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연대 논평]
거대 양당의 권력 재편 수단으로 전락한 지방선거 :
시민이 승리하는 정치를 위하여
_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부쳐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치러진 첫 전국동시지방선거(이하 지방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사실상의 패배로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선거 전까지만 해도 내란 세력 척결에 대한 사회적 공감과 극우화된 국민의힘의 정치적 패착이 겹치며 민주당의 압승을 예상하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산술적 수치로는 민주당이 더 많은 지역을 가져가 승리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주요 경합지 패배와 함께 서울·경남 광역단체장을 국민의힘에 내주고, 서울 8개 구청장과 경기 기초단체장 12곳을 내준 결과를 두고 승리라 평가하기는 어렵다.
어쩌면 이러한 결과는 이미 예정된 것일지도 모른다. 내란 사태를 이겨내며 시민들이 만든 사회 대개혁 의제를 민주당 집권과 동시에 폐기된 그 순간, 마치 논공행상이라도 하듯 전문성과 공공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인사들을 기관장으로 내려보냈던 그 순간, 시민들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제대로 된 검증조차 되지 않은 후보들을 자당의 후보로 공천하던 그 순간, 민주당의 이 결과는 예정되었던 것일지 모른다.
지방선거 기간 중 우리가 목격한 것은 무엇인가. 정책 논의의 실종, 후보 이름만을 알리기 위한 현수막과 명함 쓰레기가 넘쳐나는 거리, 선거 기간 내내 소음에 가까운 선거 유세 음악 속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는 사라졌다. 오로지 당선을 위해 한 표를 구걸하는 외침만이 공허하게 거리를 메웠다.
어차피 지지층은 투표할 것이라는 거대 양당의 오만 속에서, 함량 미달의 후보들이 제대로 된 검증조차 거치지 않은 채 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공천되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고착화한 양당 구조는 시민의 정치 참여와 정책 논의를 실종시키고, 선거를 오직 권력 배분과 재편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시켰다. 그 결과, 공직 후보자로서 최소한의 자격조차 갖추지 못한 이들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으로 선출되었다. 주민이 스스로 대표를 선출해 공공행정을 운영하고 지방의회를 통해 이를 감시·견제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했던 지방자치의 본래 취지는 훼손되고 있다. 시민 위에 군림하는 지방권력의 폐단 역시 다시 반복될 우려가 크다.
이미 이번 지방선거 이전에 시민사회에서는 시민들의 정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중대선거구제 확대 법제화, 비례의원 비율 확대, 위헌 판정을 받은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비방죄 폐지, 결선투표제 도입 등 정치개혁 과제들에 대한 논의와 개정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평소 앙숙처럼 대립하던 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문제 앞에서는 담합이라도 한 듯 한목소리를 냈고, 결국 정치개혁 과제들은 제대로 된 논의조차 거치지 못한 채 물거품이 되었다.
언론과 평론가를 자임하는 정치 스피커들이 이번 지방선거에 대한 온갖 감언이설과 정치공학적 해석을 쏟아내는 과정에서 이러한 정치개혁과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의 열망은 지워지고 지방선거는 마치 거대한 스포츠 경기처럼 승패를 두고 싸우는 엔터테인먼트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잠시 동안 뜨겁게 끓어올랐던 선거의 열기가 가라앉을 때쯤, 우리는 시민들의 삶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이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좇아 질주하는 지방자치 권력의 무가치함과 싸워야 한다.
그리고 이 와중에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현 정권이 이번 선거를 얼마나 안일하게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사태는 선거라는 과정이 어떻게 시민들의 열망을 담아내고 그 과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와 민주주의의 정당성을 지켜낼 수 있을지 충분히 고민했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공정하게 선거를 관리하는 것은 형식적 절차를 넘어 민주주의의 과정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며 때문에 우리 사회는 선거관리위원회를 헌법기관으로써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특히 부정 선거론을 앞세우며 극우세력이 준동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선거 과정의 공정한 관리는 그 어느 때보다 엄정한 과제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짐으로써 적어도 서울시 선거는 갈등과 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말았다.
선거는 끝났다. 거대 양당 구조 속에서 민주당은 파란색으로 장식된 지도를 거머쥐었고, 내란 세력은 여전히 그 건재함을 과시하며 부정 선거론의 불쏘시개를 얻었다. 정작 아무것도 얻지 못한 것은 시민들이었으며, 그로 인한 고통 또한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으로 남았다.
문화연대는 선거 시기, 시민의 정치적 열망과 정책적 대안을 만들어 가기 위하여 다양한 형태로 선거에 대응하는 활동을 이어왔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과연 우리의 역할과 노력이 충분했는지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극우와 보수를 대표하는 거대 양당이 독주하는 정치사회 속에서, 진보정치의 역할과 방향을 다시 고민하고 시민의 정치를 담아낼 새로운 문화정치와 정치운동의 전략·실천이 필요함을 절감한다. 아울러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운동의 새로운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는 과제를 깊이 새긴다.
오늘의 결과는 고통스럽지만, 여전히 우리의 삶은 계속되어야 하며, 우리의 운동 또한 다시 내일로 향할 것이다.
2026년 6월 4일
문화연대
[문화연대 논평]
거대 양당의 권력 재편 수단으로 전락한 지방선거 :
시민이 승리하는 정치를 위하여
_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부쳐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치러진 첫 전국동시지방선거(이하 지방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사실상의 패배로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선거 전까지만 해도 내란 세력 척결에 대한 사회적 공감과 극우화된 국민의힘의 정치적 패착이 겹치며 민주당의 압승을 예상하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산술적 수치로는 민주당이 더 많은 지역을 가져가 승리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주요 경합지 패배와 함께 서울·경남 광역단체장을 국민의힘에 내주고, 서울 8개 구청장과 경기 기초단체장 12곳을 내준 결과를 두고 승리라 평가하기는 어렵다.
어쩌면 이러한 결과는 이미 예정된 것일지도 모른다. 내란 사태를 이겨내며 시민들이 만든 사회 대개혁 의제를 민주당 집권과 동시에 폐기된 그 순간, 마치 논공행상이라도 하듯 전문성과 공공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인사들을 기관장으로 내려보냈던 그 순간, 시민들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제대로 된 검증조차 되지 않은 후보들을 자당의 후보로 공천하던 그 순간, 민주당의 이 결과는 예정되었던 것일지 모른다.
지방선거 기간 중 우리가 목격한 것은 무엇인가. 정책 논의의 실종, 후보 이름만을 알리기 위한 현수막과 명함 쓰레기가 넘쳐나는 거리, 선거 기간 내내 소음에 가까운 선거 유세 음악 속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는 사라졌다. 오로지 당선을 위해 한 표를 구걸하는 외침만이 공허하게 거리를 메웠다.
어차피 지지층은 투표할 것이라는 거대 양당의 오만 속에서, 함량 미달의 후보들이 제대로 된 검증조차 거치지 않은 채 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공천되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고착화한 양당 구조는 시민의 정치 참여와 정책 논의를 실종시키고, 선거를 오직 권력 배분과 재편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시켰다. 그 결과, 공직 후보자로서 최소한의 자격조차 갖추지 못한 이들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으로 선출되었다. 주민이 스스로 대표를 선출해 공공행정을 운영하고 지방의회를 통해 이를 감시·견제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했던 지방자치의 본래 취지는 훼손되고 있다. 시민 위에 군림하는 지방권력의 폐단 역시 다시 반복될 우려가 크다.
이미 이번 지방선거 이전에 시민사회에서는 시민들의 정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중대선거구제 확대 법제화, 비례의원 비율 확대, 위헌 판정을 받은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비방죄 폐지, 결선투표제 도입 등 정치개혁 과제들에 대한 논의와 개정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평소 앙숙처럼 대립하던 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문제 앞에서는 담합이라도 한 듯 한목소리를 냈고, 결국 정치개혁 과제들은 제대로 된 논의조차 거치지 못한 채 물거품이 되었다.
언론과 평론가를 자임하는 정치 스피커들이 이번 지방선거에 대한 온갖 감언이설과 정치공학적 해석을 쏟아내는 과정에서 이러한 정치개혁과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의 열망은 지워지고 지방선거는 마치 거대한 스포츠 경기처럼 승패를 두고 싸우는 엔터테인먼트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잠시 동안 뜨겁게 끓어올랐던 선거의 열기가 가라앉을 때쯤, 우리는 시민들의 삶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이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좇아 질주하는 지방자치 권력의 무가치함과 싸워야 한다.
그리고 이 와중에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현 정권이 이번 선거를 얼마나 안일하게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사태는 선거라는 과정이 어떻게 시민들의 열망을 담아내고 그 과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와 민주주의의 정당성을 지켜낼 수 있을지 충분히 고민했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공정하게 선거를 관리하는 것은 형식적 절차를 넘어 민주주의의 과정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며 때문에 우리 사회는 선거관리위원회를 헌법기관으로써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특히 부정 선거론을 앞세우며 극우세력이 준동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선거 과정의 공정한 관리는 그 어느 때보다 엄정한 과제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짐으로써 적어도 서울시 선거는 갈등과 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말았다.
선거는 끝났다. 거대 양당 구조 속에서 민주당은 파란색으로 장식된 지도를 거머쥐었고, 내란 세력은 여전히 그 건재함을 과시하며 부정 선거론의 불쏘시개를 얻었다. 정작 아무것도 얻지 못한 것은 시민들이었으며, 그로 인한 고통 또한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으로 남았다.
문화연대는 선거 시기, 시민의 정치적 열망과 정책적 대안을 만들어 가기 위하여 다양한 형태로 선거에 대응하는 활동을 이어왔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과연 우리의 역할과 노력이 충분했는지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극우와 보수를 대표하는 거대 양당이 독주하는 정치사회 속에서, 진보정치의 역할과 방향을 다시 고민하고 시민의 정치를 담아낼 새로운 문화정치와 정치운동의 전략·실천이 필요함을 절감한다. 아울러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운동의 새로운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는 과제를 깊이 새긴다.
오늘의 결과는 고통스럽지만, 여전히 우리의 삶은 계속되어야 하며, 우리의 운동 또한 다시 내일로 향할 것이다.
2026년 6월 4일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