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소식


활동후기뜨거운 기후운동의 한가운데서 ―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안 입법을 앞두고

2021-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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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28일 오늘 오전 10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법안 소위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안'이 다뤄집니다. 작년 국회에서 기후위기 비상결의가 있었고 그동안 탄소 중립과 관련하여 정의당 강은미 의원과 민주당 이소영 의원을 비롯해 7개의 입법안이 있었습니다만, 입법은 더디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열릴 소위에서 갑자기 이들을 통합한 안을 통과시키려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기후운동을 하는 활동가는 탄소중립과 기후정의를 위한 법을 늘 고대해왔고, 이를 통과시키기 위해 안과 밖에서 많은 일을 벌여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통합안의 내용은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내용 뿐만 아니라 과정에서도 충분한 공론화 및 사회적 논의를 생략하고 졸속으로 통과하려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이에 기후위기비상행동은 환노위 소속 정의당 강은미 의원과 긴급간담회를 열고, 현재 통합안의 문제와 제대로된 기후정의법에 무엇이 담겨야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나누었습니다. 현재 통합안의 문제는 '녹색성장'이라는 한 단어로 축약할 수 있습니다. 혹자는 녹색성장이 한국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성과라고 주장합니다만, '녹색성장'은 그간 한국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성과라기보다 실패에 가깝습니다.

녹색성장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킨 기업을 구제하거나 신기루 같은 기술 개발에 투기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이보다 진정 기후위기에 맞서기 위해선 국가와 기업의 책임을 분명히하고, 탄소중립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실천해야만 합니다.

한편 기업의 이윤만 보전할 게 아니라, 노동자와 농민들의 권리를 중심으로 기후위기를 바라보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후위기는 모두의 삶을 위협하지만, 분명 가난하고 약한 자들에게 더욱 가혹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이야기를 나누고 난 뒤 청년 활동가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국회의원들에게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환노위가 열리는 회의실 앞에서 기습 액션을 펼쳤습니다. 활동가들은 기자회견에서 쓰려 준비해두었던 손피켓을 펼치고, 국회의원들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기후위기 비상상황을 직시하십시오!"
"녹색성장 기만을 멈추십시오!"



경호원들은 순식간에 활동가들을 제압했고, 활동가들은 손피켓을 빼앗긴 채 빈손이 되어 국회 본관을 빠져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같은 시간 오전 10시, 기후위기비상행동의 다른 활동가들은 국회 앞 계단에서 '기후위기 외면하는 제2의 녹색성장법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민정희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의 '국회에서 논의되는 '탄소중립녹색성장법'에 대한 기후위기비상행동의 입장'에 대한 발언을 비롯해,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의 '녹색성장을 장식하는 정의로운 전환 비판' 등의 발언, 청년기후긴급행동 강은빈 활동가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없는 탄소중립법의 문제' 발언 등이 이어졌습니다.


오늘 환노위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지게 될지 가슴을 졸이게 됩니다. 2021년은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정말 중요한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밀린 숙제처럼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갈수록 더 큰 고통을 감내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안'이 반쪽짜리 법안이 되지 않도록 안과 밖에서 지구보다 더 뜨거운 운동을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기자회견문>
기후위기 외면하는 제2의 녹색성장법안 철회하고 기후정의법 제정하라

6월 28일 오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법안 소위는 이른바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안’을 다룬다. 그동안 7명의 의원이 대표 발의한 탄소중립 관련 입법안들이 병합되어 논의되는 사실상 첫 회의다. 그러나 환경부와 전문위원의 통합의견으로 제시된 이 법안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사실상 외면하고 녹색성장이라는 잘못된 정책 방향이 엉뚱하게 추가된 졸속 야합 법안이며, 심지어 충분한 논의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6월 국회 통과를 언급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과 시민사회는 제대로 된 ‘기후정의법’을 만들 것을 촉구하며 그 원칙과 담겨야 할 주요 내용까지 제안해왔다. 이 내용을 받아 국회에서 최선의 법안으로 모아내고 빠른 시일 내에 제정에 이르기를 바랬다. 그러나 불과 몇 주 사이에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안’을 제출하고 막후의 논의가 이루어지더니, 엉뚱하게도 법안은 사실상 ‘제 2의 녹색성장법’으로 둔갑하고 말았다.
환경부가 제출한 통합의견을 보면, 녹색성장이 지금도 유효하고 필요하다는 논리로 가득하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기본법 아래에서 한국이 ‘기후악당 국가’가 되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그새 망각한 것인가? 녹색성장이라는 이름으로 4대강을 파헤치고 기업 지원과 신기술 개발에 치중하면서 온실가스 배출 증가를 방치한 과오부터 반성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이를 적당히 타협하고 절충해도 좋다고 여기는 환경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안일함도 이 기괴한 법안이 나오게 된 배경이 되었음이 분명하다.
한국의 기후 정책을 철저히 실패하게 만든 녹색성장을 계속하면서 탄소중립을 하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아무리 통합의견을 살펴보아도 탄소중립 사회 이행과 녹색산업 육성을 중심으로 하는 녹색성장의 관계는 이해할 수 없다. 녹색성장은 기본법에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말이 아니라, 국민과 사회에 매우 잘못된 신호를 주는 단어다. 그야말로 우리는 계속 하던대로(business as usual) 해도 좋고, 실패해도 좋다는 말에 다름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법안의 명칭이 바뀜에 따라, 5월 29일 출범한 탄소중립위원회의 명칭조차 대통령 소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로 바뀌게 된다. 탄소중립위원회가 이 이름을 받아들일지부터 의문스럽다.
통합의견은 법안의 주요 내용에서도 절충되고 결과적으로 후퇴했다. 무엇보다 2030년 중장기 감축목표 설정을 포함하지 않고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통합의견은 기후위기의 긴급성에 따라 국제 사회의 논의 결과에 따라 5년 이내에 감축 목표를 더욱 상향하게 될 경우 국회의 통과를 기다리지 않고 대응할 필요성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보다 적극적인 2030년 NDC 상향을 위함이라는 설명은 궁색하다. 유엔 기후체제 논의와 탄소예산을 고려하여 최소한의 목표 규정을 하고 상향 여지를 남겨두는 방법들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후정의의 원칙과 사업주 보상 책임 등 기후에 대한 인권기반 접근을 뒷받침할 조항들도 빠졌다. 책임에 따른 사회적 논의와 기업 부담 논란을 모두 회피하자는 것인데, 결국 책임과 부담 없이 온실가스 감축을 하겠다는 자기 기만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게다가 기존 6명의 발의안에는 없던 CCUS(탄소포집 및 이용 기술 육성)과 국제 감축사업이 갑자기 등장한 것도 문제다. CCUS는 온실가스 감축의 유효한 수단으로 검증된 것도 아니고 국제 감축사업이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보장도 전혀 없다. 둘 다 국내의 감축 노력이 실패할 경우 변명거리나 잘못된 감축 수단에 대한 위험천만한 투자를 기본법에서 뒷받침하는 꼴이 될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 자체를 제로로 만드는 대신에, 줄이지 못한 배출량을 탄소 포집과 해외 감축으로 메꾸려는 정부의 꼼수와 연결되는 것이 아닌지 의구스럽다.
지금까지 거대양당은 작년 9월 24일 반대표 없이 통과된 ‘기후위기 비상대응 촉구 결의’가 무색하게 만드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불과 몇 달 뒤에 온실가스 배출을 가중시킬 신공항특별법을 야합해서 통과시켰고, 국회 내 기후위기 특위 설치 약속은 잊혀졌으며, 이제 기후위기 대응 기본법안마저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기후위기 앞에서 국회가 할 일은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쌓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과거 자신의 정부에서 실패한 녹색성장 정책에 대한 아무런 문제의식도 없는 제 1야당이나, 기후악당 국가를 어떻게 벗어날지에 대해 거의 고민도 없고 의지도 없이 대충 법안에 합의하려는 집권 다수당이나 둘다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2050년까지 앞으로 한 세대에 걸쳐 기후위기 대응과 기후정의 실현의 바탕이 될 기후정의법을 위해, 환노위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안’ 심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녹색성장 기본법의 큰 교훈 중 하나는 잘못된 기본법이 얼마나 큰 후과를 미치는지를 지금처럼 깨닫게 한 것이다. 핑계를 대며 마냥 늦추라는 게 아니다. 제대로 된 기후정의법을 위한 재논의를 즉각 시작하라.

  • 기후위기 외면하는 ‘제 2의 녹색성장법’ 철회하라!
  • 녹색성장 폐기 못한 탄소중립법, 그린워싱 입법 중단하라!
  • 2030 목표 없고 기후정의 접근 없는 기본법 반대한다
  • 녹색성장 반복하면 기후악당 반복된다!
  • 절충과 타협으로 기후위기 외면한 거대 양당 규탄한다!
  • 국회는 제대로 된 기후정의법 다시 제정하라


2021년 6월 28일
기후위기비상행동, 정의당 국회의원 강은미, 정의당 기후정의특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