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공동논평“윤석열 대통령과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용호성 차관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할 자격이 없다” _ 유인촌‧용호성을 비롯 윤석열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태 진상규명을 포함한 (가칭)<블랙리스트 특별법>을 제정해야 할 때

2024-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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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논평]

“윤석열 대통령과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용호성 차관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할 자격이 없다”

_ 유인촌‧용호성을 비롯 윤석열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태 진상규명을 포함한 (가칭)<블랙리스트 특별법>을 제정해야 할 때

 

온 나라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으로 떠들썩하다.

매일 같이 언론을 장식하는 답답한 뉴스에 지쳐 있던 시민들에게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은 모처럼 함께 웃으며 축하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였다. 한강 작가의 작품에 대한 개별적인 경험을 떠나, 많은 시민이 한 작가의 문학적 성취에 대해 존경과 축하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우리 역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국가범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강 작가는 대한민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강조한 블랙리스트였다. 우리는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사의 질곡을 온몸으로 써 내려간 작가가, 또 다른 억압과 질곡의 역사로 고통받아야 했던 순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블랙리스트'. 그 무거운 차별과 배제의 낙인으로 고통받아야 했던 한강 작가의 시간은 노벨상 수상의 영광만으로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문화예술인 또한, 현재까지도 진행 중인 블랙리스트의 그림자에 발목을 붙잡히고 있다.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국가범죄로 인해 한강 작가와 작품이 배제되었다.

노벨문학상의 선정 과정에서 극찬을 받았던 <소년이 온다>는 2014년 세종도서 선정 심사 과정에서 “사상적 편향성”을 이유로 배제되었다. 런던도서전(2014), 파리국제도서전(2016), 베를린국제문학축제(2016) 등에서도 한강 작가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직접적인 지시로 배제되었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국가범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건이자 국제적인 망신이었다.

박근혜 정부 탄핵의 도화선이 되기도 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구성된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 활동을 통해 일부 진상이 규명되고, 이후 재판에서 핵심 책임자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문체부 장관, 김종덕 문체부 장관 등에 대한 법적 처벌이 이뤄졌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가 명백한 국가범죄였다는 사실이 인정된 것이다. 그러나 블랙리스트 실행자를 처벌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는 제도적 한계와 블랙리스트 실행에 여러 형태로 가담하거나 조력한 이들의 방해로, 진상조사위 활동 이후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조치는 지지부진 했다.

 

지난 2023년, 윤석열 대통령은 유인촌을 문체부 장관으로 임명하였다.

유인촌은 이미 언론, 법원 등을 통해 확인된 바와 같이, 이명박 정부 시절 ‘문화 균형화 전략'이란 핑계로 소위 좌파 문화예술인을 탄압하고, 블랙리스트 실행에 제도적 기초를 만든 책임자다. 윤석열 정부의 이런 선택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과정과 대한민국 법원을 통해 밝혀진 국가범죄의 실체를 부인하는 만행이었으며, 문화예술계를 향한 블랙리스트의 시대가 다시 도래하였음을 알리는 선전포고였다. 유인촌 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블랙리스트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뻔뻔함으로 일관하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문화예술계와 야당의 반대, 언론과 국민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블랙리스트 국가범죄 책임자를 문체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유인촌 만이 문제가 아니다.

지난 7월에는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사태 당시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되어 블랙리스트 작성과 문체부로의 전달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던 용호성이 문체부 제1차관으로 복귀했다. 그는 국립국악원 재직 당시에도 박정희 풍자극을 연출한 박근형 작가를 검열하고 배제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용호성은 법적인 처벌을 피했을 뿐, 블랙리스트 실행에 있어 주도적 역할을 한 책임자다. 용호성의 문체부 차관 임명은 윤석열 정부에서 또다시 블랙리스트 실행 체계의 구축이 이뤄졌음을 의미한다. 최근 행정 관료가 심의에 직접 참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책임 심의제’의 부활, 예산 삭감에 의한 정부 비판적인 문화예술 지원사업의 전면 폐지, 원주‧성북 등과 같이 지방정부에서의 노골적인 지역판 문화예술 검열 진행 및 확산 등은 윤석열 정부가 의도했던 블랙리스트 시대로의 회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지금의 대한민국 사회는, 한강 작가를 블랙리스트로 낙인 찍고 그녀의 작품을 검열했던 유인촌, 용호성 등과 같은 국가범죄 책임자들에 의해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받는 웃지 못할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블랙리스트 국가범죄 책임자들은 블랙리스트로 인해 고통받았던 한강 작가에게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기념비적인 사건", "한국문학, 한국출판이 이룬 감격스러운 쾌거이자 국가적 경사"라는 뻔뻔한 축사로 숟가락을 얹으려 하고 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개인의 문학적 성취에 대한 보상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작가와 작품이 말하는 시대의 메시지를 성찰적으로 되돌아보면서, 예술과 사회가 함께 호흡하고 소통해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 피할 수 없는 의무이자 책임이다. 유인촌과 용호성 같은 이들이 문화예술행정의 최전선에서 문화예술인들의 입을 틀어막고, 족쇄를 채우고, 줄 세우기를 자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벨문학상의 수상은 눈물뿐인 영광이 될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 “한국문화의 가치를 높이신 작가님께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고 축사를 전했다고 한다.

‘한국문화의 가치를 높인 작가’를 블랙리스트 작가로 낙인찍고 차별과 배제로 상처입힌 유인촌과 용호성 같은 이들에게 문화행정을 책임지게 하는 대통령의 축사가 한없이 낯 뜨겁게만 느껴진다. 지금은 예술검열을 당연시하는 윤석열, 유인촌, 용호성 등의 축사를 듣고 있을 때가 아니다. 블랙리스트 국가범죄 책임자 유인촌‧용호성 인사 참사를 비롯하여 윤석열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전면적인 진상규명을 포함하는 (가칭)<블랙리스트 특별법>을 제정해야 할 때다. 노벨 위원회는 한강 작가에 대한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섰다고 언급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대한민국 문화예술계에 대한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정부의 블랙리스트 국가범죄라는 역사적 트라우마와 예술에 대한 국가 폭력에 다시 맞서야 할 때다. 윤석열 정부의 블랙리스트 잔치는 이미 끝났다.

 

 

2024.10.14.

문화연대, 블랙리스트 이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