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좀비 퇴치법

2016년 8월 3일culturalaction

 

다시 승부조작이라는 좀비가 대한민국 스포츠계를 배회하고 있다. ‘다시’라고 하는 부사가 뼈아프다. 전에도 있었고 그 때 없애야 할 것이 ‘아직’ 근절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좀비라는 비유에서 알 수 있듯 스포츠계에 승부조작은 비가역적이고 치명적이다. 한 번 좀비에게 감염된 선수는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 일단 좀비가 된 선수는 다른 선수들을 좀비로 만들기 위해 달려든다. 철저한 격리와 절멸만이 아직 좀비가 되지 않은 선수들을 위한 유일한 생존법이다.

2012년 LG의 박현준과 김성현이 승부조작으로 영구제명 된 지 불과 4년만이다. 선수 이름만 바뀌었을 뿐 수법은 똑같다.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와 연결해 1회에 첫 볼넷을 주는 방식으로 배당금을 받았다고 한다. 오히려 선수가 먼저 승부조작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지난 번 보다 죄질이 더 나쁘다. 문제가 된 해당 선수 몇 명을 영구제명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제부터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프로야구의 사활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KBO와 구단의 안이한 대응이다. 선수들의 승부조작 방식만 유사한 게 아니라 KBO의 근절방안 또한 거기서 거기다. 4년 전에도 공정센터를 만들겠다고 발표했고 이번에는 이를 확대해 클린베이스볼센터를 신설하겠단다. 구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하는 데 그치고 진정한 사죄의 모습을 (아직까지!) 보이지 않고 있다. 팬들이 느끼는 배신감과 동료선수들이 느끼는 자괴감은 이미 임계점에 도달한 듯하다. 협회나 구단이 먼저 나서서 문제선수를 발원본색해도 이미 무너지고 있는 팬들의 신뢰가 걱정스런 판국에 경찰조사에 눈치를 보며 더 이상 걸리는 선수가 없기를 내심 바라는 형국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교사는 무수히 있다. 잘 알려진 1919년에 벌어진 미국 메이저리그의 블랙삭스 스캔들.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신시네티 레즈 간의 월드 시리즈에서 화이트삭스 선수들이 승부조작을 모의해 8명의 선수가 영구제명을 당한 사건이다. 이 후 메이저리그는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으나 구단주들이 스스로 기득권을 포기하고 커미셔너 제도를 도입해 팬들의 신뢰를 어렵게 회복했다. 백 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승부조작에 관련된 문제는 다시 불거지지 않았다. 지금도 선수의 일탈행위가 생길 때마다 법원의 무죄선고에도 자격정지와 같은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1969년에 있었던 일본 퍼시픽리그 승부조작 사건 그리고 작년에 벌어진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불법도박 스캔들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 해당선수를 단호하게 처벌한 것 뿐 만 아니라 구단주가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 점이다. 관리자는 책임을 지는 사람인데 우리 야구계에는 (아직까지!) 그런 책임을 느끼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 한 때 전성기를 구가하던 대만의 프로야구가 조직폭력배가 개입된 승부조작으로 ‘한 방에 훅’ 간 것을 상기해 보라. 800만 관중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쉬쉬할 일이 아니다.

승부조작이라는 좀비 퇴치법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모든 문제를 좀비(선수) 탓으로 돌리기엔 왠지 석연치 않다. 왜 그들이 좀비가 되었는지 따져봐야 한다. 그들이 보균하고 있는 좀비 바이러스의 감염경로를 찬찬히 살펴보고 원인을 밝혀야 한다. 전도가 유망하고 실력까지 인정받은 어린 프로선수들이 왜 자신의 선수생명을 걸고 그런 짓을 했을까? 첫 번째 이유는 그들이 승부조작이라는 부정행위에 오랫동안 길들여져 왔기 때문이다. 선후배로 똘똘 뭉쳐진 폐쇄된 운동문화에서 공공연히 벌어지는 짬짬이 경기를 경험한 어린 선수들에게 고의로 볼넷을 던져주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으리라. 아무리 잘못된 일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공공연히 저지른다면 문제가 있다고 느끼기 어렵다. 더구나 그 부정행위가 서로 돕고 챙겨주는 의리로 미화되는 분위기가 만연된 집단에서라면. 좀비 바이러스의 숙주는 이를 방관하고 조장해 온 지도자와 학부모, 그리고 심판인 것이다(이 시간 터져 나오는 프로야구 심판 승부조작 기사! 왜 슬픈 예감을 틀리지 않는 걸까?). 두 번째 이유.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을 하는 선수들이 혹시 그 ‘상식’을 장착할 기회를 박탈당했던 것이 아닐까? 어린 시절부터 정상적인 공부를 ‘끊고’ (선수들끼리 실제 끊었다는 단어를 쓴다) 운동만 해온 그들에게 우리는 어느 날 갑자기 공인으로서의 행동과 윤리의식을 요구한다. 이건 상식적인 요구인가?

죽어도 죽지 않는 좀비 퇴치법이라는 게 감염된 좀비들을 영원히 격리시키거나 싹 없애버리는 수 외에 딱히 없다. 더 큰 참사를 막기 위해 뼈아픈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는 뜻이다. 어차피 4년 전에 했어야 할 일을 이제 하는 거다. 지금이라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프로야구계는 죽어도 죽지 않는 좀비들이 득실대는 세상이 될 것이다. 더 이상 미룰 시간이 없다.

 

  • 정용철 _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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