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공동성명우리는 광화문 광장에 세월호 기억공간을 요구한다

2021-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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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광화문 광장에 세월호 기억공간을 요구한다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를 명분으로 세월호 기억 공간 강제 철거를 시도하고 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지지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연대하여 왔던 문화예술인·단체들로서, 이러한 서울시의 무리한 시도에 명백한 반대 의견을 밝히고 재구조화된 광화문 광장에 세월호 기억 공간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서울시는 세월호 기억 공간 철거의 명분으로 광화문 광장이 “시민 모두”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요즘 서울시가 즐겨 사용하는 “시민 모두를 위한…….”이라는 표현은 전 정부 시기 특정 문화예술인들을 블랙리스트로 지속적으로 배제하였던 김기춘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애용하던 “국민 모두의 세금으로…….”라는 표현을 떠올리게 한다. 


문화예술인들이 대거 블랙리스트로 등재된 것은,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 요구에 동참하였던 까닭이었다는 것이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서 드러난 바 있다. 우리는 아직도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문화예술인 천막에서 세월호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연대하였던 문화예술인들을 기억한다. 온몸에 뼈만 남도록 단식 투쟁을 하던 유민 아버지를 비롯한 세월호 유가족들의 피와 땀과 눈물을 기억하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광장을 가득 메웠던 대한민국 국민이며 세계 시민들을 기억한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서울시민과 대한민국 국민, 세계 시민은 재구조화된 광화문 광장에 세월호 기억 공간이 서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표지석이나 기념수로 대체하자는 서울시의 주장에 명백히 반대한다. 우리는 세월호 기억 공간에 여전히 참사로 수장된 희생자들의 얼굴 사진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희생자들의 얼굴을 마주보는 것은 무척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희생된 사람들의 얼굴을 마주볼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가 저 참혹한 죽음에 여전히 책임이 있다는 명백한 자각을 가질 수 있다. 


서울시는 세월호 광장의 사진들과 유품들을 안산으로 가져가라고 말한다. 서울시가 삭제하려는 것은 희생자들의 얼굴이고, 희생자들이 존재하였음을 환기시켜줄 수 있는 물품들이다. 그렇게 해서 서울시가 삭제하려는 것은 희생자들에 대한 우리의 기억이고, 종국에는 희생자들의 존재 자체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는 단지 유가족들만의 기억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에 동참했다가 예기치 못한 불이익과 고통을 받아야 했던 많은 문화예술인과 시민들의 기억이기도 하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로 수장된 희생자들이 우리의 삶을 통해서 지워질 수 없는 얼굴들이고 304명의 이름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서울시는 세월호 유가족과 서울시민 갈라치기를 중단하라. 서울시는 서울시민과 대한민국 국민, 세계시민 갈라치기를 중단하라. 서울시는 서울시민을 둘로 갈라치기 하지 말라. 서울시는 희생자들과 살아남은 사람들을 갈라치기 하지 말라. 


우리가 “모두의 시민”, “하나의 시민”이 되었던 순간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세월호 참사의 순간을 텔레비전 생중계로 다함께 동시에 지켜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의 생명보다 이윤을 더 중요시 여기는 삶을 살아온 우리 사회는 아직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자는 목소리를 두고 “정치적”이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많은 것이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는 사람의 생명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겨야 한다는 강력한 자각을 우리에게 주었던 대참사였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 이전으로 결코 돌아가서는 안 된다. 


서울시는 다른 사건들과 함께 세월호를 다양한 방법으로 기억하겠다고 말한다. 그럴 듯해 보이는 이 말이야 말로 세월호 참사의 특별한 중요성을 삭제하려는 시도이다. 홀로코스트가 무수한 전쟁에 수반되는 의례적인 희생이 아니라 특별히 중요성을 부가해야 하는 사건이었던 것처럼 세월호 참사는 한국사회에서 무수히 많은 사건 중 하나가 아니라 특별히 중요하게 기억하여야 하는 사건이다. 서울시가 진심으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자 한다면, 세월호 기억 공간이 있었던 바로 그 자리에서 계속해서 기억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광화문 광장의 주인으로서, 서울시가 유가족들과 재구조화 이후에 대한 명백한 합의 과정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임시 이전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유가족들의 명백한 동의 없는 기억 공간 이전은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간주될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 이루어지는 그날까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연대하며 지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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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7.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