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소식


기고내란 이후 근본적으로 어떤 문화정책이 필요할까요? ― 새로운 문화정책을 바라는 현장 예술인 인터뷰(1)

2025-05-21
조회수 1191


241846ce307fd.png



문화연대는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문화정책을 바라는 현장 예술인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서면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지난 4월 말 문화연대가 만든 문화연대 문화정책 제안서에 대한 의견을 비롯해, 문화운동의 과제 등 아래 네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번 인터뷰에는 다양한 세대와 성별, 장르를 지닌 예술인들이 참여하였습니다. 그 목록은 아래와 같아요.


  • 김솔지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 백교희 서울프린지네트워크 사무국장

  •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 성낙경 마을예술네트워크 이사장

  • 이선일 미술작가

  • 이호 음악가

  • 이호연 연극 PD

  • 정문식 뮤지션

  • 차송현 저항시클럽

  • 초우 영화감독

  • 하애정 나라풍물굿

  • 홀연 공유성북원탁회의 사무국장


이번주와 다음주에 걸쳐 그 답변들을 공개합니다. 예술인들이 문화정책과 문화운동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함께 들여다볼까요?



질문 하나. 내란 이후 한국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위해 필요한 문화정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저희의 첫 번째 질문은 내란 이후 추진해야할 문화정책의 핵심 개혁과제를 담은 저희 제안서를, 예술인들은 어떻게 보았는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답변의 주요 내용을 카드뉴스로 공유합니다. 


abcab98eab2dd.png

605aee0129b84.png

5924f7a647749.png

b2b26048ddb88.png


30d431961f60d.png


8c0881c811d73.png

bcf3c5bfc2548.png


d9477a667b736.png

001294434fb7f.png

b6b98c6b3d4c3.png

71bcfeb52f44a.png

8b8cd16fc04ae.png





답변 전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 답변은 이름 가나다순, 강조는 편집자.

김솔지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with 강재영 월간미술 기자


세 가지가 정말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이 세 가지를 지켜나가는 문화정책이 필요합니다. 

하나, 예술지원제도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예술지원으로 실행된 작품(프로젝트)이 개인의 예술작품의 수행에 그치지 않고, 문화/예술 생태계에서 의미를 지닌 하나의 작품으로 존재하며 우리 사회의 공동의 미학적 성취로 쌓여가면 좋겠습니다. 결과보고도 정보공시를 위한 형식으로 의무화되기보다는, 서로 찾아보고 공유할 수 있는 데이터로 아카이빙되어 활용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둘, 하나의 예술 작업이 정권에 따라서 받아들여지고, 안 받아들여지고 하는 경우가 없도록, 예술인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제도가 필요합니다. 표현의 자유와 국가보안법에 대한 많은 논의와 사회적 합의, 인식이 필요합니다. 

셋, 문화예술 정책을 시행하는 공무원이 각 분야의 문화예술 전문가의 의견을 들 수 있는 구조가 있었으면 합니다. 뿐만 아니라, 민간단위에서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있는 일들을 정책으로 상시 입안하고 실험하고 평가하는 기구가 필요합니다. 각자의 계획이나 입장을 실험하면서 그 효과를 관찰하고 문제점은 보완하면, 현장과 제도가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런 것들이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는 문화정책이 필요합니다. 유연하게 변화되어 가면서도, 그 정책으로 실행되는 사업이 지속성 있게 이어져 가길 바랍니다.  

백교희 서울프린지네트워크 사무국장

민간 문화예술생태계를 되살리기 위한 정책들이 필요합니다. 공공의 영역이 비대하게 커지면서, 그 정책들이 초래하는 영향을 생태계의 구성원들은 무리하게 소화하고 있습니다. 정책이 변하면 씬도 휘청일 만큼 문화예술생태계에 공공이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은 엄청납니다. 민간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 활동가, 기획자, 후원자, 관객, 기술자, 연구자 등이 스스로 모이고 교류하며, 활동하면서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더 넓은 사회에 설득하고, 생태계의 문제를 스스로 찾아내고 해결할 힘을 기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공공이 주도하는 거버넌스, 지원사업 중심의 육성책은 주체적이고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 기여하기는커녕 생태계 구성원들이 공공정책에 기대게 합니다. 단순히 문화예술분야 예산이 늘어나는 것으로는 우리 사회, 문화예술계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구성원들의 소통을 가로막는 위계적인 문화, 문화예술계가 가진 다양성이 대표되지 않는 행정 및 정책대리인과 조직이 아닌, 생태계 구성원들이 스스로 참여하는 정책결정구조를 만들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가장 중요한 것은 ‘광장의 목소리’를 지속 가능한 제도로 수렴하는 것입니다. 계엄에서 응원봉, 탄핵의 시간을 지나면서 분명하게 드러났던 시민들의 열망이 대선이라는 빅 이벤트 안에서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문화예술이 다시 ‘일회성 축제’나 ‘사업’, ‘브랜딩’에 갇히는 것을 경계해야겠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문화는 생존의 언어이자 전환의 상상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예술은 경고를 넘어 전환의 실천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기후 감수성과 생태적 실천이 문화정책의 핵심축으로 들어와야 합니다.

성낙경 마을예술네트워크 이사장

필요한 것은 ‘문화민주주의 실현’입니다. 단순히 ‘민주주의 문화 실현’이 아니라, 시민의 주도적인 참여에 기반한 ‘문화민주주의 실현’입니다. 지금까지 지역의 문화운동 단체들과 예술가들이 이러한 실천을 여러 곳에서 진행해 왔지만, 아직 정책화되지는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정책화 방향이나 실행 방안을 지금 바로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파행적 상황들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반드시 정책으로 실현되어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선일 미술작가

결국 문화가 자리잡아야 세상이 바뀝니다. 그렇기에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가 뿌리내릴 수 있는 문화정책, 문화프로그램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봅니다.

이호 음악가

‘문화’ 정책을 고민하며 제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입법입니다. 2025년 현재, 한국 사회의 주요한 행동 양식이나 상징 체계가 본 법안 안에서 이루어질 때 우리는 근본적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정책 입안과 행정을 이끌어가는 국회의원과 지자체장은 물론이고, 여성 70% 이상인 예술 분야의 특수성 안에서도 주요 공직자나 관리자는 남성인 경우가 태반입니다. 장애인은 이동권조차 담보되지 못한 상황이며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등은 존재 자체가 범죄인 것처럼 여겨집니다. 학벌, 직업, 소득 그리고 사는 곳까지 계급으로 나눠 집착하는 사회 속에서 화려한 미사여구로 수많은 정책을 쏟아낸다 한들, 과연 우리 사회는 근본적 변화를 이룰 수 있을까요? 언젠가는 모든 존재는 서로 다르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다른 서로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철학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릴 수 있는 사회로 거듭나길 바라봅니다. 


두 번째로는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부분입니다. 모든 학생에게 민주적이고 광범위하게 교육을 보장할 수 있는 공교육, 즉 학교 교육1을 중심으로 적극적이고 대안적인 문화예술교육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랑스 문화예술교육의 원칙처럼 ‘특정 예술교과목에 관한 지식습득과 실습이 아닌 전반적인 문화적 소양을 기르는 데 목적’을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문화 민주주의, 문화 다양성, 예술 노동 인식 등 수많은 의제를 다각도로 조망하며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 사회의 기반이 되는 철학을 단단하게 다지기 위해서라도 공교육 중심의 문화예술교육 대전환이 꼭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주1. [arte365] 변화에 대응하는 프랑스 문화예술교육, 2022 해외 문화예술교육 기획리포트 3호, 민지은(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객원교수), 2022.11.28. https://arte365.kr/?p=96770

이호연 연극 PD

예술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중심에 둔 문화정책이 필요합니다. 지속성을 기반으로 기록과 기억을 축적하는 일은 사회의 문화적 기반을 유지하는 핵심적 행위입니다. 우리는 윤석열 정부에서 지역 영화제와 축제가 중단되고, 예술 강사들의 생존권이 위협받았으며 출판 생태계가 붕괴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라진 것들은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예술을 접하고 사고할 수 있게 하는 문화적 기반이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문화정책은 단기 성과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창작 기간은 공모 사업의 일정에 맞춰지고 일회성 사업이 반복되며, 예술가는 소모되고, 사업은 관계와 기록이 없이 종료됩니다. 이러한 ‘사업’들은 정권의 방향, 지자체의 기조, 담당자의 교체만으로도 쉽게 흔들립니다. 이 구조 아래에서는 예술 활동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려우며, 시민의 문화 향유의 기회 또한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업이 아닌 생태계를 중심으로 정책이 설계되어야 합니다. 과정을 중시하고, 실험을 장려하고 느린 속도로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된 중장기적 기획, 기록, 재생산이 가능한 구조가 필요합니다. 더불어 예술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문화정책이 더 이상 일방적으로 결정되지 않고, 현장의 목소리가 제도 안에서 작동할 수 있는 구조를 회복해야 합니다. 현장에는 반드시 실질적인 정책 주체로서 예술가 당사자가 함께해야 할 것입니다.

정문식 뮤지션

현재 한국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 사회를 보다 ‘안전한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리적 안전과 함께 사회적 안전이 보장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 합니다. 지금의 한국은 여전히 차별이 만연해 있고, 사회, 경제적 격차는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의 국민들은 물적 욕망에 길들여진 채 힘든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문화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먼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야 하고, ‘문화다양성의 보장’을 전제로 한 문화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문화적 가치이자 정신적 가치에 기반하여 물적 욕망을 제어하고 관계와 유대감이 유지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차송현

저항시클럽

성평등 정책과 관련해, 많은 단체나 팀들이 규모가 작고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데 어려움이 있는 만큼 사건을 인계할 수 있는 조직이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한 지원사업 등에서 성평등 교육 등을 의무화하는 것도 가능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요)


시에 관심있는 사람으로서 일단 사람들이 문화를 향유하기에, 적어도 관심을 갖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돼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장 근본적으로는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보장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야 제도권 안팎으로 다양한 실험이 가능해지고, 새로운 문화예술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초우

영화감독

모르겠습니다…. 근본적 변화 보다는 조금 지엽적인 내용 같지만, 제안서에서 읽은 ‘성평등 문화정책’은 필요하다고 느끼는 동시에 좀 피상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를테면 영진위의 지원사업 중에는 지금도 '여성서사 가점'이라는 제도가 있는데, 페미니스트로서 이 제도에 의문이 많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여성 서사란 무엇이고 그 여부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부터, 정말로 이 제도가 성평등에 기여하고 필요한지 확신이 들지 않았습니다.


페미니즘 리부트로부터 10년이 다 되어갑니다. 성평등을 이야기할 때 남자와 여자의 수를 동률로 하는 것 이상으로 질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느껴요. 한국 사회가 여전히 심각한 여성혐오 사회임은 명백하지만, ‘성평등 쿼터제’와 같은 제도가 지금의 불평등을 해소하는데 본질적으로 기여할까? 성비를 동률로 맞추는 것이 그 시작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그것을 우선 과제로 삼는 동시에 다른 불평등이 누락되진 않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성차별과 불평등의 피해자를 생물학적 여성으로 한정하지 않고, 정책으로서 해소하려는 차별의 내용에 여성 외의 약자와 소수자를 적극적으로 포함시켜야 합니다.

하애정 나라풍물굿 이사

K-culture를 논할 때 흔히 회자 되는 문화강국이 김구선생의 말이라는 것은 대부분 압니다. 김구선생이 원하는 가장 아름다운 나라는 ‘부강한 나라, 남의 나라를 침략하는 나라가 아니라 우리 생활이 풍족하고 남의 침략을 막을만한 강력이 있고 문화의 힘으로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남에게 행복을 주는 나라이다, 지금 인류에게 필요한 것은 무력, 경제력이 아니라 인의, 자비, 사랑이다. 인의, 자비, 사랑이 발달 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20억 인류가 편안히 살아갈 수 있다. 인류의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이것이 문화강국의 내용이더군요. 극단적인 경제적 불평등, 빈익부의 양극화의 현실에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돈을 잘버는 것이 꿈이라고 합니다. 돈을 잘버는 것은 꿈이 될 수 없다고 하면 돈이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 돈을 잘버는 것이 꿈이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인의, 자비, 사랑을 배우고 표현하고 체험할 수 있는 예술교육을 학교에서 지역에서 가정에서 다양하게 접하고 선택하고 누릴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인의, 자비, 사랑을 얘기하기엔 너무 멀리 왔다구요? 그러니 시급하게 과격하게 단호히 돌아서야하지 않을까요?

홀연 

공유성북원탁회의 사무국장

잘 모르겠어요. 어떤 문화정책이라기보다 정책의 책임있는 실행이 중요한 게 아닌가라는 고민이 들어요. 문화헌장 사문화에 관한 염신규 선생님의 글에서 “문화연대, 민예총, 스크린쿼터문화연대 등의 문화운동단체들이 참여정부 초창기 문화행정혁신위 등을 통해 문화정책 개혁에 주도적으로 참여했었고 문화헌장은 그 성과물이었다.”라는 문장을 봤어요.

정책 내용의 문제가 가장 크겠지만, 그 정책수립에 개입하고 감시하는 시민사회의 힘이 약해져서 폭주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라는 고민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좀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광장을 거치며 많이 고생하고 지친 시민사회의 힘을 북돋아줄 수 있는 정책이 저는 가장 필요한 것 같아요. 시민사회활동가의 삶의 기반을 만들어주는 정책이 될 수 있겠는데, 예술인 기본소득이나 기금, 혹은 주택처럼 활동가들의 삶의 보장에 필요한 무언가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