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성명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누구에 의한 ‘AI 주권’인가? 이재명 정부는 AI 민주주의와 AI 시민주권의 정책 철학을 견지하라

2025-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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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대 성명]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누구에 의한 ‘AI 주권’인가? 

이재명 정부는 AI 민주주의와 AI 시민주권의 정책 철학을 견지하라

 


이재명 대통령은 신임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에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이자 사단법인 ‘바른과학기술사회실현을 위한 국민연합(이하 과실연)’ 공동대표를 임명했다. 하 수석은 테크기업을 위한 국가의 강력한 지원과 규제철폐를 주장해 온 인물이다. 더불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는 배경훈 엘지(LG) AI 연구원장을 지명했다. 배 후보자는 하 수석과 함께 국내 대표적인 ‘소버린(주권) AI’ 개발론자로 꼽힌다. 이들 기업인 출신의 잇따른 등용으로, 새 정부의 ‘인공지능 3대 강국’의 실체가 분명해졌다. 대단히 협소하게 정의된 AI 기술을 통한 경제 성장과 발전이란 국가 목표 말이다. 

문제는 이들 인선 방향에는 어디에도 AI의 사회적 위험, 노동 불안정, 환경 위기 등 도전적 기술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한 접점을 찾기 어렵다는데 있다. 가령, 하 수석은 과실연을 통해서 산업 진흥을 위한 AI 대중화 교육에 주로 앞장 서 왔다. 하수석과 배 후보자는 글로벌 빅테크기업에 맞서 국내 토종 기업의 보호론을 주창해왔던 인물들이다. 이들의 ‘AI주권(소버린 AI)’은 국민의 기술 권리나 디지털 주권 확보의 관심사라기 보다는 AI 패권 경쟁에서 국내 기업 생존 전략의 방패막이로 바라보는 시각이 강하다.  

애초 ‘AI주권(소버린 AI)’의 취지가, 기술자립, 기술 권력의 국제적 주도권(또는 생존) 확보, 언어.문화 다양성 확보 등에 있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를 둘러싼 진정한 정부 정책 의제는 AI를 통한 국내 기술 시장 성장에 멈춰서는 곤란하고, 시민의 데이터 권리와 디지털 주권을 진작하는 ‘민주적 AI’ 의제가 그 중심에 놓여야 했다. 인선의 방향 또한 그에 맞춰져야 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관련 인선 방향과 AI 철학은 대단히 이와는 전혀 다른 행로를 보인다는 점에서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하나, 기업 중심의 AI생태계 지원을 확대해, AI 시민주권 확보가 가능한 풍요의 기술 생태계를 마련하라

정부는 관련산업과 GPU 등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을 “AI생태계”로 지칭하며 이를 위해 수조원의 예산을 확보하는 데 주력한다. 빅테크기업이 말하는 이른바 ‘AI 생태계’ 담론과 정책에서 정작 빠져있는 것은, 이를 구성하는 시민과 사회 가치에 대한 진지한 고려이다. AI기술은 산업 및 공학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으며 우리 사회와 문화 가치를 반영한다. 

따라서, 이 정부가 지향하는 ‘AI기본사회’에서 구축할 AI생태계는, 시장 성장뿐만 아니라 기술로 매개된 사회와 문화를 구성해가는 공적 노력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산업계가 주장하듯이 AI가 단지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사회 인프라이자 운영체제라면 더더욱 AI의 민주적 통제와 응용이 요구된다. 정작 AI의 민주적 가치와 거버넌스 구축에 더 많은 정책적 자원 배분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논의조차 실종 상태다.


하나, AI의 시민 이용권 보장이 능사가 아니다. 무엇보다 사회 약자의 데이터 위험을 예방하고, AI 시민 데이터 권리를 보장하라

이재명 대통령은 “AI기본사회”의 기조를 국가주의적 전략과 산업진흥정책으로만 채울 것이 아니라, 민주사회의 기본 질서와 시민권리에 입각해 세워야 한다. 지난 문화연대 성명서 [우리의 인공지능은 정녕 민주주의와 멀어지려는가](2025. 05. 29.)에서 표명했듯이, 과학기술은 전문가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전체 민주사회와 긴밀한 관계 속에서만 진정한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 AI 역시 해당 사회문화 정책의 입안부터 집행과 관리에 이르기까지 시민사회와의 폭넓은 숙의와 검증을 거쳐야만 한다. AI과학기술과 사회 속 민주주의의 균형 발전이야말로 AI기본사회의 기조가 되어야한다.

현재 이재명정부의 “AI기본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대표적인 정책, ‘전국민 AI 바우처’ 지급은 그 실효성이 의문일 뿐만 아니라, 사실상 테크기업(스타트업을 포함한)의 개인정보 및 공공 데이터 사냥의 도구로 전락할 위험을 안고 있다. 전국민 AI 접속의 일상화가 시민 공공 데이터와 공공인프라를 손쉽게 수탈하여 자산화하려는 국내 테크기업의 계산이나, 이를 통해 개발된 AI 시스템을 전략자산화하려는 국가의 이해관계 공모에 따른 정책이 아니라면,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AI 보급의 민주적 통제와 규제 정책을 고안해야 할 것이다. AI 생태계는 기업과 정부의 소유물이 아니라, 시민 모두의 것으로서 산업계와 공학전문가 이외의 다양성이 확보된 민주적 기구에 의해 통제되고 감시되어야 한다. 

그래서, “AI 기본사회”는 시장 성장과 AI 대중 보급만을 목적으로 삼는 일이 없어야 한다. AI 기본사회는 우리 사회에서 AI의 전방위적 확산에 따른 사회적 피해와 위험, 노동실업, 직무변화, 문화예술창작, 시민권리 침해를 방어하고 대안적 기술설계를 수립하려는 목적을 담아내야 한다. 정책 입안 단계부터 노동자, 농민, 장애인, 소수자, 노인 등 사회적 약자나 취약계층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하며 디지털 포용성을 정책 및 기술성과의 주요 지표로 삼아야 한다.  


하나, 광장정치 이후 AI 시민주권을 질적으로 보장하는 ‘국민주권정부’의 역할을 요구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정권을 ‘국민주권정부’라고 명명했다. 이는 견제없는 자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권력의 부패와 부조리를 반대하고 민주적 권리를 요구하는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즉 모든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 그리고 민주적 권리의 확보는 AI 기술주권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국민주권정부의 AI정책 역시 AI 데이터 주권을 기업 이해관계자에게 전적으로 위임할 것이 아니라, 그 이름에 걸맞는 조치가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정부는 시장 성장을 도모하면서도 국내외 자본과 기술권력을 견제하고, 시민의 AI 주권을 강화하는 정책 기조를 분명히 하고 이의 구체적 실행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2025. 6. 27.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