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모두의 운동회>
“재밌겠지? 다 같이 놀자!”
프로그램 기획자 ‘노디’ 인터뷰
인터뷰·정리 헤즈|문화연대 활동가
<모두의 운동회> 프로그램 기획과 진행을 맡은 ‘노디’는 ‘마을 온 예술’이라는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다. 주로 청소년이나 마을 자치 활동을 하는 주민들과 함께 연극 기반의 놀이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이들과 함께하는 운동회를 기획하고 진행해 왔다. <모두의 운동회>를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는지, 어떤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는지 직접 만나서 들어 보았다.
사진 제공 : 노디
모두가 즐기는 운동회, 가능할까?
헤즈 : 어떤 활동을 하시는지 소개 부탁드려요.
노디 : 주로 장애인 학생들이나 지역에서 활동하는 마을 단체들과 함께 운동회를 진행해 왔어요. 코로나 시기에도 운동회를 열었는데요, 서로 만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같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운동회가 갖는 의미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어요. 요즘은 생태적 가치를 염두에 두는 추세잖아요. 그래서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업사이클링 도구’를 만들고 이를 활용해 스포츠 놀이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물론 놀이나 운동은 체력이나 전문성에 따라서 차이가 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관심을 갖고 즐길 수 있는 활동이 아닐까 생각해요. 쉽게 만날 수 없는 세대 간에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매개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제가 주로 활동하던 마을 자치활동에서는 어떻게 하면 세대를 통합할 수 있을지 늘 고민했어요. 대부분의 마을 자치는 고령자들 위주인데 젊은 20~30대와 함께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진행해 본 게 놀이와 운동이었어요. 동네 단위로 운동회를 진행하면서 운동이나 놀이를 통해 세대를 아우를 수 있겠다는 호평을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노동과 시민사회, 다양한 영역의 어울림과 연대를 위한 포럼을 준비하는 곳에서 문화연대 정정은 사무처장을 만나 이번 <모두의 운동회>를 진행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그동안 문화연대와 꾸준히 교류해 왔기에 이번 <모두의 운동회>와 연결이 된 게 아닌가 싶어요.
헤즈 : 이전에도 대안적인 스포츠 활동에 대해서 생각해 보신 적 있으세요?
노디 : <모두의 운동회>를 제안받기 전까지는 대안적인 스포츠 활동을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왜냐면 제가 관심 갖고 있었던 건 놀이였으니까요. 스포츠는 운동경기라고만 생각했었죠. 그런데 <모두의 운동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료를 찾아보면서 이런 게 대안 스포츠였다는 걸 이제 알게 된 거죠.
예전에 우리 골목에서 놀았던 활동들과 되게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렸을 때 골목에서 축구나 다른 경기도 하곤 했잖아요. 참여하는 인원이 불특정하고 공간이 무척 좁거나 막혀 있다 보니 우리는 스포츠를 다양하게 변형해서 놀았거든요. 이런 게 다 대안적인 스포츠였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이게 놀이와 연결되기도 하는구나, 놀이와 스포츠가 전혀 다른 활동은 아니구나, 서로 연결성이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리고 스포츠 시민운동이라는 게 이렇게 다양하게 진행되어 왔고 함께 활동하는 여러 단체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사진 제공 : 노디
경쟁보다는 ‘몸 쓰기’로 운동의 의미 되살리기
헤즈 : 모두의 운동회, 어떻게 기획하고 있으신가요?
노디 : 처음에는 좀 가볍게 생각했어요. 모두가 즐겁게 놀이하는 활동 또는 운동하는 놀이 활동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모두의 운동회>를 준비하는 분들과 만나 이야기하면서 환경, 젠더, 장애, 퀴어 등 다양한 관점의 의미들을 내포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들을 나누었고 가볍게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 한 번 더 깊게 새겨보게 되었죠. 차별 없이 누구나 즐겁게 참여하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모두의 운동이 무엇일지 고민하면서 프로그램을 빼거나 추가했습니다.
고민해야 할 관점이 여러 가지이다 보니 어디에 맞춰야 되나 좀 어렵기는 했어요. 그런데 내용이 복잡해지면 참여한 사람들이 이해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원래의 프로그램에서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넣거나 룰을 바꾸는 식으로 제안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운동회를 하다 보면 남는 게 재료 밖에 없어서 그걸 잘 활용하려고 해요. 도구들을 새로 구입하기보다 최대한 저희가 갖고 있는 재료들을 갖고 진행하려고 합니다. 풍선을 활용한 활동의 경우 환경적인 영향을 감안해서 빼기로 했어요. 저희한테 풍선이 엄청나게 많이 남아 있어서 제안한 거였는데, 어쨌든 쓰이게 되면 서로에게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겠다고 의견 주셨고 저는 그게 참 좋은 의견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경쟁보다는 ‘몸 쓰기’에 집중하고 참여자들이 함께 공동체 경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배치했어요. 우리의 몸 구석구석을 활용할 수 있는 활동들이에요. 물론 처음에는 경쟁을 얼마만큼 배제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원래 놀이나 스포츠는 ‘우승’이라는 명확한 목적이 있잖아요. 선의의 경쟁이라 하더라도 승리에 대한 욕구가 생기기 마련이지요. 다만 <모두의 운동회>는 ‘운동’이라는 것 자체가 어디서부터 출발했을지 그 의미를 소중하게 한 번 더 되짚어 보고 이를 담아내고자 해요.
사진 제공 : 노디
‘모두 선언’ 그리고 ‘모두를 위한 시상식’
헤즈 : ‘모두 선언‘과 모두를 위한 시상식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시겠어요?
노디 : <모두의 운동회>는 ‘모두 선언’으로 시작해서 ‘성장을 위한 놀이’, ‘모둠 활동’, ‘팀 미션 올림픽’ 그리고 ‘모두를 위한 시상식’으로 구성됩니다. 물론, 운동회 중간에 다 같이 맛있는 도시락을 함께 나누어 먹는 시간도 있습니다.
‘모두 선언’은 ‘모두의 운동회 네트워크 모임’에서 제안해 주신 건데요. 우리가 지금 하는 활동은 경쟁과 순위만 있는 활동이 아니라 모두가 즐겁게 참여하고, 선의의 활동을 통해서 서로가 행복함을 느끼기 위해 하는 거잖아요. 저는 그게 되게 중요한 거라고 생각해요.
모든 게임이 선의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지 말라 이런 의미는 아니고요. 최선을 다하되 우리가 추구하는 운동 <모두의 운동회>의 의미는 이런 것이라고 참여자들한테 알려드리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그게 스포츠의 규칙이기도 하죠. 그런 규칙을 알려드리고, 우리는 오늘 이런 운동회를 하겠다는 걸 시작 전에 선포하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고요.
그리고 시상식도 마찬가지로 순위를 매긴다기보다 모두 함께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입니다. 팀 안에서, 또는 운동회 전 과정에서 누군가는 분위기를 재미있게 만들어주고 누군가는 응원하면서 서로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죠. 이런 분들을 우리가 같이 뽑아서 그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스포츠라는 건 물론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도 중요하지만 그 경기를 즐겁고 의미 있게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역할이 필요해요. 누군가는 응원을 하고, 심판을 보고, 또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그 역할이 하나하나 다 모여야 우리가 추구하는 운동회가 가능한 거고요. 이러한 의미를 일깨우기 위해서 시상식도 색다른 방식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진 제공 : 노디
누구나 각자의 역할이 있는 운동회 <모두의 운동회>
헤즈 : 운동회 프로그램 이름들이 재미있던데요, 어떤 활동들인지 소개해 주시겠어요?
노디 : 여는 활동으로 ‘알-병아리-닭-봉황’이라는 이름의 놀이를 할 건데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고 쉬우며 본능적인 감각을 사용하는 놀이가 바로 가위바위보잖아요. ‘알-병아리-닭-봉황’은 가위바위보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가 할 수 있는 놀이 활동이에요. 일종의 워밍업인데요, 알에서 병아리 그리고 닭까지 나아가는 게 결국 ‘성장’이잖아요. 성장하면서 즐거워서 하시는 분도 있고 성장하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사람들 표정도 있고, 희로애락이 다 담겨있는 놀이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놀이라서 가볍게 워밍업으로 시작해 보려고 해요.
그리고 공 넣기를 할 건데요. 박 터트리기의 변형이라고 보시면 돼요. 서로 협동심을 유발하는 활동이죠.
워밍업을 하고 공 넣기를 하며 몸을 풀고 나면 팀 미션 올림픽이라는 활동을 하게 되는데요. 워밍업을 하고 팀 미션을 한다는 게 이런 운동회에서 좀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올림픽에서는 국가별 또는 지역별로 나눠서 1, 2등을 겨루는 데 의미를 두지만 선수들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결국은 자기의 성장,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얘기를 많이 해요. 그런 의미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경쟁과는 좀 다르지요.
그렇기 때문에 <모두의 운동회>는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팀’을 응원하고 승부 결과에 따라 슬퍼하고 기뻐하는, 이런 모든 감정을 느끼는 건 생명을 가진 존재들만이 공유하는 어떤 특질 같거든요. <모두의 운동회>에 오시면 이렇게 팀끼리 단합하고 서로의 성장을 지켜보는 활동을 경험할 수 있어요. 그게 바로 ‘팀 미션 올림픽’입니다.
종류에 따라서 모든 팀의 참여자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게끔 동시에 진행하면 좋지 않을까 해요. 서로 다른 프로그램들이지만 하나의 경기처럼 보이게 해서 모든 팀원들이 각자의 능력에 따라서 다 같이 참여할 수 있게끔 구성했습니다. 한 종목으로 참여하게 되면 누구는 잘하는 사람이 있고 누구는 못하는 사람이 있어서 결국은 그게 티가 나게 돼 있지만 이건 다르거든요. 예를 들어서 ‘나는 하나의 공을 두 명이 함께 옮기는 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라든지 ‘나는 몸이 불편하지만 콩 같은 거 옮기는 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라든지. 이렇게 자기의 장점을 최대한 찾아볼 수도 있고, 그 안에서 각자의 역할들이 있다는 게 중요한 거죠. 한 프로그램 안에 각자가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해서 자기가 소속된 팀에 무엇인가 의미를 줄 수 있다는 게 중요한 활동이에요.
<모두의 운동회> 재미있게 준비하고 있으니 차별없는 스포츠를 만들어가고 싶으신 분들이 많이 참여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미리 보는 <모두의 운동회>
“재밌겠지? 다 같이 놀자!”
프로그램 기획자 ‘노디’ 인터뷰
인터뷰·정리 헤즈|문화연대 활동가
<모두의 운동회> 프로그램 기획과 진행을 맡은 ‘노디’는 ‘마을 온 예술’이라는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다. 주로 청소년이나 마을 자치 활동을 하는 주민들과 함께 연극 기반의 놀이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이들과 함께하는 운동회를 기획하고 진행해 왔다. <모두의 운동회>를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는지, 어떤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는지 직접 만나서 들어 보았다.
사진 제공 : 노디
모두가 즐기는 운동회, 가능할까?
헤즈 : 어떤 활동을 하시는지 소개 부탁드려요.
노디 : 주로 장애인 학생들이나 지역에서 활동하는 마을 단체들과 함께 운동회를 진행해 왔어요. 코로나 시기에도 운동회를 열었는데요, 서로 만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같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운동회가 갖는 의미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어요. 요즘은 생태적 가치를 염두에 두는 추세잖아요. 그래서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업사이클링 도구’를 만들고 이를 활용해 스포츠 놀이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물론 놀이나 운동은 체력이나 전문성에 따라서 차이가 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관심을 갖고 즐길 수 있는 활동이 아닐까 생각해요. 쉽게 만날 수 없는 세대 간에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매개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제가 주로 활동하던 마을 자치활동에서는 어떻게 하면 세대를 통합할 수 있을지 늘 고민했어요. 대부분의 마을 자치는 고령자들 위주인데 젊은 20~30대와 함께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진행해 본 게 놀이와 운동이었어요. 동네 단위로 운동회를 진행하면서 운동이나 놀이를 통해 세대를 아우를 수 있겠다는 호평을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노동과 시민사회, 다양한 영역의 어울림과 연대를 위한 포럼을 준비하는 곳에서 문화연대 정정은 사무처장을 만나 이번 <모두의 운동회>를 진행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그동안 문화연대와 꾸준히 교류해 왔기에 이번 <모두의 운동회>와 연결이 된 게 아닌가 싶어요.
헤즈 : 이전에도 대안적인 스포츠 활동에 대해서 생각해 보신 적 있으세요?
노디 : <모두의 운동회>를 제안받기 전까지는 대안적인 스포츠 활동을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왜냐면 제가 관심 갖고 있었던 건 놀이였으니까요. 스포츠는 운동경기라고만 생각했었죠. 그런데 <모두의 운동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료를 찾아보면서 이런 게 대안 스포츠였다는 걸 이제 알게 된 거죠.
예전에 우리 골목에서 놀았던 활동들과 되게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렸을 때 골목에서 축구나 다른 경기도 하곤 했잖아요. 참여하는 인원이 불특정하고 공간이 무척 좁거나 막혀 있다 보니 우리는 스포츠를 다양하게 변형해서 놀았거든요. 이런 게 다 대안적인 스포츠였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이게 놀이와 연결되기도 하는구나, 놀이와 스포츠가 전혀 다른 활동은 아니구나, 서로 연결성이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리고 스포츠 시민운동이라는 게 이렇게 다양하게 진행되어 왔고 함께 활동하는 여러 단체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사진 제공 : 노디
경쟁보다는 ‘몸 쓰기’로 운동의 의미 되살리기
헤즈 : 모두의 운동회, 어떻게 기획하고 있으신가요?
노디 : 처음에는 좀 가볍게 생각했어요. 모두가 즐겁게 놀이하는 활동 또는 운동하는 놀이 활동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모두의 운동회>를 준비하는 분들과 만나 이야기하면서 환경, 젠더, 장애, 퀴어 등 다양한 관점의 의미들을 내포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들을 나누었고 가볍게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 한 번 더 깊게 새겨보게 되었죠. 차별 없이 누구나 즐겁게 참여하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모두의 운동이 무엇일지 고민하면서 프로그램을 빼거나 추가했습니다.
고민해야 할 관점이 여러 가지이다 보니 어디에 맞춰야 되나 좀 어렵기는 했어요. 그런데 내용이 복잡해지면 참여한 사람들이 이해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원래의 프로그램에서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넣거나 룰을 바꾸는 식으로 제안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운동회를 하다 보면 남는 게 재료 밖에 없어서 그걸 잘 활용하려고 해요. 도구들을 새로 구입하기보다 최대한 저희가 갖고 있는 재료들을 갖고 진행하려고 합니다. 풍선을 활용한 활동의 경우 환경적인 영향을 감안해서 빼기로 했어요. 저희한테 풍선이 엄청나게 많이 남아 있어서 제안한 거였는데, 어쨌든 쓰이게 되면 서로에게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겠다고 의견 주셨고 저는 그게 참 좋은 의견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경쟁보다는 ‘몸 쓰기’에 집중하고 참여자들이 함께 공동체 경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배치했어요. 우리의 몸 구석구석을 활용할 수 있는 활동들이에요. 물론 처음에는 경쟁을 얼마만큼 배제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원래 놀이나 스포츠는 ‘우승’이라는 명확한 목적이 있잖아요. 선의의 경쟁이라 하더라도 승리에 대한 욕구가 생기기 마련이지요. 다만 <모두의 운동회>는 ‘운동’이라는 것 자체가 어디서부터 출발했을지 그 의미를 소중하게 한 번 더 되짚어 보고 이를 담아내고자 해요.
사진 제공 : 노디
‘모두 선언’ 그리고 ‘모두를 위한 시상식’
헤즈 : ‘모두 선언‘과 모두를 위한 시상식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시겠어요?
노디 : <모두의 운동회>는 ‘모두 선언’으로 시작해서 ‘성장을 위한 놀이’, ‘모둠 활동’, ‘팀 미션 올림픽’ 그리고 ‘모두를 위한 시상식’으로 구성됩니다. 물론, 운동회 중간에 다 같이 맛있는 도시락을 함께 나누어 먹는 시간도 있습니다.
‘모두 선언’은 ‘모두의 운동회 네트워크 모임’에서 제안해 주신 건데요. 우리가 지금 하는 활동은 경쟁과 순위만 있는 활동이 아니라 모두가 즐겁게 참여하고, 선의의 활동을 통해서 서로가 행복함을 느끼기 위해 하는 거잖아요. 저는 그게 되게 중요한 거라고 생각해요.
모든 게임이 선의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지 말라 이런 의미는 아니고요. 최선을 다하되 우리가 추구하는 운동 <모두의 운동회>의 의미는 이런 것이라고 참여자들한테 알려드리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그게 스포츠의 규칙이기도 하죠. 그런 규칙을 알려드리고, 우리는 오늘 이런 운동회를 하겠다는 걸 시작 전에 선포하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고요.
그리고 시상식도 마찬가지로 순위를 매긴다기보다 모두 함께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입니다. 팀 안에서, 또는 운동회 전 과정에서 누군가는 분위기를 재미있게 만들어주고 누군가는 응원하면서 서로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죠. 이런 분들을 우리가 같이 뽑아서 그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스포츠라는 건 물론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도 중요하지만 그 경기를 즐겁고 의미 있게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역할이 필요해요. 누군가는 응원을 하고, 심판을 보고, 또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그 역할이 하나하나 다 모여야 우리가 추구하는 운동회가 가능한 거고요. 이러한 의미를 일깨우기 위해서 시상식도 색다른 방식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진 제공 : 노디
누구나 각자의 역할이 있는 운동회 <모두의 운동회>
헤즈 : 운동회 프로그램 이름들이 재미있던데요, 어떤 활동들인지 소개해 주시겠어요?
노디 : 여는 활동으로 ‘알-병아리-닭-봉황’이라는 이름의 놀이를 할 건데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고 쉬우며 본능적인 감각을 사용하는 놀이가 바로 가위바위보잖아요. ‘알-병아리-닭-봉황’은 가위바위보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가 할 수 있는 놀이 활동이에요. 일종의 워밍업인데요, 알에서 병아리 그리고 닭까지 나아가는 게 결국 ‘성장’이잖아요. 성장하면서 즐거워서 하시는 분도 있고 성장하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사람들 표정도 있고, 희로애락이 다 담겨있는 놀이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놀이라서 가볍게 워밍업으로 시작해 보려고 해요.
그리고 공 넣기를 할 건데요. 박 터트리기의 변형이라고 보시면 돼요. 서로 협동심을 유발하는 활동이죠.
워밍업을 하고 공 넣기를 하며 몸을 풀고 나면 팀 미션 올림픽이라는 활동을 하게 되는데요. 워밍업을 하고 팀 미션을 한다는 게 이런 운동회에서 좀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올림픽에서는 국가별 또는 지역별로 나눠서 1, 2등을 겨루는 데 의미를 두지만 선수들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결국은 자기의 성장,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얘기를 많이 해요. 그런 의미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경쟁과는 좀 다르지요.
그렇기 때문에 <모두의 운동회>는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팀’을 응원하고 승부 결과에 따라 슬퍼하고 기뻐하는, 이런 모든 감정을 느끼는 건 생명을 가진 존재들만이 공유하는 어떤 특질 같거든요. <모두의 운동회>에 오시면 이렇게 팀끼리 단합하고 서로의 성장을 지켜보는 활동을 경험할 수 있어요. 그게 바로 ‘팀 미션 올림픽’입니다.
종류에 따라서 모든 팀의 참여자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게끔 동시에 진행하면 좋지 않을까 해요. 서로 다른 프로그램들이지만 하나의 경기처럼 보이게 해서 모든 팀원들이 각자의 능력에 따라서 다 같이 참여할 수 있게끔 구성했습니다. 한 종목으로 참여하게 되면 누구는 잘하는 사람이 있고 누구는 못하는 사람이 있어서 결국은 그게 티가 나게 돼 있지만 이건 다르거든요. 예를 들어서 ‘나는 하나의 공을 두 명이 함께 옮기는 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라든지 ‘나는 몸이 불편하지만 콩 같은 거 옮기는 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라든지. 이렇게 자기의 장점을 최대한 찾아볼 수도 있고, 그 안에서 각자의 역할들이 있다는 게 중요한 거죠. 한 프로그램 안에 각자가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해서 자기가 소속된 팀에 무엇인가 의미를 줄 수 있다는 게 중요한 활동이에요.
<모두의 운동회> 재미있게 준비하고 있으니 차별없는 스포츠를 만들어가고 싶으신 분들이 많이 참여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