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공동성명그린워싱 정당화하는 기후 거버넌스 참여를 거부한다!

2021-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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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대응이 절박한데 정부는 그린워싱만 일삼고 있다

기후위기가 더욱 심화됨에 따라 전사회적이고 긴급한 대응이 절실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도 오래 되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긴급한 대응과 거리가 멀기만 하다. 각자의 자리에서 실천을 하는 시민들은 많아지고 있는데 기후위기 유발과 해결에 심대한 책임을 가지고 있는 정부와 기업의 무관심과 무대응은 범죄적 수준이고, 국내외에서의 비판과 저항의 폭과 세기도 커지고 있다. 정부도 최근 어느 정도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같았다. 작년 중순부터 대통령이 그린뉴딜과 2050년 탄소중립을 천명하고 정부가 관련 계획들을 수립하여 내놓으면서, 사회 일각에서는 그 변화를 환영하고 기대를 걸며 협력을 모색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정부의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과 해결 의지를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일들은 점점 쌓이고 있다. 정부와 청와대는 이미 삼척 블루파워 석탄화력 발전소 건설이나 해외 석탄투자 강행 등을 통해 정말 탄소중립 의지가 있는지 의심케 하더니 급기야 지난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국회에서 부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까지 강행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직접 나서 이 과정을 독려하기까지 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이런 모습은 정부에게 기후위기 해결은 최우선 과제가 아니라는 것을, 선거 승리를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카드’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기후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수많은 일들이 입으로 탄소중립을 말하는 정부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정부의 거짓된 모습을 직시한다. 정부의 이런 모습은 탄소중립으로 가는 새로운 길에서 불가피하게 감내해야 하거나 기존 화석연료 체제의 저항에 따른 지체로 인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애초 기후위기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탄소중립 추진의 단호한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를 불러온 경제체제의 일부인 정부는 기후위기를 직시할 능력도, 스스로 변할 의지도 없다. 정부는 해외에서 기후정의의 원칙에 따라 주장되고 추진되는 ‘그린뉴딜’의 내용은 버리고 그 껍데기만을 가져와 기업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통해 또다른 경제성장만 정당화하는 방편으로 삼고 있다. 이처럼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제대로 된 정책 대신 기업 중심의 성장을 추구하는 정부의 그린뉴딜과 탄소중립 정책은 그린워싱에 불과하다. 우리는 이런 정부 정책으로 인해 7년여 밖에 남지 않은 기회가 사라지는 것을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



시민사회는 또다시 관행적으로 거버넌스에 참여하려고 한다

시민들 속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우려와 불안이 높아지고 이의 해결에 어떤 식으로든 참여하겠다는 절박함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의 그린뉴딜과 탄소중립 계획에 참여하고 협력함을 통해 문제 해결의 단초를 찾으려는 흐름이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오랜 기간 ‘(민관)거버넌스’의 경험을 통해 제도화된 이러한 흐름은 정부 정책의 결정과 추진 과정에 시민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정당한 명분에 근거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러한 거버넌스가 실제 어떻게 진행되어 왔으며 어떤 성과를 낳아왔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진 적이 없다.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 결정과 추진 과정에서 환경운동 등 시민사회가 개입하여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과거 무시못할 성과들이 있었다는 점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초기 시민사회의 독자적인 힘에 기반해 만들어왔던 성과들은 점점 보기 힘들어졌다. 대신 거버넌스 참여도 관행적으로 진행되면서 제대로 묻고 답해야 문제들만 쌓이고 있다. 시민사회를 대표한 이들이 과연 얼마 만큼 시민사회를 대표하고 있는 것인지, 누구에 의해 그 대표성을 부여 받았는지, 어떤 전략을 가지고 참여하는지, 이를 위해 시민사회와 얼마나 투명하게 소통하는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시민사회에 대해 어느 정도의 책임성을 지니고 있는 것인지, 혹시나 이런 참여가 개인의 명망이나 입신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등 시민사회 내의 민주주의와 투명성, 합의된 전략에 대한 의문은 점점 커져왔다.

이런 문제들은 시민사회 안에서 심도 깊게 논의되고 건설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우리가 답해야 할 질문도 있는데, 그것은 시민사회가 탄소중립위원회나 P4G 민간협의회 등 정부의 기후 관련 거버넌스에 참여해야 하는가를 둘러싼 문제이다. 우리는 거버넌스 참여가 정부의 그린워싱에 동참하는 길이 되지 않을까 하는 하는 강한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다. 2019년에 시작된 2050년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을 위한 거버넌스는 1년 가까이 이어졌지만 정부의 무관심, 기업들의 노골적인 방해, 전문가들의 무기력함 속에서 사실상 ‘탄소중립’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봤다. 소위 시민사회 대표로 청년 기후활동가들이 새롭게 포함되었지만 거버넌스는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시키는 대신 ‘청년워싱’의 수단으로만 썼다. 과거 시민사회가 실제 정책 결정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면서 들러리 역할만 해왔다는 자책과 자성이 많았던 데다 최근 기후 관련 거버넌스에서의 실패를 생각해볼 때, 하루하루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기후위기 상황에서 예전처럼 관행적으로 거버넌스에 참여를 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참여를 통해 정부 정책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라면 시민사회 차원에서 함께 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참여를 한다면 정부의 그린워싱에 동참하는 길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탄소중립위원회 참여의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현재 정부는 대규모 탄소중립위원회를 구성하고 있으며, 기후운동에 참여하는 단체를 비롯해서 시민사회단체들 인사들의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탄소중립위원회의 참여가 과거의 관행적인 거버넌스를 반복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탄소중립위원회에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참여한다면, 다음과 같은 전제 조건이 충족되어야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탄소중립 정책의 출발점을 다시 만들어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이 탄소중립을 이야기하면서 온실가스를 대규모 배출할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정당성도 가질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갖춰졌을 때에만 탄소중립위원회 참여도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 하나. 삼척 블루파워 석탄발전소 건설 중단과 고성하이 석탄발전소 가동 중지.
  • 둘,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그리고 베트남 붕앙2 석탄발전소 건설에 대한 공적금융 지원 중단.
  • 셋, 가덕도 신공항, 제주 제2공항, 새만금 신공항 등 모든 신공항 건설 계획 취소.
  • 넷, 기후위기 대응 보다는 경제성장과 기업 살리기를 목표로 한 그린뉴딜과 2050 탄소중립 추진 계획의 전면 재검토 및 재구성.

이 조건들이 갖추어지지 않을 경우 탄소중립위원회 참여는 정당화될 수 없으며 거부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탄소중립위원회에 참여를 하게 될 경우, 참여하는 시민사회단체와 위원은 시민사회 대표성과 책임성의 문제에 답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사항을 포함하여 설명해야 한다.

  • 참여하는 위원은 어떤 절차적 정당성에 근거해 한국의 기후운동을 대표하게 되었는지,
  • 위원회 참여 과정에서 어떻게 기후운동을 대표할 것인지,
  • 위원회 참여의 목표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실현하고자 하는 것인지,
  • 논의 과정에서 투명성을 가지고 기후운동과 어떻게 소통하고 협력할 것인지.

우리는 이러한 전제조건들이 충족되지 않는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의 탄소중립위원회 참여는 지지될 수 없음을 밝힌다.


P4G 반대와 ‘대안포럼’ 조직화가 필요하다

정부는 5월 30-31일에 P4G(녹색성장을 위한 파트너십 및 글로벌 목표 2030)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우리는 P4G 회의가 기후위기 극복이 아닌 ‘녹색성장’이라는 잘못된 관념과 전략에 기초해 있으며 여러 기업들에게 그린워싱의 기회를 제공할 뿐이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P4G 회의의 공식 명칭에서도 드러나듯 P4G는 녹색만 두르면 기후위기 해결과 무한한 경제성장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환상을 퍼뜨린다. 그러나 끊임없이 성장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체제는 온실가스 배출뿐만 아니라, 무자비한 자원 추출, 엄청난 에너지 소비, 대량 폐기물 양산과 투기, 지역 불균형과 생명 다양성에 대한 위협을 촉진시킬 뿐만 아니라 저발전 국가의 빈곤과 국제적/일국적 불평등의 근본 원인이다. 이런 기후부정의, 사회부정의에 눈 감은 채 자본주의 성장을 지속하면서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P4G의 선전이야말로 그린워싱의 전형이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일부 단체들은 이미 P4G 한국민간위원회를 구성했다. 우리는 이것이 정부의 그린워싱을 돕는 잘못된 선택이라 판단하며 이 단체들이 P4G의 비전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와 문제점, 그리고 한국 정부가 P4G 개최를 통해서 잘못된 기후정책을 숨기고 오히려 정당화하려는 시도에 대해서 명확히 인식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기후위기비상행동을 포함한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단체와 개인들이 P4G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힐 것을 촉구한다. 그리고 정부가 주도하는 P4G 행사 대신 기후정의의 원칙에 입각한 대안포럼을 구성해 기후위기 대응이 끝없이 지체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기후정책의 모습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건설적이고도 실질적인 토론을 벌일 것을 제안한다.


2021. 5. 12.


단체 연명

멸종저항서울, 가오클, 성공회대 공기네트워크, 강원도시농업사회적협동조합,  교육노동자현장실천, 구들TV, 구례기후위기행동모임, 기후위기 전북비상행동, 기후위기남양주비상행동, 기후위기남원시민모임, 기후정의포럼, 녹색당기후정의위원회, 다랑협동조합,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 문화연대, 부산기후용사대, 비평그룹 시각, 빈곤사회연대, 사회변혁노동자당 , 사회변혁노동자당 기후팀, 사회변혁노동자당 부산시당, 사회변혁노동자당 서울시당, 사회변혁노동자당 충북도당, 사회변혁노동자당 학생위원회, 서울클라이밋세이브, 시민문화예술협회, 알맹상점,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윌든, 이후연구소, 인권운동사랑방, 자급연구소,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북녹색연합, 충청 Go Vegan 아삭아삭, 프리데코, 플랫폼C, 한국YMCA전국연맹, 한살림충주제천 환경소모임, 홈리스행동


개인 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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