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을 짓기 위한 전시 여는 날 이야기

2016년 7월 13일culturalaction

전시가 열리는 전날 비바람에 폭우가 쏟아져 밤 새 잠을 설쳤다. 이번 전시를 할 수 있게 도와준 많은 분들 중에 류가헌갤러리의 박미경관장이 있다. 박미경관장도 전 날 쏟아지는 비를 보며 여는 날 행사를 연기하는 것이 어떤지 걱정스럽게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를 함께 기획했던 노순택 사진가는 두 어른이 살아온 길이 험했는데 전시하는 날이라고 순탄할 리가 있겠나며 그냥 가자고 했다는 말을 듣고는 어찌 이리도 훌륭한 말을 했는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렇다. 두 어른은 시대의 아픔을 온 몸으로 저항하며 살아오셨다. 이까짓 비쯤이야 아무런 방해도 아닌 것이다. 여는마당 공연을 한 가수 이지상은 자신의 노래를 개사하여 “백기완과 문정현”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두 어른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노래가사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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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완은 거리의 투사 슬픔을 투쟁으로 엮는 시인. 

그런 일이 있었다네 한반도에선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닳도록 

친일파에게 충성하라 안 그러면 빨갱이다 

사장 밑에 박박겨라 안 그러면 불순분자 

그렇게 해고가 되고 그렇게 감옥에 가고 

그렇게 자살하고 그렇게 거리로 몰리고. 

백기완은 거리의 투사 슬픔을 투쟁으로 엮는 시인. 

그렇게 말한다네 거리의 투사 

평화는 평화로 살게 놔두라고 

백남기를 때린 물대포가 

한상균을 가둔 재판부가 

세월호의 학살과 무엇이 다른가 

하늘까지 닿는 죄악은 

만대가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다네

지울 수 없다네 

평화는 평화로 살게 놔두라네

문정현은 길위의 신부 

슬픔의 중심만을 걷는 사제

그런일이 있었다네 제주도에선 

수 만년 사람과 파도와 바람이 놀던 바위 위로

육지경찰 몰려오고 굴착기 포크레인으로 

사람들을 패대고 바위의 심장을 뚫고

군사기지 만들어서 평화를 팔아먹는다네 

이런 놈의 나라는 나라도 아니라네

문정현은 길 위의 신부 

슬픔의 중심만 걷는 사제

그렇게 말한다네 길 위의 신부 

평화는 평화로 살게 놔두라고

구럼비 발파가 대추리의 함성으로 

강정의 외침이 용산의 비명으로

하늘까지 닿은 죄악은 만대가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다네 지울 수가 없다네

평화는 평화로 살게 놔두라 

평화는 평화로 살게 놔두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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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어른을 두 작가로 호명하여 작가의 말을 요청 드렸다. 서로 먼저 하시라 양보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먼저 마이크를 건네받은 백기완선생님은 평소와 같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이야기 하신다.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집을 만드는데 10억이 든다고 해요. 그런데 10억 가지고 집을 만들 수 있겠어요? 작품 다 팔아도 10억이 안돼요.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라면한끼 값만 모아 놓자고. 비정규직에 천원씩만 넣어보자고. 우리 힘으로 우리들의 삶터 우리들의 거점을 만들었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려보자구! 우리~~ 신화를 만들어 봅시다.”

문정현신부님이 마이크를 이어 받았다. “한 달 만에 붓글씨 40점을 쓴다는 건 아~주 힘든일입니다. 백선생님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전 5년이상 작업한 겁니다. 그냥 만들어 놓은 것을 내놓은 겁니다. 감옥살이 하는 마음으로 붓글씨를 썼다는 백선생님을 생각해서라도 비정규직이 승리할 수 있도록 함께합시다. 제 새김판(서각)을 비정규직을 위해서 내놓을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두 분 모두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한 <꿀잠>의 시작을 힘차게 응원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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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카 연주를 준비한 만화가 박재동은 두 분의 글씨는 기술이 아니라 인격이라며 계속해서 좋은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멋진 하모니카 연주를 들려주었다. 부슬거리는 빗속에서 우산을 쓰고, 우의를 입은 관객들의 표정이 너무도 즐거워 보인다. 다시는 붓글씨감옥살이 안하시겠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시던 백기완선생님도 고된 탄압과 폭력의 현장 강정에서 시간을 죽이려고 새김글을 써 내려갔던 문정현신부님도 이날만은 멋진 작가로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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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전시장은 작품이 많고 다양한 문정현신부님의 공간이다. 2전시장은 소박하지만 힘있는 백기완선생님의 공간이다. 두 공간 한 쪽 벽면에는 두 어른의 공동 작품이 걸려있다. 백기완선생님이 붓글씨를 쓰시고 문정현신부님이 새김판(서각)에 그 글을 옮겼다. sns를 통해 사전 판매를 시작한지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 두 분의 작품은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판매되고 있었다. 그리고 여는 날 두 분의 작품은 다양한 분들의 문의로 판매되었고 전시가 시작 된지 1주일이 지난 오늘 대부분의 작품은 제 주인을 찾아갔다. 이제 두 어른의 작품은 30여점 남아있다. 100% 판매를 목표로 매일 갤러리에 나간다. 꿀잠의 성공적인 집 만들기를 위해 발 벗고 나선 두 어른을 위해서라도 꼭 모든 작품이 다 팔렸으면 좋겠다. 두 어른의 힘이 모여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은 조그만 벽돌들이 층층이 쌓여갈 것이다.

이번 전시는 오는 주말 17일 일요일에 문을 닫는다. 그래서 17일 오후 닫는마당 행사를 준비했다. 백기완선생님, 문정현신부님을 응원하고 존경하고 사랑하는 분들이 함께 만드는 자리다. 함께 사진도 찍고, 새김글(싸인)도 받아보고, 그동안 멀리서만 바라보던 두 어른과 함께 지난날 있었던 인연의 이야기를 꼭 전할 수 있는 자리다. 전시장에 오시는 분들마다 작은 사연과 인연들이 있었다. 과거에 문신부님께 주례를 부탁했다가 거절당한사연, 세례를 받은 사연, 투쟁의 현장에서 함께 했던 사연들. 백선생님이 대통령선거에 나가셨을 때 함께 했었던 이야기, 영어를 쓰다가 혼이 났던 이야기등 담소의 자리에 많은 분들이 함께했으면 좋겠다. 두 어른의 기력이 약해지셔서 힘들어 하실것을 알면서도 부탁드렸고 두 분 모두 흔쾌히 부탁을 들어주셨다. 역정을 내시지만 마음속 깊은 정이 느껴지는 두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 신유아 _문화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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