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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센터 토론회리뷰05호]’언론의 미투 보도, 그 바람직한 방향'(2018.03.23.)

2018년 3월 30일culturalaction

소셜 미디어에서의 해시태그 캠페인이었던 #MeToo가 한국에서는 현재, ‘운동’과 ‘혁명’이라 불리며 피해자 그리고 생존자들의 목소리로써 성폭력 실상을 고발하고 있다. 과거에도 이와 같은 폭로 현장은 존재했지만, 2018년 1월 29일 법조계 성폭력 사태가 언론을 통해 전파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미투 운동이 전 영역으로 확산되기에 이른다. 이후에 성폭력 폭로가 언론을 통해 수차례 보도되었고 언론의 파급력과 전파력에 따른, 또 다른 권력이 발생하고 있음을 실감케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들에 발맞추어, 지난 3/23(금) 한국방송회관에서는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언론의 미투 보도, 그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세미나가 진행됐다. 언론이 사건을 보도하고 공유하는 중추적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권 침해 및 2차 피해의 우려와 선정성만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는 성폭력 폭로 보도에 대해 언론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가?’,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가?’, ‘언론의 역할 수행은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 등의 질문을 던지며 세미나가 시작되었다. (좌장에는 한림대 교수 김경희, 기조발제에는 성균관대 교수 이재국, 패널에는 조선대 교수 이희은, 서울여대 교수 박진규,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김언경,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 정슬아, 미디어오늘 기자 정민경, 한겨레21 기자 송채경화가 세미나에 참여했다.)

 

미투의 주체는 누구이며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가

‘미투의 주체는 누구인가? 여성일까? 어느 여성 집단이나 단체 일까? 아니면 언론?’…이에 대한 자문자답으로 서울여대 교수 박진규는 미투의 주체가 ‘성폭력 피해 생존자’라고 얘기했다. 다음으로, 주체가 규명된 후 언론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물음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서는, 언론은 어떠한 역할로써 미투에 대해 선제적 대응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미투의 주체들이 언론을 능동적으로 선택하여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의 보호와 연대의 수단으로 활용되었다고 했다. 다시 말해, 언론이 특정 역할을 수행하기보다는 언론을 통해 보호와 연대의 효과가 발생했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언어를 갖지 못하거나 빼앗긴 주체들은 ‘나도 고발한다.’, ‘나도 말한다.’라며 자신들의 언어를 재규정하고 언론을 통해 말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두 가지 의문과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첫째는, ‘미투의 주체들은 언론을 능동적, 주체적으로 ‘선택’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라는 것이다. 성폭력 피해 생존자가 언론을 통해 사건을 폭로했던 이유는 사회 제도적 안전망 확보가 부재한 현실에서, 생존에 대해 보장받을 창구가 없었기에 언론을 통해 자신을 그대로 노출시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자율을 가장한 사회적/제도적 타율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둘째는,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의 마지막 보루로서 선택한 언론은 과연,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을 어떤 태도와 자세로 바라보고 송출하고 있는가이다. 대부분의 언론의 보도 행태는 2차, 3차 피해를 충분히 야기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피해 상황에 대한 횟수나 빈도, 강도와 같은 ’사실‘을 보도하기에 급급하여 성폭력 피해 생존자의 고통이 과도하게 전시되고 데이터화 되고 있다. 또한, 성폭력 피해 생존자의 표정이나 외모, 옷차림, 말투 등의 과잉된 시각과 청각보도로 시청자들로 하여금 품평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이에 언론은 사안에 대해 좀 더 예민하고 민감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성폭력 피해 생존자의 목소리를 보도하는 ‘매개자’의 역할로 주체적인 목소리를 끌어내는 것에 목표를 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보는 이들로 하여금 공감의 능력, 공감의 기회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성과 범죄 중에 ‘성’에 방점을 찍어서 성적 스토리에만 집중해선 안되며, 개인과 개인 간의 문제로 치부하는 방향의 보도는 지양해야 한다.

언론계의 남성중심주의적 구조와 인권 감수성의 결여

성폭력 사건 보도 가이드라인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부적절한 보도에 대한 이의 제기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방송심의가 미온적인 이유는, 언론계의 인권과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언론계 내부의 남성중심주의적 구조와도 연결지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김언경은 가해자 지지자들의 옹호 발언이나 피해자를 비난하는 발언이 그대로 보도되고 성폭력 피해 생존자와 가해자가 친밀한 사이라는 등의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내용의 보도는, 성폭력 피해 생존자 중심의 사고가 결여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 정슬아는 선정적인 기사 제목으로 2차 피해를 입히고 성폭력 피해 생존자의 신상이 어느새 공개되어 사건 이전의 일상적인 생활까지 기사화되는 지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문제 기사가 보도되는 원인으로는 기자를 지휘하고 취재 원고에 대해 검토, 취사선택하는 게이트키핑 역할인 데스크의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언론계 여성비율이 높아졌음에도 기사의 최종적인 선택과 결정의 자리에 대부분을 남성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방송심의 역시 남성이 주로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에 남성적 시선이 이입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세미나에 참여한 패널 들은 젠더 감수성을 갖춘 전문기관이 보도를 맡아야 한다고 했고 여성 언론인 양성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그리고 인권과 성인지 감수성 함양을 위해 언론계 내 교육이나 세미나와 같은 학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언론계에서의 권력이 깃든 특정 위치를 대부분 남성이 차지하고 있다는 지점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별 차이를 넘어 소수자 감수성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공감이 저변에 깔려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 뉴스가치의 딜레마와 역기능 : 진짜 미투?, 가짜 미투?

전통적 뉴스가치에 대한 통일된 견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는 요소로는 시의성, 영향성, 저명성, 신뢰성, 선정주의나 갈등 중심(인간적 흥미)등이 있다. 뉴스의 발생 시점과 보도 시점 간의 시차가 적을수록 신선도가 증가하고 사건이 발생한 시점만큼이나 사건이 밝혀지는 시점도 중요하다는 것이 뉴스에서 시의성이 갖는 의미와 가치이다. 유명인, 특별한 인물의 보도로 단숨에 이목을 집중시키거나, 수용자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는 보도는 뉴스의 가치 중 저명성과 영향성에 해당한다. 사실 중심의 취재가 뉴스의 신뢰성을 높이고 인간의 감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진기하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사건 또한 뉴스의 흔한 보도 소재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현재 미투 운동에 대해(아니, 그 이전부터 성폭력 사건 보도에서) 전통적 혹은 일반적 뉴스가치를 적용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일까?

먼저, 신뢰성 부분에서, 미투의 가장 큰 특징은 성폭력 피해 생존자가 자신을 드러내며 가해자를 폭로한다는 것이다. 성폭력 피해 생존자의 실명 공개로 신뢰성 있는 미투를 완성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실명 공개의 진의는, 여태껏 성폭력 사건의 사회적 대응이 미비하고 그 성찰과 제도적 장치마련에 진척이 없는 것에 대해서 이제는 성폭력 피해 생존자가 직접 나서게 됐음을 시사하고 있다.(또한, 이를 통해 앞서 언급했듯 안전을 보장받고 연대를 요청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이와 같은 실명 공개의 의미가 호도되어 실명 공개만이 ‘진짜 미투’라 불리는데 있다.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미투의 가장 큰 특징이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익명이든 실명이든 ‘나도 말한다.’, ‘나도 고발한다.’(#MeToo)라고 말하며 피해 사실을 공론화하고 사회적 연대를 이끌어내는 것에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익명 미투에 가짜 미투라는 프레임을 덧씌워 미투 운동이 위축되어서는 안된다.

성폭력 사건을 위 뉴스가치에 입각했을 때, 또 다시 피해를 받는 것은 여전히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이다. 얼마 전, 모 당의 의원이 한 언론사의 사장 후보자가 사내 성폭력을 은폐, 무마하려 했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며 성폭력 피해 생존자의 동의 없이 과거 사례를 들춰내어 비판을 받았다. 이와 같은 상황은 선정성과 저명성, 영향성 등과 같은 다양한 뉴스가치가 역으로 악용된 사례이다.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는 미디어오늘 기자 정은경과 한겨레21 기자 송채경화는 전통적 혹은 일반적 뉴스 가치가 개인의 가치와 배치 될 때의 딜레마를 얘기했다. 실명 취재원을 확보하고 드러내는 것이 보도의 신뢰성을 높이는 방법이지만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도 그 방법이 적절한지, 성폭력 피해 생존자에게 취재를 위해 접근하는 것 자체가 2차 피해를 가하는 행위는 아닌지, 형사사건과도 같은 제보를 받았음에도 피해자가 원하지 않기에 보도할 수 없는 상황 등등. 언론계에서도 이런 상황과 관련하여 경험이나 학습된 것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미디어오늘 기자 정은경은 성폭력 피해 생존자의 요청이 반영된 국회 미투 보도를 보며 언론계에서도 인식의 변화와 성장의 가능성을 엿보았다고 했다. 이처럼, 성폭력 사건을 다른 사회 문제와 동일하게 바라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에 뉴스가치와 보도의 성격은 사안에 따라 그 패러다임이 가변적이어야 한다. 미투(성폭력 사건)는 별개로써 여태껏 가치의 기준과는 다르다는 것을 언론계뿐만이 아니라 대중 또한 유의해야 한다.

언론계 내에서도 #MeToo#WithYoo가 필요

첫째로, 언론계 내부에 잠식하고 있는 남성중심주의적 구조와 성차별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 남성적 유대관계와 권위적 정보 수집, 비윤리적 타협 문화, 전통적 여성관 등에서 발생하는 조직과 취재 영역에서의 여성 소외가 철폐되어야 한다.(김경희(2017).<뉴스 안과 밖의 여성>) 연차가 높을수록 상위 직급이 될 소지가 많다는 감안에서 볼 때도 여성 언론인의 비율은 낮은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2013년 한국여기자협회가 조사한 자료에는 2003년과 2009년에 견주어 큰 변화가 생기지 않고 있고 차장급 이상만 12%일 뿐 부장이나 그 이상에서는 모두 한 자릿수 비율을 보이고 있다.(<신문과방송>.2017년 11월호.언론현장섹션_한국 언론 산업에서 여성 기자의 현주소… 여전해) 또한, 언론계에 진입에서부터 차별받는 고용 비율과 임금격차는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처럼, 사회전반에 걸친 유리천장은 언론계도 예외가 아니다. 남성중심주의적 권력구조를 깨고, 성비불균형(여성언론인27.4%_2017언론인 의식조사)을 타파하기 위한 여성 언론인 양성 생산구조와 해법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이는 비단, 여성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계 전반의 비차별과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함이다.

둘째로, 언론계의 인권 감수성과 노동 환경에 대한 진단과 점검이 필요하다. 남성 다수의 조직문화 안에서 성적 농담이나 언어폭력, 강제성 회식문화에서의 성희롱 그리고 출입처와 취재원으로부터 가해지는 성희롱은 심각한 위협이 된다.(<신문과방송>.2017년 11월호.언론현장섹션_한국 언론 산업에서 여성 기자의 현주소… 여전해) 성폭력 피해에 노출되어 있는 언론인들이 보호 받을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며, 하루에도 수건의 취재와 빠르게 기사를 작성하고 보도해야 하는 환경과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언론계는 인권과 노동 감수성 결여를 분명히 인지하고 기자 개인에게만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언론계 자체에서부터 성찰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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