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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36] 아름다움의 연대, 길고 질긴 정성 <강정의 코> 이어붙이는 뜨개행동1

2018년 2월 26일culturalaction

신유아 / 문화연대

 

*연재36은 <강정의 코>친구들이 매일 작성한 일지 글<강정코 통신>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강정의 코’가 제주에 도착한 날 모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작업시간은 일주일, 작업내용은 해군기지 건설 공사장 입구와 사제단이 매일 미사 드리는 사제단 천막, 그리고 평화센터 등 마을 곳곳에 뜨개물로 이어 붙이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보다는 전국에서 보내준 뜨개물을 살펴보는 재미에 잠을 이룰 수 없었던 거다. 박스를 열 때마다 터져 나오는 환호성과 그 안에 담긴 짧은 편지글로 감탄을 멈출 수 없었다.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정성을 다해 짜봤어요. 제주해군기지 반대! 강정의 코들 파이팅!”

지난 몇 달간 페이스북에서 “이어붙이는 농성장”이라는 이름의 모임을 진행했던 <강정의 코>가 12월 9일 제주 강정마을에 도착, 뜨개행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뜨개질하느라 코가 꿰었던 많은 이에게 강정에서 어떻게 그 코들을 이어가고 있는지 매일매일 소식을 전하기로 했다. 일정과 여유가 허락되는 이들은 12월 9일부터 12월 15일까지 강정마을에 모여서 몇 달간 여기저기서 코뜨기한 조각들을 이어붙이기로 공지했다. 이어붙이기에 직접 올 수 없는 이들은 그동안 짠 뜨개물들을 제주의 만화가 김홍모 집주소로 우편을 통해 보내달라고 요청했던 터라 나름 가벼운 몸으로 강정에 도착했다.

월요일 오후 비오는 강정에 도착한 첫 팀은 13명이었다. 구름, 달군, 철민, 임정희 그리고 제주에서 워크샵을 끝낸 ‘그림책미술관준비위’의 명희, 경림, 2명의 수진과 일행. 마을회관에 짐을 내리고 평화책방으로 향하던 중 버스에서 내리는 필자가 도착했고 이어 아루, 빛나, 수연이 등짐을 지고 도착했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다 보니 눈인사하고 조금은 서먹한 가운데 그림책 팀이 준비한 떡(제주의 유명한 오메기떡과 쑥떡)과 커피로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강정마을 사람들이 함께 싸우고 있는 해군기지공사현장으로 갔다. 뜨개편물을 설치할 공간도 보고 강정친구들과 인사도 하기 위해서다. 오후 4시 미사가 마무리되는 소리와 함께 문정현 신부님의 환영노래가 들려온다. 미사를 마친 후 다함께 삼거리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도란도란 인사를 이어갔다.

숙소로 돌아와 진행회의를 했다. 마을주민들과 함께하는 워크숍이야기를 나눈다. 따뜻한 시위를 위한 발가락뜨개, 평화의 꿈 드림캐처 만들기, 시끌벅적한 시위를 위한 캬쥬 만들기 등 매일 오후 5시~7시 사이에 진행하기로 했다. 아침부터 오후 5시까지는 해군기지 공사장 앞 미사천막과 주변 가로수에 뜨개편물 이어붙이기를 하고, 어두워지는 저녁에는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함께하는 만들기 워크숍을 하는 것으로 매일 일정을 정리했다.

만화가 김홍모의 집으로 도착한 뜨개편물을 가지러 갔던 운송팀은 늦은 밤이 다 되어서야 도착했다. 아! 놀라운 광경이다. 너무 늦어 아침에 개봉하자는 의견에도 불구하고 궁금해하던 우리가 편물 박스를 기어코 개봉하면서 질렀던 경탄의 소리가 지금도 생생히 느껴진다. 박스마다 넘쳐나던 아름다움의 연대와 길고 질긴 시간의 정성. 사진으로 담기엔 정성의 크기가 너무 크고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즐거운 고민이 시작됐다. 이 많고 많은 뜨개를 어떻게 죄다 걸고 붙일 수 있을지.

 

아침 일찍 일어나 공사장 입구로 나가면 경찰이 사제단 신부님과 수녀님들이 미사를 드리는 중간중간 공사차량 진출입을 방해한다며 사람이 앉아 있는 의자를 통째로 들어 도로 한 귀퉁이에 옮기고는 경찰 20~30여 명이 빙 둘러싸고 고립을 시킨다. 다시 차량 통행이 없으면 풀어주고 또 차량이 지나가면 다시 고립. 이러기를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아침 미사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강정의 코>들은 첫날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너무 익숙하게 반응하는 신부님과 수녀님들의 모습에 “아, 일상이 되어버렸구나” 안타까운 마음에 외려 숙연해지기도 했다. 다시 마음을 다듬어, 미사천막 여기저기, 공사장 입구 이곳저곳, 마을 구석구석 이어붙이는 뜨개행동단의 손은 바쁘게 움직였다.

올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시기에 와서 고생한다며 위로하시는 마을 어르신의 목소리가 정겹다. 호호 손을 불어가며 한 땀 한 땀 이어 나가는 모습이 처음에는 어색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어르신들의 마음에 따뜻함이 느껴지셨나 보다. 제주도는 역시 바람이 강했다. 높은 나무에 뜨개물을 붙이기 위해 사다리를 올라타고 있으면 바람에 휘청휘청 몸을 가누기가 몹시도 힘이 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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