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논평대한민국예술원의 전면 혁신을 요구한다

202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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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예술원의 전면 혁신을 요구한다


이기호 소설가의 문제제기로 수면 아래에 있던 ‘대한민국예술원’(이하 예술원)의 문제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기호 씨는 문예지 『악스트』(Axt) 37호에 예술원을 비판하는 보고서 형식의 소설을 발표한데 이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예술원의 전면 개혁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중견 소설가의 용기 있는 문제제기로 해묵은 예술원 개혁의 목소리가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7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예술원은 한국 예술계에서 오래 동안 활동했던 원로 예술가들의 공로를 기리고 그들의 명예를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예술원 홈페이지에는 예술원 설립의 목적을 “예술창작에 현저한 공적이 있는 예술가를 우대·지원하고 예술창작활동 지원 사업을 행함으로써 예술발전에 이바지하게 한다”고 적고 있다. 예술원은 “예술진흥에 관한 정책자문 및 건의”, “예술창작활동의 지원”, “국내외 예술의 교류 및 예술행사 개최”, “대한민국 예술원상 수여” 등의 일들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예술원 회원은 정원 100명 중 87명으로 운영 중인데, 모든 회원들은 매달 180만원 정액 수당을 받고 그 기간은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종신제이다.


오래 동안 예술계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훌륭한 업적을 남기고 많은 분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온 예술가들을 국가가 예우를 해주는 제도가 불필요하거나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특정한 지원제도이자 하나의 공공 기관으로서 예술원의 문제는 단지 예술인 자체의 지원과 예우만의 문제로 한정할 수 없다. 지원제도이자 정책으로서 예술원은 기관 설립의 목적과 선정의 객관성, 지원의 타당성, 운영의 투명성이 분명해야 하고, 무엇보다 예술계 현장에서 다수의 공감과 지지의 바탕 위에 있어야 한다. 현재 예술원은 이러한 문제의식들을 올바르게 수렴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그렇다면 어떤 전면적인 혁신이 필요할까? 


첫째, 예술원 회원들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현행 <대한민국예술원법>에 의하면 회원의 자격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예술 경력이 30년 이상이며 예술 발전에 공적이 현저한 사람”으로 정하고 있다. 그리고 회원의 선출은 “회원은 회원이나 예술원이 지정하는 해당 분야의 예술단체가 추천한 사람 중에서 회원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총회의 의결로 선출된다”고 되어 있다. 예술원 회원이 추천도 하고 심의도 한다. 예술원 회원으로 최종 선정되려면 회원 후보자가 총회에서 과반 출석에 과반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예술원 회원 자체의 멤버십이 폐쇄적이어서 회원 선정의 과정이 엄격한 권위에 의해 진행되기보다는 예술원 회원 내부의 사적인 이해관계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예술원 회원 선정방식에 현행 예술원 회원들이 개입할 수 없는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둘째, 예술원 회원의 임기 문제다. <대한민국예술원법> 제6조 회원의 임기 조항에는 “회원의 임기는 평생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물론 명예와 권위를 위해 종신제 회원이 갖는 특별한 의미도 있다. 그러나 매월 정액 수당을 지급하는 상황에서 종신제는 그들만의 배타적인 특혜로 비난받을 수 있다. 또한 종신제는 예술원 회원들의 권위 유지 외 활동의 제약과 함께 예술원 조직 내부의 능동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힘들다는 한계를 갖는다. 따라서 예술원 회원의 임기는 특정한 기간을 정해 한정적으로 활동하는 방식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셋째, 예술원 회원의 대우 문제다. 현재 규정대로는 앞서 언급했던 대로 매월 180만원의 정액 수당을 종신제로 지원받는다. 한국처럼 예술원 제도를 운영하는 유럽의 국가들은 대부분 회원들에게 정액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명예직으로 운영된다. 오히려 예술원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후원하여 가난한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의 경우는 정액 수당 지급이 문제로 지적되어 개정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물론 예술원 회원들의 오랜 예술 활동 공로를 인정하여 일정하게 물질적 대우를 해주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국가의 예술지원금의 열악한 현실을 고려할 때 현재의 정액 수당 지원제도는 지나친 특혜라 할 수 있다. 예술원 회원 대부분은 오래 동안 최상의 대우를 받으며 예술계 최정상에서 활동한 분들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국가연금을 받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복 수혜에 대한 형평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예술원이 원로예술인에 대한 존경심과 명예심을 높이기 위해 존재한다면, 다른 방식의 적절한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예술원과 예술원 회원들의 존재와 위상, 역할 및 대우에 대한 예술계 현장의 공론화가 필요하다. 예술계가 잘 알지도 못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예술원 활동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예술원은 지금보다 더 폐쇄적인 그들만의 리그가 될 것이다. 예술원에서 추진하는 사업들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최근에도 ‘대한민국예술원상’ 수상 결과를 놓고 예술계에 논란이 있었듯이 예술원에서 추진하는 사업들이 좀 더 객관적이고 투명할 수 있도록 예술계 현장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서 대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예술원 개혁의 목소리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동안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폐쇄적인 운영과 특혜 논란 등 예술원을 둘러싼 현실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문화연대는 앞으로 예술원의 전면적인 혁신을 위한 공론화에 함께할 것이다.

 

2021년 8월 25일 수요일 

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