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소식


활동후기애도와 민주주의 길 걷기 참여 후기 - 어느 누구도 아닌 모두의 광장, 애도하며 걷다

2022-11-25
조회수 1097


애도와 민주주의 길 걷기 참여 후기

어느 누구도 아닌 모두의 광장, 애도하며 걷다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흰 리본으로 묶은 국화꽃과 애도와 민주주의 길 걷기 포스터가 놓여있는 사진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개장과 함께 “광화문광장은 시민의 여가와 문화 생활을 위한 공간”이라며 “집회·시위 목적의 행사는 최대한 사전에 걸러내 허가를 내주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히고. 이에 대해 문화연대를 비롯한 18개 시민단체는 '광화문광장 집회의 권리 쟁취 공동행동'을 구성하고, 헌법에서 보장하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지키고 광화문광장이 시민의 공론장이자 민주주의의 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직접행동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광화문광장집회의권리쟁취공동행동은 지난 10월 13일 광화문광장에서 집회금지하는 오세훈 규탄집회에 이어 두번째 행동으로 지난 수요일(23일) 광화문 광장에서 애도와 민주주의의 길 걷기를 진행했습니다. 


애도와 민주주의의 길 걷기는 역사의 현장인 광화문광장을 걸으며 시민들의 힘으로 만들어낸 민주주의의 기억을 지우려는 서울시의 집회시위 금지에 맞서 민주주의와 인권의 역사를 시민들과 함께 새기는 행동으로, 세월호 기억관과 김용균 추모분향소, 문중원열사 추모공간으로서의 광화문 광장을 기억하는 이들이 광장을 함께 걸으며 10.29 참사 희생자들을 시민들이 함께 눈물 흘리며 서로를 위로하는 자리이자 인권이 보장되는 다른 세상에 대한 꿈을 나누는 자리이며 광장을 되찾기 위해 기획한 투어 형식의 집회로 인권운동네트워크 명숙 활동가와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정윤희 작가의 안내로 진행되었습니다.


광화문광장 한복판에서  인권운동네트워크 명숙 활동가의 설명을 듣는 투어 참가자들


이번 길 걷기는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시작해 세종문화회관 뒤편 세종로 주차장에서 마무리가 되었는데요, 주요 거점들을 지날 때마다 공간에서 민주주의의 시간을 채웠던 현장의 활동가들이 당시의 기억과 의미를 소개하며 진행되었습니다. 


투어의 첫 번째 걸음이 다다른 곳은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이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800여억 원을 들여 진행되어 논란이 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에서부터 2025년 송현동 부지에 지어질 ‘이건희기증관’, 미술품 전시장과 대통령 역사 문화공간이 들어설 ‘청와대 복합문화공간’. 등 오세훈의 광화문광장 개발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농성장이 있던 공간 앞에서 과거의 사진을 들고 설명하는박철균 활동가와 그 모습을 사진을 찍는 문화연대 헤즈 활동가


2017년 420 장애인차별철폐결의대회에서 상영했던 투쟁 영상 보기



다음 걸음은 해치마당에서 시작해 광화문 역사 안으로 이어졌습니다. 이곳은  2012년 8월 21일부터 2017년 9월 5일 1842일 동안 농성을 했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의 투쟁의 시간이 담긴 공간으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철균 활동가가 들려주는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장애인 운동의 의미를 짚어보며 다같이 "부양의무제 완전 폐지하라 ,장애인 24시간 활동 지원 보장하라"는 구호를 함께 외친 뒤 세월호참사와 기억관이 있던 이순신상 밑 명량분수 앞으로 이동했습니다.


2021년 8월 광화문 공사로 이전된 세월호 참사 기억공간이 있던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명숙 활동가와 이경희 활동가


이곳에서는 4.16 연대의 이경희 활동가와 함께 국가폭력과 애도 그리고 기억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광화문광장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유가족들의 단식을 하던 공간이기도 하고, 많은 시민들은 광장에 나와 참사의 슬픔을 나누고 서로를 위로하는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진상규면 되지 못했고, 기억 공간조차 유지되지 못하고 광화문 광장 공사를 이유로 서울시의회가 앞으로 이전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우리만의 애도로서 함민복 시인의 <숨 쉬기도 미안한 사월>이라는 시를 함께 읽으며 다음 장소인 이순신상 앞으로 이동하였습니다.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블랙리스트 투쟁을 이야기하는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정윤희 작가와 문화연대 이두찬 활동가


이곳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운동의 거점이었던 박근혜퇴진캠핑촌이 있던 자리로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정윤희 작가와, 문화연대 이두찬 활동가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파헤치기 위해 싸우던 예술인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광장에 캠핑장을 만들고 박근혜가 탄핵되던 2017년 3월 25일까지 농성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요. 그 이후 당시 이두찬 활동가가 작성했던 성명서의 제목을 인용한 구호를 참여한 시민들과 함께 외치며 다음 기억의 장소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으로 이동했습니다.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으로 다시 걸음을 옮긴 이유는 혐오와 차별에 맞서 시민들이 함께 무지개를 펼쳤던  2016년과 2017년의 5월 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아이다호)를 기억하고 이야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곳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은 성소수자혐오·차별 반대 플래시몹, “무지개를 펼쳐라”, 성소수자 혐오 없는 나라를 바라는 시민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했던 장소로 2019년에는 세종로 소공원을 출발하여 종로 남인사마당까지 무지개 깃발을 들고 600명의 시민들이 야간행진을 했던 기억을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인 천주교인권위원회의 장예정 활동가의 기억 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애도와 민주주의 길 걷기의 마지막 공간은 세종로공원의 끝 세종로 주차장이었습니다. 2018년 12월 10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고 김용균의 죽음 이후 시민분향소를 차렸던 공간이자,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고 김용균특별조사위를 구성하기로 정부가 합의하며 2월 9일 장례를 치르고, 이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운동을 할 때 농성장과 추모공간이 있던 곳 이었으며, 2019년 5월 법원의 불법파견 인정에 따라 직접고용을 요구하던 톨게이트여성노동자들이 집단해고되고 농성을 하던 공간이었고, 2019년 11월 29일 부정경마, 조교사 시험 비리 등을 고발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경마기수 문중원 열사의 죽음을 2020년 2월 21일 한국마사회가 공공기관이니 정부가 해결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시신을 들고 부산에서 올라와 분향소를 차리고 싸웠던 공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노동 현장의 투쟁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농성장이 있던 광화문역사 안에 설치된 <1842일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자기준. 장애인수용시설 폐지를 외치다>라는 기념판 앞에서 투어 참여자들과 찍은 단체 사진


2022년 광화문광장이 재개장을 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은 시민의 여가와 문화생활을 위한 공간”이라며 “집회·시위 목적의 행사는 최대한 사전에 걸러내 허가를 내주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 및 언론의 문제 제기가 있었음에도 서울시는 여전히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애도와 민주주의 길 걷기 집회는 시민들이 만들어낸 또 다른 방식의 애도이자 기록으로서 중요한 한 걸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더 많은 시민들과 앞으로 함께 만들어갈 광장의 시간을 기대하며, 민주주의의 역사가 담긴 광화문광장에서 더 많은 흔적을 만들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주요거점의 설명은 애도와 민주주의 길 걷기 가이드 링크를 참고 했습이다. [보기]

*광화문광장 집회의 자유 관련 같이 읽어보고 싶은 글

[시장님, 제게 광장을 언제 돌려주실 셈인가요?] 랑희(인권운동공간 활) .참세상. 2022.11.24

[광화문광장에서의 빛나는 불복종의 순간] 랑희(인권운동공간 활) 참세상 2022.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