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소식


활동후기우리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굴뚝을 기다리며‘ 관람 후기

2021-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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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손톱만한 크기로 보이던 높은 곳에 사람이 있었다. 희미하게 손 흔드는 모습만 보이던 그 먼 굴뚝 위 농성장에 사람이 살았다. 역설적이게도 사람이 살기 어렵고, 새들도 높아 잠시 쉬어갈 위치에서 생존을 요구하며 1년이 넘게 싸웠던 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살았던 굴뚝이 관객 앞에서 재현되었다. 고공에서 키웠던 식물들과 비 바람을 막아준 천막과 좁지만 그들에게는 생활공간이었던 굴뚝 위 작은 공간이 우리 눈 앞에 와 있었다.

문화사회를 위해 고분분투하며, 문화 향유에는 소홀했던 문화연대 활동가들과 집행위원들이 모처럼 혜화동에 모였다. 그리고 극단 고래의 연극 ‘굴뚝을 기다리며’를 관람했다. '굴뚝을 기다리며'는 고공농성자를 통해 한국의 노동 현실을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의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모티프만 차용해 굴뚝 위 노동자 이야기로 다시 쓴 작품이다. 굴뚝에 살며 굴뚝을 기다리는 두 주인공의 부조리한 상황과 <고도를 기다리며>의 에스트라곤과 블라디미르의 부조리한 대화와 일맥 상통한다. 오지 않을 고도라는 사람을 기다리는 상황을 묘사한 1950년대와 노동하며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2021년, 여전히 부조리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문화연대가 기타를 만드는 노동자들과 함께 싸울 때 자주 나눈 이야기는 위험한 싸움은 하지 말자 였다. 혹시나 굴뚝이나 옥상 등은 보지도 말라고 이야기 했었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에는 단식을 하고, 또 본사 옥상에 올랐다.  국내 최장기 투쟁사업장의 이야기이다.

전국에 각기 다른 이유로 혹은 비슷한 이유로 수많은 농성장이 있었다. 고공에도 지상에도 농성장이 많아 전국 농성장 지도를 만들었는데, 총 31개의 농성장이 전국에 있었다. 그리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 정부 시절이었다. 그리고 현재도 거리에는 많은 농성장이 있고, 또 이 더위에도 거리에서 싸우는 노동자들이 있다. 그들은 무엇을 기다리고 있을까? 누군가에게는 평화가, 누군가에게는 원직복직을 생존을 외치며 싸우고 있을 것이다.

연극은 끝이 났다. 연극이 끝나기 전 문화연대 식구들과 함께 볼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이제는 기다림에서 끝내지 않고 찾아 나설 시기이다. 부조리한 사회에서 멈춰 누군가를 혹은 오지 않는 굴뚝을 기다리지 않고 찾아 나서야 한다. 누군가들이 굴뚝에 올라 생존권을 외쳤던 것처럼,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거리에서 싸웠던 노동자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