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강정생명평화대행진 후기

2016년 9월 1일culturalaction

2016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을 다녀왔습니다. 올 해가 5년째 행진이었습니다. 행진표가 나오면 동진으로 갈지 아님 서진으로 갈지를 고민합니다. 동진은 서진에 비해 행진코스가 긴 편이어서 일반적으로 서진에 신청자가 많습니다. 올 해는 힘차게 걸어보자 마음먹고 동진으로 신청을 했습니다. 동진 참가자는 대략 평균 200명 정도였지만 처음 3일간은 100여명의 적은 인원으로 걸었습니다. 동진에는 최고령 할아버지가 계셨고, 볍씨학교라는 대안학교 아이들이 있었고, 쌍용자동차, 기륭전자분회,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있었고, 세월호 참사를 온 몸으로 견디고 계신 유가족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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볍씨학교 아이들의 에너지에 기가 눌릴 정도로 아이들은 지치지 않았습니다. 행진단의 선두에서 노래 소리에 맞추어 율동을 하는 아이들은 힘겨워 쉬고 싶은 어른들을 이끌어주었습니다. 저는 뒤처지지 않으려고 볍씨학교 아이들만 따라다녔습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어찌나 예쁘던지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사회를 보던, 행진을 이끌던 준비팀들도 이 아이들의 모습에 힘을 받는 듯했습니다. 아침이면 제일먼저 일어나 아침운동을 하고, 행진내내 제 몸보다도 큰 깃발을 들고 이동하고, 점심시간이면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배식을 도맡고, 저녁이면 평가회의를 하는 아이들. 앓는 소리를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이유가 바로 볍씨학교 아이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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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태양아래 묵묵히 걷는 사람들은 제각기 무슨 생각을 하며 걷고 있었던 걸까요. 저는 강정의 평화를 고민하며 걸었습니다. 그리고 부실해진 몸과 정신을 혼내주기 위해 걸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하는 이들이 좋아서 걸었습니다.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 힘이 나는 시간이었습니다.

해군기지는 지난2월 준공이 되었습니다. 출발지에 집결한 행진단은 변해버린 마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마을 속에 신도시가 만들어져 있었고 강정의 평화를 위해 함께한 이들이 밥을 해 먹던 식당은 반쪽이 되어 있었습니다. 마을 곳곳 새로운 상점이 생겨났고, 평소 잘 다니던 샛길은 없어졌고, 강정포구 너머로 거대한 해군 함정이 떡하니 구럼비 바위들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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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 결사반대!”였던 지난구호들은 “해군기지 철수하라!” “구상권을 철회하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5일간의 행진동안 가장 많이 들리는 말입니다. 강정주민들로 인해 공사가 지연되었다며 지연비용을 마을 주민들에게 갚으라는 것입니다. 그 금액이 자그마치 35억입니다. 강정마을 지킴이 조약골은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구상권을 철회해 구상권을 철회해

34억5천만원 구상권을 철회해

제주해군기지 반대 구상권을 철회해

강정마을 다죽이는 구상권을 철회해

제주도민 하나되어 구상권을 철회해

구럼비야 사랑해 구상권을 철회해

돈이 없는 사람도 다함께 외쳐봐

구상권을 철회해 구상권을 철회해

평화로운 제주도를 원한다면 외쳐봐

구상권을 철회해 구상권을 철회해

아름다운 강정마을 사랑하면 외쳐봐

구상권을 철회해 구상권을 철회해

해군기지 반대하면 더욱 크게 외쳐봐

구럼비야 사랑해 구상권을 철회해

이지스함 핵잠수함 항공모함 싫어요

돌고래가 뛰어 노는 바다가 좋아요

아름다운 바다를 함께 만들어가요

행진기간동안 매일 듣던 이 노래가 아직도 귀에 맴돕니다. 처음부터 반대한 공사입니다. 주민들의 동의도 제대로 받지 않은 공사입니다. 그런데 주민들 때문에 공사가 늦어졌다는 논리는 도무지 설득력이 없습니다. 돈으로 협박하고 돈으로 보상하면 된다는 이 정부의 논리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옭아매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린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우린 마음을 모아 걸었습니다. 제주도 섬 곳곳을 걸으며 외쳤습니다. 이제는 귀를 뚫고 들어야하지 않을까요. 귀마개를 벗어버리고 우리의 소리를 들으라고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왜 평화를 외치며 걷고 있는 지를요.

검게 그을린 문정현, 문규현 신부님도 만나보았습니다. 행진기간 동진과 서진을 오가며 행진참가자들에게 힘을 주십니다. 아이스크림도 사주시고, 시원한 수박도 나누어 주십니다. 행진을 마치고 저녁이면 숙소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고 소박한 문화제와 이야기 시간을 가졌습니다. 세월호 유가족의 이야기도 듣고, 비정규노동자의 집을 만드는 이야기도 듣고, 세상 속에서 힘겨운 투쟁을 하는 이들의 마음을 봅니다. 울컥거리는 마음을 안고 다음날 행진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어느 날은 행진코스 인근에 있는 바닷가에서 물놀이도 했습니다. 올 여름 태양이 너무도 뜨거워서 인지 바닷물조차 뜨겁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날 강정 천에서 물놀이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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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항쟁 유적지를 둘러보던 날은 마음이 참 안좋았습니다. 애기무덤 앞에서 시원한 물한잔 마시는 것이 너무 미안했고, 수많은 이들이 죽어간 유적지 앞바다에서 돌고래가 나타나는 바람에 온통 시선이 바다로만 향했던 기억도 납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구럼비 바위들이 한없이 그리운 시간이었습니다.

2017년은 강정 해군기지 반대투쟁 10년이 되는 해입니다. 우리는 또 걷고, 걸을 생각입니다. 10년이 지나도록 주민들과의 소통은 없고 일방적이고 강제적인 시공만 해왔던 저들에게 평화로운 마을을 돌려달라고 외치려합니다. 더 많은 이들이 함께 걷고, 외치고, 싸웠으면 합니다. 해군기지가 준공됐다고 한들 우리의 의지가 꺽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2017년 휴가는 우리 모두 강정으로 함께 떠나요.

* 신유아 _문화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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