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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문화연대 논평] 광화문 BTS 공연의 환호 뒤에 가려진 것들_K-컬처 300조 시대의 착시

2026-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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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대 논평]

광화문 BTS 공연의 

환호 뒤에 가려진 것들_

K-컬처 300조 시대의 착시


오는 3월 21일(토) 서울 광화문이 BTS의 초대형 야외 공연장으로 탈바꿈한다. 정부와 언론에서는 ‘K-컬처의 중심’, ‘글로벌 K팝 메가이벤트’라는 수식어로 치켜세우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경복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화면은 분명 상징적이며, 한국 대중문화의 현장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소비될 것이다.

그러나 문화연대는 이 화려한 장면에 가려진 K-컬처의 민낯을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과연 ‘K-컬처의 실체’인가, 아니면 철저히 기획된 ‘성장과 산업을 과장한 이미지’인가.


‘300조 K-컬처’라는 성장 착시

이재명 정부는 문화산업을 미래 경제 성장 동력으로 규정하며 ‘K-컬처 300조 시대’를 공공연히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월 언론을 통해 발표된 ‘2025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산업 매출이 약 15조 원으로 크게 증가한 고성장 산업이지만 이 수치는 산업 전체의 균형과 건강성을 설명하지는 못한다고 밝혔다. 이유는 그 성과가 상장사와 대형기획사를 중심으로 매출과 이익, 고용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통계 자체에 영향을 준 것이지 다수의 중소 및 영세 사업체는 매출 정체, 역성장, 인력 감축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격차를 넘어, 산업 내부에서 성장과 분배가 분리된 구조, ‘구조적 양극화’가 고착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나 더욱 심각한 것은 노동 환경에서 프리랜서 스태프나 연습생, 단기 계약직이 몰린 현장에서는 과중한 노동과 소득 불안, 상시적인 이직 위험이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산업은 성장하지만 구성원은 성장하지 못하고, 오히려 산업을 위해 착취당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무너지는 창의성과 획일화된 성공 공식

이 문제는 산업 외부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발표된 보도에 따르면 해외 언론조차 한국 영화와 K팝이 세계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는 창작 기반 약화와 산업 구조 경직화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K팝 산업에서는 실물 앨범 판매량이 2024년 19.5% 감소해 처음으로 하락세를 보였다고 지적했으며, 해당 추세에 따라 광범위한 대중성 대신 글로벌 투어와 같이 핵심 팬덤 중심으로 수익 구조를 강화한다는 분석이다. 

또한 성공하는 모델들을 차용하여, 실제 카피 여부와 별개로 K팝의 ‘획일화 현상’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어떠한 트렌드가 주목을 받으면 유사한 컨셉이나 성격의 아티스트 그리고 음악 스타일이 같이 나오는 경향이라는 것이다. 이는 산업의 외형적 확장에는 성공했지만, 창의성과 다양성을 유지하는 내적 동력은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현재의 성공 모델이라고 말 할 수 있는 현상들이 지속 가능한지 되물어야 하는 시점이다. 


문화산업 내 노동권 및 인권 침해문제

산업의 외형적 성장 이면에는 문화산업 노동자의 노동권과 인권 침해 문제가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대중문화산업의 다수를 차지하는 프리랜서, 특수고용, 단기 계약 형태의 노동자들은 노동법적 보호에서 배제된 채 일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아이돌 등 대중문화 종사자들 사이에서 노동조합 설립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산업의 성장이 노동자의 권리 보장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현실을 방증한다. 그럼에도 정부와 관련 기관은 이들의 노동자성 인정에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노동권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 일부 연예기획사에서 소속 아티스트를 상대로 한 성추행 사건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사과나 후속 조치 없이 사업을 지속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는 특정 기획사만의 일탈이 아니다. 소속사가 아티스트의 활동·거주·연락처까지 통제하는 구조, 계약 해지나 데뷔 기회 박탈을 볼모로 한 권력관계가 상시적으로 작동하는 구조. 바로 이 기형적 착취 구조가 인권 침해의 토양이 되고 있다. 산업이 성장할수록 이 구조는 더욱 공고해지며, 피해는 가시화되지 않은 채 반복된다. 화려한 성과 지표 뒤에서 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존재한다는 현실을 정부가 계속 방치하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문화정책의 문제 : ‘문화와 예술’의 산업 종속

이러한 문제들의 기저에는 국가 문화정책의 기조와 방향이 자리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문화를 여전히 ‘수출 및 경제 산업’이자 ‘경제 성장 동력’으로 규정하며, 대형 콘텐츠 기업 중심의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이미 심화된 산업 집중 구조를 더욱 고착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이전 정부에서 드러난 문화예술 검열 문제와 예산 축소, 현장 배제 등으로 훼손된 문화예술계는 아직 회복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현 정부는 이를 복원하기보다 문화를 기술·관광·산업과 결합한 성장 수단으로 재편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문화 본래의 가치인 다양성, 연결성, 자율성, 창의성 등은 효율과 수익 중심의 기준에 종속되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행태는 문화체육관광부 수장의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최휘영 장관의 문제는 현장 감각의 부재가 아니라, 문화를 산업과 경제 성장의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인식 자체다. 그는 취임 이후 업무보고에서 기초예술을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영역이 아닌, K-컬처의 성장 기반을 다지는 개념으로 위치 짓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장관 취임 7개월이 지나도록 'K-컬처 300조 육성'이라는 구호 외에 문화예술 생태계의 회복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특정 산업 분야의 CEO가 아니라, 국민의 문화적 권리 전반을 관장하는 기관의 수장임을 명심해야 한다.


BTS에 대한 열광에 대비되는 한국 문화산업 현장의 현실을 직시하라

광화문 BTS 공연에 전 세계가 열광하며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보는 것은 BTS이지, 이재명 정부가 내세우는 K-컬처도, 한국의 문화예술 생태계도 아니다. 이재명 정부와 최휘영 장관은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특정 산업과 대형 문화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훼손된 문화예술 생태계의 다양성·창의성·자율성·공공성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를 묻고 실천하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실리의 이름으로 추진하는 경제 논리 중심의 문화정책은, 그 실리의 범위 밖에 놓인 수많은 현장과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배제시킨다. '300조'라는 숫자 뒤에는 성장의 과실과 무관하게 방치된 문화현장의 불균형과 불합리가 존재하며, 시민의 문화적 권리는 그 어디에서도 언급되지 않고 있다.

더불어 문화예술 현장 전반에 대한 이해도, 생태계 회복에 대한 의지도 없이 성장·수출·시장 확대라는 경제적 용어만 반복하는 최휘영 장관은 국가 문화정책을 관장할 자격이 없다. 문화로 성장하는 국가는 소수의 성공 신화가 아니라 균형 잡힌 생태계 위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이재명 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최휘영 장관은 직시해야 한다.


2026년 3월 19일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