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의 매력

2017년 8월 3일culturalaction

이동연 /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문화연대 집행위원장

 

<알쓸신잡>의 마지막 회에 아주 인상 깊은 장면이 있었다. ‘타임머신이 가능한가’라는 시청자의 질문이었다. 이 질문은 분명 정재승을 향한 것이었다. 유시민은 정재승의 설명을 듣기에 앞서 자신은 타임머신이 가능해도 타고 가지는 않을 거라고 선수를 친다. 그때 정재승은 이렇게 그에게 질문한다. 만일 타임머신이 있어 그걸 타고 내가 꼭 만나고 싶은 한 사람이 있다면 누구일까요? 토론의 화두를 전환한 것이다. 유시민은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정재승은 아인슈타인, 유시민은 세종대왕, 김영하는 태조를 거명했다. 그때 나 역시 그 질문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며 머릿속으로 유재하를 떠올렸다. 1987년 11월1일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25살에 생을 마감한 천재 싱어송라이터인 그에게 당신은 조금 있다 교통사고를 당하니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의 죽음은 1980년대 한국 대중음악사의 지형을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때 유희열이 유재하를 말하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니, 그것도 출연진 중의 한 명이. 그가 죽었기에 세상에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유재하가요제 대상 출신 유희열의 반전의 상상은 서로 대화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알쓸신잡>은 서로 다른 직업과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여행 중 벌이는 잡다한 지식 수다를 통해 서로 다름과 같음을 이해하는 아재들의 자기발견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이 프로그램을 두고 많은 말들이 오고 갔다. “잘나가는 아재들의 지적 나르시시즘의 향연 같다” “젠더 감수성이 결여된 꼰대들의 탁상공론이다” “먹방 프로그램인지, 여행 프로그램인지, 인문학 프로그램인지 애매하다”라는 지적들 말이다.

경향신문, 2017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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