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성명너희의 성찬은 무너질 것이다. _ 반성 없는 복귀를 꿈꾸는 시인과 그의 가장 큰 조력자인 실천문학사를 비판한다.

202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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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대 성명]


너희의 성찬은 무너질 것이다.

반성 없는 복귀를 꿈꾸는 시인과 그의 가장 큰 조력자인 실천문학사를 비판한다.


 

지난 1월 실천문학사는 성폭력 행위로 활동을 중단했던 고은씨의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와 시집 『무의 노래』를 잇달아 출간했다. 대시인의 오랜만의 문단 복귀였지만, 여론은 매우 싸늘했다. 문학 전문매체인 뉴스페이퍼 설문 조사에 참여한 인원 중 99.2%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고은 시인의 복귀를 반대했다.

 

이후 실천문학사는 1월 17일부터 『무의 노래』의 서점 공급을 중단했으며, “이번 사태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분들께 출판사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라는 입장 발표와 함께 함께 출판사에서 발행해오던 계간지 『실천문학』을 1년간 휴간하겠다고 선언했었다. 물론 이 입장문 내용 역시도 많은 이들의 지탄을 받았으며, 여전히 반성 없는 입장문에 많은 독자와 시민들은 큰 실망을 감추지 못했었다.

 

시간이 지나 지난 4월 실천문학사는 <출판의 자유 권리 억압 사태에 대한 원인 분석 설문 조사>라는 것을 진행했다. 설문 조사 설명문에는 “개인이나 출판사가 표현의 자유 권리를 누리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리”라며 ”이런 기본권리가 범죄시되고 억압받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시집 판매를 중단하고 있으며, 문예지도 잠정 휴간 상태”라고 썼다.

 

공식 입장문을 통해 사과 의사를 밝히고 계간지를 한 해 휴간하겠다고까지 했던 실천문학사가 다시금 본인들을 향한 여론에 정면 반박하며 이와 같은 설문 조사를 하고 있다. 설문 조사 설명문도 문제지만 조사 항목은 더욱 충격적이다.

 

고은 시인을 평생 농사만 짓던 농부로 비유하며, “농부가 범죄를 저질러 5년간을 복역하고 나와서 다시 농사에 종사하는데 주위에서 평생 농사를 짓지 못하게 하는 것은 범죄입니까? 정의입니까?”라고 묻고 있다. 이어 “시만 쓰던 모 시인이 추문에 휩싸여 5년간을 자택 감금당하듯 살았고”라고 바꿔 물으며 범죄혐의와 관련해 어떠한 사과와 반성도 없는 복귀 행위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특히, 자택에 감금당하듯 살았다는 고은 시인은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공식적인 사과 한 번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자신을 괴물이라 부른 시인에게 10억 원이 넘는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지만 1심과 2심에서 무혐의 판결이 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고은 시인은 한 번도 법정에 나타난 적이 없었다. 물론 실천문학사 역시 공식 입장문은 발표했지만, 성폭력 피해자들에게는 사과하지 않았다.

 

우리는 실천문학사가 주장하는 출판의 자유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 실천문학사의 윤한룡 대표는 지난달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본사의 핵심은 ‘성 추문’ 문제가 아니라 ‘출판의 자유권’ 문제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우리는 이야기한다. 실천문학사가 도서를 출간할 자유에 대해 우리는 반대한 적이 없다. 하지만 반성 없는 복귀를 꾀한 작가와 그를 도운 출판사라면 여론의 물매와 이미지 실추, 독자들의 불매운동, 평단의 비판 역시 기꺼이 감수해야만 한다. 책은 팔고 싶고 욕은 먹기 싫다는 비겁함과 치졸함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 사건의 본질은 표현의 자유도 출판의 자유도 아니다. 성폭력 가해자가 어떤 방식으로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 및 반성과 성찰 없는 문화예술계 미투(Me Too)사건의 연장선에 있다. 반성과 사과 없이 복귀하려는 시인과 그를 돕는 출판사가 외치는 출판의 자유는 안전한 창작환경 및 예술인권리 보장을 위해 싸워온 우리 문화예술계에 대한 가장 큰 모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더 이상 미투 이전의 문화예술계로 돌아가지 않겠다.

 

끝으로 우리는 실천문학사에게 공식으로 제안한다. 범죄자가 어떠한 과정을 밟아서 돌아와야 하는지, 본인들도 문화예술계 테두리에 들어와 있고, 안전한 창작환경을 원한다면, 출판과 관련한 억울함이 있다면 이러한 치졸한 방식이 아니라 토론을 했으면 한다. 우리는 언제나 응할 용의가 있으며. 공개적으로 이번 사태와 관련해 무엇이 문제인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2023년 5월 24일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