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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문화연대 논평] 민초의 삶을 짓밟는 AI 수레를 멈출 수 있는 시민의 힘이 필요하다 : 이재명 정부의 AI 정책 추진 기조를 비판한다

2026-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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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대 논평] 

민초의 삶을 짓밟는 

AI 수레를 멈출 수 있는 시민의 힘이 필요하다

_이재명 정부의 AI 정책 추진 기조를 비판한다

 

지난 2026년 1월 22일,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하 AI 기본법)' 및 시행령이 실행되었습니다. 법 시행과 함께 ‘인공지능 투명성 확보 가이드라인', '인공지능 안정성 확보 가이드라인', '고영향 인공지능 판단 가이드라인', '고영향 인공지능 사업자 책무 가이드라인', '인공지능 영향평가 가이드라인' 등도 함께 발표 되어 이재명 정부는 AI 정책 가속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들 법 시행과 맞물려 정부가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이란 제목의 98개 과제를 담은 액션플랜을 제시한 것은 현재의 움직임이 단순한 정책 기반의 구축이나 의제 발굴의 단계가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 및 사업 실행을 전면화 하는 정책 전환 단계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시민사회는 이러한 정부의 “AI 기본사회”를 향한 숨 가쁜 질주가 전체 사회에 잘못된 시그널을 전달하고 AI 기술의 전면화가 가져올 사회변화의 핵심을 비껴가고 있다는 문제의식과 법 제정 과정, 시행령 및 가이드라인 수립 과정에서 현재 제출된 정부 계획의 문제를 지적해 왔습니다. 특히 고영향 인공지능에 대한 기준과 고영향 인공지능 사업자에 대한 규제 조치가 여전히 느슨한 수준에 머물러 있고, 고영향 인공지능의 범주에 들지 않더라도 인공지능이 사회 각 부문에 적용됨에 따라 발생하게 될 사회적 영향과 피해가 과소평가 되어 있다는 점 또한 지적해 왔습니다. 특히 민감분야라 할 수 있는 국방, 의료, 교육 등의 영역이나 실질적인 노동력 대체 효과를 가져올 노동 영역에서의 AI 기술도입에 따른 영향은 현재로서는 예측 조차 힘든 상황이며 지속적인 관찰과 조율, 합의와 토론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논의 방식, 정책 추진 시간표와 집행의 과정은 유래없이 성급하고 졸속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현 정부 주도의 AI 정책 추진이 약자의 인권을 강조하는 철학 없이 텅 비어있는 ‘기술 낙관주의’, 시민 없는 소수 기업 기술 기반의 ‘성장주의’ 발전론에 경도되어 있음을 대통령의 입을 통해 확인해오고 있습니다. 지난 1월 2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인간형 생산 로봇 아틀라스를 생산 공정에 투입하는 것에 대해 "굴러오는 거대한 수레(AI)를 피할 수는 없다"며, 현대자동차 노조의 '노사 합의'를 강조한 대응에 대해 부정적인 언사를 내비쳤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현 단계 노동자들의 반응을 마치 산업시대 증기기관 도입에 반대하며 기계파괴 운동(러다이트 운동)을 벌였던 영국 사례에 비유해 비판했습니다. 러다이트 운동에 대한 그의 역사적 몰이해는 차치하더라도, 굴러오는 거대한 수레라는 비유는 변화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시민의 삶을 보호하고 책임져야 할, ‘시민 주권’의 국정 철학을 강조하는 행정 수반의 태도로 보기 어렵습니다. 당시 영국 정부는 산업 노동자를 기계파괴자로 몰아 수많은 이들을 교수형에 처했습니다. 시민을, 당시 부상하던 자본주의 사회의 능동적 일원으로 보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와 함께 산업 부르주아 계급의 증기기관 도입으로 촉발된 기계생산에 종속된 임노동의 등장으로 인해, 자본주의 체제 아래 진행된 노동 과정에서 많은 노동자들과 아동들이 목숨을 빼앗겼습니다. 또한 이에 저항한 시민들 역시 막대한 희생을 치렀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면, "소년공 출신" 대통령의 이러한 비유는 결코 나오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내란 정국 이후 정부의 역할은 여전히 고통받는 민생의 삶을 회복하는 일입니다. 그 점에서 국가의 역할은 방향을 잃은 채 무자비한 속도로 돌진하는 기술의 수레를 안전하게 통제하고 관리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수레에 깔려 죽어가는 시민을 당연시하거나 기술 가속사회에서 스스로 영리하게 창업을 해보라는 태도가, 국정 운영자의 태도여서는 안됩니다. 인간의 기술이 촉발한 사회변동의 과정에서 우리가 얻은 교훈은 어쩔 수 없으면 받아들여야한다가 아니라 시민의 통제를 벗어난 변화는 위험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술변화를 통제하고, 사회변화를 예측하며, 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한 숙의의 시간과 위협을 예방할 수 있는 기회가 시민에게 주어져야 합니다. 이와 같은 변화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바로 현 시기 AI 기술발전에 따른 사회변화와 정책 수립의 가장 기본적인 철학과 방향이어야 합니다.

 

AI 기술 가속화를 중심으로 한 정책 변화와 이에 따른 혼란은 당분간 지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와 경기회복을 위한 뚜렷한 성장 동력이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AI 기술 기반의 산업구조 재편과 신성장주의 정책의 가속화가 예상됩니다. 현재 만들어진 AI 기본법과 관련 법체계는 이러한 혼란을 제어하는 안전장치가 되기 보다는 각종 규제를 우회하는 일종의 알리바이를 제공하는 도구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시민사회에서는 이러한 법적 공백과 빈틈에 대해 현장과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여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할 AI 관련 거버넌스는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라 이러한 노력이 당장의 가시적 성과로 부각되지는 못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AI 정책 관련 의제를 정보통신 부문의 개별 과제가 아닌 사회 각 영역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중요한 사회변화 의제로 공감하고 있으며, 이에 기반한 연대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입니다. 또한 이번 이재명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노동 분야를 비롯하여 다양한 영역의 사회운동 주체들도 AI 자동화가 미칠 사회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계기가 만들어졌다는 점도 중요한 변화의 지점입니다. 문화예술 분야도 최근에 발표된 AI 학습과정에서의 공공저작물 이용 개방 문제, AI 창작물에 대한 표기 문제, AI 창작물 또는 창작자에 대한 저작권 문제, AI 기술 도입에 따른 예술노동 과정에서 노동환경 악화와 과잉노동 문제 등이 본격적으로 부상하면서 다양한 공론의 장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논의들이 유실되지 않고, 고립되지 않도록 보다 적극적인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단 것입니다. 그 점에서 기술 가속이 역사의 거대한 수레일지 민심에 아랑 곳 없이 질주하는 흉기일지 우리 사회가 함께 숙의하고 점검하는 논의 테이블이 진정 필요합니다. 이에 우리는 이재명 정부의 인공지능에 대한 사회적 토론과 숙의 없는 질주와 폭주를 적극 거부합니다.

 

 

2026. 02. 03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