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솔지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 전반적으로 변화하는 사회와 맞물린 정책제안들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크게 세 부분에서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첫째,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전문기관 재구성, 활성화 추진" 예술복지, 예술경영 등을 포함한 포괄적 전문기관을 구성에 필요성을 많이 느낍니다. 또한 지역문화위원회의 설립으로 수도권에 편향된 문화, 예술 쏠림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면, 지역문화예술을 보존하는 동시에 동시대 문화예술로서 활성화하는 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둘째, "문화예산 집행 과정과 지원사업 제도의 전면적인 개혁" 문화예술 정책, 지원제도가 고도화되어가면서 기획자 또는 프로젝트 책임수행자가 제출해야할 서류, 보완해야할 회계증빙이 더 촘촘해지고 있습니다. 제도가 촘촘해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준 행정가가 되어야 하는 부담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특히 제안 문구 아래 "사업이 아닌 사람, 보조사업자가 아닌 예술인을 지원하는 사회"라는 말에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매해 달라지는 증빙방식, 기관 담당자, 회계사도 헷갈리는 회계증빙의 책임을 예술인이 지는 구조에 대해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문화정책 법제도 정비 <블랙리스트 특별법>(가칭) 제정" 예술은 우리의 사회, 현실을 기반으로 하여 창작되지만 그 자체 현실인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예술 표현이 지닌 가상성을 무시하고, 그 자체가 현실인냥 (마치 신문기사 사진인 듯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책제안의 지향대로, 대한민국이 "문화국가에서 문화사회로" 이행되기 위해서는 예술을 예술로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 후에 현실에 기반한 평가, 해석, 반응이 이루어져야 한 사회가 문화사회이지 않을까요? 특히 문화예술이 정치적 목적의 왜곡에서 보호받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
백교희 서울프린지네트워크 사무국장 | 우선 현장에서의 문화예술분야 정책 제안이 거의 보이지 않아 답답하던 중, 적어도 정책 제안의 목소리를 내주셔서 기뻤습니다. 다만, 짧은 시간에 작성될 수밖에 없던 이유 탓에, 대선 이후로도 꾸준히 문화예술생태계에 속해있는 사람들이 모여 문화정책을 스스로 고민하고 토론할 자리가 계속해서 열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안해 주신 문화정책의 주요 방향성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그것들이 구체적인 정책과제로 풀어내지는 과정에서 여전히 행정, 기관의 영역으로 쪼개져 분야별, 장르별 정책에 머무르고 있거나, 예산확대를 중심으로 설계된 정책들이 아쉽다고 느껴졌습니다. 동시에 예술이 가진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교육적, 예술적 가치가 무궁무진함에도 그 가치와 필요를 설득하는 언어가 생태계 안에 부재하고, 문화예술분야의 테두리 안에 우리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 문화연대의 정책 제안서는 문화행정의 개선을 넘어, 문화정책의 존재 이유를 담은 정책 제안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관료주의 문화행정의 전면 개혁’, ‘블랙리스트 특별법 제정’, ‘예술인을 위한 기본권 보장’ 등은 독립영화 진영에서도 오랫동안 외쳐온 목소리이기 때문에 공감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사람이 아닌 사람을, 보조사업자가 아닌 예술인을 지원하는 사회’라는 표현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사업을 위한 지원사업 만들기가 아닌 창작자/시민(사람)을 위한 지원, 행정 편의와 단순한 수치로만 문화예술을 평가하지 않고, 창작자를 포함한 예술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시민을 정책의 중심에 놓겠다는 철학은 광장 정신을 잇는 정부의 문화정책에 꼭 필요한 감각입니다. |
성낙경 마을예술네트워크 이사장 | 5가지 모두 꼭 필요한 정책 제안이지만, 그중 가장 공감되는 제안은 ‘제안3. 지속 가능한 지역문화 정책을 통한 시민 문화권 확대 및 지역 분권-지역 자치 실질화’입니다. 이는 문화 생태계 조성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 정책은 다른 정책과 달리 단기간에 급격한 변화를 만들 수 없습니다. 특히 지역의 문화가 형성되고, 시민들이 그 변화를 체감하며, 지역 자체가 변화되기까지는 10년도 짧은 시간입니다. 정책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실행되어야만 시민의 문화권 확대와 지역 분권, 지역 자치가 서서히 실현되고 변화될 수 있습니다. ‘생활문화 거점공간’ 정책이나 ‘생활문화 활성화’ 정책을 통해 이미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을 경험해왔습니다. 정책이 지속 가능해야만 우리의 삶에 변화를 일으키고, 그 성과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
이선일 미술작가 | 전체적으로 다 의미있는 정책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도 제게 인상적이고 공감되었던 정책을 꼽자면, 아래의 내용입니다. 1. 국정 운용의 가치이자 원리로서 문화정책 재개념화” 중에서 (2) 문화체육관광부 관할 사업이 아닌 ‘국가 정책의 연결과 공유’로서 문화정책 => 이유는 관할로서 접근하는 것이 바로 가장 권위주의적이면서 문화를 통제하려는 발상과 맞닿는다고 봅니다. 그렇기에 연결과 공유로서 문화정책이 마련되고 진행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3) 국가가 직면한 핵심 정책 과제‧의제에 대한 문화적 가치와 접근을 적극적으로 반영 : 기후위기, 초고령사회, 지방분권, 기술융합, 성평등, 일자리, 순환경제, 사회적 돌봄, 불평등 외  => 법제도로 세상을 바꾸는 일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미래사회의 과제를 바꿔가는데는 문화적 가치와 접근이 중요합니다. 민주화의 빠른 성장 속에서 문화로 뿌리내리지 못한 것이 결국 이런 괴물 정부를 탄생시켰기에, 문화적 가치와 접근으로 미래사회를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3. 문화 분야 지원사업 체계 혁신 (2) 문화예산 집행 과정과 지원사업 제도의 전면적인 개혁 ◦ 사업을 위한 지원사업 만들기가 아닌 창작자ㆍ시민(사람)을 위한 지원 ◦ 불신에 기초한 관리 감독 체계에서 벗어나 지원과 협력의 과정으로 접근 ◦ 행정편의가 아니라 정책 대상(문화예술계)과 시민(이용자)을 위한 지원체계 확립  => 이건 뭐 굳이 의견을 달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는 복지를 할 경우도 자격을 묻고 불신으로 심사하고 관리감독하려합니다. 물론 국가재정을 건전하게 쓰는 것은 당여한 일이지만, 그것이 불신에 기초한 관리감독의 방식만이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5. 문화정책 법제도 정비 => 제가 법을 다 알기 어려우나, 문화연대가 준비하는 법제도 정비가 필요한 것이라는 신뢰를 하며 지지를 보냅니다. |
이호 음악가 | ● 먼저 “블랙리스트와 미투를 겪고 내란범들까지 만난 후에야 문화와 일상의 소중함을 알았네”라는 문장에 격하게 동의하게 됩니다. 정책 제안서의 전체 내용을 읽으며 쉼 없이 고개를 끄덕거렸고 제게 가장 인상 깊은 문화정책 주요 방향은 ‘지구적(행성적) 차원에서의 대안적인 세계관’, ‘문화 민주주의, 관료주의 문화행정에 대한 대개혁’입니다. ● ‘지구적(행성적) 차원에서의 대안적인 세계관’ 안에서는 다음의 정책 의제들을 살펴보게 됩니다. ③ 기후 위기 시대에 적응하는 지속 가능한 문화정책 기준 마련 및 제도화 ⑦ 문화 분야 노동권 및 사회보장 제도 확대 ⑨ 생활 스포츠에 기초한 삶의 질 개선 예를 들어, 콘텐츠진흥원의 주요 지원 분야 중 하나가 패션산업입니다. 현재 전 세계가 패스트 패션의 흐름 속에서 방대한 의류 쓰레기를 생산하고 있고 대한민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은 이를 제3세계 국가에 수출(투척)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해마다 진행되는 ‘KOCCA 메타버스 패션 페스티벌(KMFF)’를 기후 위기 이슈를 함께 풀어내는 디자이너와 브랜드 중심으로 선정∙지원하는 사업으로 이끌어 가는 것도 정책 실현의 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사회 전반적으로 예술 노동에 대한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안적 세계관을 통해, 시혜적 사업, 단순 지원이나 결과물 중심의 사업을 펼치기보다 예술가라는 직업군을 보호하고, 다양하고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장려하는 것에 목적을 두는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사회 내의 문화예술 인식에 대한 보다 깊은 연구와 체계적인 변화의 시스템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자본이 지배하는 세상 안에서 이윤과 쓸모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예술 노동 활동에 대한 대안적 세계관이 반드시 밑바탕 되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생활 스포츠에 기초한 삶의 질 개선’ 정책 의제 안에서, 자칫 <스포트시티>라는 프로젝트가 우후죽순으로 기구들만 양산하거나 도시 난개발로 이어질까 우려되기에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다양한 국제적 요구에 부합하는 대안적인 스포츠 문화환경 조성 필요’ 부분을 크게 강조했으면 합니다. 이 역시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두 번째로 ‘문화 민주주의, 관료주의 문화행정에 대한 대개혁’은 아래 정책 의제들을 연결짓게 됩니다. ① 표현의 자유 확대와 블랙리스트 국가범죄 진상규명 ② 성평등 문화정책 추진 기반 구축 ④ 문화 자치를 위한 지역 문화정책 협력체계 확보 ⑧ 소수자 문화권 지원 확대 ⑩ 관료주의 문화행정의 전면적인 개혁 여전히 난무하는 문화예술계 성폭력과 블랙리스트에 의한 차별은 정말 개탄스럽습니다. 사건의 전말 만이 아니라 가해자를 징계하고 제재하지 않는, 결국 그들이 문화예술계 안에서 다시 활동하게 하는 형국이 더욱 그러합니다. 그리고 가까이에서 마포구청장의 행정 실태를 경험하며 관료주의 문화행정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새삼 한탄하며 바라보게 됩니다. 이 이야기들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권력에 의한 위계가 그만큼 부정적인 힘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이어져 있습니다. 사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어도, 아무리 훌륭한 행정 인력이 있어도 소위 ‘윗사람’이 찍어 누르는 형태의 조직, 독재적이고 폐쇄적인 조직 안에서는 모든 게 소용이 없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좀 더 강력하게 수평적인 조직을 지향하는 방안, 혹은 지역별이나 사안별 민-관 거버넌스를 풍성하게 조직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이호연 연극 PD | <소수자문화권보장협의체> 구성 제안이 인상적입니다. 계엄 이후 광장에서는 이전에 보기 어려웠던 다양한 소수자의 목소리가 보다 다층적으로 등장했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 여성, 노인, 오타쿠, 농민, 이주민, 성소수자, 성노동자, 장애인이 자신을 드러내며 공론의 장으로 나섰고, 혐오와 차별이 없는 사회를 요구합니다. 거대한 권력 앞에서 무력해지다가도 이들의 발화는 이번 광장이 과거와는 다를 것이라는 믿음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 변화는 정치적 표현을 넘어서 문화권에 대한 논의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문화는 단순히 여가나 소비를 넘어 존재를 인정받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최근 이화여대 아트하우스 모모가 제25회 한국퀴어영화제 대관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며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에 통보한 사건은, 문화권 침해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대관 취소의 사유는 ‘기독교 창립 이념’ 때문이었고, 일부 보수 종교 세력이 “동성애 홍보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명목으로 혐오 선동을 이어온 결과입니다. 아트하우스 모모 측은 혐오에 동조하며, 결국 소수자 존재에 대한 부정과 예술에 대한 검열로 이어지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단편적 지원이나 일회성 제도로 해결될 수 없습니다. <소수자문화권보장협의체>와 같은 전담 기구를 통해 정기적이고 체계적인 실태 조사와 정책 수립뿐 아니라, 아트하우스 모모 사례와 같이 드러난 문제들에 대응하기 위해 문화시설 운영의 기준과 절차에 대한 제도적 보완, 혐오와 차별에 대응할 수 있는 행정적 대응 체계 마련 등 현장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구체적인 실행력을 갖춘 정책 설계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해당 정책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며 창작자의 표현의 자유와 이를 관람하고 사유할 수 있는 향유자의 권리를 박탈하지 않는 문화 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는 정책입니다. |
정문식 뮤지션 | 문화정책 핵심 개혁과제 중 ‘1. 국정 운영의 가치이자 원리로서 문화정책 재개념화’, ‘2. 문화행정의 본질적이고 전면적인 제도 개혁 추진’이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오면서 지금껏 문화정책이 다른 정책의 하위 정책 내지 부수 정책 정도로 취급 받아온 것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었습니다. 문화정책이야말로 사회에 대한 거시적이고 통합적 시선을 필요로 하는 정책이자 사회를 본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정책 분야라 생각합니다. 이번 문화연대의 정책 제안서 내용이 전반적으로 저의 개인적 고민들과 일치하는 듯 하여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
차송현 저항시클럽 | 기후위기 시대에 적응하는 문화정책이 인상깊었습니다. 기후위기는 사회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중요한 위기이자 과제이고, 광범위한 사람들에게 기후위기 대응의 필요성과 중요성,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데 있어서 문화예술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나아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것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주체가 되는 데 문화예술이 과정으로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문화 분야 노동권 관한 부분이 가장 와닿았습니다. 저는 전업 예술인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프리랜서/알바노동자로 지냈기 때문에 가장 눈길이 가는 정책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습작생 신분으로 고용관계, 계약을 맺지 않는 경우에는 사회보장과 소득 보장이 어떻게 가능할지 잘 모르겠기도 합니다. 습작생은 창작(또는 강습)으로 돈을 버는 것은 불가능하고 다른 일을 해야 하는데, 습작생은 예술인에 포함될 수 있나? 그래야 하나? 라는 생각도 들고요. 다른 한편으로는 굉장히 많은 예술인 지망생들이 있는데 이런 준비 과정/상태에 있는 이들에 관한 정책도 문화예술 생태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고요. |
초우 영화감독 | 제안서에서 가장 먼저 제시하는, ‘성장과 경쟁의 강박에서 벗어나자, 지구적 차원의 대안적 세계관이 필요하다’는 내용에 가장 절실히 공감합니다. 제안서가 그 다음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정책 제안은 대부분 동의합니다. 미심쩍은 내용이 있어서는 아니고, 제가 위 내용들에 대해서 평상시 구체적인 식견을 가지고 있지 못하고, ‘그런가보다’하고 넘기게 되는 내용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 인터뷰 요청을 선뜻 수락하지 못하고 주저한 것도 그래서 입니다. 제가 현실에서 느끼는 불편과 문제의식, 필요를 정책이라는 아웃풋으로 상상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지요. 가장 인상적인 정책은 ‘기후위기 시대에 적응하는 지속가능한 문화정책 기준 마련 및 제도화’ 중 ‘문화 분야 탄소 배출 툴, 가이드라인 개발, 보급’이었습니다. 이 내용은 제가 참여하는 창작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결과로 반영될지가 구체적으로 상상이 잘 되었기 때문입니다. 달리 말해 다른 내용들은 대체로 그러려니 하게 되지만 제 피부로 와닿는 내용이 없었기에 확신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엉터리라고 느끼거나 반박할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저에겐 막연했습니다. |
하애정 나라풍물굿 이사 | 윤석열 같이 이기적이고 잔인한 바보이자 괴물이 대통령이 되고 비슷한 후보자가 선출되고 있는 현재 상황을 바꾸는 것은 새로운 정권 창출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어야한다는 기본적인 문제의식에 공감합니다. 또한 21대 대통령 선거와 문화예술정책이 단순한 정치권력의 교체나 어느 한 분야, 부서로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책임져야 하는 기본적인 시민의 권리이며 국가가 직면한 현실적인 위기를 문화적으로 접근하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합니다. 예술이나 문화적 활동이 단순한 여가 취미가 아니라 시민의 복지와 건강하고 나은 삶을 보장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라는 문제의식으로 제안한 문화정책 대부분에 공감합니다. 문화연대가 제안한 정책은 현 상황에서 더 필요한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통예술 풍물을 전업으로 버는 연 1000만원 이내의 수입은 전업이나 폐업이 선택 사항이 아니라 곧 주어질 미래일 수도 있다는 불안을 제공합니다. 예술적 전업이 힘든 경제적 상황과 거의 전무한 노후 대책 등으로 전업의 지속성이 위협받는 현실을 살고 있는 대한민국 예술인의 한사람으로서 선거 국면에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와닿는 것은 ⑥,⑦입니다. ⑨번의 스포츠시티, 생활융합형 스포츠 시설 확충은 필요하지만 현재 예술적인 공간이나 시설에 비해 훨씬 많은 생활스포츠 시설과 공간들이 있습니다. 그에 비해 예술적 공간이나 시설은 시민이나 민간예술인이 접근하기에 문턱이 높고 시민과 민간예술인이 사용하려면 프로그램을 대한 기준도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시민의 일상적 예술영위를 위해 턱없이 부족합니다. ⑥번의 사회적 돌봄을 위한 지역문화 통합 일자리 창출에서 문화 분야 생활권 보장에서 제시한 내용과 더불어 다양한 예술적 공간을 마련할 정책적 대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창작, 향유, 수용, 순환의 구조의 정착과 다양한 공간 확보, 예술과 연관한 경제적 활동의 기회가 마련되어야합니다. 특히 전통예술 풍물의 기본적인 특성인 공동체성의 실현이 가능하려면 무엇보다 공동체성이 실현되는 풍물연희가 가능한 공간 마련이 시급합니다. |
홀연 공유성북원탁회의 사무국장 | 다 중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지역 현장에 있기 때문에 유난히 눈길이 갔던 부분이 아무래도 지역문화정책인데요. 지역문화정책 협력체계 확보 부분, 사회적 돌봄을 통한 지역문화 통합 일자리창출 부분에 관심이 갔습니다. 또한 예술가로서 블랙리스트 재발방지와 예술인 기본소득에 관한 정책도 눈길이 갔습니다. 지역문화부분에서 지역주체의 참여를 보장하는 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에 매우 동의해요. 그런데 예술위 전환을 참고하였다하니 전환보다 더 중요한 것이 독립성을 보장할 방법을 찾는 게 아닐까라는 고민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위원회의 제대로 된 작동을 위한 장치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 블랙리스트 내용 중에 특히 사회적 기억을 위한 지원책 관한 내용이 인상 깊었습니다. 역사를 자꾸 잊어버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점점 더 잦은 주기로 국가폭력과 범죄가 반복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요즘입니다. 운동의 영역과 가장 맞닿아있는 영역이 사회적 기억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회적으로 기억해야 할 것들이 점점 많아지는 요즘, 사회적 기억이라는 부분에서 문화운동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부분이 많을 것 같고, 그것을 지원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
문화연대는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문화정책을 바라는 현장 예술인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서면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지난 4월 말 문화연대가 만든 문화연대 문화정책 제안서에 대한 의견을 비롯해, 문화운동의 과제 등 아래 네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번 인터뷰에는 다양한 세대와 성별, 장르를 지닌 예술인들이 참여하였습니다. 그 목록은 아래와 같아요.
김솔지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백교희 서울프린지네트워크 사무국장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성낙경 마을예술네트워크 이사장
이선일 미술작가
이호 음악가
이호연 연극 PD
정문식 뮤지션
차송현 저항시클럽
초우 영화감독
하애정 나라풍물굿
홀연 공유성북원탁회의 사무국장
이번주와 다음주에 걸쳐 그 답변들을 공개합니다. 예술인들이 문화정책과 문화운동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함께 들여다볼까요?
질문 둘. 문화연대 정책 제안서, 어떻게 보셨나요? 가장 공감되거나 인상깊은 정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희의 두번째 질문은 내란 이후 추진해야할 문화정책의 핵심 개혁과제를 담은 저희 제안서를, 예술인들은 어떻게 보았는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답변의 주요 내용을 카드뉴스로 공유합니다.
아래는 답변 전문입니다.
※ 답변은 이름 가나다순, 강조는 편집자.
김솔지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전반적으로 변화하는 사회와 맞물린 정책제안들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크게 세 부분에서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첫째,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전문기관 재구성, 활성화 추진"
예술복지, 예술경영 등을 포함한 포괄적 전문기관을 구성에 필요성을 많이 느낍니다. 또한 지역문화위원회의 설립으로 수도권에 편향된 문화, 예술 쏠림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면, 지역문화예술을 보존하는 동시에 동시대 문화예술로서 활성화하는 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둘째, "문화예산 집행 과정과 지원사업 제도의 전면적인 개혁"
문화예술 정책, 지원제도가 고도화되어가면서 기획자 또는 프로젝트 책임수행자가 제출해야할 서류, 보완해야할 회계증빙이 더 촘촘해지고 있습니다. 제도가 촘촘해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준 행정가가 되어야 하는 부담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특히 제안 문구 아래 "사업이 아닌 사람, 보조사업자가 아닌 예술인을 지원하는 사회"라는 말에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매해 달라지는 증빙방식, 기관 담당자, 회계사도 헷갈리는 회계증빙의 책임을 예술인이 지는 구조에 대해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문화정책 법제도 정비 <블랙리스트 특별법>(가칭) 제정"
예술은 우리의 사회, 현실을 기반으로 하여 창작되지만 그 자체 현실인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예술 표현이 지닌 가상성을 무시하고, 그 자체가 현실인냥 (마치 신문기사 사진인 듯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책제안의 지향대로, 대한민국이 "문화국가에서 문화사회로" 이행되기 위해서는 예술을 예술로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 후에 현실에 기반한 평가, 해석, 반응이 이루어져야 한 사회가 문화사회이지 않을까요? 특히 문화예술이 정치적 목적의 왜곡에서 보호받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백교희
서울프린지네트워크 사무국장
우선 현장에서의 문화예술분야 정책 제안이 거의 보이지 않아 답답하던 중, 적어도 정책 제안의 목소리를 내주셔서 기뻤습니다. 다만, 짧은 시간에 작성될 수밖에 없던 이유 탓에, 대선 이후로도 꾸준히 문화예술생태계에 속해있는 사람들이 모여 문화정책을 스스로 고민하고 토론할 자리가 계속해서 열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안해 주신 문화정책의 주요 방향성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그것들이 구체적인 정책과제로 풀어내지는 과정에서 여전히 행정, 기관의 영역으로 쪼개져 분야별, 장르별 정책에 머무르고 있거나, 예산확대를 중심으로 설계된 정책들이 아쉽다고 느껴졌습니다. 동시에 예술이 가진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교육적, 예술적 가치가 무궁무진함에도 그 가치와 필요를 설득하는 언어가 생태계 안에 부재하고, 문화예술분야의 테두리 안에 우리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문화연대의 정책 제안서는 문화행정의 개선을 넘어, 문화정책의 존재 이유를 담은 정책 제안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관료주의 문화행정의 전면 개혁’, ‘블랙리스트 특별법 제정’, ‘예술인을 위한 기본권 보장’ 등은 독립영화 진영에서도 오랫동안 외쳐온 목소리이기 때문에 공감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사람이 아닌 사람을, 보조사업자가 아닌 예술인을 지원하는 사회’라는 표현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사업을 위한 지원사업 만들기가 아닌 창작자/시민(사람)을 위한 지원, 행정 편의와 단순한 수치로만 문화예술을 평가하지 않고, 창작자를 포함한 예술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시민을 정책의 중심에 놓겠다는 철학은 광장 정신을 잇는 정부의 문화정책에 꼭 필요한 감각입니다.
성낙경
마을예술네트워크 이사장
5가지 모두 꼭 필요한 정책 제안이지만, 그중 가장 공감되는 제안은 ‘제안3. 지속 가능한 지역문화 정책을 통한 시민 문화권 확대 및 지역 분권-지역 자치 실질화’입니다. 이는 문화 생태계 조성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 정책은 다른 정책과 달리 단기간에 급격한 변화를 만들 수 없습니다. 특히 지역의 문화가 형성되고, 시민들이 그 변화를 체감하며, 지역 자체가 변화되기까지는 10년도 짧은 시간입니다. 정책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실행되어야만 시민의 문화권 확대와 지역 분권, 지역 자치가 서서히 실현되고 변화될 수 있습니다.
‘생활문화 거점공간’ 정책이나 ‘생활문화 활성화’ 정책을 통해 이미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을 경험해왔습니다. 정책이 지속 가능해야만 우리의 삶에 변화를 일으키고, 그 성과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선일
미술작가
전체적으로 다 의미있는 정책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도 제게 인상적이고 공감되었던 정책을 꼽자면, 아래의 내용입니다.
1. 국정 운용의 가치이자 원리로서 문화정책 재개념화” 중에서 (2) 문화체육관광부 관할 사업이 아닌 ‘국가 정책의 연결과 공유’로서 문화정책
=> 이유는 관할로서 접근하는 것이 바로 가장 권위주의적이면서 문화를 통제하려는 발상과 맞닿는다고 봅니다. 그렇기에 연결과 공유로서 문화정책이 마련되고 진행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3) 국가가 직면한 핵심 정책 과제‧의제에 대한 문화적 가치와 접근을 적극적으로 반영 : 기후위기, 초고령사회, 지방분권, 기술융합, 성평등, 일자리, 순환경제, 사회적 돌봄, 불평등 외
 => 법제도로 세상을 바꾸는 일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미래사회의 과제를 바꿔가는데는 문화적 가치와 접근이 중요합니다. 민주화의 빠른 성장 속에서 문화로 뿌리내리지 못한 것이 결국 이런 괴물 정부를 탄생시켰기에, 문화적 가치와 접근으로 미래사회를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3. 문화 분야 지원사업 체계 혁신
(2) 문화예산 집행 과정과 지원사업 제도의 전면적인 개혁
◦ 사업을 위한 지원사업 만들기가 아닌 창작자ㆍ시민(사람)을 위한 지원
◦ 불신에 기초한 관리 감독 체계에서 벗어나 지원과 협력의 과정으로 접근
◦ 행정편의가 아니라 정책 대상(문화예술계)과 시민(이용자)을 위한 지원체계 확립
 => 이건 뭐 굳이 의견을 달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는 복지를 할 경우도 자격을 묻고 불신으로 심사하고 관리감독하려합니다. 물론 국가재정을 건전하게 쓰는 것은 당여한 일이지만, 그것이 불신에 기초한 관리감독의 방식만이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5. 문화정책 법제도 정비
=> 제가 법을 다 알기 어려우나, 문화연대가 준비하는 법제도 정비가 필요한 것이라는 신뢰를 하며 지지를 보냅니다.
이호
음악가
● 먼저 “블랙리스트와 미투를 겪고 내란범들까지 만난 후에야 문화와 일상의 소중함을 알았네”라는 문장에 격하게 동의하게 됩니다. 정책 제안서의 전체 내용을 읽으며 쉼 없이 고개를 끄덕거렸고 제게 가장 인상 깊은 문화정책 주요 방향은 ‘지구적(행성적) 차원에서의 대안적인 세계관’, ‘문화 민주주의, 관료주의 문화행정에 대한 대개혁’입니다.
● ‘지구적(행성적) 차원에서의 대안적인 세계관’ 안에서는 다음의 정책 의제들을 살펴보게 됩니다.
③ 기후 위기 시대에 적응하는 지속 가능한 문화정책 기준 마련 및 제도화
⑦ 문화 분야 노동권 및 사회보장 제도 확대
⑨ 생활 스포츠에 기초한 삶의 질 개선
예를 들어, 콘텐츠진흥원의 주요 지원 분야 중 하나가 패션산업입니다. 현재 전 세계가 패스트 패션의 흐름 속에서 방대한 의류 쓰레기를 생산하고 있고 대한민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은 이를 제3세계 국가에 수출(투척)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해마다 진행되는 ‘KOCCA 메타버스 패션 페스티벌(KMFF)’를 기후 위기 이슈를 함께 풀어내는 디자이너와 브랜드 중심으로 선정∙지원하는 사업으로 이끌어 가는 것도 정책 실현의 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사회 전반적으로 예술 노동에 대한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안적 세계관을 통해, 시혜적 사업, 단순 지원이나 결과물 중심의 사업을 펼치기보다 예술가라는 직업군을 보호하고, 다양하고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장려하는 것에 목적을 두는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사회 내의 문화예술 인식에 대한 보다 깊은 연구와 체계적인 변화의 시스템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자본이 지배하는 세상 안에서 이윤과 쓸모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예술 노동 활동에 대한 대안적 세계관이 반드시 밑바탕 되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생활 스포츠에 기초한 삶의 질 개선’ 정책 의제 안에서, 자칫 <스포트시티>라는 프로젝트가 우후죽순으로 기구들만 양산하거나 도시 난개발로 이어질까 우려되기에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다양한 국제적 요구에 부합하는 대안적인 스포츠 문화환경 조성 필요’ 부분을 크게 강조했으면 합니다. 이 역시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두 번째로 ‘문화 민주주의, 관료주의 문화행정에 대한 대개혁’은 아래 정책 의제들을 연결짓게 됩니다.
① 표현의 자유 확대와 블랙리스트 국가범죄 진상규명
② 성평등 문화정책 추진 기반 구축
④ 문화 자치를 위한 지역 문화정책 협력체계 확보
⑧ 소수자 문화권 지원 확대
⑩ 관료주의 문화행정의 전면적인 개혁
여전히 난무하는 문화예술계 성폭력과 블랙리스트에 의한 차별은 정말 개탄스럽습니다. 사건의 전말 만이 아니라 가해자를 징계하고 제재하지 않는, 결국 그들이 문화예술계 안에서 다시 활동하게 하는 형국이 더욱 그러합니다. 그리고 가까이에서 마포구청장의 행정 실태를 경험하며 관료주의 문화행정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새삼 한탄하며 바라보게 됩니다. 이 이야기들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권력에 의한 위계가 그만큼 부정적인 힘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이어져 있습니다.
사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어도, 아무리 훌륭한 행정 인력이 있어도 소위 ‘윗사람’이 찍어 누르는 형태의 조직, 독재적이고 폐쇄적인 조직 안에서는 모든 게 소용이 없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좀 더 강력하게 수평적인 조직을 지향하는 방안, 혹은 지역별이나 사안별 민-관 거버넌스를 풍성하게 조직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호연
연극 PD
<소수자문화권보장협의체> 구성 제안이 인상적입니다. 계엄 이후 광장에서는 이전에 보기 어려웠던 다양한 소수자의 목소리가 보다 다층적으로 등장했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 여성, 노인, 오타쿠, 농민, 이주민, 성소수자, 성노동자, 장애인이 자신을 드러내며 공론의 장으로 나섰고, 혐오와 차별이 없는 사회를 요구합니다. 거대한 권력 앞에서 무력해지다가도 이들의 발화는 이번 광장이 과거와는 다를 것이라는 믿음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 변화는 정치적 표현을 넘어서 문화권에 대한 논의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문화는 단순히 여가나 소비를 넘어 존재를 인정받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최근 이화여대 아트하우스 모모가 제25회 한국퀴어영화제 대관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며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에 통보한 사건은, 문화권 침해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대관 취소의 사유는 ‘기독교 창립 이념’ 때문이었고, 일부 보수 종교 세력이 “동성애 홍보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명목으로 혐오 선동을 이어온 결과입니다. 아트하우스 모모 측은 혐오에 동조하며, 결국 소수자 존재에 대한 부정과 예술에 대한 검열로 이어지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단편적 지원이나 일회성 제도로 해결될 수 없습니다. <소수자문화권보장협의체>와 같은 전담 기구를 통해 정기적이고 체계적인 실태 조사와 정책 수립뿐 아니라, 아트하우스 모모 사례와 같이 드러난 문제들에 대응하기 위해 문화시설 운영의 기준과 절차에 대한 제도적 보완, 혐오와 차별에 대응할 수 있는 행정적 대응 체계 마련 등 현장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구체적인 실행력을 갖춘 정책 설계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해당 정책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며 창작자의 표현의 자유와 이를 관람하고 사유할 수 있는 향유자의 권리를 박탈하지 않는 문화 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는 정책입니다.
정문식 뮤지션
문화정책 핵심 개혁과제 중 ‘1. 국정 운영의 가치이자 원리로서 문화정책 재개념화’, ‘2. 문화행정의 본질적이고 전면적인 제도 개혁 추진’이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오면서 지금껏 문화정책이 다른 정책의 하위 정책 내지 부수 정책 정도로 취급 받아온 것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었습니다. 문화정책이야말로 사회에 대한 거시적이고 통합적 시선을 필요로 하는 정책이자 사회를 본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정책 분야라 생각합니다. 이번 문화연대의 정책 제안서 내용이 전반적으로 저의 개인적 고민들과 일치하는 듯 하여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차송현
저항시클럽
기후위기 시대에 적응하는 문화정책이 인상깊었습니다. 기후위기는 사회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중요한 위기이자 과제이고, 광범위한 사람들에게 기후위기 대응의 필요성과 중요성,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데 있어서 문화예술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나아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것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주체가 되는 데 문화예술이 과정으로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문화 분야 노동권 관한 부분이 가장 와닿았습니다. 저는 전업 예술인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프리랜서/알바노동자로 지냈기 때문에 가장 눈길이 가는 정책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습작생 신분으로 고용관계, 계약을 맺지 않는 경우에는 사회보장과 소득 보장이 어떻게 가능할지 잘 모르겠기도 합니다. 습작생은 창작(또는 강습)으로 돈을 버는 것은 불가능하고 다른 일을 해야 하는데, 습작생은 예술인에 포함될 수 있나? 그래야 하나? 라는 생각도 들고요. 다른 한편으로는 굉장히 많은 예술인 지망생들이 있는데 이런 준비 과정/상태에 있는 이들에 관한 정책도 문화예술 생태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고요.
초우
영화감독
제안서에서 가장 먼저 제시하는, ‘성장과 경쟁의 강박에서 벗어나자, 지구적 차원의 대안적 세계관이 필요하다’는 내용에 가장 절실히 공감합니다. 제안서가 그 다음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정책 제안은 대부분 동의합니다. 미심쩍은 내용이 있어서는 아니고, 제가 위 내용들에 대해서 평상시 구체적인 식견을 가지고 있지 못하고, ‘그런가보다’하고 넘기게 되는 내용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 인터뷰 요청을 선뜻 수락하지 못하고 주저한 것도 그래서 입니다. 제가 현실에서 느끼는 불편과 문제의식, 필요를 정책이라는 아웃풋으로 상상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지요.
가장 인상적인 정책은 ‘기후위기 시대에 적응하는 지속가능한 문화정책 기준 마련 및 제도화’ 중 ‘문화 분야 탄소 배출 툴, 가이드라인 개발, 보급’이었습니다. 이 내용은 제가 참여하는 창작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결과로 반영될지가 구체적으로 상상이 잘 되었기 때문입니다. 달리 말해 다른 내용들은 대체로 그러려니 하게 되지만 제 피부로 와닿는 내용이 없었기에 확신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엉터리라고 느끼거나 반박할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저에겐 막연했습니다.
하애정
나라풍물굿 이사
윤석열 같이 이기적이고 잔인한 바보이자 괴물이 대통령이 되고 비슷한 후보자가 선출되고 있는 현재 상황을 바꾸는 것은 새로운 정권 창출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어야한다는 기본적인 문제의식에 공감합니다.
또한 21대 대통령 선거와 문화예술정책이 단순한 정치권력의 교체나 어느 한 분야, 부서로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책임져야 하는 기본적인 시민의 권리이며 국가가 직면한 현실적인 위기를 문화적으로 접근하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합니다. 예술이나 문화적 활동이 단순한 여가 취미가 아니라 시민의 복지와 건강하고 나은 삶을 보장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라는 문제의식으로 제안한 문화정책 대부분에 공감합니다.
문화연대가 제안한 정책은 현 상황에서 더 필요한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통예술 풍물을 전업으로 버는 연 1000만원 이내의 수입은 전업이나 폐업이 선택 사항이 아니라 곧 주어질 미래일 수도 있다는 불안을 제공합니다. 예술적 전업이 힘든 경제적 상황과 거의 전무한 노후 대책 등으로 전업의 지속성이 위협받는 현실을 살고 있는 대한민국 예술인의 한사람으로서 선거 국면에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와닿는 것은 ⑥,⑦입니다.
⑨번의 스포츠시티, 생활융합형 스포츠 시설 확충은 필요하지만 현재 예술적인 공간이나 시설에 비해 훨씬 많은 생활스포츠 시설과 공간들이 있습니다. 그에 비해 예술적 공간이나 시설은 시민이나 민간예술인이 접근하기에 문턱이 높고 시민과 민간예술인이 사용하려면 프로그램을 대한 기준도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시민의 일상적 예술영위를 위해 턱없이 부족합니다. ⑥번의 사회적 돌봄을 위한 지역문화 통합 일자리 창출에서 문화 분야 생활권 보장에서 제시한 내용과 더불어 다양한 예술적 공간을 마련할 정책적 대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창작, 향유, 수용, 순환의 구조의 정착과 다양한 공간 확보, 예술과 연관한 경제적 활동의 기회가 마련되어야합니다. 특히 전통예술 풍물의 기본적인 특성인 공동체성의 실현이 가능하려면 무엇보다 공동체성이 실현되는 풍물연희가 가능한 공간 마련이 시급합니다.
홀연
공유성북원탁회의 사무국장
다 중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지역 현장에 있기 때문에 유난히 눈길이 갔던 부분이 아무래도 지역문화정책인데요. 지역문화정책 협력체계 확보 부분, 사회적 돌봄을 통한 지역문화 통합 일자리창출 부분에 관심이 갔습니다. 또한 예술가로서 블랙리스트 재발방지와 예술인 기본소득에 관한 정책도 눈길이 갔습니다.
지역문화부분에서 지역주체의 참여를 보장하는 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에 매우 동의해요. 그런데 예술위 전환을 참고하였다하니 전환보다 더 중요한 것이 독립성을 보장할 방법을 찾는 게 아닐까라는 고민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위원회의 제대로 된 작동을 위한 장치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 블랙리스트 내용 중에 특히 사회적 기억을 위한 지원책 관한 내용이 인상 깊었습니다. 역사를 자꾸 잊어버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점점 더 잦은 주기로 국가폭력과 범죄가 반복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요즘입니다. 운동의 영역과 가장 맞닿아있는 영역이 사회적 기억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회적으로 기억해야 할 것들이 점점 많아지는 요즘, 사회적 기억이라는 부분에서 문화운동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부분이 많을 것 같고, 그것을 지원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