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연대 논평]
흔들리는 예술인복지제도,
새로운 전환의 논의가 필요하다
_예술활동증명제도 논란에 부쳐
지난 4월 2일, 경향신문의 한 기사가 화제가 되었다. ‘앵콜요청금지’, ‘졸업’ 등의 노래로 인디씬의 대표적인 밴드로 알려진 ‘브로콜리너머저’의 리더 윤덕원 씨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으로부터 예술활동증명을 반려당했다는 내용이다. 기사에서는 윤덕원 씨가 예술활동증명 신청 과정에서 일부 서류가 미비해 반려되었다는 점을 확인하면서도, 다른 예술인들의 사례를 통해 모호한 인정 기준과 까다로워진 신청 절차,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미온적 대응 등의 문제를 짚는다. 이는 이 제도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예술활동증명 과정에 대한 현장의 문제제기는 올해 초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다. 코로나 시기에 일괄 연장되었던 갱신 기한이 한꺼번에 도래하며 행정적 과부하가 발생한 측면이 있다. 그간 예술활동증명 제도는 코로나 시기의 한시적 완화 조치를 넘어, 예술 현장의 특성을 고려해 보다 많은 예술인이 정책적 안전망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유연하게 운영되는 것을 목표로 해왔다. 그러나 올해 드러난 문제들은 기존 정책 방향과 괴리된 채 제도가 왜곡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불안을 낳고 있다.
예술활동증명은 예술인 임을 증명하는 라이센스 제도가 아니다. 이는 예술인복지제도의 정책 대상과 지원 범위를 명확히 하여 제도가 필요한 곳에 효과적으로 작동하도록 하기 위한 보조적 수단이다. 따라서 예술인은 복지 지원이 필요할 경우 자발적으로 활동증명을 신청하도록 되어 있으며, 지원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 이를 의무적으로 받을 필요는 없다. 이 과정이 최대한 개방적이고 유연하게 운영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존의 직업적 예술활동 과정에서 충분한 소득과 안정적 사회적 기반과 경력을 갖춘 예술인 보다 예술인복지 지원이 필요한 예술인의 취약한 직업활동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예술인복지의 시선이 닿아야 하는 곳은 불안정한 창작 여건 속에서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자 하는 예술인에게 두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확산되고 있는 예술활동증명 논란은 예술인복지제도, 더 나아가 예술지원 제도가 현장과 괴리되고 있으며 행정이 편의주의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최근 공공기관과 지자체 문화재단에서 창작지원 자격 요건으로 예술활동증명 여부를 요구하는 관행은 대표적인 행정 편의주의다. 더 나아가 이는 예술인의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문제다. 예술활동증명은 예술인 여부를 판별하는 제도가 아님에도 이를 기준으로 지원 대상을 제한하는 것은 창작자를 ‘관리’ 대상으로 간주하는 관료주의적 태도다. 지역문화재단은 지역 예술 활동을 활성화하고 다양한 예술인에게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생태계의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활동증명 여부로 지원을 제한할 경우, 신진 예술인이나 실험적 창작을 시도하는 예술인, 커뮤니티 기반 예술 활동에 참여하는 이들이 배제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많은 정책 전문가와 예술인들은 예술인고용보험 도입 이후 예술인복지제도의 다음 단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해왔다. 특히 예술노동의 권리 측면에서 제도 전반을 점검하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되어 왔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시기의 정책 혼란을 거쳐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예술인복지 정책은 여전히 방향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탄핵 국면에서 제시된 사회대개혁 과제들은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못한 채 사장되었고, 기존의 거버넌스 역시 점차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그간 축적해온 제도적 기반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예술활동증명 논란은 이러한 위기를 드러내는 경고 신호다.
현재 예술 현장에서는 다양한 당사자 조직과 개별 예술인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예술활동증명 문제를 비롯해 산재보험 확대 적용, 예술인고용보험 지원체계, 예술인조합과 사용자 문제, 중앙과 지역 간 거버넌스, 창작준비금 제도 개선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문화연대는 이러한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본다. 정부는 사회적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현장과의 거버넌스를 복원해야 한다. 문화연대 역시 예술인복지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주체로서, 다양한 현장 구성원들과 함께 공동의 논의와 행동을 통해 새로운 예술정책의 방향을 모색해 나갈 것이다.
2026. 4. 6.
문화연대
[문화연대 논평]
흔들리는 예술인복지제도,
새로운 전환의 논의가 필요하다
_예술활동증명제도 논란에 부쳐
지난 4월 2일, 경향신문의 한 기사가 화제가 되었다. ‘앵콜요청금지’, ‘졸업’ 등의 노래로 인디씬의 대표적인 밴드로 알려진 ‘브로콜리너머저’의 리더 윤덕원 씨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으로부터 예술활동증명을 반려당했다는 내용이다. 기사에서는 윤덕원 씨가 예술활동증명 신청 과정에서 일부 서류가 미비해 반려되었다는 점을 확인하면서도, 다른 예술인들의 사례를 통해 모호한 인정 기준과 까다로워진 신청 절차,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미온적 대응 등의 문제를 짚는다. 이는 이 제도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예술활동증명 과정에 대한 현장의 문제제기는 올해 초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다. 코로나 시기에 일괄 연장되었던 갱신 기한이 한꺼번에 도래하며 행정적 과부하가 발생한 측면이 있다. 그간 예술활동증명 제도는 코로나 시기의 한시적 완화 조치를 넘어, 예술 현장의 특성을 고려해 보다 많은 예술인이 정책적 안전망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유연하게 운영되는 것을 목표로 해왔다. 그러나 올해 드러난 문제들은 기존 정책 방향과 괴리된 채 제도가 왜곡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불안을 낳고 있다.
예술활동증명은 예술인 임을 증명하는 라이센스 제도가 아니다. 이는 예술인복지제도의 정책 대상과 지원 범위를 명확히 하여 제도가 필요한 곳에 효과적으로 작동하도록 하기 위한 보조적 수단이다. 따라서 예술인은 복지 지원이 필요할 경우 자발적으로 활동증명을 신청하도록 되어 있으며, 지원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 이를 의무적으로 받을 필요는 없다. 이 과정이 최대한 개방적이고 유연하게 운영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존의 직업적 예술활동 과정에서 충분한 소득과 안정적 사회적 기반과 경력을 갖춘 예술인 보다 예술인복지 지원이 필요한 예술인의 취약한 직업활동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예술인복지의 시선이 닿아야 하는 곳은 불안정한 창작 여건 속에서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자 하는 예술인에게 두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확산되고 있는 예술활동증명 논란은 예술인복지제도, 더 나아가 예술지원 제도가 현장과 괴리되고 있으며 행정이 편의주의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최근 공공기관과 지자체 문화재단에서 창작지원 자격 요건으로 예술활동증명 여부를 요구하는 관행은 대표적인 행정 편의주의다. 더 나아가 이는 예술인의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문제다. 예술활동증명은 예술인 여부를 판별하는 제도가 아님에도 이를 기준으로 지원 대상을 제한하는 것은 창작자를 ‘관리’ 대상으로 간주하는 관료주의적 태도다. 지역문화재단은 지역 예술 활동을 활성화하고 다양한 예술인에게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생태계의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활동증명 여부로 지원을 제한할 경우, 신진 예술인이나 실험적 창작을 시도하는 예술인, 커뮤니티 기반 예술 활동에 참여하는 이들이 배제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많은 정책 전문가와 예술인들은 예술인고용보험 도입 이후 예술인복지제도의 다음 단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해왔다. 특히 예술노동의 권리 측면에서 제도 전반을 점검하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되어 왔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시기의 정책 혼란을 거쳐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예술인복지 정책은 여전히 방향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탄핵 국면에서 제시된 사회대개혁 과제들은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못한 채 사장되었고, 기존의 거버넌스 역시 점차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그간 축적해온 제도적 기반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예술활동증명 논란은 이러한 위기를 드러내는 경고 신호다.
현재 예술 현장에서는 다양한 당사자 조직과 개별 예술인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예술활동증명 문제를 비롯해 산재보험 확대 적용, 예술인고용보험 지원체계, 예술인조합과 사용자 문제, 중앙과 지역 간 거버넌스, 창작준비금 제도 개선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문화연대는 이러한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본다. 정부는 사회적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현장과의 거버넌스를 복원해야 한다. 문화연대 역시 예술인복지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주체로서, 다양한 현장 구성원들과 함께 공동의 논의와 행동을 통해 새로운 예술정책의 방향을 모색해 나갈 것이다.
2026. 4. 6.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