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엽의 목판화전

2016년 5월 24일culturalaction

“윤엽 형님~~~~”

“응~~~유아씨”

우리의 대화는 늘 이렇게 시작한다. 지난 몇 주 전 난 늘 하던 대로 전화를 했다.

“6월 11일 시청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를 하는데, 부스를 열고 물품을 판매하려고 하는데말야.  00단체에서 재정사업을 하려는 거여. 윤엽 형이 판화 찍어서 후원해 줄 수 있어? 무지개를 주제로 말야”

“그래? 무지개? 할 수 있지”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너무도 선뜻 답해주는 이윤엽이다. 그리고 몇 번의 통화를 했다. 무지개가 왜 6가지 색깔인지, 처음 성소수자들의 상징이 왜 무지개가 됐는지. 그리고는 하루 만에 멋진 이미지가 나왔다. 여러 장의 판화를 찍어야 하니 시간을 두고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20160522_114945

이윤엽과의 통화는 늘 이런 식이다. 그는 판화가이고 그는 목수이고, 그는 현장 예술가다. 문화연대 활동을 하는 나에게 현장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일들 중에 문화예술가들과의 네트웍으로 만들어지는 작업들이 많다. 그러저러한 작업들의 대부분은 이윤엽 판화가와 함께 해왔다. 그는 거절하지 않았고, 그는 현장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물어왔고, 그는 그 이야기 속에서 가장 적합한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그는 평택 대추리에서, 용산참사현장에서, 희망버스와 함께 간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기륭전자투쟁현장에서, 쌍용자동차 평택, 그리고 대한문현장에서, 대우 부평공장에서,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의 공장에서, 유성에서 강정에서, 밀양에서 그는 늘 그의 판화로 함께 했고, 지금도 그는 어느 현장에서고 함께하고 있다. 그가 만들어 낸 이미지들은 투쟁현장의 소식을 알리는 웹자보가 되었고, 투쟁을 상징하는 티셔츠가 되었고, 무대 현수막이 되었고, 농성장을 꾸미기 위한 다양한 형태로 제작되어 사람들에게 전달되었다. 그는 현장으로 달려가 상징물 제작도 한다. 이윤엽의 작업은 투쟁현장의 상황을 알리는 역할도 하지만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함께 하고 있다는 연대의 마음을 전하기도 한다. 판화가인 그가 할 수 있는 투쟁의 방식이다. 그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다.

13230257_10210261379157775_316514523575350817_n

SNS를 열었다. 요즘 늦둥이를 본 이윤엽 작가는 아기를 보느라 연락이 조금은 힘들었다. SNS도 예전처럼 열심히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개인전을 한다는 홍보를 올려놓았다. 이런… 지난번 통화 할 때가 바로 일주일 전이었는데 어찌 한마디도 없었는지 못내 서운했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꽤 오랜만에 하는 개인전이고 서울에서 하는 개인전이다. 한 걸음에 달려갔다. 서울 종로 이화동 벽화마을이 있는 산꼭대기 전시실은 작고 아담했다. 이윤엽의 전시 셋팅이 늘 그러하듯 닥지닥지 붙여놓은 판화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화동 언덕길 허름하고 오래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양새와 닮았다. 집집마다 이야기가 있듯 그의 작품들도 하나하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유성의 올빼미가 소리치고 있고, 콜트기타가 울고 있고, 용산의 슬픔이 있고, 강정 구럼비의 울부짖음이 있다. 전시장 정면에 있는 묵직한 농부의 발은 이땅의 농부아저씨들의 발이다. 그냥 내 눈엔 그렇게 보인다. 땅을 밟고 삶을 만들어 가는 이웃집 농부아저씨의 발. 그의 작품에는 농부들의 모습이 많다. 땅을 소재로한 작품이 많다. 가족과 사람을 주제로 한 작품도 많다. 노동자의, 농부의, 그리고 우리 모두의 모습이 그의 작품에는 있다.

13102613_10210261378717764_6877928119632599859_n

이윤엽은 작가다. 그래서 작품을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 전시를 통해 작품이 많이 팔리면 그의 생활은 조금은 여유로워 질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묻는다. 작가들은 어떻게 먹고 사느냐고..  모든 예술가들이 가난한 것은 아니지만 모든 예술가들이 가난 때문에 불행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힘들다. 선생님 선생님하며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다지만 정작 자신의 생활은 곤궁하다. 예술가의 연대로 투쟁의 현장이 풍성해지고, 연대의 발걸음이 많아진다. 예술가의 연대로 투쟁을 세상에 알리는 좋은 작품을 만나기도 한다. 투쟁은 늘 힘겨운 ㅁ것이다. 삶의 투쟁은 노동자나 예술가가 구분지어지지 않는다. 예술가를 후원하고 연대하는 것도 또 다른 투쟁이 아닐까 고민이 된다. 이윤엽의 연대만큼 우리도 이윤엽을 연대했으면 좋겠다. 그의 작품을 후원 받기만 했지 구입하지 않은 우리 모두가 한 번 쯤은 그의 작품에 관심을 갖고 구매도 적극적으로 했으면 좋겠다.

이윤엽의 전시는 29일까지 연장전시 한다. 그의 전시가 주는 힘도 느껴보고 그에게 응원할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윤엽의 작품은 그의 블로그를 통해서 감상할 수도 있고 구매도 가능하다. “함께 살자!”

이윤엽의 블로그 http://www.yunyop.com

13227002_1155586644491969_5949945465910126004_n

 

  • 신유아 _문화연대 활동가

 

Leave a comment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Prev Post Next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