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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성평등전주 예술인 전시 배제 규탄 기자회견

202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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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성평등전주 예술인 전시 배제 규탄 기자회견


2022년 7월 16일과 18일, 전주시가 설치·운영하는 기관인 전주시사회혁신센터 성평등전주(이하 ‘성평등전주’)는 ‘제3회 페미니즘 예술제 《지구탈출》’에 참여 작가로 선정된 10인 중 3인(작가 사랑해, 치명타, 이시마)(이하 ‘작가 3인’)이 예술제 준비를 위한 비공개 워크숍에서 했던 발언을 근거 삼아 특정 개념을 사용하고 자신과 다른 정치적 의견을 가진다는 이유로, 또 그 의견이 향후에 표출될지 모른다는 이유만으로이들의 사상과 양심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전시에서 배제하였다. 


성평등전주의 결정은 명백한 차별이며 사상 검열로서 양심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 침해이며 전시계약위반이다. 

성평등전주가 단일의 정치적 입장만을 강요하고 다른 의견을 가지는 작가들을 전시에서 배제한 결정은 명백한 차별이며 사상 검열로서 양심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다. 평등원칙은 보편적인 인권규범이자 우리사회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국제인권은 내적 양심의 자유를 그것을 표현할 자유보다도 훨씬 강하게 보호한다. 작가 3인은 성평등전주가 문제삼은 개념과 의견을 예술제에서 작품이나 발언으로 표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예술활동을 지원받을 기회에서 배제 당하였다. 

또 국가기관 등이 예산을 지원하는 예술지원사업에서 정치적 의견 또는 사상을 이유로 특정 예술인을 배제하는 차별행위를 하고, 예술인의 예술 활동에 개입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행위이다. 본 예술제 포스터에는 주최자로 성평등전주, 행정안전부, 전주시가 표시되어 있어, 제3회 페미니즘 예술제는 국비와 시비로 운영되는 국가지원 예술사업임을 알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2020년 12월 23일 박근혜 정부가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문화예술인을 구별하는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재정 지원 등을 받지 못하도록 한 것이 평등권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고 위헌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이 일을 계기로 제정된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이 올해 9월 25일 시행되었다. 동법은 헌법이 보장하는 예술인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재천명할 뿐 아니라, 예술인 권리 침해시 구제 및 시정 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동법 제8조 제2항은 “국가기관등 및 예술지원기관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등을 이유로 예술지원사업에서 특정 예술인을 우대ㆍ배제ㆍ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차별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있고, 제11조 제1항은 “국가기관등 및 예술지원기관은 정당한 사유 없이 예술지원사업의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예술인의 예술 활동에 개입하거나 간섭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작가들이 본 예술제에 관하여 체결한 ‘전시계약서’ 제2조 제2항은 “전시기관은 예술 창작과 표현에서 작가의 견해를 존중하고, 작품 활동에 부당하게 간섭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5조는 전시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사유로 ‘천재지변 또는 기타 불가항력,’ ‘상대방으로부터 성희롱·성폭력을 당한 경우’만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작가 3인은 정치적 의견 또는 사상을 이유로 일방적인 전시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성평등전주는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성평등전주는 작가 3인이 항의하자, 7월 22일 전주시사회혁신센터 사이트에 “제3회 페미니즘 예술제 작가모집 공고에 전시장소와 관련하여 반성매매 가치를 기반으로 성매매집결지 폐쇄를 한 장소인 점을 명시하지 않아 혼란을 야기했습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이 일을 공론화하기 위한 단체성명문이 발표되고 난 후인 10월 7일에는 공식사과문을 발표했다. 공식사과문에서 성평등전주는 “반성매매 입장과는 다른 성노동 입장의 예술가들이 예술제에 참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성매매에 대한 다른 입장을 가진 예술가들과 예술제를 준비한다는 것이 그간의 선미촌의 변화 노력과 모순되는 것이라는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작가들에게 하차를 요구하는 것을 전여문에게 맡기고 사업의 주최기관인 성평등 전주가 직접 작가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등의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은 너무 안일한 대처였다", “예술가들을 민주적이지 않은 절차에 노출시킴으로써 논란을 확대해 온 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사랑해, 이시마, 치명타 작가에게 사과드린다", “현재 문제가 되는 과정 전반에 대한 성찰을 통해 선미촌을 기반으로 성평등 활동을 하는 모든 과정을 더 꼼꼼하게 살핌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안전하고 존중받는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하였다. 

성평등전주는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본 사건의 본질은 예술인에 대한 사상 검열로서 양심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사건이다. 성노동이라는 개념에 대한 작가들의 입장은 정부나 정치권에 대한 입장, 인종과 성별, 차별을 포괄하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입장과 다르지 않다. 성평등전주는 이러한 보편적인 정치적 입장을 문제삼아 작가들을 전시에서 퇴출한 것이다. 성평등전주는 그 정치적 입장이 성노동 개념이라서 자신들의 결정이 정당하다고 주장하지만, 성노동 개념은 소위 반성매매 운동을 표방하는 단체 및 개인도 사용하고 있다. 또 성노동(Sex work) 개념은 국내외적으로 성평등 및 인권 운동 안에서 사용하고 있다. UNDP, UNAIDS,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 등 국제기구 및 국제인권단체도 공식적으로 성노동(Sex work) 개념을 사용하고, 성노동자의 안전과 권리 보장을 위한 정책 권고 등을 해왔다. 성노동 개념은 성매매가 구조적인 이유로 자원이 부족한 여성들의 생계수단이기도 하다는 점을 드러내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고, 성매매여성에게 권리가 필요하다는 맥락에서 주장되기도 한다. 더욱 문제적인 것은 이 정치적 입장을 작가들이 해당 전시에서 표명하지 않겠다고 누차 설명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평등전주는 ‘평등’과 ‘페미니즘’ 기치를 내걸면서도, 다양한 관점과 견해가 평등하게 표현되는 장에서 함께 논의하는 방식이 아니라, 특정 입장은 표현될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반성매매 가치’를 자의적으로 편협하게 해석함으로써, 도리어 보편적인 인권규범과 평등원칙에 반하는 행위를 저질렀다. 아이러니하게도 제3회 페미니즘 예술제의 기획 의도는 혐오와 차별 없는 평등하고 안전한 세상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성평등전주의 공식 입장은 아주 위험한 시그널을 공공연히 숨기고 있다. 성평등전주는 사과문에서 작가들을 전시에서 배제한 절차만이 미흡한 지점이었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과정 전반에 대한 성찰"을 하겠다는 성평등전주의 다짐이 이 일을 기반삼아 추후 동일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작가들을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논란없이 퇴출시킬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겠다는 다짐으로 읽히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이들이 무엇을 문제라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이후 성평등전주에서는 사상 검열과 표현의 자유 침해가 매우 섬세하면서도 노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이에 우리는 성평등전주에 아래의 요구 사항을 다시 요청한다.


하나. 예술인에 대한 사상검열과 차별을 중단하라.


둘. 성평등전주가 기획하는 행사에서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예술인들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공식적으로 약속하라.


셋. 위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절차를 마련하고 이를 공식문서로 발표하라.


2022년 10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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