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연구자의 몸을!

2016년 6월 22일culturalaction

연구소에서 진행중인 세미나가 마지막 회차를 앞두고 있다. 이름하여 ‘문화연구 심화 세미나: 질적 연구방법론’. 현장연구를 위한 문화연구 세미나를 입문-심화의 연속적인 과정으로 기획한 후, 작년 9월에 ‘문화연구 입문 세미나: 현장연구 편’이라는 입문 세미나를, 그리고 이번 4월에 심화 세미나를 진행했으니 대략 10개월 간 진행한 셈이다. 사후적으로 새롭게 이름을 붙여보자면 ‘연구자 몸 만들기 프로젝트’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조금 더 첨언하면, 현장연구를 위한 이론적·방법론적 연장들을 몸에 익히는 시간이었다.

각 세미나는 15~20명 정도의 정원으로 진행되었고, 입문부터 심화까지 계속 함께 했던 인원은 5명 정도이다. 대학원생, 학부생, 활동가, 개발자, 예술가, 사회복지사뿐만이 아니라 기성 연구자도 참여했던 이 세미나는 종래의 문화이론과 현장 연구방법을 학습하면서 각자 자신의 현장에서 직면한 문제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체계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했다. 각기 다른 현장에 위치하고 있었던 사람들이 모인 만큼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도, 사용하는 언어도 서로 달랐지만, 공통으로 학습한 이론과 방법을 자원으로 삼아 서로의 문제의식에 대해 토론하고 이를 연구할 수 있는 방법들을 함께 고민했다.

연구소에서 문화연구 세미나를 진행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기존에도 매년 문화연구 세미나를 진행하며 문화연구의 역사와 기초 이론들을 중심으로 학습 모임을 지속적으로 운영했다. 하지만 문화이론 혹은 문화연구의 정치적 기획이 시효가 다 한 듯한 현재의 국면에서 연구소의 전반적인 연구활동 방향을 정비할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제작년 말과 작년 초에 걸쳐 연구소 전반을 새롭게 디자인하기 위한 많은 논의가 오고 갔다. 이 과정에서 기존 연구소의 세미나를 새롭게 개조해야 된다면, 비판 이론의 학습만이 아닌 각자 자신의 현장에서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를 쥐어주는 교육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말이 오고갔다.

그래서 기존의 ‘비판적 의식 기르기’에 주력했던 세미나는 ‘연구자 몸 만들기 프로젝트’와 병행하게 되었다. 이는 비판적 의식을 기를 수 있는 이론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일정 정도는 이론 편향적 학습 방식을 넘어서기 위해서) 자신의 위치한 현장에서 문제를 발견할 수 있는 사고법, 그리고 이를 풀어갈 수 있는 연장들을 습득할 수 있는, 즉 연구자의 몸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하는 시도였다. 그래서 기초적인 문화 이론을 학습하는 입문 과정과, 이론에 근거를 두고 연구기술을 익히는 과정인 연구방법 과정으로 나눠 이번 세미나를 기획하고 진행했다. (연구소 자체 인원으로는 실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동료 연구자의 도움으로 세미나를 꾸려갔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미나를 재개한다고 했을 때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문화연구의 역사적 과정을 잘 알고 있는 혹자는 “아직도 문화연구 타령이야?”라고 의아해 할 수도 있을 테고, 또는 실용적 입장에 서서 “이제는 문화이론이 아닌 문화정책을 연구해야지”라고 훈수를 둘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물론 아직 세미나가 종료된 상황이 아닌 데다 당장 눈 앞에 결과물이 나오는 활동도 아니기 때문에 ‘연구자 몸 만들기 프로젝트’의 성과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현장에서 활동하고 연구한다는 것은 선한 의지만으로 그리고 비판이론을 머리에 탑재하는 것만으로는 요원한 일이니, 이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지속적인 실천이 필요할 것이다.

  • 최혁규 _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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