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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활동세종호텔 노조 고공농성 300일, 해고 4년 투쟁문화제

2025-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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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호텔 노조 고공농성 300일, 해고 4년 투쟁문화제


지난 12월 9일(화), 세종호텔 앞에서 세종호텔노조 고공농성 300일, 해고 4년을 맞아 투쟁 문화제를 개최하였습니다. '진수동지와 운동을'이란 이름으로 고공농성자 고진수 동지와 근력운동으로 연대해온 최희범 님도 연대 발언으로 함께 하였습니다. 아래에 발언문 전문 공유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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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고진수 동지와 함께 근력연대운동을 이어오고 있는 최희범입니다.

근력연대운동은, 일상적인 움직임조차 할 수 없는 좁은 철탑 위에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고진수 동지와 일주일에 한 번 만나 함께 운동함으로써 연대하는 자리입니다. 지난 3월 7일 첫 운동을 시작했고, 지금은 권효원, 손나예, 그리고 오늘은 해외 일정으로 오지 못한 오로민경까지 네 명이 꾸준히 이 시간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저희는 진수 동지의 몸이 최소한의 운동성을 잃지 않도록 운동을 안내하고, 함께 몸을 움직이고, 연대의 상황을 영상을 통해 기록하고 알리고, 또 더 자주 운동하시라고 잔소리를 하는 방식으로 연대해왔습니다. 활동을 처음 시작할 때 저는 이렇게 몇 개월씩 이어질 거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언젠가는 제 의지와 마음이 바닥날 거라고, 그때는 다른 사람에게 바톤을 넘기면 되겠지—그렇게 생각하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뜻밖에 만나게 된 것은 ‘바닥난 마음’이 아니라, 어느새 든든히 옆에 서 있는 동지들, 보내주는 지지와 응원, 그리고 버티는 것만으로도 벅찬 와중에도 운동 의지를 잃지 않는 고진수 동지의 존재였습니다.


저 역시 운동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로서 올해 쉽지 않은 일을 겪었습니다. 자본과 고객 사이에서 끼어 양쪽으로부터 가해지는 위계와 억압을 견뎌야 했고, 너무 쉽게 버려지고 짓밟히는 노동자로서의 제 권리를 보며 허탈하고 괴로운 날들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연대 운동을 하러 와서 여러 동지들의 얼굴을 보고, 등을 토닥이는 손길과 포옹 속에서 굳어 있던 마음이 녹아 내려 엉엉 울었습니다. (진수 동지, 혹시 기억하시나요?) 그리고 위를 올려다보았습니다. 그날도 같은 자리에 서 있는 진수 동지의 존재가 저에게 큰 힘이자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안에서 무언가가 선명해졌습니다. 이 투쟁은 누군가의 이익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짓밟힌 권리를 다시 세우는 싸움이라는 것.

노동하는 우리의 권리는 저 멀리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모이고 함께하는 힘에서 나온다는 것. 

그리고 필요할 때는 싸울 수 있는 힘이 제 안에도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가까이에서 진수 동지의 몸과 움직임을 관찰하는 시간이 지속될수록 몸이 저리게 느끼는 것은, 저 위에 저렇게 홀로 버티고 있는 진수 동지가 그러나 사실 모든 걸 홀로 짊어질 수 있는 초월적 존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와 같은 살과 피부와 근육을 가진 사람이고, 피로도 있고 외로움도 있고 고통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 평범한 몸이 다른 사람의 체온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지, 땅의 단단한 지지 위에 몸을 뉘이지 못한 지 오늘로 300일이 되었습니다.

그 몸이 지금 어떤 한계를 매 순간 느끼고 있을지 저는 감히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수 동지는 오늘도 저 위에서, 우리 사회가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지를 온몸으로 묻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진수 동지는 지금 직접 땅을 밟고 있지는 못하지만, 함께 투쟁하고 연대하는 몸들과 마음들의 지지 위에 굳건히 서 있습니다. 

이 투쟁이 끝나는 날까지, 고진수 동지가 다시 땅을 밟고 동료와 가족의 체온을 느낄 수 있는 날까지, 저희도 이 자리에서 온몸으로 함께하겠습니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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