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연대 논평]
탈핵 없이 문화적 삶도 없다
_이재명 정부는 시대착오적인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
지난 1월 말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 시기 확정된 신규 대형 원전 2기 건설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문화연대를 포함한 154개 시민단체는 2월 5일 ‘탈핵 비상시국’을 선언했다. 이후 후쿠시마 핵사고 15년이 되는 3월 11일에는 광화문에서 ‘후쿠시마 핵사고 15년 탈핵선언’이 진행될 예정이다.
세계는 이미 탈핵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독일은 2023년 4월 15일 모든 핵발전소를 영구 정지하여 탈핵 사회로 전환했고, 대만 역시 2025년 5월 17일 원전 운영을 종료하며 아시아 최초의 탈핵 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여전히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며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는 다른 길을 선택하고 있다.
최근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은 이재명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신규 원전 건설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과거에 탈원전 정책을 추진했는지 여부가 아니다. 현재 원전 건설과 핵에너지 사용이 어떤 위험과 사회적 비용을 낳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떤 사회와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더 중요하다. 그럼에도 이러한 근본적인 질문을 비켜간 채 정책의 정당성을 설명하려는 발언은 탈핵 논의를 단순한 정책 공방의 문제로 축소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문제적이다.
또한 현재 정부의 신규 원전 추진은 이재명 대통령이 그동안 밝혀왔던 입장과도 충돌한다. 이 대통령은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시절부터 “신규 원전은 짓지 않고 기존 원전만 활용한다”는 이른바 ‘감원전’ 기조를 밝혀왔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성남시장 재직 당시에는 원전의 안전성 문제를 강조하며 ‘원전 제로 국가’를 공약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심지어 취임 이후 100일 기자회견(25년 9월)에서도 ‘감원전’ 또는 ‘신규 원전 억제’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후보 시절과 집권 이후의 정책 방향 사이에 분명한 간극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에너지 정책은 국가의 장기적 방향과 사회적 전환을 좌우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이러한 입장 변화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다.
이번 신규 원전 추진의 배경으로는 AI와 반도체 산업 성장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가 제시되고 있다. 기술 발전과 산업 경쟁력을 이유로 에너지 정책의 방향이 결정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에너지 문제를 산업 성장의 보조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협소한 시각에 머물러 있다.
현재 한국은 건설 중인 4기를 포함해 총 32기의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국가다. 국토 면적 대비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밀도이며, 이는 핵발전의 위험 역시 그만큼 집중되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원전은 특정 지역의 희생을 전제로 작동하는 시설이며, 사고의 위험뿐 아니라 핵폐기물 문제까지 미래 세대에 부담을 남긴다.
이재명 정부는 소통과 토론, 공개적 절차를 강조하며 정책 추진의 정당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정책 과정은 이러한 명분과 달리 속도전의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국가와 행정이 방향을 먼저 정하고 사회적 논의는 고려하지 않은 채, 현장이 그 속도에 맞춰 따라가도록 강제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 기술과 산업, 성장의 언어 사이에서 지역과 시민의 삶은 쉽게 주변화된다. 원전 정책으로 인해 특정 지역이 희생을 강요당하고 시민의 생명과 미래가 담보로 삼아지는 선택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탈핵 없이 문화적 삶은 존재할 수 없다. 문화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사회를 지탱하는 토대다.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생태적 환경과 공동체가 있을 때 문화적 삶은 실현될 수 있다. 문화는 성장과 성과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시민의 삶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확장하는 공공의 영역이며,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하는 사회적 규범이자 새로운 상상력을 열어가는 자원이기도 하다. 동시에 문화는 개인이 자신과 사회를 이해하고 타인을 인정하며 민주적 삶을 실천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한다. 이러한 기반은 생태적 안전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될 때 비로소 유지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어떤 삶의 방식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성찰이다. 성장과 발전을 중심에 둔 에너지 정책이 아니라 생태적 지속가능성과 공동체의 삶을 중심에 두는 전환이 필요하다. 탈핵 사회는 단지 에너지 정책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생태적 순환과 공존을 기반으로 한 사회, 그리고 문화민주주의가 실현되는 문화사회로의 전환은 이러한 질문 위에서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 이에 이재명 정부는 신규 원전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생태적 전환과 지속가능한 사회를 향한 구체적 실행을 시작해야 한다. 탈핵 없이는 문화도, 생명도, 미래도 없다. 기술과 산업 경쟁을 명분 삼아 시민과 공동체를 희생시키는 시대착오적 정책은 즉시 중단돼야 한다.
2026년 3월 11일
문화연대
[문화연대 논평]
탈핵 없이 문화적 삶도 없다
_이재명 정부는 시대착오적인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
지난 1월 말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 시기 확정된 신규 대형 원전 2기 건설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문화연대를 포함한 154개 시민단체는 2월 5일 ‘탈핵 비상시국’을 선언했다. 이후 후쿠시마 핵사고 15년이 되는 3월 11일에는 광화문에서 ‘후쿠시마 핵사고 15년 탈핵선언’이 진행될 예정이다.
세계는 이미 탈핵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독일은 2023년 4월 15일 모든 핵발전소를 영구 정지하여 탈핵 사회로 전환했고, 대만 역시 2025년 5월 17일 원전 운영을 종료하며 아시아 최초의 탈핵 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여전히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며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는 다른 길을 선택하고 있다.
최근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은 이재명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신규 원전 건설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과거에 탈원전 정책을 추진했는지 여부가 아니다. 현재 원전 건설과 핵에너지 사용이 어떤 위험과 사회적 비용을 낳는지, 그리고 우리가 어떤 사회와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더 중요하다. 그럼에도 이러한 근본적인 질문을 비켜간 채 정책의 정당성을 설명하려는 발언은 탈핵 논의를 단순한 정책 공방의 문제로 축소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문제적이다.
또한 현재 정부의 신규 원전 추진은 이재명 대통령이 그동안 밝혀왔던 입장과도 충돌한다. 이 대통령은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시절부터 “신규 원전은 짓지 않고 기존 원전만 활용한다”는 이른바 ‘감원전’ 기조를 밝혀왔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성남시장 재직 당시에는 원전의 안전성 문제를 강조하며 ‘원전 제로 국가’를 공약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심지어 취임 이후 100일 기자회견(25년 9월)에서도 ‘감원전’ 또는 ‘신규 원전 억제’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후보 시절과 집권 이후의 정책 방향 사이에 분명한 간극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에너지 정책은 국가의 장기적 방향과 사회적 전환을 좌우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이러한 입장 변화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다.
이번 신규 원전 추진의 배경으로는 AI와 반도체 산업 성장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가 제시되고 있다. 기술 발전과 산업 경쟁력을 이유로 에너지 정책의 방향이 결정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에너지 문제를 산업 성장의 보조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협소한 시각에 머물러 있다.
현재 한국은 건설 중인 4기를 포함해 총 32기의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국가다. 국토 면적 대비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밀도이며, 이는 핵발전의 위험 역시 그만큼 집중되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원전은 특정 지역의 희생을 전제로 작동하는 시설이며, 사고의 위험뿐 아니라 핵폐기물 문제까지 미래 세대에 부담을 남긴다.
이재명 정부는 소통과 토론, 공개적 절차를 강조하며 정책 추진의 정당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정책 과정은 이러한 명분과 달리 속도전의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국가와 행정이 방향을 먼저 정하고 사회적 논의는 고려하지 않은 채, 현장이 그 속도에 맞춰 따라가도록 강제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 기술과 산업, 성장의 언어 사이에서 지역과 시민의 삶은 쉽게 주변화된다. 원전 정책으로 인해 특정 지역이 희생을 강요당하고 시민의 생명과 미래가 담보로 삼아지는 선택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탈핵 없이 문화적 삶은 존재할 수 없다. 문화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사회를 지탱하는 토대다.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생태적 환경과 공동체가 있을 때 문화적 삶은 실현될 수 있다. 문화는 성장과 성과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시민의 삶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확장하는 공공의 영역이며,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하는 사회적 규범이자 새로운 상상력을 열어가는 자원이기도 하다. 동시에 문화는 개인이 자신과 사회를 이해하고 타인을 인정하며 민주적 삶을 실천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한다. 이러한 기반은 생태적 안전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될 때 비로소 유지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어떤 삶의 방식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성찰이다. 성장과 발전을 중심에 둔 에너지 정책이 아니라 생태적 지속가능성과 공동체의 삶을 중심에 두는 전환이 필요하다. 탈핵 사회는 단지 에너지 정책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생태적 순환과 공존을 기반으로 한 사회, 그리고 문화민주주의가 실현되는 문화사회로의 전환은 이러한 질문 위에서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 이에 이재명 정부는 신규 원전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생태적 전환과 지속가능한 사회를 향한 구체적 실행을 시작해야 한다. 탈핵 없이는 문화도, 생명도, 미래도 없다. 기술과 산업 경쟁을 명분 삼아 시민과 공동체를 희생시키는 시대착오적 정책은 즉시 중단돼야 한다.
2026년 3월 11일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