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가 개정해야 할 문화 정책 법안 ① 권한만 있고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2016년 6월 28일culturalaction

‘과도한 예산낭비와 환경파괴로 인한 우려’와 ‘대형 국제행사 개최로 인한 기대’가 공존하고 있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2년이 채 남지 않았다. 경기장의 막대한 건설비용과 사후활용방안의 부재로 인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시민사회는 분산개최 방안을 제시했다. 그 주장은 수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차피 치러질 대회이면 잘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자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투여된 예산과 국가적 역량을 고려하면 전혀 틀린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행과정을 보면 과연 그러한 생각이 옳은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미 강원도의 재정에 빨간불이 켜진지는 오래고, 개막이 다가올수록 재정악화 문제는 심각한 수준으로 바뀌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와 강원도, 조직위 측은 어떠한 대안도 내놓지 못한 채 근거도 없는 경제적 파생효과와 국가경쟁력 강화와 같은 입에 발린 말만 반복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경제올림픽, 문화올림픽, 환경올림픽으로 만들겠다는 주장이 공허한 선언으로 들리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물론 그들이 무책임하게 아무런 노력과 고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해 수많은 전문가 회의와 토론회가 있어왔고,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서 노력해 왔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애초에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여됐기 때문에 탈출전략을 찾기도 쉽지 않다.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원칙과 기준이 없는 국제경기대회 유치 심사기준

문제의 발단은 국제경기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시작된다. 국제경기대회는 해당 지자체의 예산, 인력만으로는 진행할 수 없는 경우가 대다수인 국가적인 사업이다. 그런 대규모 사업인 만큼 유치 타당성 평가와 심사과정이 엄격하고 철저해야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절차상으로는 문화부와 기재부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문제는 절차상 어떠한 심사과정을 거쳤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국제경기대회 지원법은 국제경기대회를 유치하고 진행하기 위한 지원에 관한 내용과 동시에 진행과정에 의무조항이 포함된 법이다. 그러나 조직위와 관련한 어떠한 문서도 공개해야할 의무조항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밀실행정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유치를 진행한 국제경기대회 중에 정부의 심사를 통해서 중단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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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기대회 유치승인 절차, <유치희망도시를 위한 국제대회 유치가이드>, 문화체육관광부, 2013.

상황이 이러다보니 국제경기대회 유치와 관련하여 견제할 수 있는 어떠한 제도 장치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공개 가능한 관련 자료가 없다보니 국정감사나 청문회 같은 제도도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결국 지자체 장은 자신의 정치적 성과를 위해서 국제경기대회를 유치해도 아무런 책임을 질 필요가 없기 때문에 아무런 부담 없이 유치라는 무리수를 둘 수 있다. 인천아시안게임과 전남 F1대회를 통해 지역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간 주범들이 아무런 책임도 없이 버젓이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제경기대회를 유치하면서 발생하는 경제적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 특히 해당 지역의 주민들에게 전가된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대회를 유치하는 과정에 어떠한 의견도 낼 수 없다. 설문조사와 같은 방식으로 주민의 의견을 반영한다고 하지만, 객관적 자료들이 통제된 상태에서 정상적인 판단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는 국제경기대회지원법의 개정을 통해서 유치 및 운영을 위한 정보관리와 공개의 의무를 명시하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유치과정에서 지역주민, 제정, 도시계획, 환경 분야 등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구성이 필요하다. 이미 국제경기대회를 통해 일어난 재정문제와 환경파괴 등의 피해사례는 셀 수도 없이 많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제경기대회를 유치하려면 국민들을 설득할 객관적인 자료와 명분이 있어야하고, 그 논의과정은 민주적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사후평가의 부재

국제경기대회지원법 제7조를 보면 “조직위원회는 대회종료 후 6개월 이내에 해당 대회에 대한 평가결과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사후평가와 관련한 내용도 최근에 개정을 통해서 추가된 내용이다. 이전에는 사후평가의 의무 조항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화자찬의 내용으로 가득 찬 백서 정도를 발행하는 것이 전부였다. 또한 조직위는 대회종료 후 몇 달 내에 해체를 하는 것이 관례이다. 많게는 수조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되고, 엄청난 국가적 역량이 투입된 사업임에 비하면 마무리가 너무도 허술하게 이뤄진다. 해체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책임소재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그나마 사후평가결과를 제출하도록 하는 의무조항으로 조금은 상황이 나아진 정도지 결과적으로는 큰 차이는 없다.

대회종료 이후 문제가 되는 시설들의 사후활용 문제, 지역 재정 문제, 환경파괴 문제 등은 곧바로 드러나는 현상들이 아니다. 적게는 몇 년에서 수십 년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문제들이다. 다시 말하면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은 그 성과를 고스란히 챙겨서 도망 가버리고, 남아있는 사람들만 그 피해를 길게는 수십 년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천의 경우도 대회가 끝난 직후보다는 이후 몇 년간 복지, 문화 예산들의 삭감과 지방세의 증가 같은 일들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이런 사후평가의 부재와 책임자 처벌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대회 이후의 문제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평가를 하고, 책임소재를 파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대회의 규모에 따라 조직위 측에 최소한 2~3년간 사후 결과와 관련한 평가를 의무화 하고, 평가를 통해 그 과실이 드러날 경우 해당 책임자들에게 처벌까지도 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평가의 대상도 문화부와 해당 상임위인 교육문화체육관광부로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지역 의회와 더 나아가서는 시민사회와 연계하여 대회평가 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도 생각해볼만 하다.

각종 특례가 판치는 국제경기대회

마지막으로 국제경기대회 진행과정에서 사업계획 승인과 관련한 특례조항도 개선이 필요한 문제이다. 특례조항은 사업의 특수성에 따라 기존의 타법들의 규정을 따르지 않고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당연히 필요에 따라 특례조항을 제정할 수 있겠지만, 국제경기대회와 관련해서는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 문제다. 마치 법 위의 법처럼 특례조항을 신설해서 국제경기대회는 대부분의 규제를 무시한 채 난개발의 온상이 되고 있다. 또한 인허가 과정에서 관련 규제들을 의제처리 할 수 있도록 함으로서 그야말로 건설자본들과 그와 결탁한 권력들에게는 막대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고 있다.

실제로 평창동계올림픽의 스키경기장으로 지정된 가리왕산의 경우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개발이 불가능한 지역이다. 하지만, 단 며칠간의 스키경기를 위해 수백 년 된 원시림과 소중한 자연유산을 잃게 된 것이다. 모든 법들은 각각 만들어지게 된 이유와 가치가 있고,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최소한의 제도가 법이다. 국제경기대회가 특례와 의제처리를 받기 위해서는 국제경기대회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가치와 이득을 냉철히 분석하고 다른 법들의 가치와 비교해봐야 한다. 그리고 특례를 통한 방법이 아니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한 설득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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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스포츠행사 지원법 또는 특별법 현황, <국제스포츠행사 지원사업 평가>, 국회예산정책처, 2013. 5.

권력을 분산시켜 상호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운영 원리 중에 하나다. 하지만 그동안 국제경기대회와 관련해서는 대회 운영주체에게 책임은 없이 막대한 권력을 줌으로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게 했다. 과거 스포츠가 ‘국위선양’과 ‘민족자긍심’과 같은 국가주의적 프레임으로 이용되면서 진행되었던 잔재들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서 일부 권력자와 자본가들은 부당한 이득을 취해 온 것이다.

국제경기대회는 국민들의 스포츠에 대한 관심 증대, 해외의 다양한 문화들과 평화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분명히 긍정적인 점은 존재한다. 하지만 그로 인한 문제점과 대가 또한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국제경기대회에 대한 논의들이 다시 이뤄질 필요가 있다. 스포츠계의 세계적인 추세도 국가대항전이나 엘리트 스포츠보다는 생활 스포츠 쪽으로 흐름이 옮겨가고 있다.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 스포츠를 상호 배척적인 관계보다는 유기적인 정책지원을 통해 공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경기대회의 유치와 진행과정에 대한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그 출발점으로 20대 국회에서 <국제경기대회지원법>의 개정이 반드시 이뤄지길 바란다.

  • 박선영 _문화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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