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소식


활동후기슬픔을 감추지 않고 꺼내어 서로 보듬어 안는 일

202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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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감추지 않고 꺼내어 서로 보듬어 안는 일 

― 3월 9일 이태원 기억담기 활동 후기



희우 / 진보네트워크센터 그리고 인천인권영화제 활동가


2022년 10월 29일 참사 당일 제가 무엇을 하고 있었나를 자주 생각하게 됩니다. 그건 참사를 저의 현실로 끌어당겨 연결하려는 행동이 아닌가 싶어요. 저는 그날 코로나19에 걸려 심하게 앓고 있었고 일찍 잠들었습니다. 밤중에 가족이 저를 흔들어 깨우고 사람들이 많이 죽었대… 하면서 틀어둔 TV 앞으로 데리고 나왔습니다. 이후에도 비몽사몽 잠들었다 깨길 몇 번을 반복했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어요. 마치 2014년 4월 16일 같은 기시감이 들었죠.


저의 기억을 먼저 꺼내어 보는 이유는, 이 이후 마치 현실과 내가 분리되어있는 듯한 감각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듯 시간은 계속 흐르고… 저의 등을 떠밀어 일상으로 이끄는 인력은 가끔 숨이 턱 막히는 감각을 가져와요. 문득 자리에 멈춰 곰곰히 생각에 잠기게 되면 마음에 꾹꾹 눌러담아둔 슬픔과 그 인력이 충돌해 제가 부서져버릴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회적 애도가 허락되지 않았기에 우리 모두의 마음을 알 수가 없어서, 누군가는 슬퍼하지 않는다는, 누군가는 저보다 더 슬퍼하고 있다는 이유로 오롯이 저로서 슬퍼하는 일을 망설이고 회피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이태원에 차마 방문도 못한 채로 ‘기억은 힘이 셉니다’ 벽이 정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기억담기 활동을 명목으로 이 메시지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메시지에 눌려 울거나 무너지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너무나 컸지만, 어느새 종이가 상하지 않게 테이프를 떼는 일에 초집중을 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메시지들을 보았어요. 모두가 다 다른 모양새였지만 같은 마음을 담고 있었어요.



그러면서 하나의 기억이 떠올랐어요. 세월호 참사 이후 저는 똑같이 회피하는 마음으로 뉴스도, 모임도 피하던 중 시청 앞 광장에서 커다란 노란 종이에 하고 싶은 말을 적어서 종이배를 접는 활동에 참여했었어요. 저는 이 날 세월호 참사 이후 처음으로 내 마음 속에 있는 말을 꺼내어 적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고 이때부터 세월호와 관련된 뉴스나 영화, 유가족 분들의 발언도 줄줄 울 지언정 보고 듣고 마음에 담을 수 있었어요. ‘외면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적었었는데… 저는 또 도망치고 외면하고 숨어 있었네요. 다시 반성하며… 




마음의 소리를 꺼내어 공유하고 다른 사람도 나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는 감각. 모두가 슬픔을 밀어내지 않고 그 슬픔을 서로 보듬어 안아 더 큰 공감으로 만들어가는 감각. 그것이 저에게 제일 필요한 일이었음을 기억담기를 하며 다시 깨달았습니다. 현실에 다시 주저앉아 할 일을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