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소식


워크숍2023 기후정의 활동가 캠프를 다녀와서

2023-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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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기후정의활동가캠프를 다녀와서


지난 1월 12일부터 14일까지, 2박 3일간 단양의 금속노조 청소년수련원에서 기후정의활동가캠프가 열렸습니다. 문화연대 스틸얼라이브 활동가 세 명도 캠프에 함께하여 전국의 기후정의활동가들과 교류하고, 체제 전환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첫날은 서로의 공통점을 찾는 놀이시간을 가지며 자연스레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고, 이후 참세상 홍석만의 발제로 자본주의의 위기와 더불어 기후 정세를 전망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둘째 날 오전엔 '정의로운 에너지 체제전환 투쟁의 전략'을 주제로 다양한 지역 투쟁 현장의 이야기를 나누었고, 오후엔 기후정의선언운동의 확장을 위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한 주제별 병행세션으로 "종차별주의와 동물의 권리", "지역 기후정의운동 어떻게 할 것인가?", "관행적 기후행동을 넘어서려면(직접행동 등 새로운 전술의 모색)"을 주제로 이야기나누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문화연대 박이현 활동가와 신영은 활동가는 '기후운동의 문화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제로 세션 발제에 함께 하였습니다. 아래에 그 발제문 공유드립니다.


‘기후직접행동의 효과적 전술 모색’ 세션
_기후운동의 문화적 전환이 필요하다

문화연대 박이현, 신영은



지난 3년간 기후운동 전술 평가 : 선언의 시간, 투쟁의 시간, 조직의 시간을 지나

지난해 9월 24일, 국내 기후운동역사에서 가장 많은 대중들이 기후정의행진에 집결했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변화의 가능성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한계도 명백했다. 기후변화가 구글코리아 집계 기준 2022년도 뉴스/사회 분야 인기검색어 1위에 등극한 데에 비해 3만 여명이란 숫자는 아직 턱없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한편, 정부는 오히려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퇴보하고 있으며, 기업의 그린워싱은 한껏 교활해지고 있다.


2019년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회 이후(주최측 추산 7,000여명 집결), 한국 사회에서 본격적인 기후운동이 시작되었다. 그 이전까지 우리가 기후변화 혹은 지구온난화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렸던 이미지는 아마 북극곰일 것이다. 혹은 지구가 앓고 있는 그림이나 우상향하는 그래프. 지금-여기-우리의 문제가 아닌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이들의 한계는 명확했고, 지난 3년간 기후운동은 주요 목표, 투쟁 대상, 주체, 캠페인 언어 등에서 적지 않은 폭의 변화를 거쳐왔다.




2020년 선언의 시간

2021년 투쟁의 시간

2022년 조직의 시간

주요 타임라인

• 2020.2. 코로나바이러스감영증 유행

• 2020.7. 문재인 정부, 한국판 그린뉴딜 계획 발표

• 2020.9. 국회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 통과

• 2020.12.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 유엔 제출

• 2021.2.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통과

• 2021.5. P4G 규탄행동 / 탄소중립위원회 출범

• 2021.8. 국회 탄소중립 녹색성장법 의결

• 2021.9. 기후정의 세계공동행동 '지금당장 기후정의’

• 2021.9. 탄중위해체 공대위 출범(2021.12.해소)

• 2022.2. 기후대선 전국행동

• 2022.3. 대통령 선거(윤석열 당선)

• 2022.4. 기후정의동맹 출범

• 2022.4. 다른 세상을 만드는 4.30 봄바람 행진

• 2022.9. 924 기후정의행진

주요 액션 및 대중집회

• 2020.6. 청년기후긴급행동의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진정한 그린뉴딜 촉구 기자회견’

• 2020.6. 기후위기비상행동 '기후위기 시한폭탄 21대 국회에서 멈춰라’

• 2020.9. ‘우리는 살고 싶다’ 비대면집회

• 2020.11. 1.5도씨를 지키는 동네방네 기후행동

• 2021. P4G 2021.2. 두산중공업 멈춰! 행진베트남 석탄화력발전소 사업 철회 액션

• 2021.3. 기후불복종 직접행동 '기후파괴당 민주당, 가덕도 신공항 철회하라!’

• 2021.3. 포스코 주주총회 <기후악당 노동악당 인권악당 포스코OUT>

• 2021.5. P4G 멈춰! 행진

• 2021.9. 2030 NDC 상향안 간담회 저지 행동

• 2021.9. 기후정의 세계공동행동 ‘지금당장 기후정의’

• 2021.10. 탄중위 규탄 노들섬 시위

• 2022.2. 기후대선 전국행동 ‘기후바람'

• 2022.3. 포스코 악당에 맞선 노동시민사회의 규탄행동

• 2022.4. 기후정의를 위한 행진 <오늘도 기후바람은 순풍>

• 2022.4. 다른 세상을 만드는 4.30 봄바람 행진

• 2022.5. 기후정의동맹 출범

• 2022.9. 924 기후정의행진


특징

• 대 정부 활동 및 캠페인 성격의 프로젝트가 기후운동의 다수 차지

• 정부, 국회, 지방자치 단체 등 정부기관에서 기후위기 비상선언 동참하는 성과가 있었으나, 탄소배출을 규제하는 법 제정까지 이어지지 못했으며 국가 단위 목표도 국제 기준에 미달

• 환경단체 이외 확장성 부족하였으나, 새로운 기후운동 세대 출현

• 신규 삼척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단 투쟁 등 지역 현장 일부 결합

• ‘기후정의’를 중심으로 담론 예각화(vs. 시장주의, 기술중심주의)

• 불복종 직접행동의 등장 및 확산

• 소규모 투쟁은 활발하였지만, 코로나 등의 한계로 대규모 행동 미진

• 탄중위에 대한 입장을 중심으로, 기후운동 분화

• 지역 투쟁 현장 및 노동운동 등 타 운동과의 보다 적극적인 연결 도모

• 시민사회 전반에 기후 의제 전면화. 기존에는 기후운동 (하위) 부문으로서 조직되었다면, 이제 운동들을 가로지르는 연대운동으로 자리매김

• 기후정의동맹 출범으로, 기후위기비상행동의 단일 상설 연대체 지위 상실

• 동맹의 활동과 더불어, 924 조직위 활동으로 기존에 비상행동의 조직이 미진하였던 지역/노동/인권 등으로 확장

• 코로나 이후 최대 규모 기후 의제 대중 집회 개최 성공(3만 여 명)



2020년은 선언의 시간이라 명명할 수 있다. 당시 기후운동은 기후위기가 시급하게 대응해야할 사안이며,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점을 고발하는 데에 주력했다. 보편성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지구공이 주요 오브제 중 하나로 사용되었으며, 시급성이라는 점에서 시한폭탄이 애용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대규모집회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다양한 시민주체들이 참여하고 있음을 나타내기 위해 기후위기비상행동에선 신발들을 모아 시민들의 행진을 시각화하기도 했다.


적은 인원과 부족한 자원으로 기후위기 문제를 알리기 위해, 기후운동은 언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가능한 여러 언론과 접촉하여, 보도가 잘 될 수 있는 사진을 남기기 위해 액션과 캠페인을 진행했다. 대중강연도 활발하게 열렸고 기후위기를 고발하는 영상 콘텐츠도 확산되었다. 그 결과 기후위기라는 말은 꽤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사회운동 진영 뿐만 아니라, 정부와 국회, 지자체까지 나서 기후위기에 대응해야한다고 선언에 나섰다. 하지만 그리 오래지 않아, 그들의 선언이 반쪽짜리라는 게 드러났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턱없이 부족한 탄소배출량 감축목표를 제안하는가 하면,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하는 시장주의적인 임시방책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그마저도 추진할 수 있는 실질적인 동력이 부족한 안이었다. 오히려 뒤에선 기후위기를 부추기는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거나 해외에서 석탄화력발전소를 추가 건설하려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에 기후운동은 2021년에 투쟁의 시간에 돌입한다. 기후운동을 상징하는 건 이제 조형물이 아니라, 기후위기를 막아서는 활동가들의 몸이 된다. 가덕도신공항을 막아내기 위해 멸종저항서울과 멸종반란의 활동가들은 민주당사를 막아서며 경찰에 연행된다. 노들섬에서 탄중위의 밀실 담합을 고발하며 경찰과 온몸으로 부대끼며 저항하고, P4G에 맞서 동대문에 모여 초록 깃발을 휘날리며 연막탄을 피우고, 기만적인 기업의 로고를 희망의 초록색으로 덧칠한 뒤 그 위에 올라섰다.


여러 색깔의 직접행동은 그 절박함 만큼이나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었지만, 이제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들 수 있어야 했다. 그렇게 기후운동은 2022년에 조직의 시간을 보낸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대선을 맞아 지역을 순회하며 현장의 말들을 의제화한다. 기후정의동맹이 출범해, 정책의 언어를 넘어 자본주의 성장체제에 맞서는 주체들의 선언을 준비한다. 여러 기후운동 주체들이 힘을 모아 체제전환을 골자로 하는 924 기후정의행동을 주최한다. 한편, 2022년도에는 2021년만큼 직접행동이 이어지진 않았다. 2022년도의 전술이 변경된 탓도 있지만, 2021년도 직접행동으로 인한 여러 소송과 재판으로 또다른 직접행동이 출현할 동력을 소진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2023년도 기후운동 전술 제안 : 예술행동이라는 지렛대를 통해 문화적 전환을

2023년은 여러모로 기후운동에 있어 중요한 한해가 될 것이다.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은 핵발전 정책으로 불러도 무방할 만큼 퇴행했다. 거버넌스에 있어 시민사회는 이제 포섭의 대상도 못 될 정도로 퇴보했다. 지난 몇 년간 기후운동의 주요 전략은 탄소배출량 감축 위주의 대정부투쟁이었으나, 2022년을 경유하며 체제 전환으로 담론이 확장되었다. 한편, 기후운동에 있어 연대활동의 지형도 꽤나 변해, 집중력 뿐만 아니라 확장력과 균형감각이 더욱 중요해졌다.


관성적인 사회운동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위기감이 지속된지 오래다. 사회운동은 지난 시기, 체제로의 편입, 전문가주의, 이데올로기와 일상과의 분리 등 여러 한계를 극복하는 데에 꾸준히 실패해왔다. 기후운동은 지난 사회운동을 반면교사 삼아, 꾸준히 자기 혁신을 거듭해왔다. 다른 의제와 대비하여, 대중의 동력도 넘치는 편이며 새로운 운동주체 역시 꾸준히 출현하고 있다. 하지만 과제도 적지 않다.


여전히 기후운동의 주요 조직 대상은 새롭게 등장하는 주체들이 아니라 기존 사회운동 조직에 가깝다. 기성 운동을 기후 이슈의 부문으로 조직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후 의제로 대중들을 조직하고 이들이 다양한 의제로 관심을 확장해갈 수 있도록 활동 방향을 틀어야 한다. 그렇다고 단순히 대중과의 접면만 늘려선 안 될 것이다. 듣고 따르는 주체가 아니라, 말하고 행동하는 주체로서 등장할 수 있게 우리는 여러 경로를 새로 만들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 앞으로 기후운동의 중요한 과정이자 방법으로 예술행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예술행동은 주체면에서 예술가들의 예술을 통한 사회참여를 넘어선다. 보다 모든 시민들이 예술이 지닌 역동성과 일상성, 확장성을 통해 직접행동에 나서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까지 기후운동에서의 예술행동은 이미 만들어진 메시지를 예술을 통해 돋보이게 하는 방법에 가까웠다. 청년기후긴급행동이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을 고발하기 위해 회색 물감을 뒤집어쓴 기자회견이나, 포스코 주주총회에 방호복을 입고 기후∙노동∙인권 탄압에 희생된 자들의 피를 상징하는 붉은 물감을 뿌렸던 액션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에 있어 효과적이었으나, 투쟁 주체를 성장시키거나 일상에서의 실천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하지만 보다 강력한 예술행동은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며, 일시적인 시간과 제한적인 공간을 넘어 투쟁을 확장할 수 있다. 이처럼 예술행동이 역동성을 발휘한 사례로 희망버스 운동을 들 수 있다. 희망버스는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고공투쟁이 조합원들의 연대를 넘어 사회 전반의 연대로 나아갈 수 있었던 사회적 문화기획이자 예술행동의 하나였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희망버스 탑승객에 나눠주었던 1만개 종이배는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을 날랐고, 전국에서 모인 음식과 물품들 그리고 예술가들의 공연으로 집회공간은 축제공간으로 변모했다. 영도에서 최루액을 뒤집어 쓰기도 하고, 인왕산 등반대회라는 이름으로 청와대 뒷산을 넘기도 하며, 결국 정리해고자 복직이라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또한, 용산참사 현장에서의 예술행동은 도시 재개발과 철거민 운동에 있어 전환의 계기가 되어 두리반 투쟁과 명동 재개발 반대투쟁 등 자율적인 예술행동으로 이어졌다. 철거가 들이닥치는 순간 뿐만 아니라, 긴장감이 넘치는 연대의 시간에 예술행동은 주체들이 함께 성장하는 시간을 마련하며 공동체의 기반을 다졌다.


기후운동에서 예술행동의 역량이 발휘된 사례로 ‘기후위기를입는다’를 꼽을 수 있다. ‘기후위기를 입는다’는 924 기후정의행동을 맞아, 시민∙활동가∙소설가∙기획자들의 이야기와 슬로건을 모으고, 이를 기반으로 그래픽 디자이너가 100개의 포스터를 제작한 뒤, 실크스크린 티셔츠로 제작하여 일련의 활동을 벌이는 프로젝트였다.


먼저 강조하고 싶은 점은 메시지 전달형 캠페인을 넘어, 시민들의 참여를 고려한 프로젝트였다는 점이다. ‘기후위기를 입는다’에 앞서 슬로건과 내러티브를 수집하는 프로젝트로 진행된 '기후와 당신의 이야기'를 가졌다. 10여명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후위기에 대한 개인의 경험과 생각을 글로 나누었다. 우리가 행동하기 위해선 기후위기가 문제라는 지식을 넘어서는 계기가 필요하다. 그것은 때로 끓어오르는 분노이기도 하고, 슬픔이기도 하며, 이런 감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동료시민이기도 하다. 일상 공간에서의 소규모 워크숍을 통해 지식을 넘어 행동의 가능성을 나눌 수 있었다.


활동가를 넘어 디자이너, 기획자 등 여러 주체들을 규합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일련의 결과들이 휘발되는 게 아니라 과정에 연계성이 있었으며, 제작된 티셔츠들을 시민들이 입고다니며 일상에서 이야기나눌 수 있는 거리를 남겼다는 지속성도 있었다. 한편, 특정 장소와 시간, 주최자를 넘어 확장 및 응용가능하다는 점도 들 수 있다. 한 판의 실크스크린이 수 백장의 티셔츠를 찍어낼 수 있듯, 잘 기획된 프로젝트는 서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


체제 전환은 드라마의 사이다 서사나 참교육 서사처럼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보다 복잡하고, 주체들 역시 다양한 이해관계 안에서 (비)합리적인 판단을 할 것이다. 체제는 우리의 구호만큼 선명하지 않으며, 사람들은 당위성 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여전히 텀블러와 대중 집회 사이 즉 일상과 정치 사이의 시공간은 너무 멀기만 하다. 예외적인 이벤트에 참여하는 걸 넘어, 윤리적 소비를 넘어서는 일상에서의 실천을 조직할 수 있도록 여러 실험이 필요하다. 예술행동은 기후운동을 위한 지렛대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운동이 문화적으로 전환하지 않고, 관성에 젖어있다면 우리의 목소리는 반향실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체제를 바꾸자는 구호가 구호에 그치지 않게, 우리 삶 전반의 변화로 나아갈 수 있게 앞으로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천하는 문화연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