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왈왈 2020]7월 3주 _ 성희롱·성폭력 근절만큼 근본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외 2편

2020-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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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희롱·성폭력 근절만큼 근본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성희롱·성폭력 근절 종합지원센터 홈페이지 갈무리 (출처 :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계약직으로 일했던 연구원들이 정규직 연구원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여성인 피해자들은 과거 계약 연장 여부를 손에 쥔 정규직 남성 연구원 ㄱ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으며, 기관은 피해 사실을 알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각계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성범죄에 대한 사건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18년 1월 안근태 전 검사장의 성추행 행태 폭로와 함께 촉발한 한국의 미투운동은 남성 권력 중심의 사회구조 속에서 여성이 안전하고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가 이미 무너져 있음을 공개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고발하는 계기였다. 이처럼 용기 있는 이들의 목소리가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를 되짚어 볼 수 있게 해주었지만, 그로부터 2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난 현재까지도 권력에 의한 성착취는 여전하다.

정부는 미투운동 이전부터 여성가족부를 중심으로 여러 차례 관련 대책을 수립하고 발표한 바 있다. <성폭력 방지 종합대책안(2013)>과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 근절대책(2015)>이 그러하다. 이 외에도 <직장내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2017> <공공부문 성희롱 방지 대책(2017)>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및 디지털 성범죄 근절 추진 협의회(2018)> 등 성범죄 예방과 해결을 위한 각종 정부 대책들이 마련되어 있고,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공공과 민간 구분 없이 관련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성희롱·성폭력 근절 종합지원센터(2020.01.)’를 설치하여 운영 중이기도 하다. 문제는 정부의 각종 대책이 무색할 정도로 피해가 지속적으로 속출하고 있으며 가해에 대한 처벌 기준이나 수위는 형편 없이 낮다는 것이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산하 공공기관 성희롱·성폭력 대응 체계 실태 조사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심도 있는 서면조사와 방문(대면)조사 방식을 통해 문화·체육·관광 등 전 공공분야의 성희롱·성폭력 방지 조치와 사건 처리 절차 등 이행 사항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고 한다. 이는 지난 6월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 1급 실장이 성희롱‧성차별 발언으로 파면된 사건에 따른 조사라고 짐작되는데, 조사 실행과 무관하게 실효성에 의문이 생긴다. 

권력형 성범죄는 공공기관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 뿐만 아니라 각계에서 이미 현장에 기반한 실태 조사를 상시적으로 진행했어야 하고, 그에 따른 실질적인 대응 체계를 마련했어야 한다. 이전에 수도 없이 발표한 대책은 대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대책을 위한 대책, 조사를 위한 조사만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진 않은가. 제도가 모든 것을 감당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인 안전망 구축을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기존 대책에 대한 점검과 근본적인 문제점 도출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완성도 높은 대책, 실효성 있는 대책이 재수립되길 바란다.


참고기사

[경향신문] 문화관광연구원 ‘미투’…“기관은 조치 않고 방치”

[연합뉴스] 문화・체육・관광 분야 공공기관 성희롱・성폭력 대응체계 점검


2. 언론의 역할과 기능을 언제까지 되물어야 하는가

저널리즘 (출처 : 픽사베이)


성범죄, 극단적 선택, 정치가 얽힌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인 만큼, 언론은 전반적으로 고 박원순 시장에 대한 논란에 나름 조심스럽게 접근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시신 운구 영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2차 가해성 글들을 편집 없이 전하는 등 과거 행태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사회적 파장이 예상되거나 이미 파장이 형성된 이슈를 언론이 다룰 때면 보도의 문제가 항상 뒤따른다. 선정성, 기업성, 오락성, 권력과의 유착성 등의 성격을 드러내며 특종이나 단독의 형태로 이른바 보도 전쟁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는 정보 소비자 또는 구매자인 대중을 끌어들여 독자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밖에 보이지 않으며, 이로 인해 언론의 기능인 저널리즘은 축소되고 자극과 취향, 대중성만이 남는 폐단이 발생한다.

이번 고 박원순 시장 보도에서도 알 수 있듯, 2차 가해성 글들이 언론을 통해 편집 없이 전파되었고 오보 또한 줄을 이었다. 일부 보수언론은 사망 기사로 정쟁을 부추기기까지 했다. 언론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대체 언제까지 되물어야 하는가. 매스미디어 사업을 통한 대자본의 유입과 업종 간의 경쟁,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원칙이라는 언론 환경의 변화에 따른 현대 저널리즘의 한계를 극복해야만 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유렵과 미국에서는 ‘컨스트럭티브 저널리즘(솔루션 저널리즘)’을 제안하기도 한다. 결과가 무엇인지 알려주기보다 어떻게 그런 결과를 얻었느냐에 집중해 어떤 점이 잘못되었고, 이를 변화시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이다. 한국의 언론 또한 자신들이 생산한 뉴스가 어떤 모습인지 들여다보고 언론이 무엇을 전달하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점검이 필요한 때다. 


참고기사

[미디어오늘] 언론은 정말 '2차 가해'우려하고 있는가


3. 아이돌 연습생에게도 인권이 우선이다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노동인권 개선을 위한 팝업’의 “카메라 속 아동·청소년은 소품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캠페인 광고 (출처 :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지난달 26일부터 방송 중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엠넷 합작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I-LAND(아이랜드)> 이야기다. <아이랜드>는 마치 공들여 만든 ‘지옥’처럼 보인다. 이곳의 세계관은 데뷔조 12명에게만 제공되는 의식주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한 숙소 ‘아이랜드’와 낙후된 낙오 공간 ‘그라운드’의 선명한 대비로 시각화된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의 가장 큰 폐해는 인권을 자본의 수단으로 착취하는 데 있다. 이제는 그에 더해 ‘서바이벌’ 방식을 통해 연습생들이 서로를 낙오시키며 노골적으로 승자독식과 약육강식의 논리에 빠져들게 한다. 프로그램은 연습생들에게 누구보다 더 뛰어난 상품으로 포장되길 요구하는데, 이는 ‘K팝 신화’라 일컬어지는 기형적인 아이돌 생산 공정과도 맞닿아 있다. 연습생들의 지속적인 정신적·신체적 고통의 호소는 뒤로 한 체 연습생들의 사연이 깃든 개인적 서사, 완벽한 안무, 지치지 않는 열정 등을 구현하기 바쁜 것이다. 

<아이랜드> 프로그램에서는 지난 5월 말, 이동식 무대에서 촬영하던 연습생이 낙상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부상 당한 연습생은 하차했고, 사고를 유발한 이동식 무대는 첫 번째 경연에서 그대로 사용되었다. 현장에 안전사고 예방과 대처 방안이 존재하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경쟁과 착취 앞에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인권이다. 연습생들이 안전과 건강을 포기하고 잘 다듬어진 상품으로서의 가치에 집중하는 모습 만을 보여주는 것은 분명 잘못이다. 

아이돌 연습생의 대부분이 10대인 만큼, 아이돌 연습생을 포함한 아동·청소년 연예인의 기본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노동환경 마련이 시급하다. 문화 향유계층 또한 방송계의 불공정 인권침해 실태를 비판하고 개선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참고기사

[경향신문] K팝 아이돌 공장 아이랜드...연습생의 인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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