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 성명


논평강제적 게임셧다운제 폐지는 종료가 아닌 시작, 청소년의 문화적 자기결정권 증진 및 게임문화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으로 지속되어야 한다

202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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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적 게임셧다운제 폐지는 종료가 아닌 시작,
청소년의 문화적 자기결정권 증진 및 
게임문화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으로 지속되어야 한다


만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밤12시에서 6시까지의 온라인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강제적 게임셧다운제’가 도입 10년 만에 폐지된다. 지난 8월 25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셧다운제도 폐지 및 청소년의 건강한 게임이용 환경 조성 방안>에 따르면, 청소년의 게임이용 환경 변화 등을 고려하여 ‘강제적 셧다운제’는 폐지하고 대신에 게임이용 시간을 직접 설정할 수 있는 ‘게임시간 선택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명 ‘신데렐라법’이라고도 불린 ‘강제적 게임셧다운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이다.


문화연대는 ‘강제적 게임셧다운제’의 도입 논의 때부터 줄곧 이에 반대해왔다. 2014년에는 ‘강제적 게임셧다운제 폐지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묻기도 했고(결과는 2대7로 합헌 결정), 성명, 토론회, 연구, 캠페인 등을 통해 ‘강제적 게임셧다운제’의 문제점과 폐지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때문에 우리는 정부의 이번 발표가 늦었지만 바람직한 판단이라고 생각하며, 환영한다. 정부의 발표대로 ‘강제적 게임셧다운제’는 (1) 게임이 이미 청소년의 주요 여가 생활로 자리 잡은 현실과 맞지 않고, (2) 게임과몰입에 대한 정책적 노력이 별도로 시행 중이며, (3) 게임과몰입에 대한 실질적인 효과성이 낮을 뿐 아니라, (4) 청소년의 자기결정권 침해라는 측면에서도 문제가 큰 제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제적 게임셧다운제’ 폐지의 뒷맛이 개운치는 않다. 비록 지난 6월 정부의 <규제챌린지> 15개 과제 중의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셧다운제는 폐지보다는 부처 간 조율과 현행 유지가 예상되는 시점이었다. 이미 3월에 여성가족부가 2023년까지 셧다운제를 유지한다는 입장이었고, 지난 10년 동안의 논의 또한 늘 비슷하게 반복되기만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일까? 언론 등이 주목하는 것은 <마인크래프트> 논란과 내년 3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다. 올해 어린이날 비대면 청와대 방문 행사의 컨셉으로까지 활용했던 <마인크래프트> 게임이 한국의 셧다운제로 인해 성인용 게임으로 바뀔 것이라는 우려는 많은 게임 유저들이 다시 한번 셧다운제 폐지를 주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여성가족부 폐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이어지기도 했는데, 이후 여성가족부 폐지가 야당의 대선공약으로까지 언급되는 상황에서 정부에서 서둘러 ‘강제적 게임셧다운제’의 폐지 및 제도개선안을 마련했다는 주장이다. 대선과 관련해서는 이미 게임을 중요한 여가생활로 즐기는 세대가 핵심 유권자가 된 현실, 그리고 이들 세대의 게임에 대한 인식 변화 등을 고려하여 정치권, 정부에서 셧다운제에 대한 개선, 폐지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주장이다. 둘 다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설명이다. 


이런 의문은 8월 25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셧다운제도 폐지 및 청소년의 건강한 게임이용 환경 조성 방안>을 보면 더 분명해진다. 정부 발표의 정책 개선 방안의 경우, ‘강제적 게임셧다운제’의 폐지와 ‘게임시간 선택제’ 운영 내실화 말고는 그리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이다. 대부분이 현재 각 부처에서 진행 중인 관련 사업을 모아서 정리한 것에 불과하며, 심지어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꿈의 오케스트라’, ‘스포츠클럽 지원’ 등 크게 관련이 없는 사업까지도 개선 방안에 포함시켰다. 추진 일정 또한 구체적이지 않아 개선 방안의 실행 여부가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급하게 논의하고 준비했다는 티가 역력하다.


지난 10년 동안의 ‘강제적 게임셧다운제’ 시행으로 야기된 사회적-경제적 비용을 고려한다면, 사실 ‘어떤 이유’로 셧다운제 폐지 결정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부처의 생존을 위한 노력의 차원이든, 게임이용자들의 지지가 필요해서든, ‘강제적 게임셧다운제’의 폐지라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정작 문제는 이제부터다. 추진배경과 문제의식은 분명하나 개선방향 및 방안 준비가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그래서 정부의 이번 발표, 개선 방안만으로는 지속성과 추진력을 가지기 힘들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이를 보완하기 위한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 민관의 협력체계를 고민하되 여가부, 문체부, 교육부 등으로 나뉘어 있는 관련 사업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 내년 사업에 대한 기획과 조정의 권한을 가진 체계여야 한다. 기획과 조정, 실행에 있어서의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민관협력체계가 필요하다.


10년 만에 폐지라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지만, 기쁨만큼이나 우려와 걱정이 큰 것이 현실이다. 부디 ‘강제적 게임셧다운제’의 폐지가 청소년의 인권과 문화활동의 증진, 문화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존중, 게임문화 활성화 등 본래의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추진체계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강제적 게임셧다운제 폐지를 환영한다.

강제적 게임셧다운제 폐지는 종료가 아닌 시작이어야 한다.


2021년 9월 1일(수)

문화연대