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성명[문화연대 성명] K-컬처 300조를 약속한 정부, 숫자는 웅장했고 공공 문화예술기관 인사는 우스웠다

2026-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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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대 성명] 

K-컬처 300조를 약속한 정부, 

숫자는 웅장했고 공공 문화예술기관 인사는 우스웠다

- 문화연대, 이재명 정부 공공 문화예술기관 기관장 인사 전면 비판

- 문화예술 분야의 신뢰와 전문성을 무너뜨리는 인사 조치 규탄

- 공공 문화예술기관 인사의 공공성과 전문성 훼손을 중단하라

- 문화예술 인사 기준과 원칙을 전면 재정립하라


지난 4월 10일 서승만 씨가 국립정동극장 대표이사로 임명되면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반복되어 온 문화예술계 기관장 인사 문제에 대한 논란이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서승만 씨가 공연 제작과 연출 등의 경력을 보유하고 있음은 사실이나, 한국을 대표하는 국립 공연장인 정동극장의 경영에 필요한 전문성을 갖추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임명 논란이 제기된 이후 내놓은 입장에서도 자신의 경력과 학력을 강조하는 데 그쳤을 뿐, 정동극장 운영에 대한 비전과 계획, 공연예술 정책에 대한 이해, 국립예술기관의 공공적 역할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해 논란을 더욱 증폭시켰다. 이에 따라 이번 인사가 보은성 인사라는 의혹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문화예술계 인사를 둘러싸고 지속적인 논란을 야기해 왔다. 문화예술 분야 전문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IT 기업인 출신의 최휘영 씨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임명한 데 이어, 배우 장동직 씨를 국립정동극장 이사장으로 임명한 것 역시 논란을 낳았다. 공공 문화기관 운영이 예술 활동과는 별개로 행정과 거버넌스에 대한 높은 전문성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이들 인사가 해당 자리에 필요한 전문성을 충분히 갖추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세종문화회관에서 오페라 <마술피리> 리허설 도중 무대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성악가 고(故) 안영재 씨 사안과 관련해 책임 논란이 제기된 박혜진 전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을 국립오페라단 단장으로 임명한 것 역시 우려를 낳고 있다. 첼리스트이자 지휘자인 장한나 씨를 예술의전당 사장으로 임명한 것 역시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보수적이고 관료적인 예술행정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도 있으나, 대형 문화기관 운영에 필요한 경영·행정 전문성을 충분히 갖추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아울러 비록 무산되었으나 배우 이원종 씨가 콘텐츠진흥원장으로 거론되었던 사실 역시 문화예술 분야에 적지 않은 혼란을 야기하였다. 이러한 인사가 반복되면서 문화예술 분야 인사의 기준과 원칙에 대한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기관 및 시설은 정부의 정책적 방향을 현장에서 구현하고, 예술인과 시민, 정책을 잇는 플랫폼으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이를 이끄는 인사들은 정부 정책과 해당 분야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명확한 비전과 실행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아울러 관련 종사자와 시민에게도 신뢰와 기대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문화예술 분야에서 이루어진 주요 인사들은 이러한 신뢰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전문성 여부를 떠나 관련 분야 종사자들조차 인사의 정당성을 납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어떠한 리더십과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의 인사 흐름을 보면,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공공기관 운영 역량보다 대중적 인지도나 정치적 친소 관계가 더 크게 작동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 물론 어떤 정부에서든 일정하게 정치적 신뢰 관계가 인사에 반영될 수 있다는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의 문화예술 분야 인사는 그 수준을 넘어, 문화예술을 독자적 전문성과 공공성을 지닌 영역으로 대하고 있는지 의문을 낳고 있다. 문화예술 기관장 자리가 마치 논공행상의 대상으로 취급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정부 출범 이후 문화예술 정책의 일관된 방향이 충분히 제시되지 못하고, 개별 사업이나 아이디어 수준의 접근이 반복되고 있는 현실과도 맞물려 있다.


인사 역시 정책의 일부다. 특히 문화예술 정책은 이를 실행하는 주체에 따라 정책의 성과와 사회적 영향이 크게 달라지는 분야이며, 이는 박근혜 정부 시기의 블랙리스트 사태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따라서 문화예술 기관의 인사는 공정한 절차뿐 아니라 정책에 대한 충분한 이해, 문화와 예술에 대한 명확한 철학,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 그리고 다양한 주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개방적인 태도와 민주적 운영 원칙에 대한 이해를 갖춘 인물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나아가 이러한 기준과 원칙에 따른 인사는 폐쇄적인 공간이 아니라 문화예술 현장과의 소통 속에서, 투명하고 납득 가능한 절차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 예술인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단순히 인사 문제 자체에 있지 않다. 인사를 통해 드러난 정부의 문화예술에 대한 안일한 인식과 이해 부족, 그리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일방적 태도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이 정부가 윤석열 정부 이후 훼손된 민주주의와 사회정의를 회복해야 할 역사적 책임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잘못된 인사 정책을 바로잡고 문화예술 분야의 명확한 인사 원칙을 재정립하여,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 속에서 필요한 자리에 적합한 인물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럴 때에만 훼손된 문화예술 생태계를 회복하고, 다양한 사회적 위기 속에서도 한국 사회를 지탱할 수 있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문화적 기반을 다시 세울 수 있다.



2026. 4. 13.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