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흔들리는 정세 속에서 문화사회를 상상하는 활동가들이 주목하는 이슈브리핑,
2024년 3호
파리올림픽 특집
― 올림픽이여, 안녕
여는 글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2024 파리하계올림픽이 지난 8월 11일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파리올림픽은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여러 시민들과 사회운동의 관심이 모인 행사이기도 합니다. 올림픽의 대미를 남자 마라톤이 아니라 여자 마라톤으로 장식하는 등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성평등에서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고요. 또한 지속가능성과 친환경을 키워드로 탄소배출량 감소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고 해요.
언론에는 선수들이 써내려간 감동적인 이야기와 빛나는 장면들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이죠. 문화연대는 파리올림픽 이전부터 메가스포츠이벤트로서 올림픽에 대해 반대해왔습니다. 올림픽을 개최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재정적자와 재개발, 환경파괴 문제 등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모두를 위한 스포츠라는 측면에서도 올림픽은 엘리트스포츠에만 집중한다거나, 국가주의를 공고하게 한다는 등 여러 문제를 갖고 있죠.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도 마찬가지 문제의식을 갖고, 주의 깊게 살펴보았습니다.
누구보다 올림픽에 반대하지만, 누구보다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문화연대 함은주 집행위원은 칼럼 <못마땅하지만 보고싶어 올림픽>을 기고해주었습니다. 파리올림픽이 개막하기 앞서, 파리올림픽이 가진 재개발·환경파괴 등 메가스포츠이벤트로서 지닌 문제에 주목하는 한편, 그럼에도 스포츠 경기를 보고 싶은 마음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올림픽과 한국 체육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이를 살펴보기 위해 문화연대 대안체육회에선 지난 7월 중순부터 3주간 <2024년 파리올림픽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올림픽을 둘러싼 우리의 인식이 어떠한지에 대해 살펴봅니다.
이어서 대안체육회 정희준 집행위원은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사기극: 누가,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가>에서 올림픽이 가진 역사적인 문제점과 경제적 손실, 환경파괴에 대해 살펴봅니다. 특히 한국의 평창올림픽을 되짚어보며, 올림픽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사기극이라고 고발하였고요. 대안체육회 박이현 활동가는 <파리올림픽에 맞선 사회운동의 대응>을 통해 난개발, 환경파괴, 장애인권 침해, 성소수자 혐오 등에 맞서 싸우는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이번 파리올림픽을 통해 한국의 체육 협회와 연맹이 가진 여러 문제점이 다시 한 번 드러났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연속해서 본선에 진출했던 축구에서 한국팀이 탈락하며 대한축구협회가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고요, 올림픽 기간 중 배드민턴 세계랭킹 1위 안세영 선수는 우리나라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문제점을 폭로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흔들이슈 파리올림픽 특집호 마지막 꼭지는 올림픽을 통해 드러난 한국의 체육 단체들이 지닌 구조적인 문제점을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논평 '파리올림픽으로 드러난 대한체육회 및 산하 단체의 민낯'입니다.
올림픽이여, (제발) 안녕!
| 목차 ① 못마땅하지만 보고싶어 올림픽 | 문화연대 대안체육회 함은주 ② 2024년 파리올림픽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 | 문화연대 대안체육회 박이현 ③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사기극: 누가,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가 | 문화연대 대안체육회 정희준 ④ 올림픽에 맞선 사회운동의 대응 | 문화연대 대안체육회 박이현 ⑤ 파리올림픽으로 드러난 대한체육회 및 산하 단체의 민낯 | 문화연대 대안체육회 |

못마땅하지만 보고 싶어, 올림픽
함은주 | 문화연대 대안체육회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1984년 로스엔젤레스 올림픽 이후 40년만이라 한다. 축구 말고도 여자 핸드볼을 제외한 단체 구기 종목 모두 2024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을 하지 못했다. 연일 언론에서는 대한민국의 엘리트 스포츠가 붕괴되었다고 난리다. 파리올림픽에 1980년 이후 최소 규모의 선수단 파견이 예상된다며 종합순위 15에서 20위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난 이런 생각이다. 그게 뭐 어때서?
“올림픽 대회는 세계에서 유일한, 진정한 지구촌의 종합 스포츠 대회이자 축제의 한마당. 올림픽은 전 세계가 경쟁하며, 영감을 얻고, 하나가 되는 대회”라면서 국가 대항으로 경쟁을 시키고 국가마다 메달 수를 세어가며 순위를 매기면서 연대와 평화를 강조하는 모순의 메가스포츠이벤트, 올림픽. 못마땅하다.
2024파리올림픽만 해도 그렇다. ‘연대, 탁월, 우정, 존중’이라는 가치를 천명하며 ‘사회적 책임과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 생태적 책임’의 대회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약 2주간의 대회를 위해 파리 및 근교의 거주하는 이주민과 노숙자들을 쫓아내는 일종의 ‘올림픽 청소’가 논란이 다. 올림픽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파리 시내 대중 교통비를 대폭 인상하고 시민들에게는 재택 근무를 주문하거나 택배 주문 금지까지 권고한다. 혁명의 국가, 자유와 박애의 가치를 상징하는 모자(phrygian cap)를 올림픽 마스코트로 삼은 나라에서 말이다. 이것 또한 모순이고 못 마땅한 점이다.
이 뿐이 아니다. 탄소 발자국 50% 절감을 목표로 하며 친환경 올림픽 진행을 내세웠지만 복잡한 물류와 교통, 대규모 선수 및 관광객의 이동 자체가 탄소 발생을 급증시키는 요인이다. 올림픽이라는 행사, 그 행사가 치러지는 방식 자체가 환경, 기후에 위협이 된다. 이 외에도 인권, 차별, 정치적 논란거리를 가리는 워싱 수단으로 올림픽이 이용된다는 점도 매우 못마땅하다. 그래서 올림픽에 최소 규모 선수단이 파견될 것이라는 둥, 종합순위가 20위 로 하락될 지도 모른다는 둥의 뉴스들이 마뜩치 않다. 올림픽을 구실로 엘리트 체육이 위기라며 엘리트 체육을 살리기 위한 정책과 예산의 집중을 요구하는 체육계가 못마땅하고 모두를 위한 스포츠를 내세우면서도 엘리트 체육의 국제 경쟁력을 강조하고 국위선양에 목매는 정부도 보기 싫다. 올림픽이 우리에게, 전 지구에 이로운 것인 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렇지만, 파리올림픽이 궁금하다. 보고 싶고 기대도 된다. 올림픽에서만 볼 수 있는 (비인기) 스포츠 종목들이 새롭고, 선수 개인들이 보여주는 탁월한 스포츠 기술들, 그 다양하고 유려한 몸짓들과 패기들은 보고 또 봐도 즐겁다. 파리올림픽에서 처음 채택된 브레이킹 댄스 종목이 어떻게 운영될지 궁금하다. 제한적이지만 처음으로 남성출전이 허용된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경기는 또 어떤 모습일까?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일반인들의 참가 이벤트가 열리는 마라톤, 사이클도 기대가 된다. 매 회마다 등장하는 올림픽 출전 선수들의 스포츠 정신과 감동 서사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빼 놓을 수 없다. 나에게 스포츠가 참 그렇다. 아픈 자식 같다. 애증의 연인 같다. 올림픽, 스포츠가 가진 고질 병을 치료하려고 애쓰지만 잘 낫지 않아 지긋지긋하고 밉다. 하지만 내칠 수 없는 내 핏줄이고 뿌리다. 미워하지만 사랑하고 선망한다. 이번 여름도 이 마음 저 마음, 지옥과 천당을 오가며 올림픽을 보겠다.

2024년 파리올림픽 대국민 인식조사
문화연대 대안체육회
스포츠 인권 운동을 하다보면, 왜 유독 스포츠 만이 인권에서 예외취급받는지 궁금해지곤 합니다. 최근 손축구 아카데미 폭력 사태를 바라보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운동 선수가 되려면, 맞아야 해'라는 논리로 댓글 다는 걸 보며 또 한 번 그런 생각을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권은 확장되고 있을지 모릅니다. 올림픽을 바라보는 우리 시민들의 시선도 예전과는 꽤나 다르죠. 옛날엔 은메달을 따도 1등을 못했다며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무관의 선수들에게도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편, 스포츠를 통해 우민화 정책을 펴던 군사정권 시기에 비해 올림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확연히 식은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정말 올림픽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식었을까요? 파리올림픽을 둘러싼 사회적 쟁점 중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는 무엇일까요? 사람들은 우리나라 스포츠계의 병폐가 무엇이라 생각할까요? 그리고 대한민국 스포츠가 더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아니, 꼭 발전해야만 하나요?) 올림픽과 한국 체육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여러 질문들이 맴돕니다.
하여 올해 파리올림픽 개최 기간에 맞춰, 문화연대 대안체육회에서 '2024년 파리올림픽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수집 상의 한계로 인해, 충분한 표본은 아니지만 149분이 참여해주셨어요. 참, 응답자의 연령대는 나이는 40대 34.9%, 30대 25.5%, 50대 26.2%, 20대 7.4%순이었으며, 응답자의 성비는 여성 44%, 남성 56%였는데요. 그런데 응답자의 정치성향은 진보 53%, 중도 33.6%, 관심없음 10.7%, 보수 2% 순으로, 다소 편향적인 데이터이긴 합니다. 참고하셔요.


▷ 설문조사를 기획한 저희 입장에서 생각보다 올림픽을 주제로 주변과 대화를 하지 않는구나 싶었어요. 아마 응답자의 93%가 올림픽 개막 전에 설문에 응답해서 그런 듯 합니다. 지금 다시 조사해본다면 조금은 달라졌겠죠?
▷1번 설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대답이 많았습니다. 아직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나눌 기회는 적었지만, 그래도 81%나 되는 사람들이 올림픽 경기를 시청할 계획이라고 응답하였습니다.

▷ 한국은 종합 8위로 파리올림픽을 마무리하였습니다. 10위권 안일 거라고 답한 비율이 20% 가량이네요. 실은 메달의 개수로 국가 간 서열을 매기는 일 자체가 촌스러운 일이죠? 금메달 개수로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도 문제가 있고요.

▷ 저희의 예상과 같이, 과거에 비해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낮아졌다고 응답한 비율이 77%나 되었습니다.

▷ 올림픽 인기가 떨어진 이유가 스포츠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닐거라고 설문결과는 말하고 있습니다. 민생이 어려워서 그렇다는 응답에 긍정적인 비율이 높다는 것도 인상적이네요.

▷ 도핑, 상업화 등 스포츠 내적 이슈보다 올림픽을 둘러싼 사회적 이슈에 더욱 관심이 많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응답자가 환경 및 기후 이슈에 관심을 보여주고 있네요. 상대적으로 사회적인 관심이 많은 분들이 설문에 참여해주셨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7번 설문에선 올림픽에 출전하는 자국 선수의 규모와 관련하여 의견이 꽤나 갈린다는 걸 확인할 수 있네요. 8번 설문 응답결과를 살펴보면, 폭력과 비리 등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원인으로 꼽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 적어도 훈육과 체벌이 좋은 성적에 대한 답이 될 수 없다는 점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한편, '운동선수는 공부보다는 운동만 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란 항목에 부정적인 응답을 하신 분은 60%로 생각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10번은 긍정적인 답변이 대부분이네요. 설문자가 제시한 대안에 대부분 동의하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사기극: 누가,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가*
정희준 | 문화연대 대안체육회
가리왕산 복원은 과연 가능할 것인가? 올림픽 경기장의 사후 활용 방안으로 무엇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런 고민 할 필요 없다. 올림픽 시설물의 사후 활용 방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올림픽은 평소에는 하지 않을 행사를, 보름에 걸쳐, 한 곳에서 하는 것이다. 경기장, 숙소, 프레스센터 등은 서로 30분 이내에 위치해야 하고 평소엔 엄두도 못 낼 큰 경기장을 지어야 한다. 특히 동계올림픽은 개최의 전제가 환경 파괴다. 강원도는 이러한 지식 또는 인식 없이 올림픽을 유치했다.
게다가 평창동계올림픽은 1988년 서울올림픽의 신화에 젖어있던 우리를 거대한 착각의 세계로 밀어 넣었다. 스포츠와 민족주의가 결합한 여기에 개발주의가 올라탔다. 올림픽 한 방이면 우리가 일약 세계 강국이 되고 우리를 부자로 만들어 줄 것으로 믿게 만들었다. 강원도민을 맹신에 빠지게 했고 국가적으로 광풍이 불었다.
세계대전 이후 올림픽은 전범 국가들의 ‘국제무대 컴백 프로젝트’였다. 당연히 국가 주도 행사였다. 그런데 도시가 개최하겠다고 나선 첫 사례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1976년 캐니다 몬트리올. 몬트리올은 개최 후 도시가 부도 직전까지 몰렸다. 그 빚 갚는 데 30년 걸렸다.
올림픽 개최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개최 도시마다 반복되더니 2000년 아테네올림픽 부터는 국가가 재정적 타격에 시달리거나 환경 파괴 논란이 부각되는 등 대회 자체가 엉망진창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소치와 리우는 그래서 ‘역대 최악’의 오명을 연이어 뒤집어쓰게 된다.
올림픽 개최로 인한 문제가 심각해지자 IOC가 태세 전환에 나섰다. 갑자기 환경을 떠들기 시작했다. IOC헌장은 “IOC는 올림픽이 환경친화적 상황에서 개최하는 것을 확보하고 올림픽 선수들은 책임 있는 태도로 환경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쓰고 있다. ‘개뻥’이다. IOC가 ‘아젠다2020’을 발표했던데 이는 위기에 몰린 IOC의 생존전략일 뿐이다. 탄소중립을 원하고 지역 생태계에 해를 끼치지 않기를 원한다면 올림픽은 폐지하는 것만이 정답이다. 최근 들어 환경을 떠들고 지속가능성을 강요하며 ‘올림픽 레거시’를 홍보하는 이들의 모습은 한마디로 가증스럽다.
강원도는 원래 스포츠를 좋아해서 올림픽을 유치한 게 아니다. 도지사의 정치적 욕망, 그리고 개발사업이 목적이었다. 원래 올림픽 같은 스포츠 메가이벤트는 ‘도시 재개발 면허증’이다. 개최권만 가져오면 그거 ‘한 방’으로 도시 곳곳을 밀어버릴 수 있다. 그리고 지역엔 수많은 공사판이 벌어진다. 이권의 경연장이 된다. 그래서 개최 준비가 지지부진하고 북한의 위협으로 유럽 국가들의 불참 이야기가 나오면서 올림픽 분위기도, 국민 여론도 기대에 못 미치자 강원도에서 이런 말이 돌았다. “이제 SOC 얻을 거 다 얻었으니 올림픽 반납하면 안 되나?”
개최가 다가오자 강원도는 급해졌다. 무수한 토론회, 공청회를 열었다. 발표자들이 연이어 떠들어댄 게 첫째, 강원도를 스토리텔링화 하자는 것과 둘째, 올림픽 레거시(유산)를 남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없던 스토리텔링이 갑자기 만들어질 리 만무하다. 많은 교수들이 강원도의 특성을 고려했다면서 약초 및 의료와 관광을 접목한 힐링산업, 컨벤션 등 MICE산업, 유기농식품 재배 및 해외 수출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얼토당토 않는, 전문성은 물론 현실성도 없는 제안을 막 던지는 수준이었다.
또 조직위는 올림픽 레거시, 즉 올림픽 유산이라는 생경한 개념을 갑자기 떠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는 폐막 후 쓸모없는 경기장과 개최지 주민들에게 떠안겨지는 엄청난 재정적자로 인한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 IOC가 만들어낸, 실체 없는 개념일 뿐이다. IOC가 고안해 낸 사기성 짙은 기만술임에도 많은 이들이 이를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도대체 그게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당연하지. IOC도 모르는데 우리가 어떻게 아나? 실적이 없자 조직위는 급기야 올림픽 유산을 '개발'해야 한다며 나섰다. 개최준비도 힘들어 죽겠는데 무슨 유산까지 개발해야 하는가.
조직위는 대회 폐막 후 크로스컨트리·바이애슬론 경기장은 골프장으로,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는 축구장으로, 피겨·쇼트트랙의 강릉아이스아레나는 실내수영장으로, 아이스하키가 열리는 관동대 아이스하키 경기장은 실내체육관으로, 그리고 인구 4000명 뿐인 횡계리에 지어지는 4만 명 규모를 자랑하는 올림픽 개·폐회식장은 차후 공연장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한다. 동계올림픽의 유산이 왜 골프장, 축구장, 공연장인가. 도대체 올림픽 레거시는 어디에 있나.
가장 웃긴 건 (정말 웃기다) 스피드스케이팅장이다. 폐막 후 도무지 활용할 방법이 없는 이 경기장의 용도로 냉동창고가 심각하게 고려되기도 했다. 올림픽경기장에 냉동 해산물을 보관한다? 그렇다면 평창올림픽의 유산이 냉동 해산물, 얼린 오징어란 말인가?
사실 강원도는 얻을 건 다 얻었다. 강릉, 속초 등 영동지역은 관광객이 늘었다. 다 올림픽 덕이다. 우리나라 관광시장은 수도권 인구가 모든 걸 결정하는데 올림픽 이후 수도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지역이 강원도다. 강원도엔 KTX와 고속도로가 올림픽 유산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역불균형의 덫에 빠져있다. 영서지역은 올림픽 개최의 혜택을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
가리왕산의 복원은 불가능하다. ‘복원’이라는 표현부터 언어의 오용이다. 몬트리올은 경제적 손실을 복구하는데 30년 걸렸다. 환경의 복원은 몇백, 몇천 년이 걸려도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뜯겨진 가리왕산을 바라보며 공동체가 함께 반성해야 한다. 그것이 올림픽 유산이 되어야 한다.
혹 계획을 세운다면 그것은 백년에 걸친 계획이어야 한다. 개최 직전 여러 토론회에서 쏟아낸 제안들은 한마디로 코미디였다. 온갖 비전문가들의 말잔치였고 마치 초등학교 미술시간을 보는 듯했다. “너희들 하고 싶은 대로 만들어봐.”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프로젝트여야 한다. 지금의 기술로는 방법이 없으니 미래 기술에 희망을 걸고 남겨놓아야 한다. 지금의 의학 기술로는 희망이 없는 불치병을 고치기 위해 스스로 냉동인간이 되어 미래 기술에 몸을 맡기듯 말이다.
*2007년 이후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메가이벤트 관련 칼럼들의 내용을 일부 활용

파리올림픽에 맞선 사회운동의 대응
박이현 | 문화연대 대안체육회
연달아 10점을 쏘며 탁월한 기량을 뽐내는 선수들의 모습, 아쉽게 메달권에 들지 못한 선수들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 등 파리올림픽에서의 '감동적인 순간들'이 스크린에서 밝게 빛나고 있다. 하지만 인기있는 메가스포츠이벤트 뒷면엔 긴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다. 올림픽을 둘러싼 사회 문제들을 조망하는 한국의 다양한 사회운동 세력들의 활동과 글을 소개하려 한다.

하나. 평창올림픽반대연대, 파리의 난개발을 고발하다
지난 7월 25일, 서울 망원동 플랫폼씨 사무실에서 평창올림픽반대연대 주최로 이야기모임 '올림픽재해는 필요없다'가 열렸다. 평창올림픽반대연대는 파리올림픽에 맞서 지난 5월 <'2024 파리 올림픽·패럴림픽 약탈의 지도' 발간회>를 개최하였으며, 올림픽반대모임(도쿄)를 비롯해 전세계 여러단체들과 함께 <파리와 연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이야기모임에서 평창올림픽반대연대는 도시 난개발 문제와 감시 강화 등 올림픽으로 인한 여러 사회적 문제들을 고발했다. 올림픽이 원활히 수행될 수 있도록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국가는 '도시정화사업'을 실시하는데,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도 여지 없이 주거취약계층이 그들의 거주지로부터 동시다발적으로 쫓겨났다. 센 강변 노숙인 주거지, 파리시청 인근 노숙인 역시 강제퇴거되었다. 특히 이주민들은 거주지를 잃게 되며 체류권마저 위협받게 되었다고 한다. 심지어 노숙인들을 퇴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거리에서 앉거나 눕는 일 자체를 불법화하는 법안이 얼마전 프랑스에서 통과되었고 한다. 매 올림픽마다 반복되는 일이다.
가난한 자들 뿐만 아니라, 시민 모두가 예측 치안과 감시로 인해 인권을 침해받게 되었다. 파리올림픽을 위해 프랑스는 유럽 최초로 AI 기반의 예측 치안을 실시하였다. '예측 치안'은 어떤 행위를 하지 않았음에도, 정황 만으로 체포 및 구금, 처벌을 가능하게 하는 개념이다. 파리올림픽을 위해 1,000여개가 넘는 감시 카메라가 추가되었는데, 이들이 어떤 알고리즘에 의해 운영되는지 그리고 어떤 업체가 담당하는지 시민들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더욱이 큰 문제는 올림픽이 끝나고도, 올림픽을 통해 마련된 감시 체제가 유지된다는 점이다.
평창올림픽반대연대는 파리올림픽이 내세우는 지속가능성, 생태친화적 올림픽이란 슬로건 역시 모순적이라고 비판한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도 경기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적지않은 습지와 숲과 농지가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그 중엔 시민들이 공유지로 일구어온 사클레의 ZAD(대규모개발예정지구라는 뜻이었으나 생태활동가들이 지켜야하는 땅이라는 말로 전유해서 사용하고 있는 용어)도 포함되어있다. 개최지인 프랑스 파리 뿐만 아니라, 서핑 경기가 열리는 타히티 일대에서도 개발이 진행되었다. 개발을 앞두고 수백명의 시민들이 모여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타히티 주민들은 여전히 의사결정과정에서 배제되었다고 한다.
평창올림픽반대연대는 올림픽 문제에 대한 자료, 저항의 목소리를 담은 도서와 인쇄물을 공유하기 위해 파리올림픽 개최기간에 맞춰 '올림픽 반대 도서관'을 서울 마포구에서 한시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하니 많이들 찾아주셨으면 좋겠다.

둘. 녹색연합, 가리왕산 복원을 다시 외치다

녹색연합은 파리올림픽 기간 동안, 2018 평창올림픽 당시 훼손된 가리왕산을 복원하기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가리왕산은 조선시대부터 500년 넘게 이어져온 국가보호림이다. 하지만 평창올림픽 알파인 활강 경기 부지로 선택되며, 단 3일간의 경기를 위해 10만 그루의 나무가 베어졌다. 이곳엔 멸종 위기종 삵, 담비, 하늘다람쥐, 수달 같은 야생동물들의 거주지이기도 하다. 수많은 단체와 시민들이 항의한 끝에, 정부는 올림픽이 끝난 후 가리왕산을 원래 모습으로 복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태까지 강원도와 정선군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고, 올림픽 이후 현재까지 여전히 가리왕산은 황폐하게 내버려져있다. 심지어 마구잡이 벌목으로 인해 매년 산사태가 발생하고 있기도 하다고 한다.
올해 3월 ,윤석열 대통령은 강원도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올림픽이 남긴 유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차원에서 스키 경기장으로 활용되었던 정선 가리왕산을 산림형 정원으로 조성해, 작년에만 18만 명이 찾은 관광명소를 더 많은 국민이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며, 지난 정부의 약속을 뒤엎어버리기까지 했다.
녹색연합은 가리왕산을 복원하는 것이야 말로 올림픽 유산이라며, 가리왕산 원형 복원을 위해 2,500명을 목표로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셋. 성소수자 활동가, 언론의 혐오를 고발하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도 언론으로부터 성소수자 혐오적인 내용이 끊이지 않았다. 개막 당일부터 개막식에서 나타난 성소수자 당사자와 성소수자 문화에 대해 부정적인 논조의 기사들이 심심치 않게 보도되었다.
특히 혐오의 표적이 된 건 여자 복싱 경기에서 이마네 칼리프 선수다. 각종 언론에서 그녀가 XY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가 이어졌다. 지난해 칼리프 선수를 두고 국제복싱협회(IBA)의 여자 대회 출전 자격 박탈 조치를 한 일 때문에 논란은 더욱 커졌다. 많은 언론들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IBA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며 트랜스젠더 혐오를 퍼뜨렸다.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는 언론의 반인권적이고 보도윤리를 저버린 행태를 비판하며, 올림픽 기간 트랜스젠더 및 성소수자 혐오 관련 올림픽 언론보도 제보 채널을 운영했다. 시민들의 제보한 사례들을 모아, 8월 말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칼리프 선수와 관련하여 성소수자 활동가들이 기고한 칼럼 몇 편을 소개하려 한다. 먼저 주영민 성소수자 프리랜서 미디어 활동가는 한겨레 칼럼 <올림픽 ‘XY염색체 논란’ 보도, 혐오를 보여줬다>를 통해, 염색체 논란의 배경과 현황, 그리고 염색체와 운동능력을 둘러싼 과학적 사실을 얘기한다. 무엇보다 문제는 협회와 언론이 사실이 아닌 내용을 보도할 뿐만 아니라,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는 게 의 주장이다.
또한,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채윤 활동가는 칼럼 <여자 스포츠와 가짜 뉴스>를 통해 올림픽 초창기부터 이어내려온 여성혐오와 이를 부추기는 언론의 행태에 대해 고발하였다. 근대올림픽은 1896년에 시작되었는데 1928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여성 참여가 일부 허용되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여성들에게 장거리 달리기는 위험하다며 1960년이 되기까지 여성 달리기 종목은 200미터까지로 제한되었다고 한다. 한채윤 활동가는 칼럼에서 "여자는 연약하고 남자만큼 스포츠를 할 수 없다는 편견과 싸운 역사가 곧 올림픽의 역사다"고 새로이 올림픽을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제공한다.
셋.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휠체어 타고 파리로 향하다

파리올림픽에 이어 개최되는 파리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시기에 맞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에서 장애인 당사자 및 장애인권활동가 30여명으로 특사단을 구성해 파리로 떠난다. 패럴림픽은 전쟁으로 인해 장애를 얻게 된 사람들의 치유와 재활을 위해 시작되었으며, 여전히 장애를 극복해야할 대상으로 바라본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패럴림픽 개최 시기 전세계의 이목이 파리로 집중되는 만큼, 전장연은 한국의 장애인 권리 약탈에 대해 고발하고 장애인의 권리에 대해 알리기 위해 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장애인 권리와 관련한 단체와 주요 전문가들을 만나 여러 국가의 정책과 사례를 나누고 네트워킹하여, 한국의 장애인 정책 개선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동권이 제한된 한국에선, 파리로 떠나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중증와상장애인이 비행기로 이동할 때 의료용 침대를 이용한다는 이유로 정상운임의 6배를 지불하도록 강요하고 있는데, 사실상 와상장애인의 비행기 탑승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일에 다르지 않다. 전장연은 동일인간-동일요금을 주장했지만, 대한항공의 부처간 책임 떠넘기기 속에 결국 와상장애인은 특사단으로 해외에 나갈 수 없게 되었다.
이에 전장연은 지난 8월 9일, 국가인권위를 방문해 대한항공 측에 진정을 접수하고 한진KAL 본사로 이동하여 규탄 결의대회를 열었다.


파리올림픽으로 드러난 대한체육회 및 산하 단체의 민낯
문화연대 대안체육회
파리올림픽이 지난 8월 11일 막을 내렸다. 메가스포츠이벤트로서 파리올림픽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지속가능성과 환경보호를 표방하고 있었지만 난개발로 많은 습지와 숲이 파괴되었고, 주거취약계층 역시 올림픽을 앞두고 도시에서 쫓겨나야만 했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가장 여실히 드러난 문제는 대한체육회 및 산하 단체가 과도한 권력을 지니고 있어, 방만한 운영과 비윤리적인 임원진, 비민주적인 조직구조에도 불구하고 거의 견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한체육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지만, 인사와 예산 운영이 불투명하고 비합리적이다. 대한체육회와 국가올림픽기구(NOC)가 통합되어있어, 대한체육회가 국가올림픽기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내세우며 공공기관으로서 책무를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직후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은 “올림픽을 앞두고 해병대 훈련을 거친 결과”라고 자화자찬했다. 이 회장은 작년 12월 선수들의 정신력이 해이해졌다며 해병대 입소훈련을 추진한 바 있다. 시대에 뒤처진 인권 의식을 가진 이기흥 회장은 올해 셀프 정관변경을 통해 3선 연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언론이 비판해왔지만, 대한체육회가 지닌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력 탓에 제동을 걸기란 쉽지 않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출전하는 선수는 144명으로 줄었는데 파견되는 임원은 118명으로 거의 유지되었을 뿐만 아니라, 소요 예산은 121억 7500만원으로 지난 올림픽 대비 거의 두 배로 늘어 예산 낭비 논란을 피하기 힘들어보인다. 또한 대한체육회의 여비규정에 국외여행에서 '회장은 1등석, 임원은 비즈니스석'을 이용하게 되어있어 선수보다 특혜를 받고 있다는 게 드러나기도 했다.
인권에 대한 무지, 행정적인 무능 뿐만 아니라 협회 임원들의 윤리성 문제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올림픽 기간 동안 지역체육회 임원들이 양궁장에서 추태를 부리다가 여론의 비난을 받는 한편, 대한사격연맹 신명주 회장이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의 임금 체불 문제가 공론화되며 사직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가장 큰 파문을 일으킨 건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안세영 선수가 대한배드민턴협회을 고발한 내용이다. 안 선수의 비판을 통해 국제대회 개인자격 출전 문제, 스폰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으며, 협회의 ‘국가대표 운영 지침’ 역시 큰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지침에 따르면 선수들은 '지도자의 지시와 명령에 복종'해야 하며, '담당 지도자 허가 없이는 훈련 불참·훈련장 이탈 불가'하다는 등 반인권적인 내용이 가득하다.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협회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국가대표 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는 규정을 새로 만든 것도 확인되었다.
스포츠 인권에 있어 우리나라는 이미 큰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은 죄인 마냥 고개를 숙여야 했지만, 이젠 경기가 끝나면 아쉬움에 눈물 흘리면서도 당당하고 행복하게 웃기도 한다. 국민들도 선수들이 메달을 따지 못했다고 비난하기보다 그간 선수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응원하는 분위기다. 이미 우리는 국위선양을 위해 선수의 삶이 희생되는 국가주의 스포츠 패러다임에서 벗어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체육회와 경기단체들은 여전히 구시대에 머무르고 있다. 전반적인 체육 정책 혁신을 통해, 대한체육회에 대한 공적 관리 감독을 강화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대한체육회와 국가올림픽기구의 분리를 비롯해, 공공성과 민주성을 강화하기 위해 체육단체의 전반적인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 흔들리는 정세 속에서 문화사회를 상상하는 활동가들이 주목하는 이슈브리핑,
2024년 3호
파리올림픽 특집
― 올림픽이여, 안녕
여는 글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2024 파리하계올림픽이 지난 8월 11일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파리올림픽은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여러 시민들과 사회운동의 관심이 모인 행사이기도 합니다. 올림픽의 대미를 남자 마라톤이 아니라 여자 마라톤으로 장식하는 등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성평등에서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고요. 또한 지속가능성과 친환경을 키워드로 탄소배출량 감소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고 해요.
언론에는 선수들이 써내려간 감동적인 이야기와 빛나는 장면들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이죠. 문화연대는 파리올림픽 이전부터 메가스포츠이벤트로서 올림픽에 대해 반대해왔습니다. 올림픽을 개최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재정적자와 재개발, 환경파괴 문제 등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모두를 위한 스포츠라는 측면에서도 올림픽은 엘리트스포츠에만 집중한다거나, 국가주의를 공고하게 한다는 등 여러 문제를 갖고 있죠.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도 마찬가지 문제의식을 갖고, 주의 깊게 살펴보았습니다.
누구보다 올림픽에 반대하지만, 누구보다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문화연대 함은주 집행위원은 칼럼 <못마땅하지만 보고싶어 올림픽>을 기고해주었습니다. 파리올림픽이 개막하기 앞서, 파리올림픽이 가진 재개발·환경파괴 등 메가스포츠이벤트로서 지닌 문제에 주목하는 한편, 그럼에도 스포츠 경기를 보고 싶은 마음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올림픽과 한국 체육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이를 살펴보기 위해 문화연대 대안체육회에선 지난 7월 중순부터 3주간 <2024년 파리올림픽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올림픽을 둘러싼 우리의 인식이 어떠한지에 대해 살펴봅니다.
이어서 대안체육회 정희준 집행위원은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사기극: 누가,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가>에서 올림픽이 가진 역사적인 문제점과 경제적 손실, 환경파괴에 대해 살펴봅니다. 특히 한국의 평창올림픽을 되짚어보며, 올림픽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사기극이라고 고발하였고요. 대안체육회 박이현 활동가는 <파리올림픽에 맞선 사회운동의 대응>을 통해 난개발, 환경파괴, 장애인권 침해, 성소수자 혐오 등에 맞서 싸우는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이번 파리올림픽을 통해 한국의 체육 협회와 연맹이 가진 여러 문제점이 다시 한 번 드러났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연속해서 본선에 진출했던 축구에서 한국팀이 탈락하며 대한축구협회가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고요, 올림픽 기간 중 배드민턴 세계랭킹 1위 안세영 선수는 우리나라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문제점을 폭로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흔들이슈 파리올림픽 특집호 마지막 꼭지는 올림픽을 통해 드러난 한국의 체육 단체들이 지닌 구조적인 문제점을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논평 '파리올림픽으로 드러난 대한체육회 및 산하 단체의 민낯'입니다.
올림픽이여, (제발) 안녕!
① 못마땅하지만 보고싶어 올림픽 | 문화연대 대안체육회 함은주
② 2024년 파리올림픽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 | 문화연대 대안체육회 박이현
③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사기극: 누가,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가 | 문화연대 대안체육회 정희준
④ 올림픽에 맞선 사회운동의 대응 | 문화연대 대안체육회 박이현
⑤ 파리올림픽으로 드러난 대한체육회 및 산하 단체의 민낯 | 문화연대 대안체육회
못마땅하지만 보고 싶어, 올림픽
함은주 | 문화연대 대안체육회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1984년 로스엔젤레스 올림픽 이후 40년만이라 한다. 축구 말고도 여자 핸드볼을 제외한 단체 구기 종목 모두 2024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을 하지 못했다. 연일 언론에서는 대한민국의 엘리트 스포츠가 붕괴되었다고 난리다. 파리올림픽에 1980년 이후 최소 규모의 선수단 파견이 예상된다며 종합순위 15에서 20위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난 이런 생각이다. 그게 뭐 어때서?
“올림픽 대회는 세계에서 유일한, 진정한 지구촌의 종합 스포츠 대회이자 축제의 한마당. 올림픽은 전 세계가 경쟁하며, 영감을 얻고, 하나가 되는 대회”라면서 국가 대항으로 경쟁을 시키고 국가마다 메달 수를 세어가며 순위를 매기면서 연대와 평화를 강조하는 모순의 메가스포츠이벤트, 올림픽. 못마땅하다.
2024파리올림픽만 해도 그렇다. ‘연대, 탁월, 우정, 존중’이라는 가치를 천명하며 ‘사회적 책임과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 생태적 책임’의 대회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약 2주간의 대회를 위해 파리 및 근교의 거주하는 이주민과 노숙자들을 쫓아내는 일종의 ‘올림픽 청소’가 논란이 다. 올림픽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파리 시내 대중 교통비를 대폭 인상하고 시민들에게는 재택 근무를 주문하거나 택배 주문 금지까지 권고한다. 혁명의 국가, 자유와 박애의 가치를 상징하는 모자(phrygian cap)를 올림픽 마스코트로 삼은 나라에서 말이다. 이것 또한 모순이고 못 마땅한 점이다.
이 뿐이 아니다. 탄소 발자국 50% 절감을 목표로 하며 친환경 올림픽 진행을 내세웠지만 복잡한 물류와 교통, 대규모 선수 및 관광객의 이동 자체가 탄소 발생을 급증시키는 요인이다. 올림픽이라는 행사, 그 행사가 치러지는 방식 자체가 환경, 기후에 위협이 된다. 이 외에도 인권, 차별, 정치적 논란거리를 가리는 워싱 수단으로 올림픽이 이용된다는 점도 매우 못마땅하다. 그래서 올림픽에 최소 규모 선수단이 파견될 것이라는 둥, 종합순위가 20위 로 하락될 지도 모른다는 둥의 뉴스들이 마뜩치 않다. 올림픽을 구실로 엘리트 체육이 위기라며 엘리트 체육을 살리기 위한 정책과 예산의 집중을 요구하는 체육계가 못마땅하고 모두를 위한 스포츠를 내세우면서도 엘리트 체육의 국제 경쟁력을 강조하고 국위선양에 목매는 정부도 보기 싫다. 올림픽이 우리에게, 전 지구에 이로운 것인 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렇지만, 파리올림픽이 궁금하다. 보고 싶고 기대도 된다. 올림픽에서만 볼 수 있는 (비인기) 스포츠 종목들이 새롭고, 선수 개인들이 보여주는 탁월한 스포츠 기술들, 그 다양하고 유려한 몸짓들과 패기들은 보고 또 봐도 즐겁다. 파리올림픽에서 처음 채택된 브레이킹 댄스 종목이 어떻게 운영될지 궁금하다. 제한적이지만 처음으로 남성출전이 허용된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경기는 또 어떤 모습일까?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일반인들의 참가 이벤트가 열리는 마라톤, 사이클도 기대가 된다. 매 회마다 등장하는 올림픽 출전 선수들의 스포츠 정신과 감동 서사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빼 놓을 수 없다. 나에게 스포츠가 참 그렇다. 아픈 자식 같다. 애증의 연인 같다. 올림픽, 스포츠가 가진 고질 병을 치료하려고 애쓰지만 잘 낫지 않아 지긋지긋하고 밉다. 하지만 내칠 수 없는 내 핏줄이고 뿌리다. 미워하지만 사랑하고 선망한다. 이번 여름도 이 마음 저 마음, 지옥과 천당을 오가며 올림픽을 보겠다.
2024년 파리올림픽 대국민 인식조사
문화연대 대안체육회
스포츠 인권 운동을 하다보면, 왜 유독 스포츠 만이 인권에서 예외취급받는지 궁금해지곤 합니다. 최근 손축구 아카데미 폭력 사태를 바라보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운동 선수가 되려면, 맞아야 해'라는 논리로 댓글 다는 걸 보며 또 한 번 그런 생각을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권은 확장되고 있을지 모릅니다. 올림픽을 바라보는 우리 시민들의 시선도 예전과는 꽤나 다르죠. 옛날엔 은메달을 따도 1등을 못했다며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무관의 선수들에게도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편, 스포츠를 통해 우민화 정책을 펴던 군사정권 시기에 비해 올림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확연히 식은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정말 올림픽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식었을까요? 파리올림픽을 둘러싼 사회적 쟁점 중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는 무엇일까요? 사람들은 우리나라 스포츠계의 병폐가 무엇이라 생각할까요? 그리고 대한민국 스포츠가 더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아니, 꼭 발전해야만 하나요?) 올림픽과 한국 체육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여러 질문들이 맴돕니다.
하여 올해 파리올림픽 개최 기간에 맞춰, 문화연대 대안체육회에서 '2024년 파리올림픽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수집 상의 한계로 인해, 충분한 표본은 아니지만 149분이 참여해주셨어요. 참, 응답자의 연령대는 나이는 40대 34.9%, 30대 25.5%, 50대 26.2%, 20대 7.4%순이었으며, 응답자의 성비는 여성 44%, 남성 56%였는데요. 그런데 응답자의 정치성향은 진보 53%, 중도 33.6%, 관심없음 10.7%, 보수 2% 순으로, 다소 편향적인 데이터이긴 합니다. 참고하셔요.
▷ 설문조사를 기획한 저희 입장에서 생각보다 올림픽을 주제로 주변과 대화를 하지 않는구나 싶었어요. 아마 응답자의 93%가 올림픽 개막 전에 설문에 응답해서 그런 듯 합니다. 지금 다시 조사해본다면 조금은 달라졌겠죠?
▷1번 설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대답이 많았습니다. 아직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나눌 기회는 적었지만, 그래도 81%나 되는 사람들이 올림픽 경기를 시청할 계획이라고 응답하였습니다.
▷ 한국은 종합 8위로 파리올림픽을 마무리하였습니다. 10위권 안일 거라고 답한 비율이 20% 가량이네요. 실은 메달의 개수로 국가 간 서열을 매기는 일 자체가 촌스러운 일이죠? 금메달 개수로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도 문제가 있고요.
▷ 저희의 예상과 같이, 과거에 비해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낮아졌다고 응답한 비율이 77%나 되었습니다.
▷ 올림픽 인기가 떨어진 이유가 스포츠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닐거라고 설문결과는 말하고 있습니다. 민생이 어려워서 그렇다는 응답에 긍정적인 비율이 높다는 것도 인상적이네요.
▷ 도핑, 상업화 등 스포츠 내적 이슈보다 올림픽을 둘러싼 사회적 이슈에 더욱 관심이 많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응답자가 환경 및 기후 이슈에 관심을 보여주고 있네요. 상대적으로 사회적인 관심이 많은 분들이 설문에 참여해주셨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7번 설문에선 올림픽에 출전하는 자국 선수의 규모와 관련하여 의견이 꽤나 갈린다는 걸 확인할 수 있네요. 8번 설문 응답결과를 살펴보면, 폭력과 비리 등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원인으로 꼽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 적어도 훈육과 체벌이 좋은 성적에 대한 답이 될 수 없다는 점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한편, '운동선수는 공부보다는 운동만 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란 항목에 부정적인 응답을 하신 분은 60%로 생각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10번은 긍정적인 답변이 대부분이네요. 설문자가 제시한 대안에 대부분 동의하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사기극: 누가,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가*
정희준 | 문화연대 대안체육회
가리왕산 복원은 과연 가능할 것인가? 올림픽 경기장의 사후 활용 방안으로 무엇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런 고민 할 필요 없다. 올림픽 시설물의 사후 활용 방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올림픽은 평소에는 하지 않을 행사를, 보름에 걸쳐, 한 곳에서 하는 것이다. 경기장, 숙소, 프레스센터 등은 서로 30분 이내에 위치해야 하고 평소엔 엄두도 못 낼 큰 경기장을 지어야 한다. 특히 동계올림픽은 개최의 전제가 환경 파괴다. 강원도는 이러한 지식 또는 인식 없이 올림픽을 유치했다.
게다가 평창동계올림픽은 1988년 서울올림픽의 신화에 젖어있던 우리를 거대한 착각의 세계로 밀어 넣었다. 스포츠와 민족주의가 결합한 여기에 개발주의가 올라탔다. 올림픽 한 방이면 우리가 일약 세계 강국이 되고 우리를 부자로 만들어 줄 것으로 믿게 만들었다. 강원도민을 맹신에 빠지게 했고 국가적으로 광풍이 불었다.
세계대전 이후 올림픽은 전범 국가들의 ‘국제무대 컴백 프로젝트’였다. 당연히 국가 주도 행사였다. 그런데 도시가 개최하겠다고 나선 첫 사례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1976년 캐니다 몬트리올. 몬트리올은 개최 후 도시가 부도 직전까지 몰렸다. 그 빚 갚는 데 30년 걸렸다.
올림픽 개최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개최 도시마다 반복되더니 2000년 아테네올림픽 부터는 국가가 재정적 타격에 시달리거나 환경 파괴 논란이 부각되는 등 대회 자체가 엉망진창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소치와 리우는 그래서 ‘역대 최악’의 오명을 연이어 뒤집어쓰게 된다.
올림픽 개최로 인한 문제가 심각해지자 IOC가 태세 전환에 나섰다. 갑자기 환경을 떠들기 시작했다. IOC헌장은 “IOC는 올림픽이 환경친화적 상황에서 개최하는 것을 확보하고 올림픽 선수들은 책임 있는 태도로 환경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쓰고 있다. ‘개뻥’이다. IOC가 ‘아젠다2020’을 발표했던데 이는 위기에 몰린 IOC의 생존전략일 뿐이다. 탄소중립을 원하고 지역 생태계에 해를 끼치지 않기를 원한다면 올림픽은 폐지하는 것만이 정답이다. 최근 들어 환경을 떠들고 지속가능성을 강요하며 ‘올림픽 레거시’를 홍보하는 이들의 모습은 한마디로 가증스럽다.
강원도는 원래 스포츠를 좋아해서 올림픽을 유치한 게 아니다. 도지사의 정치적 욕망, 그리고 개발사업이 목적이었다. 원래 올림픽 같은 스포츠 메가이벤트는 ‘도시 재개발 면허증’이다. 개최권만 가져오면 그거 ‘한 방’으로 도시 곳곳을 밀어버릴 수 있다. 그리고 지역엔 수많은 공사판이 벌어진다. 이권의 경연장이 된다. 그래서 개최 준비가 지지부진하고 북한의 위협으로 유럽 국가들의 불참 이야기가 나오면서 올림픽 분위기도, 국민 여론도 기대에 못 미치자 강원도에서 이런 말이 돌았다. “이제 SOC 얻을 거 다 얻었으니 올림픽 반납하면 안 되나?”
개최가 다가오자 강원도는 급해졌다. 무수한 토론회, 공청회를 열었다. 발표자들이 연이어 떠들어댄 게 첫째, 강원도를 스토리텔링화 하자는 것과 둘째, 올림픽 레거시(유산)를 남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없던 스토리텔링이 갑자기 만들어질 리 만무하다. 많은 교수들이 강원도의 특성을 고려했다면서 약초 및 의료와 관광을 접목한 힐링산업, 컨벤션 등 MICE산업, 유기농식품 재배 및 해외 수출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얼토당토 않는, 전문성은 물론 현실성도 없는 제안을 막 던지는 수준이었다.
또 조직위는 올림픽 레거시, 즉 올림픽 유산이라는 생경한 개념을 갑자기 떠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는 폐막 후 쓸모없는 경기장과 개최지 주민들에게 떠안겨지는 엄청난 재정적자로 인한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 IOC가 만들어낸, 실체 없는 개념일 뿐이다. IOC가 고안해 낸 사기성 짙은 기만술임에도 많은 이들이 이를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도대체 그게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당연하지. IOC도 모르는데 우리가 어떻게 아나? 실적이 없자 조직위는 급기야 올림픽 유산을 '개발'해야 한다며 나섰다. 개최준비도 힘들어 죽겠는데 무슨 유산까지 개발해야 하는가.
조직위는 대회 폐막 후 크로스컨트리·바이애슬론 경기장은 골프장으로,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는 축구장으로, 피겨·쇼트트랙의 강릉아이스아레나는 실내수영장으로, 아이스하키가 열리는 관동대 아이스하키 경기장은 실내체육관으로, 그리고 인구 4000명 뿐인 횡계리에 지어지는 4만 명 규모를 자랑하는 올림픽 개·폐회식장은 차후 공연장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한다. 동계올림픽의 유산이 왜 골프장, 축구장, 공연장인가. 도대체 올림픽 레거시는 어디에 있나.
가장 웃긴 건 (정말 웃기다) 스피드스케이팅장이다. 폐막 후 도무지 활용할 방법이 없는 이 경기장의 용도로 냉동창고가 심각하게 고려되기도 했다. 올림픽경기장에 냉동 해산물을 보관한다? 그렇다면 평창올림픽의 유산이 냉동 해산물, 얼린 오징어란 말인가?
사실 강원도는 얻을 건 다 얻었다. 강릉, 속초 등 영동지역은 관광객이 늘었다. 다 올림픽 덕이다. 우리나라 관광시장은 수도권 인구가 모든 걸 결정하는데 올림픽 이후 수도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지역이 강원도다. 강원도엔 KTX와 고속도로가 올림픽 유산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역불균형의 덫에 빠져있다. 영서지역은 올림픽 개최의 혜택을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
가리왕산의 복원은 불가능하다. ‘복원’이라는 표현부터 언어의 오용이다. 몬트리올은 경제적 손실을 복구하는데 30년 걸렸다. 환경의 복원은 몇백, 몇천 년이 걸려도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뜯겨진 가리왕산을 바라보며 공동체가 함께 반성해야 한다. 그것이 올림픽 유산이 되어야 한다.
혹 계획을 세운다면 그것은 백년에 걸친 계획이어야 한다. 개최 직전 여러 토론회에서 쏟아낸 제안들은 한마디로 코미디였다. 온갖 비전문가들의 말잔치였고 마치 초등학교 미술시간을 보는 듯했다. “너희들 하고 싶은 대로 만들어봐.”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프로젝트여야 한다. 지금의 기술로는 방법이 없으니 미래 기술에 희망을 걸고 남겨놓아야 한다. 지금의 의학 기술로는 희망이 없는 불치병을 고치기 위해 스스로 냉동인간이 되어 미래 기술에 몸을 맡기듯 말이다.
*2007년 이후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메가이벤트 관련 칼럼들의 내용을 일부 활용
파리올림픽에 맞선 사회운동의 대응
박이현 | 문화연대 대안체육회
연달아 10점을 쏘며 탁월한 기량을 뽐내는 선수들의 모습, 아쉽게 메달권에 들지 못한 선수들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 등 파리올림픽에서의 '감동적인 순간들'이 스크린에서 밝게 빛나고 있다. 하지만 인기있는 메가스포츠이벤트 뒷면엔 긴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다. 올림픽을 둘러싼 사회 문제들을 조망하는 한국의 다양한 사회운동 세력들의 활동과 글을 소개하려 한다.
하나. 평창올림픽반대연대, 파리의 난개발을 고발하다
지난 7월 25일, 서울 망원동 플랫폼씨 사무실에서 평창올림픽반대연대 주최로 이야기모임 '올림픽재해는 필요없다'가 열렸다. 평창올림픽반대연대는 파리올림픽에 맞서 지난 5월 <'2024 파리 올림픽·패럴림픽 약탈의 지도' 발간회>를 개최하였으며, 올림픽반대모임(도쿄)를 비롯해 전세계 여러단체들과 함께 <파리와 연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이야기모임에서 평창올림픽반대연대는 도시 난개발 문제와 감시 강화 등 올림픽으로 인한 여러 사회적 문제들을 고발했다. 올림픽이 원활히 수행될 수 있도록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국가는 '도시정화사업'을 실시하는데,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도 여지 없이 주거취약계층이 그들의 거주지로부터 동시다발적으로 쫓겨났다. 센 강변 노숙인 주거지, 파리시청 인근 노숙인 역시 강제퇴거되었다. 특히 이주민들은 거주지를 잃게 되며 체류권마저 위협받게 되었다고 한다. 심지어 노숙인들을 퇴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거리에서 앉거나 눕는 일 자체를 불법화하는 법안이 얼마전 프랑스에서 통과되었고 한다. 매 올림픽마다 반복되는 일이다.
가난한 자들 뿐만 아니라, 시민 모두가 예측 치안과 감시로 인해 인권을 침해받게 되었다. 파리올림픽을 위해 프랑스는 유럽 최초로 AI 기반의 예측 치안을 실시하였다. '예측 치안'은 어떤 행위를 하지 않았음에도, 정황 만으로 체포 및 구금, 처벌을 가능하게 하는 개념이다. 파리올림픽을 위해 1,000여개가 넘는 감시 카메라가 추가되었는데, 이들이 어떤 알고리즘에 의해 운영되는지 그리고 어떤 업체가 담당하는지 시민들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더욱이 큰 문제는 올림픽이 끝나고도, 올림픽을 통해 마련된 감시 체제가 유지된다는 점이다.
평창올림픽반대연대는 파리올림픽이 내세우는 지속가능성, 생태친화적 올림픽이란 슬로건 역시 모순적이라고 비판한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도 경기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적지않은 습지와 숲과 농지가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그 중엔 시민들이 공유지로 일구어온 사클레의 ZAD(대규모개발예정지구라는 뜻이었으나 생태활동가들이 지켜야하는 땅이라는 말로 전유해서 사용하고 있는 용어)도 포함되어있다. 개최지인 프랑스 파리 뿐만 아니라, 서핑 경기가 열리는 타히티 일대에서도 개발이 진행되었다. 개발을 앞두고 수백명의 시민들이 모여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타히티 주민들은 여전히 의사결정과정에서 배제되었다고 한다.
평창올림픽반대연대는 올림픽 문제에 대한 자료, 저항의 목소리를 담은 도서와 인쇄물을 공유하기 위해 파리올림픽 개최기간에 맞춰 '올림픽 반대 도서관'을 서울 마포구에서 한시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하니 많이들 찾아주셨으면 좋겠다.
둘. 녹색연합, 가리왕산 복원을 다시 외치다
녹색연합은 파리올림픽 기간 동안, 2018 평창올림픽 당시 훼손된 가리왕산을 복원하기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가리왕산은 조선시대부터 500년 넘게 이어져온 국가보호림이다. 하지만 평창올림픽 알파인 활강 경기 부지로 선택되며, 단 3일간의 경기를 위해 10만 그루의 나무가 베어졌다. 이곳엔 멸종 위기종 삵, 담비, 하늘다람쥐, 수달 같은 야생동물들의 거주지이기도 하다. 수많은 단체와 시민들이 항의한 끝에, 정부는 올림픽이 끝난 후 가리왕산을 원래 모습으로 복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태까지 강원도와 정선군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고, 올림픽 이후 현재까지 여전히 가리왕산은 황폐하게 내버려져있다. 심지어 마구잡이 벌목으로 인해 매년 산사태가 발생하고 있기도 하다고 한다.
올해 3월 ,윤석열 대통령은 강원도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올림픽이 남긴 유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차원에서 스키 경기장으로 활용되었던 정선 가리왕산을 산림형 정원으로 조성해, 작년에만 18만 명이 찾은 관광명소를 더 많은 국민이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며, 지난 정부의 약속을 뒤엎어버리기까지 했다.
녹색연합은 가리왕산을 복원하는 것이야 말로 올림픽 유산이라며, 가리왕산 원형 복원을 위해 2,500명을 목표로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셋. 성소수자 활동가, 언론의 혐오를 고발하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도 언론으로부터 성소수자 혐오적인 내용이 끊이지 않았다. 개막 당일부터 개막식에서 나타난 성소수자 당사자와 성소수자 문화에 대해 부정적인 논조의 기사들이 심심치 않게 보도되었다.
특히 혐오의 표적이 된 건 여자 복싱 경기에서 이마네 칼리프 선수다. 각종 언론에서 그녀가 XY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가 이어졌다. 지난해 칼리프 선수를 두고 국제복싱협회(IBA)의 여자 대회 출전 자격 박탈 조치를 한 일 때문에 논란은 더욱 커졌다. 많은 언론들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IBA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며 트랜스젠더 혐오를 퍼뜨렸다.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는 언론의 반인권적이고 보도윤리를 저버린 행태를 비판하며, 올림픽 기간 트랜스젠더 및 성소수자 혐오 관련 올림픽 언론보도 제보 채널을 운영했다. 시민들의 제보한 사례들을 모아, 8월 말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칼리프 선수와 관련하여 성소수자 활동가들이 기고한 칼럼 몇 편을 소개하려 한다. 먼저 주영민 성소수자 프리랜서 미디어 활동가는 한겨레 칼럼 <올림픽 ‘XY염색체 논란’ 보도, 혐오를 보여줬다>를 통해, 염색체 논란의 배경과 현황, 그리고 염색체와 운동능력을 둘러싼 과학적 사실을 얘기한다. 무엇보다 문제는 협회와 언론이 사실이 아닌 내용을 보도할 뿐만 아니라,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는 게 의 주장이다.
또한,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채윤 활동가는 칼럼 <여자 스포츠와 가짜 뉴스>를 통해 올림픽 초창기부터 이어내려온 여성혐오와 이를 부추기는 언론의 행태에 대해 고발하였다. 근대올림픽은 1896년에 시작되었는데 1928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여성 참여가 일부 허용되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여성들에게 장거리 달리기는 위험하다며 1960년이 되기까지 여성 달리기 종목은 200미터까지로 제한되었다고 한다. 한채윤 활동가는 칼럼에서 "여자는 연약하고 남자만큼 스포츠를 할 수 없다는 편견과 싸운 역사가 곧 올림픽의 역사다"고 새로이 올림픽을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제공한다.
셋.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휠체어 타고 파리로 향하다

파리올림픽에 이어 개최되는 파리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시기에 맞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에서 장애인 당사자 및 장애인권활동가 30여명으로 특사단을 구성해 파리로 떠난다. 패럴림픽은 전쟁으로 인해 장애를 얻게 된 사람들의 치유와 재활을 위해 시작되었으며, 여전히 장애를 극복해야할 대상으로 바라본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패럴림픽 개최 시기 전세계의 이목이 파리로 집중되는 만큼, 전장연은 한국의 장애인 권리 약탈에 대해 고발하고 장애인의 권리에 대해 알리기 위해 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장애인 권리와 관련한 단체와 주요 전문가들을 만나 여러 국가의 정책과 사례를 나누고 네트워킹하여, 한국의 장애인 정책 개선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동권이 제한된 한국에선, 파리로 떠나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중증와상장애인이 비행기로 이동할 때 의료용 침대를 이용한다는 이유로 정상운임의 6배를 지불하도록 강요하고 있는데, 사실상 와상장애인의 비행기 탑승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일에 다르지 않다. 전장연은 동일인간-동일요금을 주장했지만, 대한항공의 부처간 책임 떠넘기기 속에 결국 와상장애인은 특사단으로 해외에 나갈 수 없게 되었다.
이에 전장연은 지난 8월 9일, 국가인권위를 방문해 대한항공 측에 진정을 접수하고 한진KAL 본사로 이동하여 규탄 결의대회를 열었다.
파리올림픽으로 드러난 대한체육회 및 산하 단체의 민낯
문화연대 대안체육회
파리올림픽이 지난 8월 11일 막을 내렸다. 메가스포츠이벤트로서 파리올림픽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지속가능성과 환경보호를 표방하고 있었지만 난개발로 많은 습지와 숲이 파괴되었고, 주거취약계층 역시 올림픽을 앞두고 도시에서 쫓겨나야만 했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가장 여실히 드러난 문제는 대한체육회 및 산하 단체가 과도한 권력을 지니고 있어, 방만한 운영과 비윤리적인 임원진, 비민주적인 조직구조에도 불구하고 거의 견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한체육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지만, 인사와 예산 운영이 불투명하고 비합리적이다. 대한체육회와 국가올림픽기구(NOC)가 통합되어있어, 대한체육회가 국가올림픽기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내세우며 공공기관으로서 책무를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직후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은 “올림픽을 앞두고 해병대 훈련을 거친 결과”라고 자화자찬했다. 이 회장은 작년 12월 선수들의 정신력이 해이해졌다며 해병대 입소훈련을 추진한 바 있다. 시대에 뒤처진 인권 의식을 가진 이기흥 회장은 올해 셀프 정관변경을 통해 3선 연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언론이 비판해왔지만, 대한체육회가 지닌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력 탓에 제동을 걸기란 쉽지 않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출전하는 선수는 144명으로 줄었는데 파견되는 임원은 118명으로 거의 유지되었을 뿐만 아니라, 소요 예산은 121억 7500만원으로 지난 올림픽 대비 거의 두 배로 늘어 예산 낭비 논란을 피하기 힘들어보인다. 또한 대한체육회의 여비규정에 국외여행에서 '회장은 1등석, 임원은 비즈니스석'을 이용하게 되어있어 선수보다 특혜를 받고 있다는 게 드러나기도 했다.
인권에 대한 무지, 행정적인 무능 뿐만 아니라 협회 임원들의 윤리성 문제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올림픽 기간 동안 지역체육회 임원들이 양궁장에서 추태를 부리다가 여론의 비난을 받는 한편, 대한사격연맹 신명주 회장이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의 임금 체불 문제가 공론화되며 사직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가장 큰 파문을 일으킨 건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안세영 선수가 대한배드민턴협회을 고발한 내용이다. 안 선수의 비판을 통해 국제대회 개인자격 출전 문제, 스폰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으며, 협회의 ‘국가대표 운영 지침’ 역시 큰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지침에 따르면 선수들은 '지도자의 지시와 명령에 복종'해야 하며, '담당 지도자 허가 없이는 훈련 불참·훈련장 이탈 불가'하다는 등 반인권적인 내용이 가득하다.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협회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국가대표 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는 규정을 새로 만든 것도 확인되었다.
스포츠 인권에 있어 우리나라는 이미 큰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은 죄인 마냥 고개를 숙여야 했지만, 이젠 경기가 끝나면 아쉬움에 눈물 흘리면서도 당당하고 행복하게 웃기도 한다. 국민들도 선수들이 메달을 따지 못했다고 비난하기보다 그간 선수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응원하는 분위기다. 이미 우리는 국위선양을 위해 선수의 삶이 희생되는 국가주의 스포츠 패러다임에서 벗어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체육회와 경기단체들은 여전히 구시대에 머무르고 있다. 전반적인 체육 정책 혁신을 통해, 대한체육회에 대한 공적 관리 감독을 강화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대한체육회와 국가올림픽기구의 분리를 비롯해, 공공성과 민주성을 강화하기 위해 체육단체의 전반적인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