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직업 탐방

2016년 5월 23일culturalaction

 

아이가 “부모님 직업 탐방”이라는 것을 내밀었다.

A4 한장에 사진(그림으로 대체가능)과 부모님 직장을 다녀와서 느낀 점을 쓰는 보고서였다. 엄마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엄마의 직업이 무엇이며, 이것을 채울 수 있도록 쉽고 간단한 설명과 명확한 이미지를 줄 것이며 또한 자신을 문화연대로 초대하라고 했다. 문화연대 사무실에 와보지 않았냐며, 너가 생각한대로, 느낀대로 쓰라고 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가 하는 일을 설명해주려 했다.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에게 어떻게 일을 시작하게 됐으면 나의 현재의 고민과 과거의 활동의 경험등을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싶었는데, 별 관심이 없었다. 들어도 모르겠다며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아이의 태도에 더이상 이 숙제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지만 최대한 친절하게 나라는 사람은 너가 생각하는 그런 만만한 사람이 아니며 사무실에서는 나름 오랜 경험으로 통해 문화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 및 정책을 제안하고 정책을 제도화하기 위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해주었다. 또한 우리사회, 우리의 삶 곳곳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훗

이제 너의 몫으로 남겨두리라. 빈칸을 채우는 것은….

활동사진이 없어서 10년 전의 사진을 꺼내주고, 조용히 나와서 기다렸다. 문화연대를 알고, 자원활동을 하고, 상근활동가가 되고 휴직을 하고, 복귀를 하고 퇴직을 하였으며, 다시 활동을 하게 된 것이 12년의 동안의 일이다. 나를 키운 건 8할이 문화연대이지만, 여전히 나는 문화연대를 명확히 설명하기 힘들다. 너무나 당연히 해야 할 일이 있었고, 그것들에 대해 토론하고 기획하고, 연대하였고 현장에 함께했었다. 무슨 일이건 문화연대와 연관되지 않은 일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문화연대와의 거리를 두고 지낼 때도 잘만 살아졌다. 문화연대가 있건 없건 내 생활은 바쁘기만 했고, 많은 사람들 속에서 여러가지 역할을 하며 지내왔다.

그런 내가 다시 활동가라며 나를 소개하기에 망설여졌다.

그동안 같이 일했던 활동가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만났던 많은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모습으로 활동했었는지 궁금하고 부끄러워졌다. 어떤 결심이나 결단을 하고 문화연대로 복귀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누군가의 누구가 아니라 나로써 활동하고 발전하고 싶었다. 열심히라는 말을 싫어했지만, 열심히 하고 싶어진 것이 오랜만이였다. 항상 주어진 일에, 당연히 해야하는 일에 익숙해졌지만, 내가 선택하고 집중하는 일이 생긴 것이 또 다른 힘이 났다. 활동가로서 부족한 것이 많겠지만 꾸준히 열심히 하고 가 볼 예정이다. 그것이 쌓이다보면 문화연대와 활동가가라는 나의 직업이 자연스럽게 설명되지 않을까 .

쪼르르 따라나와 성의없게 두고 나가버린 직장탐방보고서. 잡아다 다시 쓰게하고 싶었지만, 신나게 놀자!!! 핵심이 이거였다.

  • 이승희 _시민자치문화센터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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