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논평6.3 지방선거 예술공약 전수조사 결과 “정치는 넘치고 지역과 예술은 사라졌다”

2026-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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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대 논평] 6.3 지방선거 예술공약 전수조사 결과
“정치는 넘치고 지역과 예술은 사라졌다”
_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장 당선인 243명 전수조사 결과, 최소 1개 이상 예술 공약을 제시한 당선인은 59명(24.2%)에 불과
_ 정치 과잉의 시대,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본질적 고민이 필요한 때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난 지 20여 일이 지났다.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과 내란 사태 이후 출범한 이재명 정부 1년 차와 맞물리며 이번 지방선거는 어느 때보다 높은 정치적 관심 속에서 치러졌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확인된 것은 지역의 삶과 미래를 둘러싼 논의보다 중앙정치를 둘러싼 권력 경쟁이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지방선거를 지역정치의 장이 아닌 중앙정치의 연장선으로 활용했다. 한쪽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다른 한쪽은 ‘정부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고 맞섰다. 정작 지역 주민의 삶과 지역사회가 직면한 과제, 지역의 문화와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는 선거의 중심 의제에서 밀려났다.

지방선거는 지역 주민이 스스로 지역의 대표자를 선출하여 지역의 예산과 정책 방향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초적인 제도이다. 또한 중앙정부와 권력을 지닌 특정 정당들에 집중된 정치 구조를 견제하고 지역의 다양한 요구와 목소리를 정책으로 실현하는 중요한 장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는 이러한 본래의 의미보다 정당 간 유불리와 권력 배분의 논리가 더 크게 작동했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특히 선거 시기에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그 관심이 시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승패와 권력 획득을 위한 정치에 집중될 때이다. 권력 획득 중심으로 작동하는 과잉된 정치는 오히려 정치의 본래 목적을 잃게 만들고, 지역의 현실과 주민의 삶을 주변화시킨다. 그 결과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다양한 정책 의제들이 선거 과정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못했다. 문화와 예술 역시 주민의 삶과 공동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서 주요하게 다뤄지지 못했다.

문화연대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장 당선인 243명의 예술(인) 공약을 전수조사한 결과, 최소 1개 이상의 예술(인) 공약을 제시한 당선인은 59명(24.2%)에 불과했다. 이는 예술과 문화가 여전히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핵심 정책이 아니라 부수적 의제로 취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예술정책이 제도적으로 자리 잡은 정책 영역이라기보다 정치적 의지와 관심도에 따라 선택적으로 다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예술은 지역의 보이지 않는 문제를 드러내고, 시민들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갈 미래를 상상하게 만드는 힘이자 사회적 실천이다. 또한 지역의 기억을 기록하고 주민 간 사회관적계와 연대를 형성하며, 사회가 놓치고 있는 목소리를 드러내는 공론장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에서 예술은 지역의 미래를 논의하는 핵심 의제로 다뤄지지 못했다. 정치적 구호와 권력 경쟁은 넘쳐났지만, 지역의 삶을 구성하는 문화와 예술에 대한 논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치가 넘쳐나는 동안 문화와 예술은 주변으로 밀려났고, 지역은 정치의 주인공이 아니라 배경으로 남았다. 이는 단순히 문화·예술정책의 부족 문제만이 아니라 지역정치의 위기이기도 하다. 지역에서의 삶을 이야기하지 않는 정치, 공동체의 미래를 상상하지 못하는 정치는 결국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지역정치의 회복은 곧 지역문화의 회복과 맞닿아 있다. 예술정책은 단순한 문화 향유나 행사 운영의 수단, 지원사업의 확대가 아니라 지역사회와 시민, 예술인이 함께 지역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공공정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예술인의 권리 보장과 창작환경 조성을 시작으로 지역사회와의 관계 형성, 문화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참여 확대, 지속가능한 지역문화 생태계 구축이 구체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지방선거는 끝났지만 지역을 위한 정치는 이제 시작되어야 한다. 정치가 권력의 배분을 넘어 시민의 삶을 책임지는 과정이라면, 예술은 그 삶을 연결하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중요한 사회적 기반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권력 획득의 수단으로서의 정치가 아니라 지역의 삶을 중심에 두는 정치이며, 그 과정에서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다시 자리매김하는 일이다.

2026년 6월 25일
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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