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논평[문화연대 논평] 이재명 정부는 개발의 속도전에 묻힌 ‘삶과 문화’를 돌아봐야 한다 _3대 메가 프로젝트, 누구의 미래를 위한 것인가 “지구를 불태우는 폭주를 멈춰라!”

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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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대 논평]

이재명 정부는 개발의 속도전에 묻힌 ‘삶과 문화’를 돌아봐야 한다

_3대 메가 프로젝트, 누구의 미래를 위한 것인가 

“지구를 불태우는 폭주를 멈춰라!”


“속도전을 넘어 전격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


지난 8월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메가프로젝트 제2차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밝힌 말이다. 이 대통령은 앞서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대해 “오직 속도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정부는 기업의 투자계획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부지·전력·용수·도로 등 각종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조성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3대 메가 프로젝트’는 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는 계획이다. 서남권 반도체 생산거점에 800조 원, 충청권 패키징 거점에 81조 원을 투자하고, AI 데이터센터에도 550조 원 규모의 민간투자를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데이터센터는 2035년까지 총 18.4GW 규모로 확대될 예정이다.


○ 3대 메가 프로젝트가 바꾸는 지역의 삶

문제는 이 숫자들이 단순히 기업의 투자 규모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서기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과 용수가 필요하고, 이를 공급하기 위한 송전망과 용수시설, 산업단지와 도로 등 국가 차원의 기반시설이 함께 확충되어야 한다. 정부 역시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의 전력 공급을 위해 송전선로를 활용하거나 지중화하고, 용수 공급사업을 앞당기겠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3대 메가 프로젝트’는 공장 몇 개를 더 짓는 사업이 아니라 지역의 물과 전력, 토지와 교통체계, 산업구조와 생활환경을 통째로 바꾸는 대규모 개발사업이다. 그런데 정부가 강조하는 것은 이러한 변화가 지역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보다 얼마나 빠르게 기업의 투자를 현실화할 것인가에 가깝다.


특히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가 필요로 하는 물과 전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농업과 생활에 필요한 자원과의 충돌, 송전망 확대에 따른 지역의 부담, 산업시설 확충에 따른 생태환경과 주거환경의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가 지역 균형발전을 내세우고 있지만, 기업과 산업을 지역에 배치하는 것만으로 지역의 삶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산업을 위해 지역의 물과 토지, 환경을 제공하고 그 부담은 지역주민이 감당하는 방식이라면 그것은 또 다른 형태의 개발 불평등일 뿐이다.


○ 지역의 삶과 문화는 개발의 비용이 아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개발 과정에서 사라지는 것이 자연환경이나 물리적 공간만은 아니다.


지역에는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만들어 온 생활양식과 생업의 방식이 있고, 공동체 안에 축적된 관계와 기억이 있다. 지역의 생태환경과 맺어온 관계 역시 그곳에서 살아가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다.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를 위해 토지와 기반시설을 바꾸는 것은 결국 그 공간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의 조건을 바꾸는 일이기도 하다.


대규모 산업과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삶의 조건이 개발을 위해 조정하거나 제거해야 할 비용으로 취급된다면, 기존의 삶의 방식과 관계, 미래의 선택 가능성까지 사라질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풍경이 바뀌는 문제가 아니다. 개발은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계와 생활, 그리고 그 지역이 축적해 온 기억과 문화를 재편한다. 결국 한 지역에서 사람들이 관계를 맺고, 기억을 쌓고, 생계를 이어가며, 미래를 상상해 온 하나의 ‘삶의 세계’를 통째로 지워버릴 수도 있다.


○ 속도전과 전격전 너머에 무엇이 남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묻혀버린 질문을 다시 던져야 한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물과 전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 부담은 누구에게 전가되는가. 산업단지와 송전망을 위해 누군가의 토지와 생활환경이 바뀐다면 그 결정은 누가 내리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라지는 삶과 문화는 무엇으로 보상할 수 있는가.


속도전을 넘어 전격전을 치르겠다는 정부라면 더욱 먼저 물어야 한다. 속도를 높이는 동안 무엇이 사라지고 있는가. 그리고 그 사라짐은 누가 감당하고 있는가.


대규모 국가 인프라 구축 사업은 우리의 삶과 문화를 대체할 수 없다. 정부는 기업의 투자 속도를 높이는 데 앞서 3대 메가 프로젝트가 지역의 삶과 문화, 생태환경에 미칠 영향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사업의 결정과정에 지역주민과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절차부터 마련해야 한다. 기업에 대한 지원과 인프라 제공에 상응하는 노동·환경·지역사회에 대한 책임 역시 분명히 해야 한다.


2026년 9월 19일 기후정의행진은 “지구를 불태우는 폭주를 멈춰라, 3대 메가프로젝트”를 구호로 내걸었다. 문화연대 역시 단순한 개발을 넘어 지역과 시민의 삶과 문화를 극단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개발의 속도를 높이는 데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그 속도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게 되는지부터 국민에게 답해야 한다.


2026년 9월 18일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