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공동논평정치적인, 너무나 정치적인 오세훈 시장의 기자회견에 대한 논평

2021-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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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정치적인 논란을 야기하지 말라

- 정치적인, 너무나 정치적인 오세훈 시장의 기자회견에 대한 논평 -


오세훈 시장은 지난 9월 13일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서울시 바로 세우기 관련 입장발표’를 진행했다. 지난 4월 보궐선거로 취임한 이후 전임 시장에 의해 진행된 주요사업에 대한 서울시의 자체조사와 감사 시행에 따른 사회적 논란에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시장의 입장에선 논란이 되고 있는 내용에 대해 본인의 입장을 분명히 밝힘으로서 불필요한 논란의 확산을 막겠다는 것이겠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답답하기 이를데 없는 입장 발표였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형식적인 측면에서도 최악의 기자회견이라 할 만하다. 


우선 서울시민재정네트워크는 시장의 교체에 따라 기존 시장의 역점사업들이 주요한 재검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부분에 필요성을 인정한다. 어느 때고 해당 시장의 재임기에 추진된 사업이 그 당시에 제대로 평가되기 힘들다. 이를테면 오세훈 시장이 재임했던 세빛둥둥섬 사업이나 디자인서울사업과 같은 것 혹은 한강운하 사업은 모두 예산낭비 사업으로 비판받았던 것이지만 자체조사나 감사의 대상이 된 바 없다. 시장의 교체는 당연시되어왔던 정책사업을 재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더 엄격하고 정확한 관점에서 시행될 때만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피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나 그렇다. 그 점에서 보자면 현재 오세훈 시장이 벌이고 있는 일은 시장의 교체에 따른 변화의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을 더욱 부각시키는 어리석은 행태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첫째, 소위 <오세훈TV>논란에서 보듯이 미발표된 내부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수준낮은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서울시의회 시정질의를 통해서 <오세훈TV>가 서울시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공공채널임이 확인되었다. 공표되지도 않은 내부자료를 통해서 마치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침소봉대하다가 ‘경각심을 주려고 했다’는 애초의 목표는 고사하고 당사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실제로 사회주택에 대한 서울시의 해명은 지속적으로 사회주택에 대한 몰이해만 보여줄 뿐 전혀 생산적인 논의로 이어지고 있지 못하다. 이런 ‘창피주기’ 방식은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오히려 문제를 감정적인 골에 가둔다. 이것을 오세훈 시장 본인이 자초했다는 것은 심각한 리더쉽의 문제다. 특히 시민사회가 서울시를 ATM 기계처럼 현금을 뽑아쓰는 것처럼 대했다는 표현은 오세훈 시장의 저급한 인식을 보여주는 것에 다름아니다. 문제가 있다면 문제대로 해결하고 그에 따른 책임과 개선방안을 제시하면 된다. 


둘째, 13일 기자회견에서도 나왔지만 이미 전임 시장의 주요사업들은 서울시 감사위원회를 통해서 감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9월 3일부터 진행되고 있으며 10월 정도에 감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에 대해 오세훈 시장은 벌써 단정하듯이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시민단체 출신 개방직 공무원이 공공계약에 개입하거나 특정 업체에 몰아주기식 사업진행을 했다는 주장이 그렇다. 민간위탁의 문제 전반이 아니라 시민사회단체가 위탁기관인 곳을 특정한 것이나, 질의응답을 통해서 행정 공무원에 대해서는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이미 약속했다는 말을 한 것은 최악에 가깝다. 현행 감사위원회는 <공공감사법>과 <서울시감사위원회조례>를 통해서 엄격히 독립성을 보장받는 자체감사기구다. 그런데 서울시장이 감사 대상인 사안에 대해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게다가 서울시장의 기자회견에  이해우 감사위원회 위원장이 동석해 질의응답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감사결과를 누가 신뢰하겠는가. 


지난 9월 13일 기자회견 장의 오세훈 시장은 무상급식운동을 둘러싸고 시민사회단체와 극한 대립 끝에 시장직에서 물러날 수 밖에 없었던 2011년 8월 26일의 오세훈 시장을 떠오르게 한다. 오세훈 시장의 기자회견 면면에서 흐르는 감정적 불신은 전임 시장의 역점 사업에 대한 재검토라는 절차가 가진 최소한의 긍정적인 측면 조차 흐리게 만든다. 이렇게 진행되는 감사나 사업평가는 서울시민은 물론이고 오세훈 시장 본인에게도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 코로나19로 시민들이 힘들어가고 높은 집값에 고통을 받고 있는 서민들과 손님이 없는 가게에 홀로 앉아 있는 자영업자들을 위한 대책이 나와야 하는 상황에서 서울시장의 시민사회단체 손보기는 빈축만 살 뿐이다. 


서울시민재정네트워크는 전임 시장 시기에도 다양한 서울시의 역점 사업에 대해 비판적인 긴장과 합리적 입장을 내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와 같은 활동이 시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지난 4월에 취임한 오세훈 시장이 이렇다 할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원래 7월까지 발표하기로 한 <2030 서울비전>은 어떻게 되고 있나? 교수들로 구성된 시정자문위원회의 활동은 어떻게 되어가고, 기후위기 종합대책에 이은 후속조치들을 어떻게 되는가? 광화문광장과 용산공원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시민들에게 공개될 것인가? 오세훈 시장의 업적으로 전임 시장의 주요 역점사업에 대한 감사 추진 하나만 할 것이 아니라면 서울시장으로서 해야만 하는 우리 모두의 과제를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차분히 감사위원회의 감사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맞다. 그리고 감사 결과에 따라서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든 행정 공무원이든 법 앞에 평등하게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제도와 절차를 통해 보장된 반론은 보장되어야 한다. 오세훈 시장이 해야 할 일은 그 다음에 있다. 민간위탁 제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서울시의 행정과 SH공사 등 산하기관으로 하여금 그 일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 같은 것이 바로 시장의 역할이다. 마찬가지로 서울시 감사위원회 역시 이미 훼손된 자체감사기구로서의 위상을 겸허히 되짚어 보는 것이 맞다. 감사위원회 위원장이나 위원들은 서울시장이 제시한 가이드 대로 감사를 할 것이라면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고 사퇴하는 것이 타당하다. 구태여 법률로서 독립기관의 자율성을 부여해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서울시민재정네트워크는 그동안 해왔던 서울시 행정에 대한 감시와 잘못된 거버넌스의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할 것이다. 그리고 오세훈 시장이 강조했던 예산낭비 사례에 대해 집중적으로 평가하고 시민들에게 알려나갈 것임을 밝힌다.


2021년 9월 14일

서울시민재정네트워크, 문화연대, 서울복지시민연대, 서울시민연대, 푸른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