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를 소개합니다.

2016년 5월 10일culturalaction

우리 아파트는 그러니까 ‘고덕 주공아파트단지’다

작년부터 재건축 이제가 시작된 아파트이다. 강풀 만화의 배경이 되는 무서운 아파트로, 독립영화의 후미진 동네의 배경이 되어 여러번 매스컴에 소개된 바 있다. 동네, 마을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오래 전부터 오래된 사람들이 오랫동안 살고 있는 아파트이다. 나도 6살때 이 아파트로 이사를 와서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고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고, 직장생활을 하고 결혼을 했고, 아이를 둘이나 나아,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 입학을 시켰다.

나같은 사람이 특별하지 않고, 지나가는 할머니 아주머니들이 나는 그분들이 누군지 모르지만 내 엄마나 아버지를 아시고 말을 거는 그런 동네이다. 사람들이 오래되고, 아파트가 오래된 것처럼, 길이 오래됐고, 나무가 오래됐다. (나무들이 5층 아파트보다 커버린 탓에 아파트가 몇 동이지 도대체 알아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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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과 동네풍경

이 동네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재건축 이야기가 있어서 그런지 대체로 재건축을 반기는 분위기이다. 언젠가 재건축이 되겠지 했지만, 항상 그랬던 것처럼 올해도 그냥 지나가나부다 하고 지내온 터였다. 그런데 작년부터 시작된 이주로 동네풍경이 달라졌다. 4단지 아파트가 먼저 이주를 시작했고, 3단지 아파트가 이주를 진행중이다. 이제 7단지 아파트가 5월부터 이주를 진행할 예정이다. 빈집이 늘어났고, 공사차량이 다니기 시작했으면, 용역아저씨들이 순찰을 돌기 시작했다. 초등학교를 중심에 두고 5단지와 6단지만 남아있는 상태이다. 학급에 학생수가 16명인데, 7단지 이주가 시작되면 합반이 될 것이고, 또 인원이 줄어들 것이고, 학교가 없어지진 않을까 걱정을 하면서 학교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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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는 동네를 실감하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에 산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놀이터의 놀이기구들이 뽑혀 나가고 있었다. 오래된 아파트인 만큼 놀이터도 오래되어 해마다 관리사무소 아저씨들이 벤치에, 놀이기구에 색색깔로 칠해주셨는데.. 단지마다 그네, 미끄럼틀, 철봉, 뱅뱅이가, 시소가 뽑히고 있었다. 열쇠를 안 가지고 나가서  일 마치고 들어오는 엄마를 하염없이 기다렸던 놀이터, 학교 끝나면 무조건 들려서 미끄럼틀이라고 한번 타고 내렸갔던  놀이터가,  우리집 이불이 가장 많이 널려져 있던 철봉도 30분도 안되서 아무것도 남지않았다. 모래만 가득한 텅빈 놀이터를 보고있자니 화가나면서도 슬프고, 그냥 바라보기만 해야하는 내가 답답했다.

이제 우리는 놀이터를 큰 도로를 건너 물과 간식을 싸돌고 옆 고층 단지의 놀이터로 놀러간다. 놀이터가 없어지고 한동안 우리동네아이들은 새 놀이터가 너무 좋아 늦게까지 놀고, 매일같이 놀았다. 그쯤에서 그 단지 놀이터에 현수막이 붙었다. “다른단지 주민 출입금지”. 가난한 동네의 놀이터까지 없는 아이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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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우리는 이제 그 놀이터에 가지 않는다. (여름이 되면 물놀이장이 되는 놀이터로 한 두번 원정을 가겠지만…) 오늘도 아무것도 없는 작은 놀이터에 소꿉놀이를 하고, 길고양이 집을 지어주고, 작은 꽃들을 심고, 꼬마야꼬마야 줄넘기를 하면서 즐겁게 지낸다. 40년이 지난 ‘피노키오 문방구’가 문을 닫고, 서예학원, 미용실이 없어지고 그 자리마다 부동산이 들어와도 우린 익숙해지고, 덤덤하다.

내가 이 동네의 변화를 멈출 수 없음을 안다. 나도 언젠가, 아니 곧 이 동네를 떠나게 되고 다시는 마주할 수 없게 되겠지만 아침마다 아이들의 등교길에 호루라기를 불어주는 아줌마들이 있고, 밤마다 놀이터에 모여 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은 천문대를 열어주는 멋진 대장님이 계시며, 아이들에게 놀이터를 만들어주자며 문닫은 유치원의 담을 넘어 놀이기구의 사진을 찍어 구청 홈페이지에 올려주는 열혈 엄마들이 있어 나는 너무나 감사하다.

그 사람들과  우리 동네에서 더 많이 놀고, 기억해두고, 추억을 쌓아두고, 우리들만의 이야기를 나눠두는 수밖에 없다. 우린 아직 여기에서 살고있고, 놀고 있다. 그리고 행복하다. 오랫동안 그랬으며,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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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희 _(사)시민자치문화센터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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