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논평] 다시 도래하고 있는 광장의 시간
: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주범 김기춘, 조윤선 특별사면에 부쳐
지난 8월 13일, 윤석열 정부는 1,219명의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을 발표했다. 이번 특별사면은 명단 발표 전부터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복권이 이뤄질 지를 두고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고, 각자의 입장에 따라 온갖 경우의 수를 점치는 의미 없는 말 잔치가 펼쳐졌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우리는 연초부터 특별사면 명단에서 ‘김기춘(2024년 2월 설 특별사면)'을, 그리고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에서는 ‘조윤선'이라는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의 주역인 원세훈, 김기춘, 조윤선의 사면이 적절한 것인지,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시절 기소했던 이들을 자신이 사면한다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국정농단 관계자 문제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사면 소식에 묻혀 제대로 보도조차 되지 않았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 탄핵을 통해 정권을 잡고 적폐청산을 외쳤던 민주당조차도 이들의 사면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조차 내지 않은 채 수수방관 하고 있다.
조윤선, 김기춘은 누구인가? 조윤선은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하였고,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서 사실상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을 정부 내에서 책임지고 실행한 핵심 당사자이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역시 박근혜 정권의 핵심 실세로 좌파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문화예술계를 바로잡는다며 블랙리스트 작성과 배제를 기획하고 지시하였으며 올해 초 최종심을 통해 징역 2년의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명박 정부 국정원으로부터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문화에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는, 이명박 정부 당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통해 틀을 잡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 김기춘, 조윤선의 손을 거치며 완성됐다. 이후 문화예술계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으며 그 고통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조윤선, 김기춘 사면은 ‘의례적’으로 진행되어 온 정치인 사면과 다른 의미를 갖는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윤석열차 사건과 같은 검열과 지원배제 사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정치인 정병국, 이명박 정부에서 블랙리스트 지원배제를 실행했던 유인촌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재임명, 관료가 직접 예술지원 심의에 참여하는 책임심의제 도입 등을 통해서 사실상 박근혜 정부보다 더 고도화되고 전방위적인 문화예술계 개입과 블랙리스트 지원배제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현장 문화예술인들의 목소리는 윤석열 정부 특유의 몰상식과 제도조차 무시한 입틀막, 귀틀막 방식의 퇴행적 문화행정에 가려지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단행된 과거 블랙리스트 사태 주범들에 대한 특별사면은 말 그대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고 이러한 정권의 싸인은 더 강력한 족쇄가 되어 문화예술계를 옥죄이게 될 것이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가 만들어 낸 가장 큰 문제는 차별과 배제, 검열의 논리를 우리 사회 구성원들과 심지어 예술인조차 내면화하게 한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죄책은 법을 통해 단죄할 수 있지만 이렇게 내면화된 검열과 차별의 논리는 이를 걷어내고 바로잡는 데까지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최근 지자체 문화재단이나 문화도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들려오는 지역 정치인들에 의한 기관 장악 사례나 지역 현장에서 지자체장의 눈밖에 난 지역 예술인에 대한 노골적인 배제와 차별의 사례들은 우리사회가 상당히 블랙리스트를 내면화한 국면에 들어선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게 한다. 물론 이와 같은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예술인권리보장법'과 같은 제도적 장치들을 만들기도 하였으나 법 제정 과정에 정부의 죄책을 규율할 수 있는 구체적 조항들이 빠지게 되면서 현재로서는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나 다름없다. 거기에 더해 이번 사면과 같이 블랙리스트 실행 세력에 대한 정치적 면죄부까지 주어진 상황은 더욱 더 강력한 블랙리스트 국면을 마주하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과거의 죄를 명백히 밝히면서도 앞으로 있을 잘못을 예방하고 규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블랙리스트 특별법'의 제정은 당면한 과제 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김기춘 등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서 볼 수 있듯 현행법체계 안에서는 블랙리스트를 실행하는 공무원이나 관료들에 대해 직권남용 외에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하고 있다. 예술인권리보장법 제정 당시 공무원에 의한 검열과 정치적 의도에 따른 지원배제 등이 이뤄질 경우 이를 지시한 이와 실행한 이 모두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구체적인 조항을 넣고자 했으나 입법 과정의 이해관계 충돌로 이를 반영해내지 못해 사실상 예술인권리보장법으로는 블랙리스트 상황을 규율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때문에 실제로 작동하는 법으로서, 보다 강력하게 블랙리스트를 통한 검열과 배제, 차별을 막아내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블랙리스트 특별법' 제정은 현시기 무엇보다 우선해야 하는 문화예술 현장의 과제이며 목표가 아닐 수 없다.
조윤선, 김기춘의 특별사면은 지난 10여 년간 세월호 참사,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태와 탄핵, 코로나19 사태 등 우리사회의 가장 치열한 현장, 아픈 현장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예술인에 대한 명백한 조롱이고 도발이다. 한편으로는 예술인 당사자의 문제였던 블랙리스트 청산 문제를 끝까지 풀어내지 못한 문화예술계의 안이함이 이러한 치욕적인 상황을 목도하게 한 원인이 되었다는 점도 성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면은 윤석열 정부의 문화예술계에 대한 명백한 선전포고이며 공공연한 블랙리스트 선언이나 다름없다. 이제 문화예술계가 화답할 차례이다. 광장의 시간이 다시 도래하고 있다.
2024.8.20.
문화연대, 블랙리스트 이후
[공동논평] 다시 도래하고 있는 광장의 시간
: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주범 김기춘, 조윤선 특별사면에 부쳐
지난 8월 13일, 윤석열 정부는 1,219명의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을 발표했다. 이번 특별사면은 명단 발표 전부터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복권이 이뤄질 지를 두고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고, 각자의 입장에 따라 온갖 경우의 수를 점치는 의미 없는 말 잔치가 펼쳐졌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우리는 연초부터 특별사면 명단에서 ‘김기춘(2024년 2월 설 특별사면)'을, 그리고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에서는 ‘조윤선'이라는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의 주역인 원세훈, 김기춘, 조윤선의 사면이 적절한 것인지,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시절 기소했던 이들을 자신이 사면한다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국정농단 관계자 문제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사면 소식에 묻혀 제대로 보도조차 되지 않았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 탄핵을 통해 정권을 잡고 적폐청산을 외쳤던 민주당조차도 이들의 사면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조차 내지 않은 채 수수방관 하고 있다.
조윤선, 김기춘은 누구인가? 조윤선은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하였고,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서 사실상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을 정부 내에서 책임지고 실행한 핵심 당사자이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역시 박근혜 정권의 핵심 실세로 좌파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문화예술계를 바로잡는다며 블랙리스트 작성과 배제를 기획하고 지시하였으며 올해 초 최종심을 통해 징역 2년의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명박 정부 국정원으로부터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문화에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는, 이명박 정부 당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통해 틀을 잡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 김기춘, 조윤선의 손을 거치며 완성됐다. 이후 문화예술계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으며 그 고통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조윤선, 김기춘 사면은 ‘의례적’으로 진행되어 온 정치인 사면과 다른 의미를 갖는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윤석열차 사건과 같은 검열과 지원배제 사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정치인 정병국, 이명박 정부에서 블랙리스트 지원배제를 실행했던 유인촌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재임명, 관료가 직접 예술지원 심의에 참여하는 책임심의제 도입 등을 통해서 사실상 박근혜 정부보다 더 고도화되고 전방위적인 문화예술계 개입과 블랙리스트 지원배제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현장 문화예술인들의 목소리는 윤석열 정부 특유의 몰상식과 제도조차 무시한 입틀막, 귀틀막 방식의 퇴행적 문화행정에 가려지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단행된 과거 블랙리스트 사태 주범들에 대한 특별사면은 말 그대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고 이러한 정권의 싸인은 더 강력한 족쇄가 되어 문화예술계를 옥죄이게 될 것이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가 만들어 낸 가장 큰 문제는 차별과 배제, 검열의 논리를 우리 사회 구성원들과 심지어 예술인조차 내면화하게 한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죄책은 법을 통해 단죄할 수 있지만 이렇게 내면화된 검열과 차별의 논리는 이를 걷어내고 바로잡는 데까지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최근 지자체 문화재단이나 문화도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들려오는 지역 정치인들에 의한 기관 장악 사례나 지역 현장에서 지자체장의 눈밖에 난 지역 예술인에 대한 노골적인 배제와 차별의 사례들은 우리사회가 상당히 블랙리스트를 내면화한 국면에 들어선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게 한다. 물론 이와 같은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예술인권리보장법'과 같은 제도적 장치들을 만들기도 하였으나 법 제정 과정에 정부의 죄책을 규율할 수 있는 구체적 조항들이 빠지게 되면서 현재로서는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나 다름없다. 거기에 더해 이번 사면과 같이 블랙리스트 실행 세력에 대한 정치적 면죄부까지 주어진 상황은 더욱 더 강력한 블랙리스트 국면을 마주하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과거의 죄를 명백히 밝히면서도 앞으로 있을 잘못을 예방하고 규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블랙리스트 특별법'의 제정은 당면한 과제 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김기춘 등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서 볼 수 있듯 현행법체계 안에서는 블랙리스트를 실행하는 공무원이나 관료들에 대해 직권남용 외에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하고 있다. 예술인권리보장법 제정 당시 공무원에 의한 검열과 정치적 의도에 따른 지원배제 등이 이뤄질 경우 이를 지시한 이와 실행한 이 모두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구체적인 조항을 넣고자 했으나 입법 과정의 이해관계 충돌로 이를 반영해내지 못해 사실상 예술인권리보장법으로는 블랙리스트 상황을 규율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때문에 실제로 작동하는 법으로서, 보다 강력하게 블랙리스트를 통한 검열과 배제, 차별을 막아내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블랙리스트 특별법' 제정은 현시기 무엇보다 우선해야 하는 문화예술 현장의 과제이며 목표가 아닐 수 없다.
조윤선, 김기춘의 특별사면은 지난 10여 년간 세월호 참사,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태와 탄핵, 코로나19 사태 등 우리사회의 가장 치열한 현장, 아픈 현장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예술인에 대한 명백한 조롱이고 도발이다. 한편으로는 예술인 당사자의 문제였던 블랙리스트 청산 문제를 끝까지 풀어내지 못한 문화예술계의 안이함이 이러한 치욕적인 상황을 목도하게 한 원인이 되었다는 점도 성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면은 윤석열 정부의 문화예술계에 대한 명백한 선전포고이며 공공연한 블랙리스트 선언이나 다름없다. 이제 문화예술계가 화답할 차례이다. 광장의 시간이 다시 도래하고 있다.
2024.8.20.
문화연대, 블랙리스트 이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