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논평성평등한 문화예술계로 나아가기 위한 한 걸음, '예술인권리보장법'을 제정하라!

2021-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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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대 주간논평]


세계여성의날을 함께하며

성평등한 문화예술계로 나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한 걸음,
예술인권리보장법을 제정하라!

 

2020년에도 성평등한 사회를 향한 여성들의 목소리와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피해 여성들의 용기 있는 고발과 그에 대한 끈질긴 연대로 ‘n번방 사건’ 가담자들의 처벌을 이끌어냈고, 길고 긴 시간 멈춤 없이 지속해온 투쟁으로 끝내 ‘낙태죄’가 사라진 2021년을 열었다.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둔 지금, 긴 시간 여성의 인권을 위한 투쟁의 역사에 함께한 모든 이들에게 연대의 인사를 전한다.

물론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사회에는 성차별주의와 가부장적 위계가 여전히 존재하며, 영역과 분야를 가리지 않고 드러나는 권력과 위계에 의한 성폭력을 우리는 계속해서 마주해야 한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하여 여성의 사회적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었다.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위기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위에 놓여있던 여성들을 가장 먼저 일자리 위기로 내몰았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하여 돌봄의 부담이 가중되는 한편 가정폭력의 위험도 증가하였다. 이 같은 여성의 불평등과 차별 문제는 위기가 심화될수록 더욱 가속화되는 중이다.

성평등한 세상을 향한 목소리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대응 또한 부족하다.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이라 불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여전히 미흡하고,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법적 제도도 없다. 숨어 있던 문제를 밝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아갈 방향과 정책까지 제안했지만 이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대답은 여전히 더디다. <예술인의지위및권리보장에관한법률>(이하 예술인권리보장법) 도 그중 하나다.

2016년 ‘#문화예술계_내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부터 2018년 ‘미투’ 운동까지 이어진 문화예술계의 성폭력 고발은 그동안 은폐되어왔던 문화예술계 내부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는 명백히 성차별적 문화와 불안정한 노동환경이 만들어낸 구조적 범죄였다. 문화예술인의 70%가 프리랜서·계약직인 상황에서 문화예술계의 성폭력 대책은 법적·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소속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구제는 더욱 어려워진다. 더구나 불안정한 노동환경으로 인한 빈곤 문제는 피해 사실을 알리는 일조차 어렵게 만든다. 문화예술계의 이런 특수성이 남성중심적인 권력구조와 맞물려 결국 권력형 성폭력으로 이어진다.

이에 문화예술계는 ‘문화예술인들이 안전하게 활동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입법 활동을 이어갔고, ‘성평등한 예술환경’ 조성을 법적으로 명시한 <예술인권리보장법>을 2019년 4월 발의했다. 하지만 법안은 제대로 논의도 되지 못한 채 결국 20대 국회에서 파기되었고, 21대 국회에서 제1호 법안으로 발의되었지만 여전히 그 진행 과정은 지지부진하다. 그러는 동안 예전의 가해자는 슬며시 현장으로 돌아오고, 새로운 가해자와 피해자가 생겨났다. 현장의 여성예술인은 구조적인 불평등과 성폭력의 위험에 떠밀려 현장을 떠나거나 오늘도 그에 맞서 치열하게 싸우는 중이다.

21대 국회는 하루라도 빨리 <예술인권리보장법>을 제정해야 한다. <예술인권리보장법> 제정은 ‘끝’도, ‘완성’도 아니다. 성평등한 문화예술계로 나아가기 위한 첫 걸음이며 예술인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조치다. 그 최소한의 한 걸음을 떼기까지, 성평등한 문화예술계를 만들기 위해 용기 있는 목소리를 낸 모든 이들을 기억한다. 문화연대는, 그들의 목소리를 우리의 목소리로 이어 성평등한 문화예술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활동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모든 차별과 폭력을 근절하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모든 발걸음에 문화연대도 함께할 것이다.

  

2021년 3월 3일

문화연대 성평등-반성폭력 행동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