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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한국 스포츠계의 일그러진 욕망이 빚어낸 구조적인 모순과 부조리를 규탄한다
- 대한체육회 쇼트트랙 감사결과에 대한 문화연대 입장
체육문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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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8일 대한체육회의 쇼트트랙 감사에 대한 참담한 결과가 나왔다. 결국 또 다시 “파벌”이다. 출전포기 강압에 승부조작 정황까지 문제가 아닌 부분이 없다.

이번 감사 결과, 2010년 국제빙상경기연맹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 김성일 선수와 이정수 선수가 개인전 출전을 포기한 것이 애초 알려졌던 발목부상 때문이 아니라, 코칭스태프의 강압에 따른 것이라 한다. 그리고 국가대표선발전에서 일부 코치들과 선수들이 모여 파벌 간 담합을 벌이고, 승부조작을 하는 등 부정행위도 있었음이 밝혀졌다. 그간 쇼트트랙을 둘러싼 고질적인 파벌문제가 여전히도 유효하며, 더욱 뿌리 깊어져 이를 자각조차 못 할 만큼 병들어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쇼트트랙의 파벌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었다. 소위 ‘한체대파’와 ‘비한체대파’로 나뉘어 훈련도 따로 하고, 심지어 국가대표팀 내에서도 서로가 서로를 이기기 위해 비열한 작태들을 서슴지 않고 벌여왔다. 또한 그 과정에서 비교육적·반인권적 쇼트트랙의 훈련문화는 이미 익히 알려져 있다. 이는 오로지 “금메달”만 따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는 성적지상주의에 가려 묵인되어 왔고, 결국 오늘의 이 사태까지 오게 되었다. 그리고 그간 많은 이들은 이러한 참담한 이면도 모른 체, 농락당해 온 것이다.

우리는 각종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휩쓸어 왔던 화려했던 쇼트트랙의 이면에 이런 지저분한 거래와 싸움이 존재했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지난 2006년에도 파벌을 둘러싼 갈등들이 공개적으로 표출되었을 때, 우리는 파벌로 나뉘어 서로를 헐뜯고 멱살을 잡고 선수를 폭행하며 따내는 금메달은 원치 않기에, 정정당당한 스포츠 정신이 발현될 수 있도록 대한빙상경기연맹과 대한체육회의 철저한 조사와 처벌, 대책마련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어떠한가? 당시보다 더 썩을 대로 썩은 쇼트트랙의 싸움판만을 확인 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번에 밝혀진 문제들이 해결되거나 나아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기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번 감사를 진행한 대한체육회는 상황이 여기까지 치닫도록 방관했던 대한빙상경기연맹에게 진상 규명 및 처벌을 맡겼다. 결국 한국 스포츠계가 늘상 그래왔듯이 대충 시늉만 하고, 덮겠다는 것이다. 또한 대한빙상경기연맹은 4월 23일~24일 대표선발전 이후에 이 문제를 조사하겠다고 한다.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반성도 안 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부끄러움이란 걸 모른다. 그저 시간이 흘러 세간의 주목이 사그라지기만 기다리고 있는 한심스러운 작태에 불과하다.

더 이상 말뿐인 사과는 필요 없다. 이들이 벌인 싸움판에 결국 어린 선수들은 희생당하고, 한국 스포츠계는 더욱 심각하게 성적지상주의에 매몰되어 가고 있는 현실을 더 이상 묵인할 수 없다. 그렇기에 오늘의 이토록 수치스럽고 불명예스러운 상황을 스스로 자초한 대한빙상경기연맹과 쇼트트랙 코칭스태프는 이번 사태를 통감하고, 관련자들은 모두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우리는 수십 년에 걸쳐 성적지상주의라는 일그러진 욕망이 빚어낸 구조적인 모순과 부조리가 각종 비리와 조작이 난무하는 한국 스포츠계의 현실을 조장해 왔고, 이를 정당화하고 방관해 왔던 것은 다름 아닌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한국 스포츠계라는 명백한 사실을 다시금 강조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제는 너무나 많은 이들이 이 진실을 알고 있기에 대한체육회는 더 이상 은폐하거나 피해갈 곳이 없음을 자각해야할 것이다.

권위와 권력을 남용하고, 조작과 비리를 일삼는 스포츠는 이미 스포츠가 아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 스포츠계는 스스로 균형감각도 최소한의 양심도 잃어버리고 말았다. 불행한 현실이다. 성적이 모든 것을 용서한다는 저열한 인식과 지도자들의 사익을 채우기 위해 선수가 희생되는 한국 스포츠는 이제 변해야 한다.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한국 스포츠계는 사회적으로 고립될 것이다.
더 이상의 퇴보는 한국 스포츠계의 미래를 보장해줄 수 없다. 그렇기에 이번 사태를 한낱 해프닝으로 넘기려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이에 대한체육회를 비롯한 한국 스포츠계는 스스로가 만든 과오를 인정하고, 구시대적인 발상과 태도를 과감히 버려야 할 것이다. 이것이 스포츠 정신과 사회적 상식이 통하는 한국 스포츠계로 변화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

2010년 4월 9일
문화연대(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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