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소식


직접행동비정규직 노동자 쉼터 꿀잠 존치 의견서_문화연대

2022-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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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 쉼터 꿀잠 

존치 의견서

_문화연대_

 

문화연대는 1999년 창립되어 문화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활동하며, 시민의 문화권리와 문화산업의 종 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한 직접행동과 캠페인을 벌이고, 폭력과 불평등의 현장에서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는 문화운동단체입니다.

 

지난 2016년 작지만 아담하고 아름다운 집을 짓기 위해 처음 꿀잠에 대한 고민을 함께했던 단체이기도 하며, 다양한 비정규직 투쟁에 함께 연대하며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우리입니다.

 비정규 노동자쉼터 꿀잠은 한국 사회 최초로 지어진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을 위한 숙소입니다. 추운 날 혹은 더운 날 거리에서 싸우며 살아가고 있는 해고노동자들이 몸이 아프면 쉬고, 밥도 먹고, 빨래도 하는 등 언제든 쉬고 재충전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며, 또 인간으로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또한 시민사회 활동가들에겐 다양한 사회변화를 위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회의공간이었으며, 문화예술인들에겐 전시를 하거나 공연을 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으로 이용되었습니다.

 

처음 꿀잠을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생각납니다. 꿀잠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없이 최초로 만들어진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자발적인 쉼터입니다. 비록 지하 1층, 지상 4층, 옥탑방의 낡은 건물이었지만, 꿀잠을 개소하기까지 노동계와 인권단체, 종교계 등이 모금 운동을 벌였고 백기완 선생님과 문정현 신부님 등 사회 원로분들이 전시회를 열어 수익금을 기부했습니다. 이뿐 아니라 개소 비용을 줄이기 위해 100일 동안 연인원 1000여 명이 참여해 재능기부로 건물 리모델링에 동참했습니다. 이 꿀잠 외벽에는 이 집을 짓기 위해 몸과 마음을 아끼지 않은 소중한 친구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습니다. 꿀잠은 지어진 과정 자체가 한국사회의 뜻깊은 역사입니다.

 2017년 꿀잠이 문을 연 이후 4년 동안 연인원 1만 5천 명의 노동자가 이 집에서 씻고, 잠자고, 밥 먹고, 빨래하고, 회의하고, 법률상담, 치과 및 한방진료, 몸살림 체조, 공연, 강좌, 영상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함께 했습니다.

 

그런 꿀잠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꿀잠이 위치한 서울은 수많은 일자리의 본사 및 자회사가 모여있는 곳으로, 먼 지역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쟁의를 위해 올라올 수밖에 없는 지역입니다. 바로 꿀잠이 서울에 존재하는 이유지요. 또한, 영등포구 신길동 2구역은 도심과 가까우면서도 임대료가 낮아 꿀잠 외에도 다양한 소시민들과 이주노동자들의 소박한 잠자리가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서울시의 도시계획은 헌 집을 부수고 새 도로와 편의시설을 갖추는 재개발 사업으로, 항상 가난하고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의 보금자리를 밀어내는 방법으로 이뤄져 왔습니다. 헌 집에 사는 사람들의 편의가 아니라 헌 집을 소유한 원거리 집주인의 재산증식 방식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재개발에 반대합니다. 그리고 꿀잠 존치를 요구합니다. 지역 재개발 사업이 돈을 좇아가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재개발 지역 주민 중 재개발 후에도 같은 지역에 사는 비율은 10%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공공성이 없이 수익의 논리로만 재개발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꿀잠의 존치 이유에는 공공의 이익을 따라 재개발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30층이 넘는 아파트 그 어디서도 공공성을 찾을 순 없습니다.

 우리는 밀려나고 쫓겨가는 이들을 그저 봐라만 보고 있지 않을 것입니다. 재개발이 단순히 헌 집을 밀어버리고 지역에 녹아있는 과거와 현재가 사라지는 것이라면 우리는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 않을 것입니다. 헌 집에 사는 실 주민들과 주변에 위치한 소상공 자영업자들의 의견이 반영된 재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동계와 시민단체, 종교계의 힘을 모을 것입니다.

 

끝으로 사회적 약자를 위해 세워진 꿀잠 공간을 지키는 것이 바로 공공성의 실현이라 생각합니다. 소수의 기득권을 위한 수익 실현으로서의 재개발이 아니라 사라져갈 다수의 목소리와 삶이 반영된 정비계획(안)이 수립될 수 있기를 요청합니다.


2022년 1월 28일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