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소식


활동후기기후대선 전국행동 '기후바람' 서울 집중행동 활동후기

2022-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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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대선을 바라는 N개의 목소리 : 기후대선 전국행동 '기후바람' 서울 집중행동 활동후기


기후대선 전국행동 지역 순회 일정에 이어, 지난 주말에는 서울에서 집중행동을 진행하였습니다(혹시 아직 안 읽어 보셨다면, 기후대선 전국행동 '기후바람' 지난 활동후기 바로가기). 서울에서의 일정은 금-토 이틀간 진행하였는데요. 첫 날엔 주요 기후악당 기업을 순회하며 기후악당 기업의 책임을 묻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둘째 날엔 여의도 인근 각 대선후보 캠프 주위를 순회하며 전국에서 모인 여러 목소리들을 전달하는 집회와 행진을 진행하였습니다.



기후악당 기업에게 책임을 묻다

서울은 많은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의 본사가 소재한 지역입니다. 이번 행동에서는 2020년도 기준, 상위 온실가스 다배출기업 중 사기업을 찾았습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선 염두에 두었던 건, 다른 퍼포먼스와 마찬가지로 보도 사진으로 찍히기 좋은 이미지를 연출하는 일이었습니다. 예쁜 기업 현판과 웅장한 사옥 앞에서, 가끔 피켓이나 현수막은 작아보이기만 합니다. 하여 시각물이 크지 않더라도, 배경이 되는 건물의 성격을 새로 규정하기 위해 경고문과 표지판을 만들었습니다. 마치 사진의 제목이 바뀌면 사진의 내용이 달라 보일 수 있듯, 경고문과 표지판을 통해 스펙터클한 도시의 풍경에 조그마한 균열을 내어보고 싶었어요.

기후악당 기업들은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지만, 서울에 있는 우리에게 그 모습은 보이지 않을 뿐더러 위험하게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하여 기후위기가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온실가스를 시각화한 흑색 연막탄을 활용하는 동시에 퍼포먼스 장소 주변에 안전제일을 연상하는 노란색 띠를 둘렀습니다.

한편, 이번에는 기존 퍼포먼스나 피켓팅처럼 시민들을 향해 참가자가 모두 피켓을 들고 있는 형태가 아니라, 하나의 피켓을 다른 참가자들이 시민들과 함께 바라보는 형태로 시위의 '시선'을 전환해보고자 하였습니다. 하지만 평일이라 그런지 각 기업 앞에 유동인구도 많지 않고, 참가자 수도 많지 않아 효과적이지 않다고 판단하여 현장에서는 기존 방식대로 진행하게 되었어요.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들과 서울 기후위기비상행동 활동가 및 시민들은 포스코, 현대제철, 삼성전자, 쌍용C&E, 에쓰오일 등을 방문하며 기후악당 기업의 책임을 묻고 위 사진과 같이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의 행태에 대해 경고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였습니다.



기후대선을 요구하는 N개의 목소리를 전달하다

26일에는 기후대선 전국행동의 마지막 일정으로, 여의도 대선캠프 앞 집회 및 행진을 가졌습니다. "기후가 아니라 대선을 바꾸자, 기후가 아니라 체제를 바꾸자"는 슬로건으로 진행해왔던 지난 몇 주간의 일정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되었네요. 


행진에 앞서 열린 사전 집회에선, 황인철 집행위원장이 지역에서 수집한 다양한 목소리들을 전해주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기후가 아니라 대선을 바꾸자'고 외치며 선언문을 낭독하였습니다. 집회에서는 다양한 목소리를 상징하는 가면이 사용되었습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사무국 차랑 활동가는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색깔 가면 등을 통해 다양한 인간 주체를 표현할 뿐만 아니라, 물고기 등 기후위기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게 될 비인간 주체를 대표하는 가면도 제작해주었습니다.


사전 집회를 마치고, 우리는 현재 대선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재명 후보, 윤석열 후보, 심상정 후보, 안철수 후보의 캠프 주변을 행진하였습니다. 행진할 땐 바투카다팀 레츠피스의 연주가 있어 더욱 신이났습니다. 행진을 하다가 각 후보 캠프 앞에서 도착하면 잠깐 멈추어 서서 함께 구호도 외치고, 함성도 발사하며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행진 중에 우연히 시간이 겹쳐, 윤석열 후보 캠프 앞에서 택배 파업 노동자들과 마주했습니다. 현장에서 집회를 준비하던 택배 파업 노동자들은 기후위기를 위한 구호들을 함께 외쳐주었습니다. 비상행동 활동가들도 택배 파업 노동자들을 응원하는 구호를 함께 외치며 서로 미소를 나누었습니다. 

기후대선 전국행동 기후바람 참가자들은 마지막으로 후보 캠프 사이 사거리에서 함께 다이인 및 부활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서울에서의 난장을 마무리하였습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의 기후대선 캠페인은 여기서 마무리됩니다만, 대통령 선거는 아직 한 주가 남았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의 정치와 사회운동도 갈 길이 멉니다. 주요 대선 후보들의 기후위기 대응 공약은 형편 없어보입니다. 당장의 전망은 어두워 보이기만 합니다. 하지만 지름길은 아닐 지라도, 투표용지에 담기지 않는 여러 목소리를 드러내고 또 거기에 응답하는 길 만이 사회운동이 걸어가야할 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누가 덜 싫은 후보인지를 대놓고 경쟁하는 사상 유례없는 대선 레이스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기후위기’가 빠진 대선이라는 사실은 여전하다. 당선권에 근접한 후보들의 공약과 메시지에서 기후위기는 잠깐 스쳐가는 배경으로 활용될 뿐, 오히려 해법은 거꾸로 가고 있다. 기후를 걱정하고 기후를 살리는 이야기가 한 가운데에 있음을 의미하는 ‘기후대선’의 희망은 더욱 희미해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 기후위기는 이번 대선이 지난 후에도 사라지기는커녕 더욱 본격적인 문제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그와 그 정부가 기후위기를 제대로 받아들이고 대응하기를 요구할 수밖에 없고, 지금 우리의 외침이 아무리 작다 하더라도 그 기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상행동은 ‘기후바람’의 여정에 나섰다.


우리는 블루파워 발전소가 건설중인 삼척, 신공항이 추진되는 부산 가덕도와 새만금, 핵발전의 굴레에서 신음하는 경주, 석탄화력발전으로부터 정의로운 전환을 고민하는 충남 보령과 인천 영흥도, 다른 농업을 모색하는 홍성, LNG 발전소 건설에 저항하는 청주, 그리고 온실가스 대량배출 기업의 본사가 밀집한 서울로 발걸음을 디뎠다. 기후위기의 최전선인 그곳들에 우리는 예상대로 유력 대선후보의 모습을 한 명도 볼 수 없었다. 대선 후보들의 의제도 그 현장 최전선의 사람들을 비켜나 있었다. 오히려 그들이 남겨두고 간 신공항의 헛된 약속, 정쟁화된 탈원전의 잔해들, 새로 지어지고 사라지는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무책임을 확인하고 있을 뿐이었다. 개발, 성장, 발전의 선물 보따리를 뿌려대며 기후위기 대응을 미래의 일로 미루고 우리의 짐을 더욱 무겁게 하는 공약들을 만날 뿐이었다.


우리는 기후대선이 다루어야 할 다섯 개의 당연한 요구와 다섯 개의 새로운 요구를 제시했다. 기후위기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인 탈핵, 탈석탄, 신공항 건설에 대한 입장도 물었다. 당선권 후보들의 답변은 다분히 실망스러운 것을 넘어 우려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절망하지 않는다. 기후위기를 이겨내고 생명을 지키는 일이 그렇게 쉬운 것이었다면 애초에 기후위기 없는 대선을 우려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지금의 정치와 사회 체제가 기후위기의 원인이자 본질인 만큼 대통령 후보와 대선에 기후위기 해결을 의탁하는 것은 원초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더욱, 대선을 넘어서, 청와대를 넘어서 스스로 기후위기 해결의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우리는 여기 기후위기를 경험하고 대응하는 N개의 얼굴과 N개의 목소리로 외친다. 이 N개의 존재들이 인정되고 보살펴지고 주체로 나서는 것, 그것이 체제의 전환이고 기후위기를 이겨낼 원리이자 힘이다. 우리가 아직 만나지 못하고 듣지 못한 N개의 존재를 찾고 연결하고, 그들을 미래와 현재의 주인공으로 불러들이자. 그 존재들의 힘을 무시 못하게 될 때 기업과 언론과 국회와 청와대는 비로소 변화할 것이다. 기후대선을 요구하는 지금 우리의 목소리는 그 한 걸음, 그러나 중요한 한 걸음이다.


우리는 이번 대선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누가 조금 나은가 라는 선택으로 기후위기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는 것 또한 분명히 한다. 남은 대선 기간 동안 우리는 기후가 중요한 대선을 요구함과 함께, 기후가 대선 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알릴 것이다. 그리고 대선을 지나 더욱 강하게 몰아치는 기후 바람을 만들기 위해 오늘 함께 말한다. 기후위기가 빠진 대선, 그것이 바로 기후위기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기후가 아닌 대선을 바꾸고 체제를 바꾸기 위해 우리는 더욱 많이 논의하고 더욱 과감히 행동할 것이다. N개의 얼굴과 N개의 목소리로, N개의 노력을 시작할 것이다.


대선 후보들은 기후위기 직시하라!
기후위기 가속화하는 석탄발전 중단하라!
기후위기 가속화하는 신공항 추진 중단하라!
기후위기 해법 아닌 핵발전 추진 중단하라!
성장과 발전이 아닌 정의로운 전환을 말하라!
기후악당 대선후보 부끄럽다, 기후가 아니라 대선을 바꾸자!


2022년 2월 26일
기후위기비상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