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소식


워크숍[2025문화연대 상반기 워크숍②] 문화연대의 문화운동, 다음 페이지를 열기 위하여

2025-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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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광장에서의 탄핵 촛불과 조기대선, 그리고 새 정부 출범까지—7개월여의 격변이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문화연대는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광장의 시민들과 함께하며, 문화운동의 실천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정권 교체를 넘어선 사회적 전환의 필요를 질문하며, 다음 사회를 위한 문화운동의 방향을 끊임없이 모색해왔습니다.

새 정부 출범 30일이 지난 2025년 7월 7일(월), 문화연대는 상반기 워크숍을 개최했습니다. 이번 워크숍은 비상계엄 이후의 활동을 되돌아보고, 현재 문화운동이 놓인 조건을 냉정히 진단하며, 앞으로의 전략과 실천을 새롭게 설계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특히 문화연대가 지금 어디에 서 있고, 누구와 어떻게 연대하며, 어떤 방식으로 운동의 집중력을 높여야 할지를 함께 고민하며, '다음 문화운동의 페이지'를 여는 데 필요한 과제를 구체화했습니다.

이번 기록은 그 논의의 흐름을 정리한 결과입니다. 지금 이 전환의 시간에, 문화연대의 길 위에 더 많은 이들이 함께해 주시기를 기대하며 공유합니다.


[2025문화연대 상반기 워크숍②] 문화연대의 문화운동, 다음 페이지를 열기 위하여

격변의 정세 속에서 다시 묻는 문화운동의 전략과 비전 


탄핵과 조기 대선, 내란과 정치 권력 재편이라는 격변의 시간을 지나,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이 모든 전환의 국면에서 문화연대는 광장의 시민들과 함께 있었고, 다양한 사회운동 주체들과의 연대 안에서 실천의 좌표를 새롭게 모색해왔습니다. 지금 우리는 그간의 실천을 되짚으며, 문화운동이 어디에 서 있는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되묻는 자리에 서 있습니다. 이번 문화연대 워크숍은 그러한 성찰의 결과로, 문화연대의 활동을 구조화하여 재정리하고, 운동의 방향과 전략을 다시 그리기 위한 시도입니다.



① 문화연대의 현재, 누구와 어떻게 운동하는가

문화연대의 활동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조화할 수 있습니다. 첫째, 문화·예술 영역 및 의제 대응 활동입니다. 이는 문화정책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제도와 정책의 감시 및 대안 마련에 집중하는 활동으로, 문화연대의 주요한 전문성과 정체성이 뚜렷이 드러나는 지점입니다. 둘째, 사회적 연대 활동입니다. 이는 문화예술계를 넘어 노동, 환경, 인권, 교육 등 다양한 의제를 가진 사회운동 단위들과의 협력과 연대를 통해, 문화운동을 사회운동과 접목하는 실천입니다. 셋째, 사회구조 개혁에 대한 문화적 개입입니다. 이는 단기 의제 중심의 대응을 넘어,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문화운동이 어떻게 개입하고 전환의 실마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탐색하고 실천하는 활동입니다.

또한 현재 문화연대 활동의 접점이 높은 주체들은 문화예술계, 그리고 문화정책 관련 주체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문화연대가 문화예술정책을 둘러싼 감시, 비판, 대안을 제시하며 수년간 집중해 온 영역이자, 제도개혁과 정책 변화를 통해 문화예술 생태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쳐온 성과의 기반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민사회 및 다른 사회운동 진영과의 유기적 연결은 아직 충분히 확대되지 못한 상태이며, 시민참여 중심의 실천 역시 상대적으로 미흡한 편입니다.

이는 단지 연대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가 사회운동 내부에서 어떤 개념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문화운동이 어떤 전략적 위상으로 인식되고 있는지를 성찰해야 할 지점입니다. 동시에 문화운동 스스로가 자기 정체성과 실천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점검과 재정립을 요구받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문화연대는 향후 문화운동의 사회운동화, 그리고 사회운동 내 문화전략의 재정립이라는 두 방향을 동시에 주시하며 실천의 지평을 넓혀야 합니다. 문화운동은 이제 ‘문화’ 내부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구조와 변화를 함께 견인할 수 있는 실천 언어와 전략을 새롭게 구성해야 합니다.



② 변화한 시대 조건과 문화운동의 재구성

윤석열 정권의 내란 사태와 대통령 탄핵, 그리고 이재명 정부의 등장으로 이어진 정세의 격동은 단지 정권 교체의 차원을 넘어, 시대의 근본적 조건 변화라는 맥락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단기간 내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한국 민주주의의 구조적 취약성과, 공공성의 급속한 붕괴, 그리고 대의제의 한계까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검찰권력의 비대화와 관료집단의 정치세력화, 사적 통치의 일상화는 국가운영의 민주적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었으며, 시민사회는 이 과정에서 조직적 역량을 상실하거나 정치적으로 분열된 채 힘을 잃어갔습니다. 그 결과,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막기 위한 시민적 저항은 헌법적 절차에 따른 탄핵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냈지만, 그 이후는 오히려 정치권의 기획 속으로 수렴되며 ‘사회개혁’이라는 본래의 문제의식은 뒷전으로 밀려난 형국입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중도보수 노선을 명확히 하며 실용주의와 성장 담론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문화정책 역시 콘텐츠 산업 중심, K-컬처 중심의 전략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으며, ‘문화’가 다시 산업과 경제 논리 속에 종속될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문화운동은 단순히 문화정책을 감시하는 역할을 넘어서, 새로운 사회 비전의 생산 주체로서의 위상을 확보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정세 속에서 문화운동이 스스로의 사회적 임무를 어떻게 재정립하느냐는 문제입니다. 극우 보수 세력의 재조직화 가능성, 탈정치화된 시민 대중의 증가, 구조적 위기의 일상화는 새로운 문화적 실천의 전략을 요구하고 있으며, 문화운동은 지금 이 상황에 대해 보다 전면적이고 구조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③ 문화사회론, 다시 꺼내든 근본 물음

문화연대는 창립 이후 줄곧 ‘문화사회로의 전환’을 핵심 비전으로 제시해왔습니다.『문화사회를 위하여』는 탈노동, 시간의 재배치, 삶의 주체성 회복이라는 개념을 통해 기존 노동중심 사회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사회체제를 상상하고, 실천적 기반을 구축하려는 시도였습니다. 이는 단지 문화예술의 활성화가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운동으로서의 문화운동론을 의미했습니다.

그동안 문화연대는 이를 바탕으로 문화권리 담론의 확산, 문화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정책 활동, 공공영역에 대한 감시와 개입, 지역문화의 활성화 등 다양한 실천을 펼쳐왔습니다. 문화운동은 부문운동이 아니라 사회체제 전환을 위한 총체적 실천이라는 관점에서, 문화적 권리를 둘러싼 정치, 정책, 일상 실천의 장을 열어온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이 문화사회론 역시 재구성이 필요합니다. ‘시간과 주체성’, ‘공공성과 권리’, ‘자기조직화’라는 핵심 개념들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 실천 방식과 이론적 기초는 오늘날의 위기 구조에 맞춰 다시 쓰여야 합니다. 기술과 자본, 혐오와 배제, 탈정치화된 정서가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현재의 위기 속에서, 문화운동이 다시 ‘해방의 언어’를 생산하고 체제 전환의 길을 모색해야 할 시점입니다



④ 지금, 문화운동이 나아가야 할 다섯 방향

이번 내부 워크숍에서 논의된 바와 같이, 문화연대의 새로운 운동 방향은 아래와 같은 다섯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개입: 문화운동은 사회 구조와 권력의 재편 과정에 명시적으로 개입해야 하며, 단순한 문화예술 의제 대응을 넘어 정치·경제·사회의 전환국면에 문화적 실천을 끌고 들어와야 합니다.
  2. 재정의: ‘문화운동이란 무엇인가’, ‘문화정책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와 같이 문화운동과 문화정책의 의미, 목표,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재해석과 재정의가 필요합니다. 이는 지금까지의 문화운동이 놓쳐온 지점들을 되짚고, 새로운 담론과 실천의 언어를 형성하는 작업입니다.
  3. 연결: 사회운동, 시민사회, 지역 공동체 등과의 다층적이고 전략적인 연대 구조를 설계하고 실현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문화운동의 외연을 확장하고, 사회적 연관성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4. 실험: 단지 요구하거나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사회상과 정책을 제안하고 구현해나가는 실험적 시도들이 활성화되어야 하며, 실험이 곧 실천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5. 확장: 문화운동은 문화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의 삶과 사회 전체를 바라보는 총체적 전환의 운동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는 곧 문화운동의 철학과 전략, 실천의 범주를 전면적으로 재설정하는 일입니다.

이러한 방향을 실현하기 위해, 문화연대는 운동 기조와 실천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해야 합니다. 내부적으로는 ‘문화’와 ‘사회’에 대한 개념의 재해석을 중심으로 한 토론과 성찰이 축적되어야 하며, 외부적으로는 문화운동의 사회적 위상을 재정립하고, 이를 실천 가능한 담론과 조직으로 구성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는 단순히 의제 대응이나 정책 비판을 넘어, 새로운 문화운동론을 사회적으로 발화하고 구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맺음말: 문화연대의 다음 페이지를 열기 위해

지금은 문화연대에게 또 하나의 중대한 전환기입니다. 문화운동을 다시 시작해야 할 시점이 도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재출발은 단지 과거의 반복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지금의 사회적 다중 위기는 단순한 일시적 국면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정치적·사회적 기반 자체를 흔들고 있으며, 문화운동 역시 이 거대한 전환의 소용돌이 속에 서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반복되는 위기에 그저 반응하는 운동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새로운 사회 체제를 상상하고, 그 상상을 실천으로 이끄는 문화운동의 혁신적 전환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1999년 『문화사회를 위하여』가 제기했던 ‘문화사회로의 전환’이라는 비전은 여전히 유효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그것을 과거의 언어로 되풀이해서는 안 되며, 오늘의 현실과 감각, 시대의 조건 속에서 다시 해석하고, 다시 쓰고, 다시 실현해야 할 과제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러한 인식 위에서 문화연대는 다음 세대를 위한, 다음 시대의 감수성을 담아낼 수 있는 문화운동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전환을 위한 질문을 던지고, 상상을 멈추지 않으며, 일상의 실천으로 구현해 나가는 여정을 끊임없이 이어가야 합니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전환의 시간은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음을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문화연대는 이러한 전환의 흐름을 외면하지 않고, 문화운동의 언어와 전략, 그리고 실천을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세워나갈 것을 결심합니다. 지금, 여기서부터. 문화연대는 다음 문화운동의 시대를 열어갈 준비를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