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논평황당한 MBC <복면가왕> 9주년 방송 결방, 우리는 검열 공포의 시대에 살고 있다

2024-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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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황당한 MBC <복면가왕> 9주년 방송 결방, 우리는 검열 공포의 시대에 살고 있다


4월 7일 방영 예정이었던 문화방송(MBC)의 대표적인 인기 프로그램 <복면가왕> 9주년 특집 방송이 결방되었다. 매주 일요일 저녁 시청자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인기 예능프로그램, 그것도 9주년을 맞아 오랫동안 준비한 특집 프로그램 <복면가왕>이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나중에 확인한 결방 이유는 너무나 충격적이다. “조국혁신당 기호(9번)와 숫자가 겹쳐 오해를 살 수 있다”는 내부 의견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결방의 이유라면, 비례대표 1번에서 38번까지 특정 정당의 기호를 연상시킬 수 있는 모든 TV 프로그램도 결방해야 하는가? 가령 KBS <9시 뉴스>, SBS <동상이몽2>, JTBC의 <특파원 25시>, <TV조선 뉴스7>도 결방해야 마땅한가?


최종 결방을 결정한 당사자는 <복면가왕> 제작진이다. 제작진은 무엇이 무섭고 두려워서 그런 황당한 결정을 했을까? 아마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산하 ‘22대 국회의원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이하 선방위)에 대한 두려움이었을 것이다. 선방위는 지난 2월 27일 서울시의 미세먼지 농도 수치를 강조하며 ‘파란색 숫자 1’을 화면에 띄운 MBC ‘뉴스데스크’ 날씨 예보 방송을 징계한 바 있다. MBC가 윤석열 정부 들어 당한 9번의 심의 징계가 결국 자기검열의 공포를 만들었고, 이 두려움과 공포가 황당하게도 <복면가왕> 9주년 특집 방송 결방으로 이어졌다.


윤석열 정부 들어 방송 미디어와 문화예술계에 크고 작은 검열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류희림 방심위 체제 들어서 보도 통제와 징계에 따른 심의 사례들은 상식을 한참 벗어났다. 방심위는 류 위원장이 부임한 2023년 9월부터 11월까지 석 달 동안 보도전문 채널의 시사·보도 프로그램 32건에 대해 공정성 조항 준수 여부를 심의했다. 또한, 방심위의 ‘신속심의’ 안건 대다수가 윤석열 대통령이나 정부 정책, 여권 인사 관련 비판 보도였고, 전체 방송심의 안건의 약 70%가 MBC 등 방송사 시사·보도 프로그램이었다. 특히 김만배 인터뷰를 다룬 뉴스타파를 인용한 KBS, MBC, YTN, JTBC 등에 과징금 제재를 남발했고, 급기야 일기예보 미세먼지 청렴 상태 1을 보도한 MBC 제작 담당자에게 기호 1번에 대한 정치선전이라며 징계를 내렸다. 이 모든 과도한 심의 건수와 후속 징계들은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미디어에 재갈을 물리려는 일종의 ‘미디어 입틀막’ 정치가 작동한 탓이다. 방심위는 정치적으로 의도하지 않은 것들을 오히려 정치적으로 심의해버린 정치적 국가장치의 당사자가 된 것이다. 가장 정치적인 것은 방심위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우리는 국가 검열과 그로 인한 자기검열의 심리적 공포가 극에 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1970년대 박정희 유신 정권 시절 이금희의 노래 ‘키다리 미스터 킴’이 키가 작은 대통령을 비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장희의 노래 ‘그건 너’가 박정희 대통령을 지시한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되었던 황당한 독재 검열의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 모든 숫자를 검열하는 국가장치가 실제 작동하고, 그래서 특정한 의도가 없는 발언까지 언제든지 정치적으로 검열당할 수 있다는 심리적 공포의 시대에 살고 있다. 검열의 일상적 내면화, 이것이 바로 무도한 검찰 권력, 내로남불 검찰 공화국의 민낯이고, 국민이 경제적인 것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이유이다.


국민 식탁의 아주 흔한 일상의 먹거리 ‘대파’와 수학적 표시에 불과한 숫자 ‘9’를 정치적으로 검열하는 시대야말로 가장 위험한 검열의 시대이다. 미디어와 개인을 겁박해서 알아서 입을 틀어막으려는 자기검열의 공포가 결국 복면가왕의 결방을 불렀다. 이것이 국가 검열에 맞서, 자기검열에서 벗어나 우리가 표현의 자유를 수호해야 하는 이유이다.


2024년 4월 8일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