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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22]재능에서 쌍차까지 노동자공동투쟁단의 희망나무!

2017년 10월 22일culturalaction

신유아 / 문화연대

 

재능교육 노동자들의 투쟁 1500일 문화제 기획을 한다. 이번 기획은 노동자들의 공동투쟁 의지로 만들어진 희망발걸음의 전체 기획 중 그 첫 번째다. 희망버스 이후 희망이라는 이름이 유행처럼 쓰이고 있었다. 그래서 재능 투쟁도 쌍용자동차의 투쟁도 희망이라는 이름이 들어간다. 재능 1500일 투쟁은 ‘희망 색연필’이다. 빨간 색연필을 들고 다니는 재능교육 선생님들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색연필 상징물을 만들고 그 상징물에서 사진도 찍을 수 있는 작업을 시작했다.

스티로폼을 자르고, 스티로폼과 스티로폼 연결은 나무젓가락을 이용했다. 부직포와 색지를 이용해 색색의 칼라를 내면서 마감을 동시에 했다. 재능교육 본사가 있는 혜화동 언덕. 겨울바람으로 정문 앞은 엄청 추웠다. 찬바람에 스티로폼이 도로로 날아가 잡으러 다니기도 하고 부직포를 붙이기 위해 뿌리는 스프레이 풀이 내 몸쪽으로 날려 온몸이 끈적거리기도 했다. 육각형의 형태를 고정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빨, 파, 노 색연필 모형에 얼굴을 내밀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했다. 문화제에 참석한 사람들의 즐거움에 한몫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재능문화제의 시작과 함께 희망발걸음이 한 발을 내디뎠다.

2012년 2월 15일 쌍용자동차 투쟁 1000일에 맞춰 발걸음을 재촉한다. 서울에서 평택까지 직선으로 걷지 않는다. 서울에서 투쟁하는 농성장과 서울과 평택 사이에 있는 도시마다 연대하며 평택으로 간다. ‘희망뚜벅이’는 노동자투쟁에 연대하는 누구라도 될 수 있다. 희망뚜벅이의 숫자는 계속 늘어갔다. 필자는 희망뚜벅이 69번을 달고 걸었다. 그리고 가는 곳곳마다 문화제를 기획하고 상징의식을 준비했다. 어느 정도 기획이 마무리되고 파견미술팀에 합류하여 평택으로 먼저 갔다. 1000일 문화제 준비를 위해서다. 평택 쌍용자동차 노조 사무실이 있는 건물 뒤 주차장에서 며칠을 밤낮으로 작업했다. 희망나무 열매팀이 전국을 돌아 가지고 올 희망 소원지를 걸 수 있는 나무와 열매를 만들어야 했다.

이윤엽과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아이디어를 모으고 재료를 찾기 위해 고민했다. 마침 공장 앞 도로 공사로 섬처럼 버려진 나대지에 죽은 나무들이 널려있었다. 전기톱을 들고 죽은 나무의 굵은 가지를 자르고 옮겼다. 나무의 크기가 제법 커서 혼자 옮길 수 없었다. 둘씩 짝을 지어 나무를 자르고 옮기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껍질을 벗겨낸다. 손이 긁히고 가시가 박힌다. 쓰라리다. 드럼통에 바퀴를 달아보려고 했으나 나무의 가지가 생각보다 넓게 퍼져 중심이 잘 안 잡힌다. 바퀴 달린 사각형 나무판을 만들고 그 위에 드럼통을 고정했다. 드럼통은 짚으로 만든 굵은 끈으로 둘러쌌다. 형태가 어느 정도 잡혀간다. 겨울 막바지 흰 눈이 포실포실 내린다.

희망나무 열매팀이 전국 50여 곳의 농성장을 돌며 받아온 소원지가 수북하다. 작은 미니 바구니에 소원지를 담았다. 한지를 이용해 바구니 두 개를 이어 붙였다. 대개 박 터트리기 방식으로 열매를 터트리지만, 워낙 작은 바구니이기도 하고 소원지를 담은 모든 바구니가 터져야 하기에 당기는 방식으로 만들기로 했다. 쌍용자동차 노조 사무실 따뜻한 방안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전국의 소원만큼 많은 희망의 이야기로 밤이 깊어간다.

희망열매는 미리 만들어둔 나무에 잘 연결해 본다. 겨울나무같이 앙상하던 가지에 풍성한 열매가 열리고 있는 모습에 다들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마지막 작업은 꼬마전구 달기다. 문화제가 저녁에 진행되므로 불을 밝혀 줄 전구가 필요했다. 전미영과 나규환은 꼬마전구가 달린 전선을 가지가지마다 정성스럽게 감았다. 가지 형태를 살려야 해서 가지 끝까지 꼼꼼하게 감는 기술이 필요하다. 사다리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마무리한 뒤 드디어 전원을 꽂아 본다. 와~~~. 나무하러 다니며 긁혔던 자국도, 톱질하며 쓸렸던 상처도, 못질하던 퉁퉁 부은 손가락도 모두 순식간에 아물어 버렸다. 묵지근한 어깻죽지가 남아있지만, 열매가 터지고 소원이 이루어지는 날, 바로 그날에 묵지근한 어깨에 날개가 달리리라 기대해 본다.

드디어 희망발걸음의 종착지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앞에 희망발걸음이 멈췄다. 하나둘 모이는 사람의 얼굴이 밝다. 10여 일간의 힘겨운 행진에도 모두 웃고 있다. 문화제가 시작되고 상징의식은 정월 대보름 달집태우기 형식을 빌려 진행했다. 희망열매에 담지 못한 소원지는 짚을 꼬아 만든 줄에 엮어 매달고 희망나무에 칭칭 돌려 감았다. 소리꾼의 소리가 구성지다. 노동자의 희망이 2012년에는 모두 이루어지길 기원해 본다. 노동자공동투쟁단의 발걸음은 이제 희망광장으로 향한다. 광장의 봄은 여전히 추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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