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공동성명“자유의 장송가를 멈춰라”

202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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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성명]

“자유의 장송가를 멈춰라”

 


<예술의전당 베토벤교향곡 9번 합창 공연해설서 배포 중단 사건>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


이번에는 예술의전당에서 예술검열 사건이 일어났다. 5월 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우리말로 부르는 베토벤 교향곡 9번-자유의 송가’ 공연에서였다. 예술의전당은 공연 당시 무료로 제공하는 공연 해설서 배포를 막았다. “포스터와 안내 책자 표지 모양이 왜 다르냐”, “왜 환희의 송가가 아니라 ‘자유’의 송가냐”, “포스터에는 없는 ‘자유’라는 말이 왜 안내 책자에는 있느냐” 라고 물었다고 한다.

누군가에게 사진을 찍어보내 윗사람에게 확인을 받고서야 배포 중지된 안내 책자가, 문제 없다고 확인받았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공연을 가치롭게 향유할 시민의 문화권리와 공연을 만든 예술인들의 기획의도와 창작의 가치는 고려되지 않았다.


예술의전당은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자 5월11일 홈페이지 게시판에 원활하지 못한 진행 문제를 사유로 들어 사과문을 올렸다.

유정주 국회의원실이 사건경위를 질의하자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의전당은 변경된 홍보물 배포 지연ㆍ재개 과정에서 담당직원의 처리 미흡에 따른 민원이 발생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블랙리스트 재발방지와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워온 우리 예술인들은 문체부가 블랙리스트가 심각했던 2015년 당시 예술의전당 본부장들에게 조심하자는 취지로 블랙리스트를 설명한 전력이 있었다는 것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의 제목이 ‘자유’라고 적혔다고 담당 직원이 행사 프로그램 일부를 바로 행사 직전에 중단할 권한이 있을까? ‘윤석열 정부가 전유한 ‘자유’가 ‘권리’의 반대 급부에서 반헌법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기에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가 사회 비판적인 예술은 ‘정치오염 예술’로 규정지어버린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윤석열차 검열사건’부터 폭압적인 절대왕정시대에 ‘자유’를 쓸수 없어 ‘환희’를 제목에 붙였던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우리말로 재해석한 ‘예술의 전당 자유의 송가 해설서 배포 중단 사건’까지

그리고 기관장 찍어내기, 보조금 전수 감사, 언론탄압, 회계투명성 핑계로 노조 지원사업 개편, 출판사 압수수색, 노조 문화제 불법 규정, 불법시위 경력 단체 집회 제한…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이 너무나 익숙하다. 이명박근혜 정부 시기에 있었던 블랙리스트 실행의 방법들이기 때문이다.


예술의전당 공연 해설서 사전 검열 사건에 대한 진상은 철저히 규명되어야 한다. 담당 직원의 개인적인 일탈로 꼬리 자르고 마무리 지을 수 없는 사건이다. 공연 해설서에 적힌 ‘자유’라는 단어를 살펴보고 문제없다고 회신한, ‘윗선’이 어디까지인지 철저히 규명되어야 한다.


만약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의전당이 밝힌 사유대로 담당 직원이 스스로 판단하여 공연 해설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라면 예술의전당 내부에서 ‘자유’라는 단어에 대한 자기 검열이 작동하는 징후라고 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와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이 가수 이랑의 노래 ‘늑대가 나타났다’를 배제하면서 “늑대가 VIP를 상징하느냐“라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 VIP가 광주에 방문한다는 이유로 윤석열 풍자그림이 걸린 5.18 거리미술제 행사 후원을 취소한 사건과 유사한 맥락으로 읽힌다.


국가 검열과 폭압적인 통치가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할 때 내부검열, 자기검열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 검열은 단어 하나를 지우는 데서 시작하여, 작품을 배제하고, 사람을 배제하고, 상상할 수 있는 세계 자체를 삭제해 버린다. 자기 검열이 가장 끔찍한 것은 바로 그러한 삭제를 스스로 아무도 모르게 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자기 검열을 수행하는 예술의전당은 예술의 무덤에 불과하다.

예술인권리보장법이 있는데도 예술검열 책임 방기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한치 앞도 나아가지 못한 채 블랙리스트 실행기관으로 머물 뿐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의 전당은 엄격한 대관 규정 적용 운운하며 꼬리 자르기를 할 것이 아니라,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서 공개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 1년 동안 자유의 송가는 ‘자유의 장송가’였다.

윤석열 정부는 비판의 자유, 권리의 자유는 억압하고, 탄압의 자유는 마음껏 남용하여 누리고 있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부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폭압적인 절대왕정을 꿈꾸는 가짜민주주주의 정부와의 싸움을 민주주의 방식으로 계속할 것이다.



2023. 05. 31.

블랙리스트이후(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