사회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고, 게임산업과 게임을 주로 이용하는 세대들의 성격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진영논리의 싸움 속에서는 사회환경 변화와 그 속에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과 갈등, 관계에서 대해 무관심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더 이상 게임은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니라 우리의 삶의 다양한 층위와 밀접하게 결합된 문화로 보는 것이 옳다. 게임을 통해서 세대, 젠더, 계층 간의 갈등과 같은 사회문제를 읽어낼 수 있고, 그러한 갈등들이 가장 현실감 있게 표출되는 장이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규제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을 지속하는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 이제는 게임이라는 매체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들과 그것들이 사회와 얽히며 만들어내는 복잡다단한 현상들을 분석해내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가려는 노력들이 필요한 시기이다. 게임문화에 대한 대안적 상상력과 고민들이 게임규제와 같은 케케묵은 싸움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관련자료집 : https://goo.gl/Dzz8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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